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광부
광산 감독은 곤란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채굴 인원이 부족하다고 회사에 안건을 올렸더니 회사가 광고를 내고 광부를 모집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모집된 인원은 만족스러운 숫자가 아니었다.
광부 부족 현상은 용사의 시대에 들어선 뒤로 인류왕국에서 흔히 보이는 일이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 대부분이 그렇듯, 이번 일도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현자와 연관이 있었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대우를 개선해주지 않으면 광물을 캐지 않겠어!"
"그래? 그러면 농부라도 고용하지 뭐."
"광부가 파업하는데 농부를 왜 불러?"
"마법으로 곡식이나 나무에서 광물이 자라게 하면 되니까."
" "
···이런 식이었다.
그런 현자의 시대가 지나고 용사의 시대에 폭발한 광부들은 이윽고 자신들을 '드워프'라 칭하고, 거대광맥의 지하에 노동자를 위한 공화국을 만들었다.
드워프 공화국으로 빠져나가는 인력 누출은 현재도 진행 중.
처음부터 노동자들의 중요성을 알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지방 영주들은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
반면 감독이 속한 수도권 근처의 광산이나, 광물 농경지나 현자들이 관리했던 대형 광산 도시 같은 곳은 치명적인 피해를 면치 못했다.
감독도 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최대한 참아왔던 거지만, 이젠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에 본사에 추가 인력을 요청했던 것이다.
50명을 요청했으나 본사에서 온 인원은 반도 채 되지 않는 15명.
그리고 마른 체격인 음유시인이 하나.
억지로라도 곡괭이를 들릴까 했지만, 감독의 눈에는 도저히 광부 일이 가능한 체격으로 보이지 않았다.
범죄자를 강제노역으로 보낸 건가 싶기도 했지만, 이 또한 아니었다. 음유시인은 정식으로 본사의 의뢰를 받고 파견 나온 인물이었다.
"이것들이 사무실에만 처박혀 있다 보니 현장 업무가 개좆으로 보이나."
본사에 찾아가 인사 담당자를 곡괭이로 쪼개버릴 충동을 간신히 참아낸 감독은 몹시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한 채 음유시인에게 곡괭이를 내밀었다.
"거······. 어쩌다 선생이 여기 온 지는 모르겠는데,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한번 해보슈. 무리는 안 시킬 테니."
감독으로서는 최대한 선심을 써준 거였으나, 그의 호의는 음유시인에게 조금도 닿지 않았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이거면 충분하니까요."
" "
들어 올려 보인 건 헤드머신 위에 사파이어가 달린 통기타.
감독의 얼굴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붉어지고 이마며 눈가며 목에도 핏대가 불뚝불뚝 솟았으나, 음유시인은 여전히 태연했다.
"하하. 걱정 마시고. 바로 보여드리도록 하죠. 광산으로 갑시다."
"이 씨발 뭔."
자연스레 욕이 나올 정도로 격노한 감독이었지만, 반대로 음유시인의 자신감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궁금했기에 여기서는 순순히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
잠시 후, 광산 갱도 안에서 제법 넓은 공터까지 걸어간 음유시인은 기타를 들고, 헤드 위의 사파이어에게 말했다.
"노래하렴. 사파이어야."
본격적으로 연주가 시작되었지만 음유시인은 다른 음유시인과 달리 노래하지 않았다. 그저 연주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특별한 가수가 있었으니까.
푸른 빛의 사파이어. 광물 인간 셰이프가 그의 작은 가희였다.
사파이어 셰이프는 주변에 걸린 랜턴과 대조적인 푸른 빛을 공터에 흩뿌리며 활기찬 감정의 형태를 노래했다.
"파도를 타고 찾아온 물거품에♪
아직 만나지 못한 너를 그려♪
물거품아 전해주지 않겠니♪
Hello Hello Hello♪
수평선 끝에 보내는 인사를♪"
광산에서 노래를 불러서 뭐 어쩐다는 걸까.
감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변이 일어났다.
"오, 안녕!" "오, 안녕!" "오, 안녕!" "오, 안녕!" "오, 안녕!"
" "
갱도 곳곳에 매장되어 있던 광물들이 무더기로 불쑥 나와서 인사를 건넸다.
갓 태어난 셰이프들은 광산 한쪽에 세워진 놀이터에서 며칠 동안 놀면서 적당한 수준의 감정을 쌓은 뒤, 광산으로 돌아가 그 감동을 노래했다.
자신의 감동을 다른 광물에게 전한 셰이프는 힘을 잃고 다시 광물로 돌아간다. 광부들은 이를 주워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유일한 예외는 음유시인이 가지고 있던 기타 위의 사파이어였다.
음유시인을 파트너로 인정한 사파이어 셰이프는 감동을 전하고 돌로 돌아가는 대신, 그와의 교감을 통해 마음의 힘을 회복했다.
그리고 노래했다.
친구와 공유한 시간이란 기적에서 비롯된 감동에 감사를 담아서, 몇 번이고.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음유시인이 찾아간 광산에서는 서서히 곡괭이 소리가 줄어들었다.
대신 광산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광물이 함유된 미세먼지에 폐를 다치는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의 광부들은 새로 태어난 셰이프들과 놀아주는 것만으로 생업에 필요한 양의 광물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훗날, 셰이프 마이스터라 불리며 대지와 교감하는 광산 가수들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 작가의말
"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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