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복수
지구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고된 훈련을 닥치는 대로 받길 수년.
무시무시한 킬러 머신이 된 소녀는 마침내 원수를 궁지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궁지에 몰려 머리에 총이 겨눠진 원수는 엎드려 빌었다.
"제발 살려주게! 나에겐 두 명의 자식과, 첫사랑에게 주지 못한 러브레터가 남아 있단 말이다!"
"흐응. 그것참 풋풋한 목숨 구걸인걸. 갑자기 용서하고 싶어졌어"
"그, 그치? 그렇지? 역시 그렇지?"
총구가 슬며시 내려가자 원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때였다. 바로 이때였다.
소녀는 원수에게 달콤한 희망을 준 뒤, 무자비하게 빼앗았다.
"하지만 이 녀석이 용서할까?"
그러자 총이 말했다.
"잠깐만 보스. 나한테도 생각할 시간을 줘."
" "
"놈을 추적하면서 얻은 데이터에 의하면 이 녀석이 한 선행은 무시할 수 없어. 이 녀석의 후원이 끊기면 당장 문을 닫는 고아원도 있고."
"하, 하지만 내 복수는 어쩌고?"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그게 문제야. 그러니까······."
두근. 두근. 두근.
심장 소리만 들릴 정도의 긴장감이 흐르길 수 초.
원수의 부하들이 팝콘이라도 튀겨와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한 그때.
마침내, 총이 총구를 열고 말했다.
"여기서는 슈퍼 세이브를 쓰겠습니다."
"뭐? 여기서?"
"네. 여기서."
"큿.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원수와 원수의 부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외쳤다.
한편, 벌레 씹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던 소녀는 샷건을 뽑아 들며 고함쳤다.
"하지만 이 샷건이 너흴 용서할 리가 없지!"
그러자 샷건이 총구를 열고 말했다.
"예아 베이베! 탁월한 선택이야. 다 쏴 죽이자고!"
샷건이 불을 뿜고, 방 안에 비명과 빛이 범람했다.
훗날, 복수를 마친 소녀는 자서전에 이렇게 쓴다.
'복수할 때 무덤을 둘 파라는 말이 있다. 나쁜 말이 아니기에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근데 총은 둘로도 부족하다. 아무튼 많이 준비할수록 좋다.'
- 작가의말
예아 베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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