133. 사막
패기로 가득한 젊은 상인은 생각했다.
현자는 사라졌고 마법은 약해졌다. 지팡이에서 떠난 낭만은 선박과 마차로 옮겨졌으니, 지금은 마법사가 아니라 상인이 꿈을 꾸는 시대라고.
그중에서도 가장 돈 냄새가 풍기는 상품은 한때 현자들의 자금원이었던 광물 산업.
광물이 풍부한 대신에 식량 자급률이 낮은 순수왕국에 식량을 팔고, 순수왕국의 광물을 인류왕국이나 동방 제국에 팔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어느 교역로가 좋을까.
바다신인 하이크라켄이 지배하는 바닷길?
전통적인 지상 교역로이나, 기둥왕의 73만 명 학살 이후 폭주한 마법 정령이 날뛰는 서부 황야?
그것도 아니라면 마녀나 그리폰 라이더, 하피 등을 고용해 하늘길을 개척할까?
아니다. 젊은 상인은 고개를 저으며 떠오른 생각을 전부 부정했다.
뭐가 됐든 효율이 낮았다.
바닷길의 안전성은 바다 세력의 기분에 따라 안전성이 심하게 갈린다. 예전부터 그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인이 아닌 이상 위험도가 높았다.
폭주한 마법 정령이 날뛰는 서부 황야를 가로지르는 건 자살행위기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하늘길은 비교적 유용해 보였으나, 한꺼번에 운송할 수 있는 양이 적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카타르슬로프 대사막이로군."
젊은 상인은 새로운 교역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찾아가 대사막 횡단을 위한 출차를 요구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빠짐없이 비웃음뿐.
젊은 상인은 당황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리다고 우습게 봤다 그거지? 해주겠어! 노인네들이 교역로를 개척하지 못해 빌빌댈 동안, 우리 상회가 카타르슬로프를 공략해 주겠다고!"
"오오! 우리라면 할 수 있다고!"
"동료와의 유대를 믿는 거야!"
"우정과 노력만 있으면 우리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약이 잔뜩 오른 젊은 상인은 곧바로 믿음직한 동료와 대상단을 꾸려 사막으로 향했다.
시간이 없었다. 그는 초조했고, 서둘렀다. 서두르지 않으면 이미 이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존의 상인들에게 광물 교역까지 빼앗길 게 뻔했으니까.
"장사라는 건 말이야, 타이밍 승부라고!"
만약 그가 조금만 더 경험이 있고, 침착했다면, 어리다는 평가 뒤에 숨어 있던 나이 든 상인의 충고를 놓치지 않았으리라.
"그만두게. 그 사막에는 마법이 걸려 있어."
유감스럽게도 젊은 상인은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카타르슬로프 사막의 다른 이름은 시쳇길.
자연적으로 발생한 마법이 깃들어 있는 그 사막은 항상 서쪽으로 경사가 져있으며, 함께 진입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횡단 거리가 배로 늘어난다.
특히 10명 이상이 동시에 진입하면 절대 끝까지 도달할 수 없다.
사막의 끝에도, 심지어 돌아가는 길까지도.
모두의 예상대로 젊은 상인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막에서 동료와의 유대란 확정된 파멸에 불과했다.
***
"동료와의 유대도, 근성이나 밀어붙이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 약삭빠른 것도. 행동력도 상인의 미덕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겠어."
젊은 상인에게 조언했던 나이 든 상인. 대용사 이그니스의 외삼촌이자 맥스 상회의 회장인 조지는 한숨을 쉬며 서류 위로 도장을 옮겼다.
그 서류는 주력 인원이 전부 돌아오지 않아 해체 위기에 처한 젊은 상인의 상회와 관련 사업체 전부를 적절한 액수에 사들인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하지만 용기와 무모는 달라. 제대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자의 만용은 동료마저 죽음으로 몰아넣는 법이지."
쿵.
서류에 도장이 찍혔다.
제 혈기에 휘둘린 어리석은 자의 만용에 주어진 도장은 '참 잘했어요' 도장과 거리가 멀었다.
- 작가의말
유감스럽게도.
모든 일이 항상 소년만화처럼 우정과 노력과 승리만으로 풀리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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