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박힌 돌
그 병원은 지구에서 알게 모르게 유명한 병원이었다.
진료를 잘한다기보다 그 특수성 때문에 말이 많았다.
왜냐하면 이곳의 의사들은 의사 면허 대신 마법사 면허를 가지고 진료하는 병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당신의 CT 사진입니다."
"봐도 뭔지 모르니까 설명이나 해줘요."
"모르는 걸 당당히 말하시는 걸 보기 좋네요."
"바보와 게임은 나쁜 게 아니니까요. 안 배우려는 거 하고 편집증적으로 몰아가는 게 나쁜 거지."
지극히 상식적임에도 항상 세간에서 무시당하는 중요한 이야기로 서로의 격을 확인한 뒤, 의사는 방광 근처의 솜사탕처럼 새하얀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당신의 요로결석입니다."
"뭐야 시발 그것부터 말해줘야죠. 어쩐지 뒈질 듯이 아프더니!"
어조도 단어선택도 거칠었지만, 의사는 이해했다.
아파 죽겠는데 고운 말이고 뭐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돌이 안에서 장기를 할퀴고 다니는데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의사는 그쪽이 더 소름 끼쳤다.
"저기, 근데 이렇게 큰 게 나오기는 하나요? 수술이 필요한 건가? 완전 골프공만 한데? 시, 싫어! 메스를 대면 죽고 말 거야! 하지만 메스를 대지 않으면 죽고 말겠지! 선생님. 엎드려서 까무러치는 것보다 차라리 서서 죽는 게 더 멋있게 보일까요?"
"진정하세요. 너무 패닉이 와서 포엠 같은 걸 읊고 계시네요."
결석을 방치하면 분명 더 큰 고통이 환자의 뇌를 자극하고, 더 훌륭한 포임이 나올 게 분명했다. 이 환자에게는 싸구려 소설가나 시인을 능가하는 풍부한 재능이 엿보였다.
하지만 마법사 면허를 가진 의사는 출판사 편집자가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고 돈을 받는 자.
마법사 의사는 충격파를 발생시켜 결석을 파괴하는 쇄석마법을 쓸 생각이었지만, 곧바로 방법을 바꿨다.
어째서인지 마법 발동 직전에 결석에서 묘한 마력 반응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턱대고 파괴하면 반발이 일어나 환자의 내장이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한 마법사 의사는 위생장갑을 낀 손에 물질 통과 마법을 걸고, 환자의 피부를 지나 결석만 빼냈다.
"자, 치료 끝났습니다."
"엣. 벌써?"
"왜 그러시죠. 마법 처음 보시나요?"
"대부분은 처음 보지 않을까요."
"회복마법까지 걸면 몸에 부담이 클 수도 있으니 항생제를 처방해드리겠습니다."
"오, 오우······."
"그나저나 직접 봐도 참 커다란 결석이군요. 어째선지 마력도 있고. 더 놔뒀으면 진주라도 되지 않았을까요."
의사가 가벼운 농담을 던지자 요로결석으로 태어난 광물인간, 셰이프가 활기찬 목소리로 답했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야! 오늘부터 내 꿈은 진주가 되는 걸로 할게!"
" "
" "
"저기, 더 커지게 다시 몸 안으로 돌려주지 않을래?"
"히익."
천진난만하지만 환자를 전혀 배려 못 한 말에 환자는 엉거주춤한 문워크를 선보이며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이를 마법사 의사의 손 위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셰이프는 아쉬워했다.
"더 크고 멋진 진주가 되고 싶었어."
"그랬으면 저 환자는 아파서 기절했을 거란다."
"아픈 건 좋지 않으니 포기해야겠네. 큰 창작에는 큰 고통이 따르지만!"
"오, 그 부분은 나하고 코드가 맞구나."
"그러면 우리는 친구인 거야?"
"나쁠 것도 없지."
"세상에 나오자마자 친구가 생기다니. 나는 운이 좋은 셰이프네!"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셰이프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물었다.
"친구야. 완벽한 진주가 될 때까지 네 안에 머물러도 될까?"
"마법을 쓰면 아프지야 않겠지만, 그것보다는 책상 위에서 노래라도 불러주면 더 기쁘겠는데."
"원한다면야. 셰이프는 친구를 위해서라면 꿈도 포기할 수 있어!"
마법사 의사의 손에 정성껏 씻겨진 요로결석 셰이프는 혼이 다해 평범한 결석으로 돌아갈 때까지 노래를 이어갔다.
그저 태어난 곳이 안 좋아 남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줬을 뿐. 그 안에는 돌에 감정을 전달한 첫 번째 셰이프가 타고난 순수함이 가득했다.
- 작가의말
인생 최초로 경험한 요로결석 때문에 최근 사흘간 자지러질 뻔했던 기념으로, 본래 쓰려던 에피를 냅두고 요로결석 특?집으로 해봤습니다.
평범한 요로결석은 귀엽지 않고 대화가 통하지 않으며 앉지도 눕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우니, 여러분들을 부디 경험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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