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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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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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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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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0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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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199. 현자와 용사와 기사

DUMMY

이제는 멜로디아 왕국의 잔재만이 남은 바위공주의 섬.


이곳에 표류한 불사의 현자는 지식이며 마법적 능력이며 모든 게 판타지 세계의 기준에서 최상위권에 속했지만, 딱 하나가 모자랐다.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


실제로 탈출 계획이란 탈출 계획은 모조리 실패했다.


평범하게 배를 만드는 것부터 자신의 불사성을 이용해서 해저로 걸어가는 것까지.


현실과 환상을 막론하고 모든 방법이 다 실패했고, 그의 곁에는 단 하나의 셰이프만 있었다.


광물인간 셰이프.


오래전에 멸망한 섬나라, 멜로디아의 마지막 공주의 감정을 이어받아 온갖 광물에서 눈뜨는 생명체.


이들은 선대에게서 이어받은 생명이 사라질 때까지 많은 것을 경험하고 감동을 쌓아, 새로운 셰이프에게 물려주는 식으로 번식한다.


어떨 때는 노래로. 어떨 때는 대화로.


감동을 전할 수단이 존재한다면 광물에서 싹튼 생명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딱 열세 명의 예외가 있었다.


로얄 셰이프.


멜로디아의 옛 등대에 남은 바위공주를 지키는 열두 명의 탄생석과, 멜로디아의 옛 왕궁터를 지키는 흑요석 장군.


이들은 대를 잇는 일 없이 멜로디아에 남아 두 가지 일에 매진했다.


멜로디아의 옛 흔적을 지키면서, 불사의 현자를 이 무인도에 영원히 가두는 것.


멜로디아 밖에서 멜로디아의 자취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외에도 로얄 셰이프들이 다른 셰이프들을 통솔하는 거라 추측해왔다.


하지만 한때 멜로디아였던 무인도에 도달하지 못한 그들은 셰이프들에게 지휘체계가 있다는 게 잘못된 판단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머저리라고 단정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나도 오늘에서야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친구야······?”




오늘도 기분 좋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불사 현자의 집에 찾아온 윌슨은 눈앞의 참상에 말도, 노래도 잊어버렸다.




“설마하니 대를 이으면서 전해지는 노래가 바위공주의 노래 외에도 하나 더 있을 줄은 몰랐지.”




돌은 부서져도 돌이지만, 그 안에 마음을 담아두기 위한 그릇이 작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너무 작아진 광물은 셰이프를 담아내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공중에 흩어져버리고 만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이 모두 필요한 인간과 마찬가지다. 광물인간도 몸이 한계까지 망가지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무리 부서져도 다른 셰이프에게 감정을, 힘을 넘겨받으면 되살아나기에 셰이프에겐 ‘일시적 정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오두막에 앉아있던 불사의 현자 앞에는 그렇게 바스라진 셰이프가 수도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아이들은 오늘 바다 밖에서 온······.”


“아아, 그래. 역시 식별할 수 있구나.”


“읏······!”




현자에게 이름을 받은 윌슨은 흠칫해 조금 뒤로 물러났고, 불사의 현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돌 부스러기를 밟으며 앞으로 나왔다.




“있잖냐. 윌슨. 일단 질문이나 해보자.”




불사의 현자가 생기를 잃은 퀭한 눈으로 응시하자 윌슨은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서로 혼합된 블렌더나 로얄 셰이프가 아니면 팔다리가 없어 자기장이나 염동력을 사용하는 셰이프의 특성상 뒤로 밀려난 것처럼도 보였다.




“얘들 박살내기 전에 물었거든. 보통 성인 허리만 한 바위에 셰이프가 깃들면 얼마나 가냐고. 근데 얘들이 뭐랬게?”


“배, 백에서 이백······?”


“정답은 모른다야. 그거 외엔 있을 수 없어.”


“아, 그, 그게······.”


“왜냐하면 셰이프가 굳이 알 필요 없는 지식이고, 본능적으로 감동을 찾아다니는 너희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찰은 상대적으로 약하니까.”


“저기, 오늘 너무 저기압인 거 아닐까? 그러지 말고 밖이라도 나가보자. 태풍도 지나가서 하늘도 맑고······.”


“다음 질문.”




불사의 현자는 어쭙잖게 말을 돌리려는 걸 무시한 채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내가 해저로 탈출하려다 아말감 블렌더하고 만났을 때. 너는 뭐라고 했지?”


“기, 기억 안 나는걸?”


“아말감이 희귀하다고 했지. 넌 어떻게 그 블렌더가 희귀하다는 걸 알았지?”


“어, 어어어······.”


“너는 어떻게 셰이프들의 기본 종류를 알았고, 로얄 셰이프인 페로자는 어떻게 교류한 거지?”


“그거야 페로자는 모두에게 친절하고, 페로자한테 많이 배우니까······.”


“그래서 내가 실패할 때마다 왕도의 옛터에 가서 보고했나?”


“아······.”




잠시 말을 잃었던 윌슨은 목소리를 떨면서 말했다.




“저기, 마르코. 우리 꼭 이 이야기 끝내야 해?”


“13명의 로얄 셰이프 중 12개는 탄생석과 관계되어 있지.”




한 걸음. 한 걸음.


불사의 현자 마르코가 윌슨에게 다가갈 때마다 셰이프를 때려서 찢기고 으스러진 손에서 나온 피가 바닥에 혈선을 그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불사의 힘은 그가 과다출혈에 이른 순간 아주 잠깐의 죽음만 허가하고, 다시 일어나게 했다.




“열두 탄생석 중에는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었어.”


“이 이야기는 재미없으니까,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마르코.”


“알렉산드라이트는 낮에는 에메랄드. 밤에는 자수정으로 변한다지?”


“다른 이야기 하자. 마르코.”


“가설을 세워봤어. 로얄 셰이프의 불사성이 내가 가장 마지막 땅을 연 여파 때문에 불사성을 약하게나마 공유한 거라면?”


“그만하자. 너를 부수고 싶지 않아.”


“셰이프들 중에 다른 셰이프로 변할 수 있으면서 죽지도 않는다면 이 지옥 같은 섬의 간수로는 딱 알맞겠지.”


“대답하게 하지 말아줘. 계속 친구로도 있을 수 있잖아? 우린 지금까지도 잘 해왔잖아. 300년이나.”


“어이. 알렉산드라이트. 마지막엔 실수가 좀 컸어. 태풍이 온다는 걸 차라리 모른 척 했어야지.”


“무, 무슨 소리일까?”


“배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서 뒤늦게 말한 건 다른 셰이프처럼 덜떨어진 척을 한 게 아니야. 연기를 하려다 타이밍을 실수한 거지.”


“···그래. 그건 좀 실수가 컸구나.”


“뭐, 의심은 훨씬 전부터 했었어.”




불사의 현자는 오두막의 그림자로도 가리지 못하는 귀기 어린 안광을 빛내며 물었다.




“300년 동안 친구인 척하면서 내가 실패하도록 뒤에서 조작하거나 바라볼 때의 기분은 어땠어? 즐거웠나?”


“나는 네가 친구여서 즐거웠어. 단지 그것뿐이야.”


“그 역겨운 입 닥쳐!”




불사 현자의 주먹이 윌슨의 표면에 닿아 찢어지고 부러지고, 강제로 회복되는 가운데. 윌슨은 담담하게 말했다.




“친구야. 나는 알렉산드라이트가 아니야.”




주먹질이 얼마나 계속됐을까.




“나는 윌슨. 네가 이름을 준, 네 친구야.”




같은 동작이 반복된 끝에 금이 간 쪽은, 불사의 현자가 아니라 윌슨이었다.


반으로 갈라지고 무너져내리고, 보석에 가까운 내면이 드러나는 가운데에도.




“끝까지 네 옆에서 윌슨으로 있을게.”




***




그리고 엇비슷한 시각.


인류왕국 엑셀리온의 어느 마을 입구.




“보고는 들었지. 또 너였나.”




로얄 셰이프 중 하나, 루비는 전사로 훈련한 블렌더들이 마을 입구에서 조각나 있는 걸 보고는 가볍게 혀 차는 소리를 냈다.


물론 셰이프와 달리 인간형의 이목구비와 팔다리가 있다 해도 광물은 광물. 혀 차는 소리는 날카롭고, 루비의 입 안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데. 한두 번도 아니고. 어떻게 열 번도 넘게 우리 침공을 막은 거지? 응? 심지어 공격할 곳도 무차별로 찍었는데.”




마을을 가로막은 ‘적’을 상대로 루비가 투덜대는 사이, 블렌더가 자신의 팔을 뜯어 루비에게 들려줬다.


그러자 저절로 모습을 바꾼 블렌더의 팔은 루비에게 어울리는 새빨간 대검이 되었다.




“이봐이봐. 대답 좀 해보라고. 떠드는 건 광물보다 사람이 더 잘하잖아? 사람들이 널 뭐라고 불렀더라? 아, 맞아.”




대검을 높이 든 채 돌진하는 그 자세는 지나치게 정직한 수직 베기였다.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님!”




중천에 뜬 햇살을 받아 불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루비 대검은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것 같았지만 아지랑이의 용사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눈을 찌푸리기는 대신 루비의 발만 응시하며 거리를 쟀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수직 베기를 피했다.


대검이 땅에 깊이 박혔으니 뽑아서 다시 공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터.


여기서부터는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가 반격할 차례.


붉은 망토 위로 고정해둔 검 대신 소검을 휘둘러 루비의 목을 취하려 했다.




“아앙? 전사라면 큼직한 걸 써야지!”




루비는 목을 노리는 궤도 앞에 이마를 내밀었다.


사람이었다면 목을 지키기 위해서라 해도 제정신이 아닌 방어법이었지만, 루비에게는 유용한 방어법. 아니, 반격법이었다.


그는 앳된 티가 남은 백발의 여성인 새벽 아지랑이 용사에 비하면 두 배는 됨직한 거구에, 휘날리는 머리카락부터 전신이 다 붉은 루비.


내구성에 자신이 있던 루비는 이마로 소검을 받아냈을뿐더러, 부러트리기까지 했다.




“블렌더들하고만 싸워서 로얄 셰이프는 감이 안 오시나 본데! 등에 진 그 검 정도가 아니면 내 정열적인 몸에는 흠집 하나 못 낸다고!”


“아이고. 지랄하고 앉았네.”




걸걸하면서 독기가 서린 그 말은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에게서 나온 소리였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한 말은 아니었다.


루비의 자랑을 맞받아친 건 다름 아닌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에 봉인된 고대신이었다.


딱 한 번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와 적으로 충돌하고 그 여파로 머리카락에 봉인된 그는 용사의 여행에 억지로 함께하고 있었다.


고대신은 봉인되었다 해도 멋대로 머리카락을 늘려 촉수처럼 부리거나 뭉쳐진 머리카락 사이로 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뿐이랴. 분명 소화기관이 있을 수가 없는 구조인데도 음식까지 먹어대는 탓에 용사로선 머리 관리가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대신의 풍부한 지식은 진짜배기였고, 고약한 성깔은 지금처럼 입씨름을 대신해 주기도 했다.




“니 이마나 만져보고 다시 랩배틀 하든 입씨름하든 해볼까? 이제 300살 될까 말까 한 짱돌이 뭐 잘났다고.”


“흥. 신중한 척하더니 머리에 걸레를 이고 있었군.”


“어? 아, 잠깐. 지금 말한 건 내 머리카락인데 욕은 내가 듣는 거야?”


“무슨 멍청한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한 소리 듣는 게 싫으면 자기 머리카락 간수는 잘하시지.”


“핫하! 애송이. 방금 펀치라인은 나쁘지 않았어.”




자신을 봉인한 용사가 한 소리 듣자 고대신은 신나서 껄껄 웃었고, 눈을 부릅뜬 용사는 피해를 감수한 강경책을 쓰기로 했다.




“보자 보자 하니까······. 너 당분간 샴푸 없을 줄 알아.”


“뭐, 뭣이? 크윽, 용사 녀석. 큐티클 손상까지 감수하면서 공격하겠다는 건가. 지독한 수로구나!”




머리카락과 티격태격하는 용사의 모습을 본 루비는 생각했다.


저게 뭐 하는 콩트쇼야. 라고.


본래 그는 블렌더들을 풀어 몇 번이고 인류왕국의 마을이나 도시에 공세를 감행해왔다.


하지만 자신조차 적당히 찍은 공격대상을 어떻게 알았는지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가 귀신같이 왔다.


그뿐이랴.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가 감당하지 못해도 그럴 땐 013 암첩 기사단이 나타난 탓에 작전은 매번 실패했다.


본래라면 마을을 테러하고 성명을 밝혀, 언제까지고 자신들의 바위공주를 구하러 오지 않는 왕국을 규탄할 셈이었다.


계획한 걸 조금도 진행하지 못한 루비는 속만 태우다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에게 흥미를 느껴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나타난 건 자기 머리와 대화하는, 뒷사정을 모르면 제정신이 아니라고밖에 생각 못 할 안쓰러운 용사.


루비는 어느 쪽이었냐면 후자였다.


그는 고대신을 봉인한 평원 전투의 내막은커녕 세상의 멸망을 결정할 전투가 하룻밤 만에 끝났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구경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차라리 암첩단을 끌어낼걸.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이마를 만졌고, 흠칫 떨었다.


소검이 부러져서 별것 아니라고 흘려넘긴 공격이 이마에 확실하게 흠집을 냈기 때문이다.


만약 제대로 된 검으로 대결했다면 이마 위는 확실하게 날아갔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전율이 일었다.




“오호라. 과연. 제법이로군.”


“어? 뭐라 떠드냐? 난 이 녀석한테 누가 머리 위에 있는지 교육하느라 바쁘니까 좀 나중에 얘기하자?”


“머리 위가 안이라 안에 봉인된 거겠지!”


“에이잇, 시끄럽다! 고도로 따지면 내가 살짝 위에 있는 건 사실이잖아!”




누가 위네 아래네를 따지며 자기 머리를 잡아 뜯는 광경은 300년 가까이 살아온 루비의 눈에도 신선했고, 솔직히 안쓰럽게 보였다.




“···다시 얘기 좀 해도 될까?”




고대신을 잡아 뜯다가 우뚝 멈춘 용사는 여전히 자기 머리를 쥔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아, 왠지 흐름을 자꾸 끊은 거 같아서 미안.”


“미안할 게 뭐 있냐! 어차피 싸우던 상대인데!”


“이 잡귀신은 나하고 별개니까. 절대 동일 인물 아니야.”


“자, 잡귀라고오오오? 셀 수 없이 많은 행성에 권속을 퍼트린 내가 잡귀면 다른 놈들은 장식. 우주의 티끌 같은 거겠구나!”


“갈!”




또다시 용사와 고대신의 입씨름으로 흐름이 옮겨갈 조짐을 보이자 루비는 일갈과 함께 둘의 말을 끊어버렸다.




“무례한 건지 정신병인지 몰라도 더 들어주는 건 한계다!”


“정신병이라니 말이 좀 심하네.”


“그래. 고대신을 잡귀로 떨어트리는 것만큼 무례하군.”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사실만 말해주지. 우리는 이제 용사도, 기사도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 힘만으로 바위공주님을 다시 모실 것이다.”


“바위공주? 그거 엄청 옛날 동화잖아?”


“우리에겐 동화도 아니고, 옛일조차 아니야. 그저 원래 있어야 했을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거다.”




루비의 발아래로 빛과 함께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용사는 허리춤에서 새 검을 뽑으며 경계했지만, 고대신은 그 짧은 시간 사이 마법진의 종류를 간파하고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흥. 뻗대는 소리나 늘어놓더니, 마지막에는 전이 마법으로 도망치는 게 다로군.”


“그래. 여기서 결착을 보는 것도 좋지만. 너희와 싸우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거 같거든. 여기선 공주님을 위해서라도 물러나야지.”




단순한 싸움광이라면 도발로 끌어내는 건 간단하지만 루비는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인 동시에 자신이 모시는 대상을 향한 충성심도 깊었다.


그렇다 해도 루비의 성격을 심연까지 꿰뚫어 본 고대신에게는 효과적으로 도발할 방법이 몇 문장인가 있었다.


하지만 굳이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


자신을 봉인한 용사가 철저히 준비한 로얄 셰이프를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즐기고 싶었고.


고전한다 하더라도 자신을 봉인한 새벽 아지랑이 용사가 저들에게 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용사의 머리 위라는 상석에 앉아 관람이나 하자. 그게 고대신의 노림수였다.




“이봐,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 여태껏 블렌더들을 잘도 막았지만. 앞으로는 어려울 거야. 전국의 셰이프들이 전부 움직일 테니까.”


“그건 바위공주의 뜻이야?”




지금껏 용사가 아무도 모르게 막아온 로얄 셰이프와 블렌더들 이상의 혼란이 바위공주에 의해 일어나는 거냐는 질문.


용사는 그저 대화의 흐름에 따라 ‘바위공주가 그 순진한 셰이프들을 군대로 부리려는 걸까’ 싶어 던진 물음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예상 이상으로 루비의 화를 자극해 전이 마법까지 지연시키게 만드는 말이었다.




“···주제넘은 소리. 그분은 상냥하시다고. 은혜를 받고도 모르는 너희는 공주님에 대해 추측할 자격도 없다.”


“은혜······?”


“일일이 캐묻지 말아라. 짜증 나니까. 정 알고 싶다면 마침 검도 들었으니 힘으로 압도해보면 될 텐데?”




루비가 참격을 휘두를 자세를 취하자 용사 또한 단번에 경계 태세를 격상했다.


방심하면 베인다.


절대로 참격이 안 닿을 만큼 먼 거리였지만 용사의 직감은 다음 일격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대화할 틈도 없이 날아든 것은 지평선을 새롭게 새기는 일섬.


너무도 빠른 일섬은 한참 떨어진 마을의 방책까지 절단하고, 허공에 불길을 일으켰다.


용사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뛰어도 숙여도 풍압에 찢길 걸 간파했기에 스스로 범위 안에 들어가 검을 맞부딪쳤다.


그러나 루비는 성인 남성 크기의 ‘광물’이다.


당연히 그 무게는 격이 다르며, 무게를 살리면서 마력으로 가속까지 한 참격은 거대괴수의 일격과 같으리라.


그걸 제대로 휘두르기 직전에 가서 맞부딪쳤다 해도 단순 힘과 체중 대결로 넘어간 이상 용사의 패배는 예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게 루비의 심기를 정말로 불편하게 했다.




“···마을을 전부 불태울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멀리 떨어진 나무까지 날아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용사에게 루비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었다.


만약 그녀가 곧바로 일어나 고개를 들었다면, 몹시 불편해하면서도 짙은 미소와 흥미를 보이는 루비와 마주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인걸. 검을 맞대고 ‘무승부’가 된 건.”




중얼거리는 동시에 루비의 오른팔을 타고 쩌적이는 소리가 어깨 바로 아래까지 이어졌다.


용사와 루비가 합은 나눈 건 딱 한 번이었으나, 용사의 참격은 두 번 휘둘러졌다.


순수 힘 대결은 용사의 완패.


그 힘에 휘말려 날아가는 가운데, 용사는 검을 한 번 더 휘둘러 몸에 걸린 충격량을 고스란히 검에 되돌려준 것이다.


그 결과 루비의 검은 바스러지고, 팔에는 큰 균열이 생겼다.




“크하하하! 용사! 듣고 있지? 멜로디아다! 멜로디아로 와라! 셀 수 없는 인류가 돌에 깔려 죽는 걸 막고 싶다면 말이야! 거기서 서로 원 없이 싸워보자고!”




로얄 셰이프 중 하나가 일으킨 불바다 위에는 뜨거운 바람과, 루비의 웃음소리만이 남았다.




***




그리고 그날 밤.


새벽 아지랑이의 용사가 말 그대로 온 몸을 던져 루비의 일섬을 받아내 간신히 구한 마을과 한참 떨어진 어느 해안가.


거기에는 멜로디아의 난파선을 세 척 째 인양하고 쉬고 있는 사천왕 오그와 티탄이 있었다.


두 사천왕이 휴가 중에 인양한 난파선에는 고고학적으로 막대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 수도 없이 쏟아졌다.


거기에 있는 건 단순한 금은보화만이 아니다.


엄청나게 손상되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기록을 간직한 책이나 목판 등의 기록도 존재했다.


금은보화는 마왕군의 군자금을 위해 부하들을 불러 각 마왕성으로 보냈지만, 기록만큼은 티탄의 요구를 수용한 오그가 복원 중이었다.


늦은 밤까지 갑옷 안에 들어가 모닥불을 쬐며 오그가 옮겨적은 당시의 기록을 읽은 티탄은 짧게 한숨 쉬었다.




“있잖아, 오그.”


“왜 그러나 티탄.”


“너도 그 동화 읽었어?”


“바위공주 말인가. 읽었지. 현자들이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했으니.”


“현자들은 공주가 철부지에 멍청이라고 했고, 셰이프들은 구원자라고 하잖아. 그리고 여기 있던 기록은······. 너는 어떻게 생각해?”


“흠. 한 인물을 두고 상반된 해석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녀처럼 실제 행적이 불분명해서야 뭐라 말하기는 어렵군.”


“그렇구나······.”




덜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티탄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뭐, 정확히는 갑옷의 목이고, 진짜 티탄은 갑옷 안에 들어가 있던 작은 요정이었지만.




“그러면 역시 가서 물어보고 오는 게 맞겠지? 진짜 너는 뭘 했던 거냐고 말이야.”


“허어. 바위공주는 벌써 300년쯤 전의 인물이다만.”


“글쎄. 적어도 멜로디아에는 그 아이가 남겨놓은 흔적이 있을 테니까. 동화와 광신도의 노래가 아니라. 제대로 걔가 남긴 흔적이.”


“그건 지식욕 같은 게 아닌 거 같군. 그리고 우리의 휴가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어라. 휴가 내고 벌써 한 달이나 됐어?”


“휴가와 창작자의 마감일과 손에서 떠난 화살의 공통점은,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점이지.”


“저기 오그. 복귀해서 내 휴가만 연장해줄 수 있을까?”


“흠. 불가능하지는 않다. 대신 내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다면 말이지만.”


“와! 고마워! 그치만 나 별로 머리 안 좋은데. 뭘 물어도 모르면 답해주지 못한다고?”


“단순하다면 단순한 질문이다. 자네에게 바위공주란 뭐지? 사천왕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중요한 일인가?”




그리고 덧붙였다.




“흠. 자네에게 사천왕이 반쯤 놀이라는 건 안다. 마왕들이 부탁하기도 했고. 그렇다 해도 사천왕이란 지위를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


“대단한 건 아니야. 예전에, 공주하고 친구였거든.”


“공주하고? 멜로디아에 갔었단 말인가?”


“유리병 타고 표류하다가. 어쩌다 보니.”


“기묘한 인연이 있었을 것 같군.”


“거창한 건 아니야. 너나 이그니스, 브루노 만났을 때도 인연 타령할 건 아니었잖아?”


“흠. 음유시인이 노래할 만큼 거창한 일이 아니긴 했지.”


“걔가 공주님이기도 했고. 소꿉놀이처럼 잠깐 공주와 기사 놀이를 했었어. 나하고 공주의 인연은 그게 끝.”


“어디까지나 놀이였던 걸로?”


“어디까지나 놀이였던 걸로.”


“고작 그게 전설로나 전해지는 멜로디아를 찾아갈 이유가 되는가?”


“응! 나는 놀이에 꽤나 진심이거든.”


“대의로 봐도 명분으로 봐도 소꿉놀이보다 중요한 게 있는데 말인가.”




사천왕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오우거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진지하고, 살의를 품은 채 답을 요구했다.


독립을 눈앞에 둔 이 순간이 마왕군에게 극도로 중요한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럴 때 마왕 이상의 군 지휘권을 지닌 사천왕이 멋대로 자리를 비우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인류왕국과의 조약체결을 바라지 않는 이들에 의해 사건이 일어나고 수습도 안 되면 부재중인 사천왕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리라.


훨씬 예전부터 임무를 맡아 인류왕국에 침투해있는 숫양 장군과 죽고 없는 얼음 장군을 제외하면 대상이 되는 건 오그와 티탄.


지금까지는 군자금 확보를 위한 비밀활동이었다 치더라도, 이 이상의 변명은 무리다.


그 중요한 시간을 ‘이미 죽은 친구의 흔적 찾기’로 쓰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비난이 쏟아지리라.


그건 자타공인 ‘머리 없는’ 티탄조차 아는 사실이다.


오그는 지금, 마왕군 영지 전체를 대변하는 동시에, 티탄을 위해서라도 그녀를 막아선 것이다.


필요하다면 오그 오그레스트는 그 거구로 폭발적인 힘을 보이리라.


하지만 정작 티탄은 웃었다.




“그래도 괜찮아.”




중압감과 사명.


규탄과 비난.


그딴 게 무슨 대수냐는 듯.


요정에게 미움받는 요정, 티타니아는 구름 한 점 없는 달하늘 아래서 활짝 웃어 보였다.




“미움받는 건 익숙하니까. 걱정해주지 않아도 돼.”


“흥. 누가 걱정했다는 건가. 그저 이유를 알고 싶었을 뿐이다. 자네의 결론은 산에서 배우지 못하는 지혜니까.”


“너도 말했지? 바위공주가 실제로 뭘 했는지는 모른다고.”


“어쩔 수 없잖나. 무지함을 안다고 가리는 지혜는 배우지 못했으니.”


“그래서야. 공주와 같이 놀았던 기사는, 공주가 마지막에 진짜로 무슨 선택을 했는지 알고 싶어졌거든.”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오그는 손가락 하나로 티타니아를 뭉개 죽일 수 있을 정도로 큰 주먹을 꽉 쥐었다.


이에 응수하듯, 티타니아는 날개 아래로 마력 초끈을 실체화시켰다.


하지만 두 사천왕이 힘을 겨루는 일은 없었다.




“흠.”




주먹을 푼 오그는 늘 하던 말버릇으로 운을 뗐다.




“티타니아. 놀이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는가?”


“어······. 다치지 않는 거?”


“흠. 안 다치면 좋지. 좋지만, 다치지 않는 놀이는 성장과 교훈도 적다네. 부러짐으로써 단단해지는 뼈도 있는 법이야.”




싸울 기색이 사라지자 티타니아 또한 마력 초끈을 허공에 녹여서 사라지게 했다.




“그러면 네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뭔데?”


“집으로 돌아오는 거라네. 당연하지 않나?”


“ ”


“돌아오지 못하는 놀이는 놀이가 아니야. 모험이고, 여행이지.”




오그는 인양된 기록에서 얻어낸 멜로디아의 좌표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외쳤다.




“작음에도 누구보다 굴강한 기사여. 마음껏 놀고 돌아오게! 자네는 사천왕이고, 마왕들과 우리의 가족이니까!”


“오그······.”


“좋은 여행이 되라고는 안 하겠네. 이것은 놀이이지, 여행이 아니니!”


“···응! 그러면 놀고 올게!”




잔잔한 밤바다에 반사된 달빛으로 빛나는 밤하늘.


적막하기 짝이 없는 하늘에 은빛 혜성이 긴 선을 드리운다.


긴 시간을 지나.


뭐, 사람에 따라서는 한 달 정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300년일지도 모르지만.


이로써 모든 배우가 무대로 향했다.


소원을 이뤄도 집에 돌아가지 못한 현자가.


대지를 불사르는 화염에 겁내지 않는 용사가.


기사도보다 놀이를 우선시하는 멍청한 기사가.


지금부터 상연되는 연극은 판타지에서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


왕자가, 용사가, 기사가 악에 맞서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


그저 그뿐인, 왕도라고 할 정도로 클래식한 이야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구해야 할 공주가 이미 죽고 없다는 것 정도다.




***




Sp 002 - 프롤로그




***




옛날 옛적에.


노래가 끊이지 않는 어느 완벽한 섬에.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불행을 모르는 공주가 살았다.


어찌나 행복한지 공주가 가는 곳에는 돌마저 일어나 춤추고 노래했다.


기쁘고 기쁘기에, 기뻐하고 기뻐하라.


복되고 복되오니, 복되기에 복되어라.


열두 탄생석이 일어나 축복하는 공주가 행복함에 기뻐하라.


하지만 정작 노래하는 이들은 알지 못했다.


공주는 불행을 모르기에 불행을 알고 싶어 했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마법의 등대에 소원을 빌었다.


찬란한 분홍빛으로 빛난 등대는 공주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왕자를 섬에 데려왔다.


그 대가로 왕국은 멸망하지만, 공주는 불행이 무엇인지 알았다.


공주는 그제야 만족했다.


비탄에 빠진 모두가 섬을 떠난 뒤에.


바위만이 남은 섬의 가장 높은 등대 위에서.




***




굳이 알 필요 없었던 것을 알려고 노력한 소녀의 멍청한 판타지.


이것은 바위공주라 불린 소녀가 마주한 진실에 도달하는 이야기.




***




스페셜 에피소드 002.


바위공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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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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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Sp 002. 바위공주 (1) +1 23.10.17 14 1 12쪽
» 199. 현자와 용사와 기사 +1 23.09.20 25 1 26쪽
223 198. 판타지 사상 가장 오래된 궁극의 질문 +1 23.08.19 32 1 10쪽
222 197. 금도끼 은도끼 +1 23.08.17 29 1 3쪽
221 196. 불새 23.08.16 33 1 2쪽
220 195. 박힌 돌 +1 23.08.16 27 0 4쪽
219 194. 초전도 Ai 마왕 +1 23.08.09 28 0 6쪽
218 193. 마왕 3 +1 23.08.08 27 0 7쪽
217 192. 퇴마소녀 2 +1 23.08.04 25 1 5쪽
216 191. 초전도맨 +1 23.08.03 24 1 3쪽
215 190. 노랫소리가 멎는 날에 +1 23.08.02 24 0 4쪽
214 189. 닥터피시 +1 23.07.29 27 0 3쪽
213 188. 뱁새와 황새 23.07.23 60 2 3쪽
212 187. 꿈 +1 23.07.22 29 2 3쪽
211 186. 드래곤의 벌레 퇴치 23.07.21 23 1 4쪽
210 185. 매미 23.07.20 30 2 2쪽
209 184. 사망 플래그 23.07.19 27 1 7쪽
208 183. 호밀밭의 저격수 23.07.17 27 1 3쪽
207 182. 다큐멘터리 4: 꿈의 세계의 서큐버스 +1 23.07.16 29 1 6쪽
206 181. 힘을 숨긴 헤어스타일 +1 23.07.15 25 1 3쪽
205 180. 누구나 아는 동화 +1 23.07.14 28 2 6쪽
204 179. 사천왕 2 +1 23.07.09 34 2 9쪽
203 178. 하얀 털의 유니콘 23.07.08 25 2 7쪽
202 114. 말 23.07.08 97 1 7쪽
201 177. 서큐버스 23.07.07 38 1 7쪽
200 176. 현자 표류기 3 +1 23.07.06 28 2 4쪽
199 175. 성녀 3 +1 23.07.05 28 2 5쪽
198 174. 수술 23.07.04 28 2 3쪽
197 173. 흡혈귀 3 23.07.03 33 1 6쪽
196 172. 사천왕 +1 23.07.02 30 1 9쪽
195 171. 현자 표류기 2 23.07.01 27 2 9쪽
194 170. 호위 +1 23.06.30 30 2 4쪽
193 169. 도시지기 2 / 빵타지아 +1 23.06.29 41 2 5쪽
192 168. 다큐멘터리 3: 기사돼지 +1 23.06.28 32 2 5쪽
191 167. 사제폭탄 23.06.27 46 1 3쪽
190 166. 꿀잠의 던전 23.06.26 30 1 6쪽
189 165. 암살 2: 멧돼지 암살자의 공포 23.06.25 30 2 7쪽
188 164. 책 사냥 23.06.24 29 1 3쪽
187 163. 셀카 23.06.22 30 2 2쪽
186 162. 좀비 식당 23.06.21 33 2 4쪽
185 161. 해와 달이 되지 않은 오누이 / 요리 3 +1 23.06.20 31 1 9쪽
184 160. 소환 2 23.06.19 30 2 5쪽
183 159. 현자 표류기 23.06.18 34 1 7쪽
182 158. 마녀를 물에 계속 던져라 23.06.17 49 2 2쪽
181 157. 전생자 5 23.06.16 39 2 9쪽
180 156. 갈색 털의 그리폰 +1 23.06.15 34 1 10쪽
179 155. 인외도서전 +1 23.06.14 35 1 7쪽
178 154. 성녀 2 23.06.13 27 1 5쪽
177 153. 성녀 23.06.13 33 2 6쪽
176 152. 천하제일검 +1 23.06.13 37 2 4쪽
175 151. 흡혈귀 2 23.06.12 29 2 4쪽
174 150. 미팅 2 23.06.12 29 1 5쪽
173 149. 미팅 23.06.11 33 1 3쪽
172 148. 여우와 두루미 23.06.11 55 2 5쪽
171 147.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1 23.06.10 38 2 10쪽
170 146. 마녀를 물에 또 던져라 23.06.09 28 2 4쪽
169 145. 인어와 청년 23.06.09 26 2 5쪽
168 144. 귀신의 집 23.06.09 30 1 7쪽
167 143. 마왕 2 23.06.08 26 1 8쪽
166 142. 완벽한 은하냉면을 만드는 방법 23.06.08 35 2 6쪽
165 141. 북풍과 태양 2 23.06.08 32 1 4쪽
164 140. 인어공주 세 자매 +1 23.06.07 34 1 6쪽
163 139. 숲의 친구 +1 23.06.06 35 2 12쪽
162 138. 사이비에게 어울리는 것 23.06.05 31 2 7쪽
161 137. Ai 2 23.06.04 32 1 6쪽
160 136. 별 23.06.04 33 2 4쪽
159 135. 다큐멘터리 2: 사얼거민 +1 23.06.03 36 1 5쪽
158 134. 사막 2 +1 23.06.03 35 1 6쪽
157 133. 사막 +1 23.06.02 32 2 4쪽
156 132. 광부 23.06.02 26 1 5쪽
155 131. 굴러온 돌 23.05.31 27 2 4쪽
154 130. 고문 23.05.31 29 1 7쪽
153 129. 북풍과 태양 23.05.31 31 2 2쪽
152 128. 강도 2 23.05.30 38 2 3쪽
151 127. 흡혈귀 23.05.30 39 2 4쪽
150 126. 애니메이션에서 흔한 23.05.29 38 1 3쪽
149 125. 마녀와 빗자루 +1 23.05.29 43 1 6쪽
148 124. 각오 X 결의 +1 23.05.27 48 2 8쪽
147 123. 1억 년 버튼 23.05.26 40 1 5쪽
146 122. 209℃ 와플 오디세이 23.05.25 77 2 4쪽
145 121. 안경 23.05.24 35 1 3쪽
144 120. 물음 23.05.24 40 2 4쪽
143 119. 뱀 23.05.23 52 1 2쪽
142 118. Ai 23.05.23 33 2 5쪽
141 117. 약 23.05.22 37 2 3쪽
140 116. 소환 23.05.21 37 2 7쪽
139 115. 뱃사람의 지혜 +1 23.05.21 55 1 5쪽
138 113. 전생자 4 23.05.20 75 2 4쪽
137 112. 과자의 집 +1 23.05.19 37 2 3쪽
136 111. 늑대와 양 23.05.19 68 2 4쪽
135 110. 산중 호걸 23.05.18 36 2 4쪽
134 109. 게임 판타지이기에 +1 23.05.18 29 1 10쪽
133 108. 암살 23.05.17 32 1 3쪽
132 107. 배달 23.05.17 41 1 5쪽
131 106. 현상금 사냥꾼 23.05.16 34 2 3쪽
130 105. 어둠의 자식들 23.05.16 37 1 2쪽
129 104. 마신 2 23.05.15 45 2 5쪽
128 103. 좋은 놈. 한가한 놈. 안 튀면 죽는 놈 23.05.14 31 1 6쪽
127 102. 버섯 23.05.13 34 2 4쪽
126 101. 복수 23.05.13 31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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