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사제폭탄
아침부터 관을 두들기는 소리에 사악한 흡혈귀는 눈을 찌푸리면서 관을 열었다.
집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둘째치고, 너무 피곤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야근을 강요하는 동안 포커 파티에 참석했다가 돈을 크게 잃은 뒤여서 남의 말을 들어줄 기분이 아니었다.
"뭐야 대체! 신문 구독이라면 이미 하고 있으니······."
"안녕하십니까 형제님!"
" "
흡혈귀가 짜증을 내든 살기를 드러내든. 사제는 태양처럼 활기등등한 미소와 함께 일을 진행했다.
"이번에 저희 참사람 성가대에게 연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둠의 귀족이면서 여신님의 품에 돌아오시겠다니, 정말로 은혜와 사랑이 넘치시네요!"
"잠깐.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교단에? 왜?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에이, 부끄러워하시긴. 그렇다면 어째서 기부금을 내시면서 아침 예배를 의뢰하시고, 이렇게 곳곳에 촉매까지 준비하셨나요?"
"녜? 뭐?"
깜짝 놀란 흡혈귀는 관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제의 말대로였다. 어째서인지 그의 침실에는 은가루가 섞인 성수가 뿌려져 있었고, 악을 쫓는 거울이나 검 같은 성물들이 신비주의에 입각한 파사진을 이루는 고대 문자와 도형에 맞춰 배치된 상태였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파사성가 제167장. 빛 아래서 승리하리라!"
"잠깐! 멈 ㅊ ―"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쁨에 가득 찬 사제의 몸에서 신성력이 발산되었고, 파사진을 통해 성물과 공명했다.
흡혈귀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건, 대낮임에도 눈을 태워버릴 정도로 밝은 빛의 폭주였다.
***
―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교단에 거금을 주고 신성 마법에 약한 어둠 계열 종족에게 사제를 파견하는 신종 테러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관계 당국은 이를 'IED(Incredible Explosive Divine) 사제폭탄 사건'이라 명명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멜티로제 2호. 백발이 인상적인 화이트 엘프는 중계 마법진을 통해 튜버 타임즈가 송출하는 방송에서 시선을 뗐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으로 바라본 건 바로 옆의 테라스에 있던 인물.
아센 공방전 이후 화이트 엘프의 후배를 자처하며 멜티로제의 뜻을 계승한 후배인 멜티로제 V3이자, 007 의전 기사단의 전(前) 단장인 오스카 팜우드가 거기 있었다.
V3는 설명을 요구하는 시선을 가볍게 흘리고는 시가 커터로 시가 끝을 능숙하게 잘라냈다.
한 줄기 시가 연기가 황혼녘의 풍경에 부드럽게 녹아든 가운데, V3의 입에서 노년의 매력이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후후. 그렇게 정열적인 시선을 보내도 곤란해♥ 악은 사라졌다. 중요한 건 그 부분이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자기~?"
"···전통적인 방식 몇 가지가 빠졌지만, 요점이 다 맞긴 하네."
판타지 세계에서 악이 사라지는 날까지, 멜티로제들의 서프라이즈 예배는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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