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 셀카
"너 왜 셀카만 찍으면 코가 들창코처럼 찍히냐."
"아, 아니거든! 나도 셀카 잘 찍을 수 있어!"
사진만 찍으면 친구에게 못생기게 나온다는 소리를 듣던 그녀는 큰 결심을 했다. 적금을 깨서 다른 우주식민지에 있는 천체망원경 사용권을 산 것이다.
얼마 후 그녀는 천체망원경에 원격으로 접속해 자기가 서 있는 별을 촬영했다.
결과물은 창백하고 푸른 점으로 나왔지만, 그녀는 몹시 만족했다.
"핫하! 봐봐 이년아. 완벽한 셀카지?"
"얼굴도 안 보이잖아."
"하지만 잘 찍었다고."
"그보다 이거, 셀카?"
"자기가 자기 얼굴을 찍었으니 당연히 셀카잖아."
"엄청나게 천문학적인 결론에 도달했구나······."
얼마 후, 그녀의 셀카는 엄청난 화제가 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SNS가 아니라, 과학 저널에서.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그녀가 사진을 찍은 그 순간 행성계의 모든 별이 한 줄로 늘어서는 행성 정렬이 일어났고, 우주에서 찍은 사진 중에 행성 정렬을 가장 고화질로 촬영한 것이다.
'창백하고 푸른 미녀'로 알려지게 된 그녀는 자신의 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 잡지 표지에 모델로 실리게 되었다.
···목을 뒤로 빼고 턱을 올린 탓에 못생긴 들창코처럼 보이는 얼굴로.
그걸 보고 친구가 할 말은 딱 하나였다.
"지지배. 드럽게 못생기게 찍었네."
- 작가의말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고도로 멀리서 찍은 셀카는 천체 사진과 구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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