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마녀와 빗자루
"마녀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뭐가 생각나나요?"
시골 영지 아센에 딱 하나밖에 없는 아카데미.
마녀 입문 코스를 수강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은 힘차게 손을 들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멋대로 답했다.
만약 도시의 아카데미와 학생들이었다면 왜 쓸데없이 나대냐며 음습한 시선과 뒷담이 오갔으리라.
하지만 여기는 시골이다. 시간이라면 남아돌다 못해 길 곳곳에서 썩어가는 중이다.
이런 시골에서 아이들에게 아카데미란 공부의 형태를 한 놀이터였고, 놀이에서 가만히 있거나 눈치를 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중앙 마을에 사는 마법사 농부의 딸이 외쳤다.
"마법 소녀요!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적에게 달려가 정의의 철권을 날리는 거예요! 매지컬 펀치! 매지컬 킥!"
"격투기를 채용하는 학파도 있지만, 꽤 편파적인 시선이구나······?"
"역시 매지컬 파일 벙커도 추가해야 할까요?"
"매지컬 파일 벙커는 또 뭐야······."
교사가 반사적으로 태클을 걸어버리자, 대신 대답한 건 전생자 마을의 소녀였다.
"네 선생님! 파일 벙커란 특정한 힘으로 말뚝을 고속 사출해 대상을 전력 분쇄하는 휴대용 공성추 같은 겁니다! 다른 명칭으로는 착암기, 또는 파일 드라이버라는 호칭도 가능해요."
"그, 그렇군요. 이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네요······?"
"그야 라일라한테 파일 벙커를 가르쳐 준 게 저니까요!"
"오우. 그랬군요."
정말 불필요한 지식을 전파하고 다니네요.
교사는 그 말이 목 아래까지 올라왔지만,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고 여유롭게 억눌렀다. 어른 다운 참을성이 돋보이는 평정심이었다.
"마녀 경력 37년인 선생님도 처음 듣는 단어가 나온 것도 흥미롭지만, 오늘은 좀 더 정석적인 걸 배워볼 거예요."
그러자 장난기 많은 학생이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트집을 잡았다.
"하지만 마녀 경력 37년이면서 아직도 결혼 못 한 선생님도 정석하고는 거리가 멀지 않아요?"
"네 정답이에요. 상으로 학생에게는 개구리가 되는 저주를 예습할 기회를 드릴게요!"
물 흐르듯 완드가 휘둘러지고, 학생은 개구리가 되었다.
갑자기 개구리가 되었지만, 그 학생은 평소에도 비슷한 경험이 많았던지라 당황하는 대신 개굴개굴하며 웃었다. 그러고는 혓바닥을 뻗어 옆에 있던 학생과 하이파이브도 했다.
젊은 교사였다면 학생에게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수업에까지 지장이 생겼으리라.
물론 그녀가 수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었다. 37년 경력의 노처녀 마녀에게 이정도 트러블은 산들바람과 같았다. 교사는 산들바람이 나온 근원의 혀에 다시금 저주를 걸어 나비매듭으로 묶어버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수업을 계속했다.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마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건 보통 사역마와 빗자루랍니다. 실제로도 유용하기도 하고요. 오늘은 빗자루 다루기의 기초인 비행술법과 술식에 대해 배워보기로 해요."
"선생님! 빗자루 다루기의 기초는 바닥쓸기 아닌가요?"
"그건 다른 직업에서 종사해도 평생 하게 될 테니까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오우."
***
아주 기초적인 이론 교육이 진행된 뒤, 본격적인 실습이 시작됐다.
대부분은 문제없이 하늘을 날았지만, 마법사 농부의 딸과 전생자 마을 소녀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어머나. 라일라, 달리아. 비행술법이 잘 안 되나요?"
"네 선생님. 술법은 틀리지 않았는데 조금 떠오르는 것 이상으로는 움직이지 못하겠어요."
문제가 있다면 서둘러서는 안 됐다. 빗자루 비행은 마녀에게 있어 정말로 쉽고 시시한 기초였지만, 공중에서 사고가 났을 때 위기에서 목숨을 구하는 건 그 시시한 기초의 숙련도다. 교사로선 가능하면 이 기초를 철저하게 주입해주고 싶었다.
"그렇지, 어쩌면 빗자루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네요. 빗자루가 아니더라도 비행술식은 아무 사물에나 적용할 수 있으니까, 두 사람은 우선 빗자루 외의 물건에 술식을 부여해 보세요."
***
다음날.
교사의 판단은 정확했다. 두 사람이 빗자루 비행을 잘 못 했던 건 빗자루가 탈것이라는 인식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었다.
술식을 부여할 대상을 바꾸자 두 사람은 수강생 중에서 가장 뛰어난 비행술을 선보였다.
그리고 성적과 별개로, 교사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훌륭해요 라일라 양. 그런데······. 왜 하필 도끼인 거죠?"
"스릴이 있으니까요! 아래쪽에 날이 있어서 잘못하면 다치니까 오싹오싹해요!"
스릴인가아아아아아아.
웃는 얼굴의 내면에 있는 교사의 본심은 땅을 꺼트릴 기세로 한숨을 쉬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드래곤 브레스와 승부해도 좋은 대결을 펼칠 자신이 있었다.
교사는 고민했다.
물론 적절한 스릴과 서스펜스 덕분에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면 계속 장려하는 게 옳겠지만,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위험한 도구를 빗자루 대용으로 쓰는 건 괜찮은 걸까.
그리고 이런 고민은 전생자 마을 소녀가 선택한 '빗자루 대용품'을 보면서 더 심해졌다.
"파렌하이트!"
콰앙! 폭약만 장전한 대포가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대포는 전생자 마을 소녀가 선택한 탈것이었고, 그녀는 처음 솟구칠 때의 기세를 유지한 채 무서운 속도로 날면서 허공에 검은 비행운을 남겼다.
"선생님! 보세요! 로켓 점프에요! 로켓 점프에요! 로켓 점프라고요!"
"달리아 양. 대체 어떻게 대포를 탈것으로 인식한 건가요······."
작은 중얼거림이었기에 당사자에겐 닿지 않았다.
전생자 마을 소녀는 공중에서 대포를 꽉 끌어안은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하늘을 종횡무진 누볐다.
"탈리호! 바람이! 내가 된다!"
얼마 후, 속도와 화려함에 매료된 학생들에 의해 아센에서는 한동안 대포를 타고 날아다니는 게 유행이 되었다.
폭음과 화재 위험 때문에 쏟아진 민원에 화가 난 영주가 직접 규제하기 전까지 대포 축제가 이어졌다나 뭐라나.
- 작가의말
아 로켓 점프를 어떻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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