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좀비 식당
요리는 지지리도 못하는 주제에 푸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 미묘한 야망을 품은 형제가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첫 사업은 완벽하게 망했다. 그나마 돈의 흐름에 민감한 동생이 적절할 때 사업을 처분하지 않았다면 빚더미에 올랐을 것이다.
패배의 쓴잔을 마셨지만, 형은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둘 다 사업의 기본이 될 요리 실력을 향상할 생각이 1도 없었다는 점이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형? 미처 처분 못 한 고기도 썩어가고 있는데."
"썩은 고기······. 그렇지! 동생아, 아센에 좀비가 많이 사는 마을이 있다지 않아?"
"시골 영지의 불사자 마을 말이야? 설마하니 형. 좀비한테 썩은 고기를 팔려고?"
"어차피 죽은 녀석들이잖아. 요리에 호두만 몇 개 넣어주면 충분할 거야."
"하지만 좀비한테 팔아서 돈이 될까?"
"후후후. 좀비한테 받아내는 게 아니야. 다른 식당에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을 받아내는 거지."
"그건 좀······."
동생은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대놓고 음식물 쓰레기를 팔겠다는 악마적 발상에 경악한 걸까?
"그건 좀 천재 같은걸! 음식물 쓰레기를 돈 주고 팔겠다는 사람들이 엑셀리온에서 트라센티아까지 줄을 설 거야!"
"하하하! 이제야 형님의 진가를 알았느냐 동생아! 뭐, 아무래도 순수왕국까지 줄이 늘어진다는 건 과장이 심하지만."
우애가 돈독한 형제는 앞으로의 미래가 토사물 냄새나는 돈길이라고 확신했다.
***
"두 달 후!"
아센의 초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광물 인간이 다짜고짜 외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3주 후.
"문 열어 새끼야!"
"돈독이 오른 것도 정도껏이지. 아무리 좀비라도 음식물 쓰레기를 주면 먹겠냐!"
"나와! 엑셀리온 수도부터 트라센티아 수도까지 니놈들 창자로 길을 만들어 줄 테다!"
"안 될 거 같아? 토막토막 자른 다음에 회복마법으로 이어 붙여서라도 만들 테다! 물론 신경도 연결된 채로!"
"여기 고대 흑마술 익힌 좀비만 다섯이야 새끼들아! 어디 도망갈 수 있으면 도망가 봐라!"
"아무리 미각이 죽었어도 시각은 살아있어! 심지어 눈알 없는 스켈레톤도 앞은 보인다고!"
"형 왔다. 13초 준다. 당장 문 앞으로 튀어나와라. 정확히 13이다. 12초, 14초 그딴 거 없다. 3초 서비스 준 걸로 감사히 생각해라. 니들 오늘 존내 맞는 거다. 그냥 존내 맞는 거다."
"마교보다 악독한 놈들아! 마교도 밥가지고 장난은 안 쳤어!"
"누가 진짜 바이오하자드냐! 우리가 바이오하자드다! 우리가 군단이다!"
"네놈들은 호두를 모독했어! 견과류는 딱딱한 맛에 먹는 거야. 질퍽하게 썩은 고기가 식감을 다 망쳤단 말이다!"
"옆집 돼지한테 줬더니 침을 뱉으면서 웃어대더라! 우리가 개돼지만도 못한 걸로 보였다 그거지? 어?"
"빨리 튀어나와!"
"you shall not live today!"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어!"
"못 할 거 같아? 너 좀비가 우습게 보여? 하긴! 우습게 보였으니 음식물 쓰레기를 요리랍시고 팔았겠지!"
뭐, 당연한 일이다.
좀비라 해도 이성이 온전히 남아서 술자인 네크로맨서나 창조자인 과학자와 연봉협상을 하고, 매년 다른 헤어스타일을 추구하며 머리에 꽃씨를 심는 스타일리스트가 아센의 좀비들이다.
좀비 전용 식당이라길래 기대했건만 정작 돼지 사료로도 쓰지 못할 것들이 요리라고 나오자 좀비들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격노했다. 쓰레기 위에 앙증맞게 장식한 호두는 좀비들의 식욕 대신 분노를 촉진했다.
어찌나 분노했는지 이미 오래전에 멈췄던 혈관이 불뚝이면서 혈액을 공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생물학적 재난.
의도치 않게 시골 영지 최대 규모의 바이오하자드를 일으킨 형제는 가게 안에서 부둥켜안은 채 공포에 떨었다.
죽은 소의 몸뚱이에 자기 머리를 접목한 카우좀비가 돌진 공격으로 문을 박살 낼 때까지 남은 시간. 앞으로 13초.
- 작가의말
오늘의 교훈 ― 잔반 처리는 뒤탈이 생가지 않도록 깔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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