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 닥터피시
"오, 안녕!"
어느 깊고 깊은 계곡의 작은 샘.
모든 셰이프들이 그렇듯, 느긋하게 삼림욕을 즐기고 있던 이 광물 인간은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찾아온 사인조에게 활기차게 인사했다.
사인조는 악의 없는 인사를 무시할 만큼 무례한 족속이 아니었다. 그들은 말에서 내리는 것으로 적절한 예를 갖춰 인사했다.
"안녕하신가 작은 옥석 친구! 나는 죽음이요!"
"나는 전쟁이니!"
"나는 역병이고!"
"나는 기근이라! 듣기로는 여기 물이 깨끗하고 좋다던데, 사실인가?"
"응! 시원하고 깨끗해! 닥터피시도 잔뜩 살고 있어!"
"과연. 더위를 잊기에 딱 좋은 곳이로군."
"지옥 꼰대들이 근신하라 했으니까, 이번 여름은 이렇게 조용히 보내야지 뭐."
"염라대왕하고 하데스야 원래 성격이 그랬다지만, 사탄하고 사신까지 화낼 줄은 몰랐는데."
"묵시록의 사기사도 미팅이나 야식 먹으러 나갈 수도 있지. 너무하다 싶어."
상류에 과일을 담은 망을 묶어둔 채 물에 들어간 사기사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역병이 말이 없어지자 전쟁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역병. 원래 네가 가장 말이 많잖아."
"역병이 원래 말도 많고 탈도 많지."
"역병이라면 내 옆에······."
죽음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옆자리에 역병은 없었다.
대신 거기에는 무지막지한 숫자의 닥터피시 무리와, 역병의 수영복이 둥둥 떠 있었다.
"꺼억."
" "
"뭘 보슈. 닥터피시가 식사하는 거 처음 봐?"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옥석 셰이프가 활기차게 말했다.
"닥터피시는 각질 같은 오염되고 죽은 세포를 먹고 살아!"
***
한편 같은 시각.
지옥.
또 다른 이름은 가장 먼 땅.
"어······."
잠깐 눈을 감은 사이에 닥터피시 떼에 온몸을 뜯어먹힌 역병은 한층 매끈해진 알몸을 한 채 눈을 떴다.
"얘들아······? 기근? 전쟁? 죽음아?"
"꺄아아악! 변태야!"
"누, 누가 변태라는 건가!"
"어이어이. 서큐버스 클럽은 두 블록 위라고."
"아니, 저기······."
"아무런 복선도 없이 옷을 벗다니. 참으로 음란한!"
" "
"모두 모여! 지옥의 슈퍼스타 역병 씨의 스트립쇼가 시작된다고!"
"시작할까 보냐!"
"팬이에요! 사인해줘요!"
"안 한다니까!"
"그런 심한 말을······!"
"그렇다고 울 건 없잖아······."
"저놈이 어린 악마를 울렸다! 이 악마 같은 놈!"
"오, 오해다! 그리고 악마는 너희잖아!"
"야! 다짜고짜 벗는다고 다 야한 게 아니야. 부끄러움과 의복으로 감싸여진 미지에 대한 상상. 그런 빌드업 이후에 이뤄지는 개방감이야말로 참된 에로함이란 말이다!"
"시, 심오하군······."
"그러니 용서할 수 없다 꼴알못 자식. 불법 버스킹은 신고다!"
"공연 음란죄는 아니구나."
"뭐, 아무래도 지옥이니까. 다 벗겨서 탕에 던지는 구역도 있고."
"오우."
그리하여, 불법 노상공연이란 죄목하에 역병의 근신 기간이 늘어났다.
- 작가의말
예상은 했지만 노벨피아 이벤트 참가중인 작품을 우선시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소홀해져 버리네요;;;
짧은 글인데도 늦어져서 죄송하고, 기다려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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