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마녀를 물에 또 던져라
"마녀를 물에 던져라! 가라앉으면 사람이고, 떠오르면 마녀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지시를 들은 사람들은 밧줄로 팔다리를 묶은 아이들을 주저 없이 호수에 던졌다.
비명을 지르며 물에 던져진 건 모두 합쳐 서른 두 명.
팔다리를 묶은 탓에 헤엄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물에 던져진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어른들은 없었다.
마녀를 잡기 위해 사람의 정마저 팔아버린 걸까?
분명, 마녀에 대한 인식이 나쁘고 여전히 지역혐오가 만연한 곳에서 온 사람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시골 영지 아센.
마녀 육성 코스가 있는 아카데미.
체내에 정련한 마력 초끈 때문에 자연스레 부력을 얻은 젊은 마녀들은 의식하지 않아도 물 위에 떠올랐다. 그중에서 재주가 좋은 몇몇 학생은 스스로 포박을 풀고 물 위에서 탭댄스와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였다.
사회를 맡은 아카데미 교사는 확성기를 들고 선언했다.
"이것으로 미스트토닉 아카데미에서 마녀 교육과정을 수료한 32명이 전원 국가 공인 마녀가 되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마법으로 왕국을 더욱 살기 좋게 만들 마녀들의 미래에 박수를! 축복을!"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곳곳에서 우렛소리가 범람했다.
박수 소리다. 아센의 영주도, 사냥꾼도, 골렘도, 골렘의 아이들도, 네크로맨서도, 과학자도, 고양이도, 곰도, 무림에서 전생한 아이들도, 양아치 엘프도, 트롤도, 마법사 농부도, 그의 딸이자 마녀 입문 코스를 수강 중인 라일라도, 같은 코스를 수강 중인 그녀의 친구이자 몰락 귀족의 딸인 달리아도 아낌없는 박수로 학생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마녀를 재판하던 풍습이 다른 지방에서 축제의 마스코트 걸을 뽑는 척도로 쓰이듯, 아센에서는 마녀 과정을 전부 수강한 졸업생이 마녀임을 증명하는 행사로 쓰인 것이다.
이곳에 혐오와 편견과 차별은 없었다. 넘쳐나는 건 미래를 향한 박수와 축하. 악습이었다 해도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의도가 선하다면, 세상에는 축복이 가득한 게 당연하다.
"푸헷취!"
"드래곤 로드가 재채기했다!"
"브레스! 피해욧! 구석으로!"
"하늘에서 불이 쏟아진다!"
"아니야 멍청아! 저건 마그마야!"
"아뜨! 아뜨! 아뜨뜨뜨!"
"마즈으으으!"
"미, 미안하구만. 하지만 드래곤이라도 꽃가루 알레르기엔 약하다고. 훌쩍."
"아미! 무당! 대협들이여! 드디어 때가 왔도다. 사악한 용을 몰아내고 이 땅에서 협을 실천하세나!"
"누가 전생자 마을 애새끼들 좀 붙잡아봐!"
"꾸어엉!"
"크으윽. 이 빌어먹을 모험가 곰탱이가!"
"너무 폭신해서, 힘이 빠진다아······."
"분하다. 어린애 몸으로는 이렇게 푹신한 털을 견딜 수가······. 쿠울······."
···뭐어, 취지가 선하든 악하든 안전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나지만 말이다.
교류차 행사에 참석했던 드래곤 로드가 재채기하는 바람에 영주 일가가 있던 천막은 전부 타버렸다.
뿐만 아니라 전생자 마을의 무림 전생 트리오가 날뛰는 등의 자잘한 소동이 일어나기는 했지만, 용케도 부상이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곳은 맑고 시끌벅적한 하늘 아래의 시골 영지 아센.
특산품은 성검 아래서 자라나는 석재와 관련 굿즈. 락 페스티벌. 그리고 다른 세계의 기억을 가진 전생자들.
계절에 따라서는 튜버경이 직접 전수했다는 루머가 있는 은하냉면도 평판이 좋다.
최근에는 창염화라는 이름의, 바람에 맞춰 파란 불꽃잎을 흔들면서도 화재는 일으키지 않는 신비한 꽃이 인기.
제법 독특한 색을 가진 시골 영지는 오늘도 일상이 된 혼돈 속에서 평화로웠다.
- 작가의말
이거 다른 영지였으면 벌써 터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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