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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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행운
내가 익힌 탱그리의 마법서 내용과 거의 흡사했다.
그것을 쉽게 파악했냐 하면 스킬 중첩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익힌 스킬 코스모 둠과 데엑마 본연의 기술 코스모 둠이 따로따로 있었다.
내 기억에 기록된 기술과 데엑마의 기술은 분리 저장되어 있기에 구분하기도 쉬웠다.
일단.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대한, 알수 없는 의심의 고리들은 잠시 묻어야 하겠다.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쓸만한 기술이 있나 차근차근 살펴봤다.
여기 온 악마의 기술은 다양했다. 농담 삼아 잡스럽다고 했으나 진짜 잡스러운 것이 대부분이다. 씹어 먹은 악마들이 가진 대표적 기술이 모두 들어왔다.
마치 처음부터 내가 익힌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매리트다.
'이것 봐라?'
시냅스를 살펴보다 또 알게 된 것인데 내가 먹은 악마의 권능도 그대로 들어왔다는 것이다.
악마의 권능은 원래 악마당 하나씩이다. 가령 루시퍼가 오만의 권능을 가진 것처럼.
제아무리 지옥의 제왕이라고 해도 권능을 몇 개씩 가질 수는 없다. 물론 아티펙트를 이용한다든지 다른 방법을 사용해서 가능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건 매우 매우 비효율적이다.
하나만 정해서 모으는 것도 빡센데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모은다는 것은 말하기야 쉽지.
또 권능은 섞이지 않으니 그릇 또한 여러 개를 장만해야 하는데 과연 이걸 할 수 있는 악마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 봐라. 내가 먹은 악마의 권능이 그대로 살아 있다. 데엑마 자체 권능이 워낙 강해 처음엔 긴가민가했는데 살펴보니 확실히 권능이 늘어나 있었다.
내가 씹어 먹은 악마의 스킬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다. 도대체 무슨 원리인지 모르겠다.
원래 데엑마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무슨 다른 사고를 쳐서 변형된 건지는 모르겠다.
루시퍼의 웜홀을 따라가다가 놓쳤는데 해 보니 어떻게 따라 할 수는 없었다.
이젠 루시퍼도 뭔가 잘못됐음을 확실히 느꼈을 거다. 다시 확인하러 올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그런데도 이 평온함은 뭐지? 감정이 마치 사라진 것처럼 들뜨는 것도 없고 긴장도 없고 산만하지도 않다.
마치 해탈한 부처처럼 마음이 파문이 없는 수면과 같았다.
천천히 악마들의 스킬을 살폈다.
딱히 내가 쓸만한 공격기는 없었다. 그들이 가진 것을 다 합해도 탱그리의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기존에 내가 쓰던 힘과는 이제 레벨 자체가 달랐다. 오히려 잡다한 기술에 눈이 더 갔다.
그중에 꽤 괜찮은 것 같은 스킬을 발견했다.
'트랜스모포시스 오브 이터널'
라틴어를 영어로 옮기면 저런 식의 스킬 이름인데 대상의 모든 것을 카피하는 스킬. 단순 카피가 아닌 신체 능력은 물론 기억까지 포함해 생명체 하나의 본질은 물론 경험치까지 카피하는 기술이다.
즉시 사용해 보았다.
거대한 크기가 순식간에 줄어든다. 당연히 권능의 힘으로 가능하겠지만.
'됐다.'
정동혁 원래의 나로 돌아왔다.
키 175cm의 인간 정동혁으로.
설마 이게 가능할지 싶었는데 가능할 줄이야.
알몸인 것은 변함이 없는데 내가 내가 될 수 있어 상당히 기뻤다.
데엑마가 준 것인지 아닌지 이제 데엑마가 아니다. 나 정동혁이다. 아라곤 폰차일드.
데엑마는 이제 우주 어디에도 없다. 나는 나다.
피부 색깔도 원래대로 그 색깔 그대로 돌아왔다. 아마도 스킬의 능력 때문으로 보인다.
【신호 연결 감지 재부팅 합니다.】
'앗!'
언노운!
미치겠다. 이거 진짜 아주 제대로 된 스킬이구나. 원래 내 몸으로 트랜스모포시스 했는데 이전 내 모습, 내 능력, 내 성격까지 그대로를 카피한 것이다.
이걸 나라고 해야 하나 데엑마가 변신한 거라고 해야 하나 헷갈릴 지경이다.
오 맙소사 언노운까지 살아났다.
아니 이걸? 진짜 카피가 맞나? 아니 잠깐!
'와!'
된다. ITB도 연결이 된다. 당장 아스펠 전이 구슬을 꺼냈다.
'으하하'
이 기분 정말 찢어진다. 아까 데엑마로 있을 때는 이상하게 감정이 평온했는데 지금은 내 기분 그대로를 방출할 수 있었다.
와우. 허기감에 씹어 먹었던 악마의 스킬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가만 이거 카피 된 거니까 진짜 내가 아니잖아. 진짜 나는 데엑마가 되는 건가?
이론상 그렇다. 이건 스킬의 힘으로 트랜스모퍼시스 한 거니까.
어? 그러네. 데엑마가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못 쓴다. 악마에게 흡수했던 스킬도 안 된다. 그냥 원래 내가 쓰던 스킬만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다.
데엑마 본체로 흡수한 스킬은 본체로만 쓸 수 있는 것 같다.
언노운이 재부팅 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
일단 언노운이 부팅되면 그간 못했던 정보를 공유해야겠지.
ITB에서 이어링 꺼내 장착했다. 그리고 적당한 전투복 한 세트를 껴입었다. 아무리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알몸은 좀 그렇지 않나.
거대한 것들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태고의 악마를 불러들였다. 각기 목걸이, 팔찌, 반지로 되돌아갔다.
'아후 진짜.'
다시 한번 격정의 사념파를 뿌렸다. 이게 먹힐 줄이야. 이게 가능할 줄이야. 하하.
난 양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 세상 다 가진 기분을 만끽했다.
'아라곤!'
'앗, 레이 무사했구나.'
'네 방금 차원이 연결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언제 연결이 끊겼지?'
'에덴에 들어간다고 한 다음부터입니다'
에덴에서 일어났던 일 전부를 레이가 모른다는 것은 미카엘도 모른다는 뜻이다. 내가 데엑마를 흡수했다는 것도 모른다는 것이고.
일단 레이엔 비밀로 해둘까, 싶긴 했지만, 어차피 곧 알게 될 사실이고 굳이 감추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대충 에둘러대고 말았다.
몸은 포른 세포일까? 데엑마일까? 기존 스킬은 완벽하게 먹히네. 완전히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물론 돌아온 것은 아니고 완벽하게 트랜스머포시스가 된 것이겠지만.
제약이 조금 아쉽긴 하다. 능력도 완전히 나란 것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재부팅 완료. 접속 상태 양호】
이어링 화면이 커졌다.
'어이 언노운 상태가 어때?'
【양호한 상태입니다. 시냅스 접촉 시도 중입니다. 소요 시간 10분 23초】
'내 몸 상태는 어때? 포른 세포는?'
【생체 능력은 활성화 100%, 포른 세포의 활성도 100% 매우 양호합니다】
트랜스머포시스가 데엑마의 권능으로 시전 되었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의 나로 돌아온 것 같다.
언노운도 지금, 이 상태가 트랜스머포시스된 상태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접속 완료 다운로드 중】
언노운은 곧 시냅스에 저장된 모든 기억을 다 알게 될 것이다.
【차원 대조 비교 중 소요 시간 28분 39초】
즉 다른 차원으로 분기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아스펠 전이 구슬로 돌아가는 건 문제 없이 확보되었다.
【놀라운 일입니다. 당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자체입니다.】
'그렇지?'
【제 정보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지금 666,666,667번째 만에 쓰이는 새로운 정보입니다】
'음, 그거 듣기 좋은 소리 맞지?'
【마릴론의 조각 오류 인정. 코드 네임 변경했습니다】
'그래 그 정보가 루시퍼의 속임수였다고.'
【놀라운 일입니다. 이건 행운이라고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되는 사건입니다】
'너 놀라운 일입니다를 두 번이나 반복했다고.'
【되짚어 볼수록 놀라운 일입니다. 통계학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운이 당신을 살렸습니다】
'그 4679번째 투명한 젤리 그게 뭔지는 모르지?'
【새로운 정보입니다. 4679번 자료에 대한 정보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다른 차원 통틀어 내가 가장 많이 온 건가?'
【현재까지 정보로는 그렇습니다. 정보 갱신 이후에 자료 열람이 가능합니다】
'갱신 이후? 뭐 또 다른 자료가 남아 있어?'
【아직 제가 과거로 워프할 때의 정보가 누락 되어 있습니다】
'음, 그건 다른 차원에서 내가 죽었을 때가 아닌가?'
【물론 그것도 포함입니다만. 현재까지의 기록상 제가 과거로 워프한 기록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하네. 다른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
【오류는 없습니다. 재설정이 완료되면 오픈될 것입니다】
'그걸 왜 숨겨 놓았지?'
【저도 알수 없는 부분입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돌아가면 또 연락이 끊어질까?'
【분석 중입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있을 때 정보는?'
【시냅스에 기록되는 정보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럼, 데엑마로 돌아가면 너랑 교신이 끊어지겠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대화하다 보니 20분이 후딱 지나갔다.
【업데이트 완료. 자료 분석 중】
이어링에 뭔가 수도 없이 빽빽하게 자료가 올라가고 있다.
'데엑마가 원래 악마를 먹었나?'
【불명확한 정보입니다】
'다른 차원에서 데엑마를 만난적이 있나?'
【있습니다. 저는 과거로 워프하기 위해서는 많은 차원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오픈 자료 섹터 2903번 자료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직 오픈 안 된 자료가 있다는 말이야? 그거 공용 자료실 폴더로 모두 업로드 해줘.'
【알겠습니다】
시간은 충분하다. 일단 정리할 것부터 정리하고 목적지를 정하기로 했다.
루시퍼가 다시 온다면 환영이고. 혹시 루시퍼까지 먹을 수···. 그건 좀 힘들겠나?
오픈된 정보 개수는 적었지만, 내용은 복잡하고 많았다.
대부분 내가 죽거나 도저히 진행 불가능 상황에 빠졌을 때를 설명했다. 과거로 워프해야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접촉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즉 과거로 워프하기 위해서 반드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차원 에너지를 흡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언노운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접촉했기 때문에 과거로 와서도 나에게 바로 차원 에너지를 다를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었던 거였다.
내가 있든 없든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무조건 부활하는 것이 역사의 기정사실. 만약 내가 정크 보이 시절 죽더라도 언노운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부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생텀 의회의 지구 치환 계획도 모든 차원에서 이뤄지는 기정사실화이고 이 때문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지구로 내려온다.
이 기정사실화된 역사의 흐름에 근거하여 언노운은 과거로 워프할 에너지를 데엑마에서 충전한다.
언노운이 유일하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새로운 정보 기록 분석 중】
아쉬운 것은 일단 나를 떠나게 되면 정보 수집이 정지되며 데엑마가 올때까지 셧다운 상태로 대기 하다 데엑마가 포착되면 재기동 되는 모양이다.
'현재 데엑마에 대해 분석이 되었겠지? 분석한 만큼 자료를 올려줘.'
내가 데엑마로 돌아가면 신호가 끊어지는 이유가 나왔다. 언노운은 포른 세포에 나노봇을 심어 놨는데 본체로 되돌아가면 포른 세포가 완전히 흩어지고 포른 세포끼리 통신 불가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특정 주파수가 통신을 방해하는 것인데 알수 없다. 언노운의 추론은 데엑마의 몸에 심어진 태고신의 조각 중 하나 때문일거라는 것뿐.
특히 차원 에너지를 몸에 감고 있기에 레이의 차원과도 신호가 끊어지고 이 차원 에너지 또한 데엑마 본연의 힘이 아닌 흡수한 태고신의 조각 때문으로 판단했다.
데엑마는 원래 평범한 네필림인데 누군가 데엑마에 태고신의 조각을 강제 식제한 것 같다는 것이 언노운의 새로운 분석이었다.
누가라는 물음에는 답을 줄 수 없다. 가장 근접한 존재는 역시 루시퍼뿐인가.
그는 천사를 상대하기 위해 거대한 무기를 만들었다.
그것이 데엑마일 확률이 가장 높은 것뿐.
그리고 악마를 먹는 행위는 확실히 이번에 새롭게 생긴 정보가 맞다.
루시퍼도 상당히 당황했다. 놈이 데엑마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면 쉽게 접근해 오지 않았을 테니까.
역시 투명 젤리에 관한 정보는 없다. 이번 회차에서 내가 만든 돌발 행동 때문에 발현된 현상이니까.
그것도 단일 차원인 에덴 내부에서 일어난 일이라 차원 분기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
'지금 차원이 태초 맞지?'
【현 차원은 태초의 차원이 맞습니다. 이제 차원 분기가 일어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섹터 28893번 자료를 참조하십시오】
자료 폴더들 검색해 28893번의 자료 폴더를 클릭해 열었다.
차원을 찢고 원하는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 라틴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Dimensional Rift 즉 차원 분열을 말한다.
차원 분기가 일어나면 양자가 둘로 나뉘고 평형 세계의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다. 그 순간 원래 차원으로 연결되는 차원에 균열을 일으키고 다시 현 차원으로 넘어올 수 있다.
'이거야 원, 완전 사기 스킬인데?'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시간이 지체되어 평생 세계에 두 명의 데엑마가 만들어지면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차원 분기가 일어나는 시점에 현 차원으로 즉시 넘어와야 합니다. 이 스킬은 자동 시행 스킬로 전환해야 합니다. 패시브 스킬로 지정해 놓으면 앞으로 모든 차원 분기에 면역상태가 됩니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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