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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84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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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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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나는 강하다

DUMMY

열 명 정도 눕혔을 때 애들 눈이 돌아갔다. 각목이나 배트 대신 쇠사슬과 돌멩이 그리고 접이식 칼까지 꺼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머리를 노리지 못했다. 손에 무기를 들고도 발길질로 내 배를 노리는 횟수가 훨씬 많았다.


싸움 잘하는 애들은 주먹으로 얼굴부터 노리고, 싸움 못 하는 애들이 발길질만 한다고 얻어들었다. 별거 아닌 놈들이 평소에 착하고 약한 애들을 괴롭히며 뭐라도 된 듯 으스댔다는 생각에 괜히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뭐 구경하러 왔어? 얼른 덤벼."


옷이 몇 군데 찢어졌지만, 상처 하나 없이 일진들을 마무리했다. 숨은 가쁘고 눈은 뜨겁고 목이 불탄다.

그러나 지금 한껏 달아올랐을 때 놈들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 왠지 지금의 열기가 사라지면 내 투쟁심도 사그라들 것 같다.


"너희 선에서 잘 정리해라. 내가 나서면 오늘 송장 치워야 할 거다."


칼빵이 폼 잡으며 수하들에게 턱짓하자 허리에 햄을 잔뜩 두른 덩치들이 바로 덮친다. 애송이 일진들과 달리 덤비는 속도나 기세가 훨씬 강하다.


뒤로 반걸음 물러서자 날 덮치던 덩치가 앞으로 엎어진다. 그러나 싸움 경험이 꽤 있는지 넘어지면서 내 허리를 잡으려 한다.


당랑수(螳螂手).

무림에서 별 볼 일 없는 외공이다. 무공 초식이라고 부를 만한 게 없이 그저 베고 찌르고 흘리는 기본기만 있다.

그러나 익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나마 장점이 남았다는 뜻이다. 당랑수는 팔다리를 단단하게 단련하는 외공으로, 내공이 적어도 익혀낼 수 있고 효과도 들인 노력에 비해 좋은 편이다.


천마도 아마 팔다리를 단단히 할 목적으로 당랑수를 익혔을 것이다. 그러나 내겐 단단한 팔다리보다 무림에선 초식으로도 안 쳐주는 기본기가 훨씬 유용하다.


수영 선수처럼 양손을 모아 아래로 쑥 찌른 다음, 팔을 옆으로 헤치며 내 허리를 잡으려는 덩치의 손을 쳐냈다. 손을 쳐낸 반동을 이용해 양손을 다시 모으며 살짝 그러쥔 주먹으로 덩치의 귀밑을 슬쩍 때렸다.


외공 중에 전신을 단단하게 하는 철잠포(鐵蠶布)라는 무공이 있다. 당랑수보다 훨씬 대단한데, 약점이 바로 귀밑이다.


비계를 잔뜩 키워 몸을 보호한 덩치한테도 이 약점이 잘 먹혔다. 이상한 꽥 소리와 함께 덩치는 눈알을 뒤집으며 기절했다.


그러나 놈을 처리하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허비한 바람에 후속타가 바로 들어왔다. 나는 황급히 양팔로 내 머리를 노리는 철근을 막으며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철근으로 연신 두드리던 덩치들은 지쳤는지 열 대 정도 때리고 철근 휘두르는 걸 멈췄다. 역시 드라마는 다 뻥이었다.


전갈보로 빠르게 전진해 주먹과 팔꿈치로 덩치들의 턱을 연신 때렸다. 너무 세게 치면 턱이 깨질 수도 있어 조심했다. 다행히 턱이 부서진 놈은 없었지만, 뇌가 흔들렸는지 하나같이 주저앉아 토악질해댄다.


몸에 두른 비계를 믿고 섣불리 덤비던 놈들을 해치우니 칼 따위를 들고 기회를 노리던 놈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오히려 칼을 들고 정면에서 덤비는 놈에게 다가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옆과 뒤에서 조금 느리게 접근하던 자들은 물론, 정면에서 기세 좋게 칼을 꼬나들고 덤비던 놈도 주춤한다.


공수탈백인(空手奪白刃).

상대 무기를 빼앗는 무공으로,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상대 무기가 상대를 찌르게 한다.

난 당연히 그런 경지가 요원하고, 천마조차 이 비루한 몸뚱이로는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상대 손에서 무기를 떨어뜨리게 하는 정도는 되었다. 난 칼을 떨어뜨리고 당황한 덩치의 간을 한 대 상큼하게 때려준 후, 뒤로 쓰러지려는 놈의 목을 잡고 빙글 몸을 돌렸다.


놈의 뒤로 몸을 숨긴 나는, 100킬로는 될 것 같은 덩치의 몸을 힘껏 왼쪽으로 밀고 오른쪽에 못 박힌 각목을 든 놈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옆구리를 차인 놈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침을 질질 흘리며 학학거린다.


미안. 너무 세게 차서 늑골을 부러뜨린 거 같아.


펜싱 선수처럼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놈에게도 다가가 주먹 한 대 먹여주고, 쓰러지는 덩치를 부축하는 놈에게도 발차기로 싸대기 하나 날렸다.


"씨발, 너 뭐야."


새벽에 고릴라 뺨 때리던 원숭이 닮은 놈이 손에 든 회칼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면서 나한테 달려왔다. 키가 나보다 작아서 칼을 위로 휘두르는 바람에 가슴 아래가 텅 비었다.


나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마주 달려가며 발차기로 원숭이 배를 걷어찼다. 아까 발차기로 뼈를 부러뜨린 걸 경계해서 힘을 좀 뺐다.


퍽 소리와 함께 원숭이가 뒤로 날아가서 벽에 철퍼덕 부딪힌다. 타격력을 줄이려고 힘을 뺐는데, 미는 힘은 오히려 강해져서 덩치가 작고 몸이 가벼운 원숭이를 4미터 정도 날렸다.


남은 놈들도 어렵지 않게 쓰러뜨렸다. 그러면서도 난 칼날이 좁은 비수를 들고 나를 노려보는 칼빵에 대한 경각심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한 놈씩 처리할 때마다 칼빵과 눈을 마주치며 기습에 대비했다.


"너만 남았구나."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심장은 1분에 약 3백 번 뛰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내 목과 등과 어깨에서 하얀 김이 몰몰 피어오른다.


"오지 마. 오면 찌른다."


난 발걸음을 멈췄다. 놈의 협박이 너무 의외라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다.


"여기 애들 모두 네가 찌른 거라고 증언할 거다. 그럼 넌 감옥에서 몇 년 썩어야 할 거야."


칼빵이 날이 무척 좁은 비수를 자기 오른쪽 배에 대고 날 위협했다.


"혹시 주저흔이라도 나오면 자해가 증명될 것 같지? 아니야. 이건 칼날이 좁은 데다가 양쪽 다 날이 잘 서 있어서 주저흔이 안 생겨."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는 도구부터 남과 다르다. 칼빵은 진짜였다.


"저기, 칼끝을 3센티 정도 밑으로 내려. 그렇지, 아니, 조금, 아주 조금 위로 올려."


칼빵은 얼빵한 얼굴로 내 지시에 고분고분 따랐다.


"칼끝은 그대로 두고, 손을 위로 천천히 올려. 오케이, 그래. 거기서 스톱."


조용하다. 나랑 칼빵이 무슨 수작이 부리는지 모두 궁금한 듯하다. 오히려 기절한 놈들이 거친 숨소리로 존재감을 피력한다.


"아까 그대로 찔렀으면 신장에 베였을 거야. 거기 동맥이 지나가는 곳인데, 동맥이 잘리면 과다출혈로 무조건 죽었어. 여기 앰뷸런스도 못 들어오잖아."

"지금은 신장을 비껴갔고 요로도 비꼈어. 지금 그대로 천천히 찌르면 돼. 너무 빠르게 찌르면 창자에 구멍이 뚫리거든. 그럼 안에 음식이나 똥이 밖으로 흘러나와 다른 내장을 오염해. 그러니까 천천히. 창자는 겉이 미끈거려서 천천히 찌르면 아무리 날카로운 쇠붙이 어도 베이거나 뚫리지 않아."


공부랑 담을 쌓은 놈들뿐이어선지, 이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을 필기하는 놈이 하나도 없다.


"뭐 해? 어서 찌르지 않고. 어차피 나 하나한테 깨졌는데 계속 얼굴 들고 살 수 있어? 몸에 구멍이라도 나면 덜 창피하지 않겠어?"


"형님. 살려주십시오."


칼빵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나 교복 한 벌밖에 없는데 이렇게 구멍이 나서 어떡해."


"너무 죄송합니다."


"누구 핸드폰 줘 봐."


벽에 처박혔던 원숭이가 눈치를 보며 천천히 다가와서 두 손으로 핸드폰을 공손히 바친다. 난 핸드폰을 받아들고 112를 눌렀다.


"경찰서죠. 여기 사십 명이 넘은 사람이 무리를 지어 싸우는데요. 칼도 들고 몽둥이도 들고. 한쪽은 고등학생으로 보이고 다른 쪽은 성인입니다. 네, 지금 싸우고 있어요."


내 눈짓에 눈치 빠른 몇몇이 몽둥이로 바닥을 두드린다.


"엄석고 앞에 떡볶이집 옆 골목으로 쭉 들어와서, 네, 거기 맞아요. 쓰러지다 만 2층 건물. 맞습니다. 몇 분 더 싸울 거 같은데 빨리 사람 보내시죠. 저요? 저는 그냥 지나가다가 싸움을 목격한 선량한 시민입니다."


전화를 끊고 칼빵을 한참 노려봤다.


"형님, 분부하십시오."


"지금까지 애들 삥 뜯은 거 다 돌려줘. 고릴라한테 돌려주면 알아서 처리할 거야. 그리고 너희 두 학교도 지금까지 삥 뜯은 거 일일이 돌려줘. 일주일 준다."


놈들은 푹푹 한숨만 쉰다. 그러나 내 알 바 아니지. 내가 뭐 지들 피 같은 돈 달라고 했나? 불법적으로 취득한 거 원주인한테 돌려주라고만 했지.


"오늘은 상납을 요구한 불야성 무리와 상납을 거부한 일진들의 싸움이다. 난 여기 없었던 거야. 기절한 놈들 깨워서 단단히 일러."


핸드폰을 원숭이에게 돌려준 다음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몇 걸음 못 가서 이름이 기억 안 나는 친구 무리와 만났다.


"도, 도도, 동출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제길. 다 봤구나.


조금 고민하다가 씩 웃어줬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부들부들 떠는 애들한테 자크 채우는 시늉을 했다. 애들이 입을 꾹 다물고 딱따구리처럼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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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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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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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뢰밭길 20.01.04 141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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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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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3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8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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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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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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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십색기 +2 19.12.04 233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3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7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3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9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6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3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3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8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2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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