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북풍과 태양
어느 날, 북풍과 태양과 머리 다섯 달린 용이 여행자의 외투를 벗기는 걸로 내기를 벌였다.
"잘 보라고. 힘이야말로 파워다!"
북풍이 온 힘을 다해 바람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태양은 태연했다. 이야기의 흐름 상 먼저 시도한 북풍이 실패하고, 자기가 게임을 끝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교만한 태도였지만 어찌 보면 태양다운 발상이었다. 플롯 적으로도 이솝 우화를 모범적으로 따라가는 논리였다.
근데 뭐······.
그건 이솝 우화의 이야기고.
"우와아아아악!"
강풍에 올백 머리가 되었던 여행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버텼지만 무리였다. 근처의 나무가 뿌리째 뽑혔으며, 외투는 물론이고 속옷까지 찢어져 바람에 나부꼈다.
바람만 불지 않았다면 좋은 날씨였겠지만, 운이 나빴다. 하필이면 이 좋은 날에 북풍과 태양이 내기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하에 숨게 해줘어어어어!"
그게 문장으로 말한 마지막 말이었다.
"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옷이 걸레짝이 된 여행자는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 "
" "
태양과 머리 다섯 달린 용이 사태를 따라잡지 못하고 눈만 끔뻑거리자, 북풍은 번갯불로 붙인 권련을 입에 대며 거만하게 말했다.
"야, 뭐하냐. 돈 내야지 돈. 내기하던 놈들 다 죽음?"
아니 시발 우리 차례는.
태양과 머리 다섯 달린 용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그걸로 항의할 수는 없었다.
시작하자마자 성공적으로 외투를 날려버린 건 북풍이다. 게임에서 승자의 말은 절대적. 두 패배자는 제힘을 발휘해보지도 못한 채 지갑을 열어야 했다.
- 작가의말
밖으로 나간 순간 끝났어 ♪
날씨는 좋은데 앞으로 갈 수가 없어 ♪
바람이 너무 세서 죽었습니다 ♪
정기 정기 정기적으로 올백 ♪
예. 보시다시피 강풍 올백 + 북풍과 태양입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