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과자의 집
그 마녀는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인지 인류왕국 왕가로부터 전해지는 패왕류를 수련한 남매가 영역을 침범한 탓이다.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어째서 무시무시한 내공을 수련한 고수들이 왜 온 걸까.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중요한 마법 솥만 들고 부리나케 달아난 그녀로선 재난이 왔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석은 못 해도 대책은 세워야 했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두 번 일어나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과자 외의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마법은 빵과 과자의 세계인 빵타지아의 근원에서 힘을 빌려와 구현하는 마법. 마법을 이용해 집을 지으면 필연적으로 달콤하고 맛있는 냄새가 봉화처럼 피어오른다.
"그렇다고 나무로는 못 지어······. 손재주가 없단 말이야. 히잉."
무언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때, 마녀의 눈에 우연히 버섯이 들어왔다.
새빨갛고, 하얀 점이 군데군데 박혀있는 화려한 버섯.
그걸 보고 마녀는 생각했다.
"그래! 과자에 독을 바르자! 아무도 먹지 못하겠지!"
좋은 발상이라며 자화자찬한 마녀는 빵타지아의 힘을 빌려 과자집을 짓고, 솥에서 추출한 독버섯 진액을 과자의 집 벽이며 바닥에 코팅했다. 빵 위에 꿀과 설탕을 바르듯, 정성스레.
진액을 발라 광택이 나게 된 과자의 집은 전보다 맛깔나 보였다. 물론, 그 화려함 뒤에는 맹독이 숨어있었다.
"좋아. 이젠 누가 와도 안심할 수 있어!"
반짝이는 새집에 만족한 마녀는 방긋 웃어 보이고는 솥에서 갓 만든 따끈따끈한 와플에 메이플 시럽을 발라 늦은 저녁을 해결했다.
그 뒤에는 크래커로 프레임을 짠 푸딩 침대에 몸을 파묻고 얇은 크레이프 이불을 덮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아직 열 아홉 살밖에 안 된 젊은 마녀에게 하루 만에 집을 만든다는 건, 마법의 힘을 빌렸다 해도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
다음날.
마녀는 곳곳이 붉게 변한 피부를 긁적이며 고통과 함께 일어났다.
"으으, 가려워! 어쩐지 혀끝이 저릿하고······. 어떻게 된 일이지?"
가려움의 원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벽이며 바닥에 코팅해둔 독성분이 밤새 그녀의 피부에 스며든 것이다.
만약 근처 영지에서 단속을 나왔다면 무허가 건축이 아니라 식품위생법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위반으로 즉시 철거되었으리라.
당장이라도 집을 버리고 독과 멀어지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새집증후군인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아이는 의욕은 있으나 약간 머리가 모자란 마녀.
자신이 셀프로 독에 절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이 가여운 마녀는 만독불침의 경지에 도달할 때까지 가려움과 온갖 통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뭐, 자업자득이란 녀석이다.
- 작가의말
사람은 어떤 지옥 같은 환경에서도 죽지만 않으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생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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