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안경
이 별에서 저 별로 여행하는 스페이스 카우보이.
일 때문에 변경의 별을 방문했을 때 그의 안경 앞에 펼쳐진 풍경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지옥이라는 단어가 어울렸다.
석유가 울컥거리며 올라오는 거무죽죽한 대지. 현란한 색채의 오로라가 드리워진 뒤틀린 황천. 초현실주의 화풍을 그림에서 빼내 세계에 적용한 듯한 식물들.
특히 공포를 자극하는 건 별의 선주민들이다. 별의 나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특하면서 효율적이게 진화한 그들은 언어화해선 안 되는 금기가 사람의 다리를 얻어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 ■■■. ■■ ■■ ■■ ■■ ■■■■■!"
선주민 하나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늘어놓으며 접근했다. 손에 들린 건 나뭇가지와 수상한 점액으로 만든 관.
자신들보다 덜 진화된 종에게 노예의 증표를 주고 부리려는 걸까?
겁에 질렸다면 그런 피해망상도 가능하겠지만,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동요하지 않았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우주의 프로페셔널.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대신, 잠깐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하고는 손끝으로 자신의 안경을 가리켰다.
육체를 활용한 원시적인 표현은 우주를 초월해 선주민을 이해시켰다. 우뚝 멈춰선 선주민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여섯 개의 관절로 구성된 팔을 움직여 우주 공항 근처의 가게를 지목했다.
가게는 무인으로 운영해 자판기밖에 없는 안경점이었다.
주된 상품은 당연히 안경.
그리고 사람의 인식을 왜곡해 거짓된 세상을 보여주는 인지 필터.
별에 맞게 조정된 인지 필터가 적용된 안경을 구매해 나오자, 스페이스 카우보이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대지에는 꽃이 만발했고, 푸른 하늘에는 몽환적인 기분을 느끼게 하는 오로라가 자기장을 따라 은은하게 일렁였다.
초현실주의와 미니멀리즘을 적절하게 섞은 식물들은 직관적인 곡선이나 부유하는 구체로 주변 풍경에 신비한 이미지를 가미하고 있었다.
모든 게 안정적이면서 낯선, 안정적이고 푸근한 세계.
시선 한쪽에서 쪼르르 달려온 자그마한 소년은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어서 오세요. 저희 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년의 손에 들린 것은 이곳의 식물을 엮어 만든 화관.
그들에겐 이방인을 환영하는 예법이었으며, 스페이스 카우보이에겐 별의 식물 샘플을 확보할 좋은 기회였다.
받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화관을 받았다.
스페이스 카우보이는 우주의 프로페셔널.
선입견 없이 우주를 여행하는 그에게 끔찍한 이형의 존재란, 아직 만나거나 대화해보지 못한 친구에 불과했다.
- 작가의말
see you space cow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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