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 귀신의 집
"저희 놀이공원은 언제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답니다!"
개장한 지 무려 100년이나 됐는데도 안전사고 하나 일어나지 않은 놀이동산의 사장은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가슴을 펴고 자랑했다.
"중요한 건 유지보수에 돈을 아끼지 않는 거죠. 기껏 시간을 내서 찾아와 주신 손님들께 나쁜 기억을 남겨드릴 수는 없잖습니까."
"흥행적인 측면은 어떻습니까? 안전만 신경 쓰다가 입장객이 줄어들면 그건 그거대로 뼈아플 것 같습니다만."
"좋은 지적입니다. 기자님. 물론 흥행도 중요하죠. 흥행이 되어야 유지보수할 돈도 나오니까. 그런 고로 기자님들. 이번 특집 기사와 방송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윙크까지 하며 능청을 떨어대자 취재진이 폭소를 터트렸다.
굳이 그가 말하지 않아도 취재는 순조로웠다.
오전 오후 두 번에 걸쳐 공원 전체를 도는 퍼레이드 행렬은 동심을 자극하면서 공원 전체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신비하고 낯선 분위기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최신스타일로 편곡된 놀이공원의 오래된 테마곡이 곳곳에 스며들었다.
사진기자들도 셔터를 누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디를 찍든 색채가 풍부해서 휴가철에 가족여행을 고려하는 부모들을 움직이게 할만한 사진이 잔뜩 찍혔다.
"응?"
취재를 이어가던 기자 중 하나가 시야 끝에 잡힌 '이질적인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사장님. 저 사람들도 공원 관계자인가요?"
손으로 지목한 건 종교인으로 추정되는 무리였다.
다만 그 구성과 들고 있는 물건이 수상쩍다.
사제복을 입은 신부는 등에 커다란 십자가를 짊어졌고, 승복을 입은 중은 고리가 잔뜩 달린 석장을 앞세워 걸었다.
거기까지는 소품이 조금 과한 종교집단 정도로 흘려넘길만하다. 부처와 예수가 평일을 맞아 주말에 쌓인 피로를 풀러 왔을지 누가 아는가.
근데 거기에 꽃갓을 쓰고 붉은 무복을 입은 채 방울을 흔드는 무당. 하얀 상의에 붉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끝에 종이 장식이 달린 막대를 흔들며 축문을 읊는 일본식 무녀도 있었다.
그뿐이랴.
도복을 입고 관을 쓴 채 수중의 부적을 헤아리는 도사. 곰 가죽을 걸친 채 염료를 써서 몸에 문신을 그리는 드루이드. 터번을 쓰고 휴대용 향로에 향을 피운 채 신비한 비문을 읊는 힌두교의 구루까지 보였다.
종교 지식이 있든 없든. 그 무리를 발견한 모든 기자가 똑같은 생각을 했다.
'컨셉 너무 난잡하지 않아?'
취재진의 당혹감을 정확히 읽어낸 사장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 그렇군요. 마침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니 따라가서 한번 보실까요?"
"뭐, 뭐를 말입니까?"
"종교인이 단체로 의식준비를 하러 가는 게 기도와 예배, 그리고 또 뭐가 있겠습니까?"
"그, 글쎄요······?"
"하하. 기자님들도 참. 퇴마인 게 당연하잖습니까."
아니아니.
그런 수퍼네추럴한 건 당연하지 않아.
취재진은 앞장서서 가는 사장 뒤에서 고개를 젓거나 손사래를 치면서도 그 딴죽만큼은 간신히 목 아래로 억눌렀다. 그들은 콩트가 아니라 취재를 하러 온 거니까.
***
사장을 따라 종교인의 뒤를 쫓은 끝에 취재진이 도착한 곳은 귀신의 집이었다.
대낮인데도 유독 어두운 건물 안에서 벌어진 일은 어떤 기자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만큼 대혼돈이었고, 생소한 경험이었으며, 초상현상의 퍼레이드였기 때문이다.
"바벨······!"
주문과 비명과 축문과 주언과 비명과 섬광과 성수가 난무하는 가운데 한 기자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다른 기자들도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탑을 만들어 신에게 도달하려 했던 교만한 인간을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의 언어를 찢어 나눴다고 하는 장소.
귀신의 집 안은 그 바벨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온갖 언어가 뒤섞였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히브리어, 라틴어, 산스크리트어, 영어 등등.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진입한 채로 구사하는 방언에 이르러서는 언어 이전에 사람의 입으로 나오는 발성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로 넋을 나가게 하는 건 광란의 합동 예배가 아니다.
"갸아아악! 이 빌어먹을 종교쟁이들이!"
"저주한다! 자손 대대로 저주할 테다!"
"귀신의 집이라고 들어서 이사 왔을 뿐인데!"
"마마! 우어어억!"
"난 죽고 싶지 않아요!"
"아예 귀신이 되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맘마미아! 맘마미아!"
"파리떼의 왕이 자리를 준다고 했어. 나한테, 나한테!"
"부동산 업자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전세 사기야! 개새끼들아 이거 전세 사기라고!"
" "
취재진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손가락 끝을 귀신들을 향한 채로 말없이 사장을 바라봤다.
인터뷰가 필요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풀이해줄 고위 관계자의 오피니언이 절실했다.
요청이 쇄도하자 사장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답했다.
"건물이 100년이나 되고 이름도 귀신의 집이라서 그런가, 아무리 보수해도 귀신이 여기서 살려고 끝도 없이 오지 뭡니까."
" "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계 각지에서 영험하다 알려진 퇴마사분들을 불러 정기적으로 퇴마의식을 하고 있지요."
" "
"귀신 제로. 안심하고 비명지를 수 있는 귀신의 집! 처음에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놀이공원은 언제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답니다!"
" "
"네 맞아요! 돈은 종교도 하나로 만드는 겁니다! 돈의 사용을 올바르게. 사람에게 이롭게. 세상을 평화롭게! 놀이동산을 행복하게!"
" "
"아, 지금 꺼 캐치프레이즈로 괜찮지 않았나요? 기사에 넣어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한편, 퇴마는 마무리 단계에 도달해 각 종교의 퇴마사들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저마다의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저건 저도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는데 퇴마진이라고 해서······."
사장은 성실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땐 이미 초상현상 대축제를 감당하지 못한 취재진 대부분이 기절해 쓰러져서 취재가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100년 전통의 놀이공원은 오늘도 정상영업 중.
이곳에 있는 귀신의 집은 귀신 성분 제로. 수많은 종교계 퇴마사들이 보증한 고스트 클린 존이니, 빙의당할 걱정 없이 마음껏 비명을 지르자.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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