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현상금 사냥꾼
그는 현상금 사냥꾼이었다. 그렇게 말하고 다닐 사격 실력은 있었다.
"네가 인류왕국의 현금수송마차만 노려서 습격한다는 소문의 황금 고블린인가?"
습격을 계획해놓고 굳이 목표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 머리는 많이 모자란 듯했지만 말이다.
밀짚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나무 아래서 낮잠을 즐기던 고블린은 기지개를 피고는 느긋하게 일어났다.
현상금 사냥꾼을 앞에 둔 범죄자보다는 휴일에 산책을 나온 중년의 태도. 깊은 어둠을 보고 온 듯한 눈은 현상금 사냥꾼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어린애도 나뭇가지를 들고 용사라고 자칭하는 시대라는 건가. 집에나 가라. 부모에게 효도할 기회는 주도록 하지."
진심 어린 충고에 현상금 사냥꾼은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 발의, 격발과 함께 총신을 빠져나온 납탄으로.
하지만 납탄이 고블린의 머리를 뚫는 일은 없었다.
납탄은 고블린이 절묘한 타이밍에 꺼내든 손도끼에 도탄 되었고, 최종적으로는 현상금 사냥꾼의 이마를 관통했다.
고블린은 앞으로 고꾸라져 움직이지 않게 된 현상금 사냥꾼의 머리에 밀짚모자를 씌워주며 피식 웃었다.
"어리석긴. 총을 피하는 실력도 길렀어야지. 남을 해치려면 무덤을 둘 파라는 격언을 몰랐는가?"
이곳은 인외마경이 난립하는 판타지 세계.
말도 안 되는 궤도와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급습해오는 화살에 익숙한 생존자들에게 직선으로 솔직하게 날아오는 근거리 사격 따위는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다.
***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현상금 사냥꾼은 뚫린 머리를 붕대로 급히 지혈하면서 말했다.
"다행이야. 뇌가 조금만 더 컸으면 죽을 뻔했어."
정말로 머리가 모자라서 총알이 텅텅 빈 머리를 지나가는 정도로 끝난 현상금 사냥꾼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에겐 좌절할 만한 머리가 없었고, 살아만 있으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 암!"
···똑똑해야 살기 편하다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만, 세상은 무식한 게 살기 편할 때가 더 많았다.
- 작가의말
바늘구멍 하나 만큼의 빈틈도 허용치 않는, 철저한 고증을 좋아하시는 모든 분들께 이번 회차를 바칩니다.
죽어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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