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초전도맨
"초전도체가 대세라고 하니까 초전도인간이 되면 여자들하고 사귈 기회도 늘어나지 않겠어?"
"···과학적으로 모조리 틀렸지만, 그 절박함은 대충 공감이 되네."
바보짓은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보통 남자 쪽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타입의 대표 격이라고 할만한 사내와 오래 알고 지냈던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다윈 상 후보 등록 과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몸이 구릿빛이 될 때까지 태닝했으니까, 다음엔 끓는 납탕에 뛰어들기만 하면 돼!"
"화이팅―"
"인기 절정이 되어주겠어!"
"구릿빛 피부하고 구리는 전혀 상관없는 거 같지만."
어차피 말릴 수 없다는 건 한참 전부터 논쟁하면서 받아들였다.
그의 부모가 포기하고도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설득을 포기한 그녀는 뚱한 얼굴로 응원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손가락은 속도를 높였다.
가장 멍청하게 죽은 사람에게 수여되는 다윈 상.
이런저런 상담과 각종 각서도 받은 현재, 그가 죽는다고 해서 문제 될 일은 거의 없었다.
"죽으면 무덤에는 다윈 상 트로피를 놔줄게."
"땡큐!"
***
그러나 사내는 다윈 상을 받지 못했다.
"이게 되네."
끓는 납에 몸을 던진 순간, 특이체질과 불가사의한 별의 배치, 슈퍼내추럴한 초상현상이 그를 진짜 초전도 인간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새로운 이름은 실버서퍼로 할까?"
"거기까지 하면 저작권으로 맞아 죽을걸."
"그건 곤란하겠는걸!"
"연구실에나 가자. 오늘도 너 찾는 과학자가 한 트럭이야."
"으으, 랩실이 아니라 카페에 가고 싶었는데!"
"가긴 어딜 가. 너 지금 방사선 나와서 나도 방호복 입고 있잖아. 이 더운 날씨에."
"그건 미안."
"신경 쓰지 마."
"방사선은 왜 멋대로 나오는지 원."
"방사선 따지기 전에 구릿빛 피부에 납 뒤집어썼다고 초전도 인간이 된 것부터 따져야 하지 않아?"
"그거야 인터넷에 납하고 구리하고 섞으면 된다고 했잖아. 인터넷은 믿음직하다고."
"···뭐, 해명하는 일은 연구실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팔을 붙들린 초전도인간은 공중에 살짝 뜬 채로 그녀에게 끌려갔다.
그는 저항이 존재하지 않는 초전도인간.
어떤 상황에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게 다시 태어난 그의 숙명이었다.
한편, 사내가 방사선을 내뿜는 초전도인간이 되면서 모두하고 멀어졌음에도 끝까지 그의 옆을 고집한 여인은 초전도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는 위치에서 샐쭉 미소 지었다.
초전도인간의 탄생과정을 논리적으로 해명하는 데 소모될 대학원생들은 죽고 싶겠지만, 아무도 죽지 않은 시점에서 그녀에게는 충분히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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