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수술
"자, 환자분. 자세 잡으시고. 이쪽을 봐주세요."
환자는 수술대 대신 네모난 단상 위에 올라가 양팔을 벌린 채 눈을 떴다.
이곳은 의사 면허 대신 마법사 면허를 가진 의사들이 진료를 보는 병원.
이번에 성형수술을 맡은 담당의는 고대 그리스 출신으로, 머리카락 대신 뱀이 꿈틀거리는 고르곤이었다.
그녀의 특기는 마안을 활용한 석화.
환자는 그녀와 눈을 마주하자 돌이 되었고,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됐다.
"해머. 치즐."
손을 내밀자 보조가 준비하고 있던 망치와 정을 그녀에게 쥐여줬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을 돌조각으로 만든 고르곤이다.
명공이 돌덩이 속에 천사가 있음을 알듯, 고르곤도 자기가 돌로 바꾼 환자의 잠재성을 파악했다.
정을 대고 망치를 내리쳤다. 근육과 돌의 결 양쪽을 정확히 알고 있는 그녀의 손길과 힘의 가감은 비만 환자의 볼록한 배에서 지방이 있던 부분만을 정확히 떼어냈다.
"그라인더."
연삭기의 디스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고, 연마는 다음 단계로 돌입했다.
불필요한 부분을 매끈하게 다듬어낸 뒤엔 다시 망치와 정을 들고 식스팩을 새겨넣었다.
다른 부분에도 식스팩의 퀄리티에 맞춰 정밀한 묘사가 들어갔다. 가슴은 물론 등에도 역동감 넘치는 근육이 드러났다.
그녀는 운동 부족인 현대인의 몸 안에서 근육을 끌어낸 것이다.
몸 전체를 연마석으로 한 번 더 다듬어 부드러움과 밸런스를 맞추고, 마지막으로 광택 작업을 거쳤다.
"후우."
조각품에 만족한 고르곤은 환자의 어깨에 남은 먼지를 입김으로 날려버리고, 마법 차단 효과가 있는 안경을 썼다.
이것으로 수술 종료. 마안의 효과가 사라지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환자는 석상에서 사람으로 돌아왔다.
거기에 있는 건 비만 환자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조각미남.
말 그대로 예술품이었고, 예술품답게 그녀의 수술에는 적게 잡아도 억대의 비용이 요구된다.
하지만 불만을 품기도 어려웠다. 고대 그리스부터 쌓아온 무지막지한 경력과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예술품에는 그 이상의 가격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뭐, 조각미남 상태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환자 책임이지만 말이다.
- 작가의말
운동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1천자 안에 꽉꽉 담아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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