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버섯
"큭큭큭. 노부(老夫. 노인이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1인칭 대명사)에게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한때 마교 독공의 고수였으며, 지금은 시골 영지 아센의 전생자 마을에서 마녀의 딸로 전생한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 판타지 세계는 미지의 독초가 지천으로 널린 보물창고. 독을 다루는 무공을 기초부터 확실하게 다시 수련하면서 새로운 독도 연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꿈과 기대가 부풀었다.
"이유식만 먹은 지 어느덧 2년. 3살이 된 노부라면 고형물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을 터!"
어느 정도 뛰어다닐 수 있는 몸이 갖춰진 이 날, 집을 몰래 빠져나온 그녀는 숲에서 색이 유독 화려한 버섯을 따서 집으로 돌아왔다.
특히 기대되는 건 붉은 빛이 위협적인 사슴뿔 모양의 버섯이었다.
대충 봐도 치명적인 독을 내포하고 있을 것 같은 버섯.
체내에서 독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마공 '신록순례(新綠巡禮)'의 비결을 아는 그녀에게 독이란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자신의 신체를 강화하는 영약이 된다.
···그랬을 터인데.
"어라. 왜 독이 안 늘지."
"왜냐면 현란의 숲의 땅에서 자라는 버섯은 효능이 전부 반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란다. 숲 깊은 곳에 갑옷의 현자가 만든 반전술식이 매장된 탓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진짜 원인은 불명이고."
"삐끼약! 마, 마마님?"
"후후후, 뛰어다닐 수 있게 되자마자 엄마 일을 도우려 하다니, 우리 딸 아주 기특한걸?"
무림계 전생자에게서 배운 천라지망을 펼쳐 딸의 행동을 처음부터 감시하고 있던 마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딸의 버섯 바구니를 받아들더니, 능숙한 솜씨로 채소와 소스를 버무려 식탁에 내었다.
"자, 아침은 버섯 샐러드란다. 이유식 외의 음식은 오늘 처음 먹지?"
"우우, 대체 뭐람. 현란의 숲이니 갑옷의 현자니······. 음?"
반찬 투정 대신 세계관 투정으로 아침 식사를 시작한 독공 전생자는 눈을 번쩍 떴다.
혀가 아려왔다. 소스가 매웠던 건 아니다.
전신이 경직되는 것 같은, 번개가 내달리는 강렬한 맛.
독공 전생자는 급히 신록순례를 운용한 뒤, 눈을 빛내며 버섯 샐러드에 대한 감상평을 내놓았다.
"이 맛은! 마비독이구나!"
"어머나. 적응 속도가 빠르구나."
마녀는 얼굴에 사악함과 자식을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을 드러낸 채 활짝 웃어 보였다.
"맹독나방의 분말과 시체 벌의 꿀을 졸여서 만든 소스란다. 원래라면 조금씩 늘리려 했는데, 역시 내 딸이야."
"맛있어. 마마님. 더 주셨으면 합니다. 예요!"
과하면 독. 적정량이면 약. 남용하면 마약.
마을의 약제사를 겸하기에 온갖 독의 내성을 갖춰야 했던 마녀는 기쁜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딸을 위해 만든 특제 독을 샐러드 위에 듬뿍 뿌렸다.
이곳은 전생의 기억을 가진 자가 태어나거나 빙의되는 경우가 잦은 전생자 마을.
이 마을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부모와 혼의 상성이 잘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편, 독이 들어간 요리를 딸이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지금껏 평온한 식탁을 누려왔던 마녀의 남편은 공포에 떨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파파님. 해우소에서 주무시는 건 건강에 안 좋다고 보는데요?"
"괘, 괜찮단다 얘야. 흐읍···! 아빠는 건강을······. 오옷. 이렇게 지켜왔, 거든. 오고고곡······."
"흐음. 설마하니 해우소에서 연공 하는 발상이 있었을 줄이야. 세상은 정말로 넓구나. 예요."
"뭐, 뭔가 말했니 얘야······? 흐읏······!"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하오면 파파님. 좋은 밤 되시어요."
"그래. 우리 딸도 좋은 밤······. 아흐읏. 되려무나······!"
저녁으로 앙증맞은 보라색 버섯이 들어간 스튜를 받은 남편은 그날 밤을 화장실에서 보내야 했다. 엄습하는 복통과 의무방어전이 예정된 미래에 안색이 창백해진 남편은 끝없는 절망만을 느꼈다.
- 작가의말
※ 본 회차는 식품위생법을 준수한 환경에서 작성되었습니다.
※ 착한 무림인은 따라하지 마세요.
※ 물론 일반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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