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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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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404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3.06.29 21:07
조회
40
추천
2
글자
5쪽

169. 도시지기 2 / 빵타지아

DUMMY

도시지기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온갖 초상현상을 은폐하는 해결사들.

해결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세상에 대형 이슈가 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거지, 사건 자체를 완전히 종결시키는 건 아니다.

자타공인 해결사인 그들이 손대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절대 해결되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풋내기 마법사들입니다. 노르웨이 놈들이 차원문을 만들다가 반대로 역류했어요."

"북유럽 마법사면 드루이드 아냐? 나무박이 놈들 말이야."

"인종차별 하나만 하기도 쉽지 않은데 단 한마디로 마법사, 드루이드, 인종차별을 한꺼번에 해내시는군요. 대단하네."


도시지기들과 긴밀한 협력관계인 머큐리 재단에서 온 요원이 조롱 섞인 감탄을 하든 뜨악한 표정을 짓든, 도시지기는 '사건'이 일어난 월세방 안으로 들어섰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빌라의 투룸.

하지만 손가락으로 벽지를 문대본 도시지기는 풋내기 마법사들이 무슨 짓을 한 건지 금방 눈치챘다.


"크림이로군."

"먼저 조사한 부하들 말로는 안방부터 거실까지는 전부 빵과 과자가 되었다네요."


수저는 막대사탕으로. 의자는 바게트로. 밥솥은 밥이 들어간 고로케로.

베란다에 몇 없던 식물마저 녹차 쿠키와 크래커가 되었다.

냉장고 문을 유심히 관찰하던 도시지기는 문을 여는 대신 주머니칼로 문을 일부 도려냈다. 문은 카스테라였으며, 안의 내용물은 색색의 차가운 젤리가 되어있었다.


"다른 초상현상을 제압할 때 들은 적이 있지. 분명 빵타지아라는 세계가 있다고. 거기엔 모든 게 빵과 과자로만 이루어져 있다더군."

"그쪽에서 뭔가를 불러내려다 잘못돼서 존재가 아니라 모든 게 빵과 과자가 되는 '섭리' 자체를 소환했다. 상부에는 그렇게 보고하면 될까요."

"그정도면 되겠지."

"역시 선생님을 부르길 잘했네요. 재단은 기술 쪽은 뛰어나도 마법으로 넘어가면 영 힘을 못 써서."

"그렇다 해도 뿌리는 같으니, 현장직과 사무직의 차이 정도라고 하는 게 맞겠지. 수습은 어떻게 할 셈이지?"

"별거 있겠습니까. 언론통제 하고, 돈 좀 쥐여주고, 노후되어 위험한 건물이라 한 다음에 헐어버려야죠. 마침 꽤 오래된 빌라라 일이 쉽겠어요."

"그래. 그러면 뒤처리는 됐다 치고······. 저건 어떻게 할 거냐."

"···저거라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씀해주시겠어요?"


머큐리 재단 요원과 도시지기는 서로에게 은근한 압력을 넣어가며 눈치를 봤다.

긴장하고 있는 건 하급 요원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의 지휘관급 두 명의 결정에 따라 '저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편의점에서 음료수는 뭘 얼마나 사와야 할지 결정될 테니까.


"그, 뭐라고 할까······."


도시지기는 저도 모르게 흘러내린 군침을 곤혹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빵타지아의 영향을 받은 건 다시 원래대로 돌리지도 못하잖아."

"그거야. 그렇죠."


모두의 시선이 쏠린 곳은 안방.

마법진의 잉크가 딸기잼으로 변한 공간.

빵타지아의 영향을 가장 짙게 받은 그곳에 있는 건 하다못해 작은 먼지마저 빵가루로 변해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법진을 그리고 가동한 노르웨이인 마법사 콤비는 그 옆에 있었다.

눈은 사탕. 머리카락은 물엿과 초콜릿. 살은 카스테라. 지방이 많은 부분은 슈크림. 뼈는 설탕 과자가 된 채로.


"건물은 철거하고 일부는 머큐리 재단에서 샘플로 가져간다 해도······."

"인건비도 무시 못 하니까요. 먹어서 치울 수 있다면 먹어서 치우는 게 좋죠."

"그······."

"···아, 씨. 짜증나게 냄새는 왜 또 달달해가지고선. 심지어 따끈따끈해서 식지도 않네. 온도 한번 재볼까요?"

"냅둬. 36도에서 37.5도 사이이면 괜히 더 찝찝해지니까."

"···아마 이런 식빵을 볼 기회, 다시 오긴 힘들겠죠?"

"아무래도 흔한 일은 아니지. 초상현상 처리가 일인 나도 처음 보는 거니까."

"어차피 샘플로 가져갈 것도 둘이고. 하나 정도는 맛을 보는 것도······."

"···그거, 식인 아니냐?"

"아아아! 말해버렸어. 이 양반. 기어코 말해버렸다고! 기껏 피하고 있었는데!"


뒤틀린 우주의 섭리에 휘말려 빵으로 변해버린 사람을 먹으면 그건 식인인가. 식빵인가.

온갖 괴현상을 겪어본 뒷사회의 주민들은 예상보다 달달한 괴이를 앞에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작가의말

사실 식인-식빵 드립은 전작에서도 쳤습니다만, 주체가 빵타지아 주민이 아니라 (전)사람이 되니까 살짝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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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173. 흡혈귀 3 23.07.03 33 1 6쪽
196 172. 사천왕 +1 23.07.02 30 1 9쪽
195 171. 현자 표류기 2 23.07.01 26 2 9쪽
194 170. 호위 +1 23.06.30 30 2 4쪽
» 169. 도시지기 2 / 빵타지아 +1 23.06.29 41 2 5쪽
192 168. 다큐멘터리 3: 기사돼지 +1 23.06.28 32 2 5쪽
191 167. 사제폭탄 23.06.27 45 1 3쪽
190 166. 꿀잠의 던전 23.06.26 30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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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160. 소환 2 23.06.19 29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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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144. 귀신의 집 23.06.09 30 1 7쪽
167 143. 마왕 2 23.06.08 26 1 8쪽
166 142. 완벽한 은하냉면을 만드는 방법 23.06.08 35 2 6쪽
165 141. 북풍과 태양 2 23.06.08 31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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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36. 별 23.06.04 33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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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34. 사막 2 +1 23.06.03 35 1 6쪽
157 133. 사막 +1 23.06.02 3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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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30. 고문 23.05.31 29 1 7쪽
153 129. 북풍과 태양 23.05.31 30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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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27. 흡혈귀 23.05.30 39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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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18. Ai 23.05.23 3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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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116. 소환 23.05.21 37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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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113. 전생자 4 23.05.20 75 2 4쪽
137 112. 과자의 집 +1 23.05.19 37 2 3쪽
136 111. 늑대와 양 23.05.19 68 2 4쪽
135 110. 산중 호걸 23.05.18 36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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