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741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28 18:00
조회
123
추천
5
글자
9쪽

동맹주

DUMMY

쥐 죽은 듯 고요한 무림맹 회의실.


- 다들 반대한다고 입에 거품 물 줄 알았는데, 왜 이리 잠잠해?


나만 오리무중에 빠졌다. 가끔 번뜩이는 기지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지만, 늘 뒤탈이 있었던 나다. 임기응변은 어느 정도 능해도 상황 파악은 젬병이라는 뜻.


지난번 각성 이후 더는 자신을 억지로 왜곡하지 않기로 했다. 난 평범하기도 하고 비범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모자란 놈임을 솔직히 인정한다.


- 동맹서에 무림맹주 직인이 찍혔어. 날 탄핵해도 저 동맹서는 유효야. 괜히 여기서 반대 소리를 냈다가 왕따 당하면 향후 10년 동안 주도권을 잃게 돼. 그러니까 어떻게든 지금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려고 대가리 굴리는 중이지.


"기왕 동맹을 맺은 김에 교류를 활발히 해야지 않겠소. 무림맹과 마교가 마음껏 교류할 수 있는 자유 무역도시 몇 개 만들어 운영했으면 하오. 운영은 가까운 문파에서 책임지는 거로 하고."


장삼풍이 달마를 지그시 노려보면서 말했다.


당장 변경이 될 화산이나 종남 역시 장삼풍과 같은 의견일 것이다. 반대할 사람은 강 건너에 난 불에 신난 달마밖에 없다.


"현재 동맹이긴 하지만, 마교가 무림맹의 주적인 건 부정할 수 없소. 내공을 높여주고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나 무기를 만들 철 등은 교역 금지 품목으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소."


혈마를 비롯한 마교 사절단도 함께 한 회의여서 장삼풍과 달마는 반말 대신 반존대를 했다.


왕중양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 음침한 표정으로 혼자 생각에 빠져있다. 무림의 명성을 보면 달마가 숭산처럼 굳건하고 장삼풍은 가을의 산불처럼 거세다. 왕중양도 한때 무척이나 대단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저런 놈이 보통 최종 보스지.'


"중구난방으로 떠들 게 아니라 동맹주를 뽑는 게 좋겠소."


혈마의 제안에 왕중양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좋은 의견이오. 동맹주는 마교 소속도 아니고 무림맹 소속도 아닌 덕이 높고 신망이 두터우며 공명정대한 사람으로 하여 마찰을 줄여야 하오."


"개방 소방주 소봉을 추천하오. 떠오르는 무림의 신성이며 개방은 몇 년 전에 무림맹을 탈퇴했소. 사람 됨됨은 소문만 들어도 다 알 것이오."


장삼풍이 벌떡 일어나 소봉을 추천했다. 가슴에 새긴 늑대 문신이 인상적인 청년이다.


"웃기고 자빠졌네. 맹주 선출할 때 무당 대표로 비무에 나오지 않았소? 게다가 지금 개방은 마교와 함께 석유회사를 운영하고 있고."


"석유회사엔 개방 지분이 전혀 없소. 정 미심쩍으면 회계감사라도 해보든가."


혈마도 개방 사람이 동맹주가 되는 게 그나마 낫다. 아무리 무림맹 소속이 아니더라도, 얼기설기 엮인 무림의 특성상 무림맹과 가까운 자가 동맹주가 될 확률이 높다. 차라리 협력 관계에 있는 개방 소방주가 되는 게 낫다.


"요새 거지들이 이 안 나간 사발로 구걸한다는 소문이 자자하오. 해진 옷 기울 때 천 두 장씩 댄다는 얘기도 있고. 그 이유가 석유회사에서 흘러간 돈이라지? 석유회사와 개방 사이의 연결고리가 누군지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오. 그러니 괜히 우기지 마시오."


"게다가 소봉이 북부 오랑캐인 거란족이란 정보도 있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소봉 가슴에 있는 늑대 문양과 일치하는 문신을 거란족 모 부족에서 봤다는 사람이 여럿이오."


눈치를 보니 소봉은 물 건너갔다. 모두 눈알을 굴리거나 코를 찡그리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장내에 편한 사람은 나랑 천마밖에 없는 듯하다.


"독비대협 양과(楊過)는 어떻소?"


왕중양이 침묵을 깨고 사람 하나 추천했다.


"양과의 부인 소용녀(小龍女)가 왕중양 진인의 둘째 부인 임조영의 제자임은 천하가 아는 일이오."


"무슨 소리요. 나랑 임조영은 그저 친한 이웃일 뿐이오. 절대 부부 관계가 아니었소."


"게다가 양과는 북부 오랑캐인 말갈족의 후손이지. 양과의 아버지 양강은 금나라 황태자 신분이기도 했고."


이것들이 출신 엄청 따지네? 근데 왜 공공칠은 고려에서 왔다고 그렇게 받들어 주지?


- 멍청이. 고려가 황궁을 견제해야 무림맹이 편하지. 너 동영의 난쟁이들이 황실과 친한 건 모르지? 난쟁이들이 툭하면 배 타고 와서 무림맹 해안을 약탈하잖아. 그게 다 황실 사주를 받고 무림맹 견제하는 거야.


난 일본으로 알지만, 무림에선 동영으로 불린다. 이들은 키가 작은 걸 이용하여 주로 남성의 남성을 노린다.

높이 점프하여 긴 칼로 가랑이를 베는 무공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결국, 양과 역시 동맹주 자격과 멀어졌다.


"아미타불. 백마사의 왕자 스님을 추천하오."


마교 소속도 아니고 무림맹 소속도 아니며 덕이 높고 인망이 두터우며 공명정대한 사람. 백마사 주지 왕자 스님은 이 모든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소림사와 백마사가 자매결연 사원으로 알고 있소."

"왕자 스님이 백마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소문이."

"백마사 지하에 작은 아방궁이 있다는 정보가."


회의장이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그러나 잔챙이들이 아무리 떠들어 봤자다. 한쪽 눈만 치켜뜨고 깊은 고민에 빠진 왕중양이나 수염을 새끼손가락에 배배 꼬며 생각에 잠긴 장삼풍이 입을 열어야 분위기가 정해진다.


"괜찮은 것 같소."


왕중양이 입을 열자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장삼풍을 쳐다봤다.


- 장삼풍이랑 혈마가 전음으로 대화하고 있어.

- 뭐라는지는 들려?

- 내용은 힘들고, 전음의 진폭으로 말에 실린 감정은 알 수 있어. 타협이 거의 이뤄지고 있다.


아니. 그게 내용을 훔쳐 듣는 것보다 더 힘든 일 아닌가?


"무당도 왕자 스님을 지지하오."

"마교 역시 이견이 없소."


왕자 스님을 헐뜯던 자들이 입을 꾹 다물고 아닌 체한다. 그렇게 동맹주 인선은 정해졌다. 이제 왕자 스님 본인의 동의만 얻으면 된다.


###


둥실둥실, 어화둥둥.


망나니가 날 쫓아냈다. 난 유령이 되어 공기를 헤치며 백마사로 갔다.


"이리로 오시지요."


왕자 스님이 장삼풍과 혈마를 지하의 밀실로 안내했다. 나 역시 문이 열린 틈을 타서 밀실로 들어갔다.


"달마 대사랑 얘기는 잘 됐는지요?"


혈마가 사람 좋게 웃으며 질문했다.


"즐겁게 차를 마시고 돌아갔습니다. 두 분도 차를 드시지요."


장삼풍 얼굴에 만족한 웃음이 떠오른다. 달마한테 권했던 차를 장삼풍과 혈마한테도 권한다는 건, 협상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백마사는 정통이고 소림사는 변형이라고 들었습니다. 천축에선 소림사 같은 경우를 이단이라고 하더군요."

"부처님의 모습이 어디 하나겠습니까. 어떤 방법으로든 그 모습을 느끼고 닮아가면 그만인 거지요."


"우리 마교도 사실 중원에 와서 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파사국에선 저희를 이단으로 몰아 수백 년 전부터 교류를 끊었습니다. 마교에 교주만 있고 제사장과 신녀가 없는 이유죠."


백마사 역시 밀교의 영향을 짙게 받았다. 도교를 비롯해 유교까지 포용한 소림사와 달리, 백마사는 불교가 처음 무림에 왔을 때의 색을 진하게 유지했다.


"종교도 환경에 따라 조금씩 변하는 것이죠. 소림사처럼 변화를 도모하여 부처님을 널리 알리는 존재도 있어야죠. 저희처럼 변화를 거부하고 전통을 고수하는 존재도 있어야 하고요. 세상이 삼라만상으로 이뤄졌는데 부처의 한 면만 봐선 되겠습니까."


[웬만한 대가로는 안 움직일 눈치요.]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니 팍팍 퍼줍시다.]


내가 유령 상태여서 그런지 아니면 밀실이어서 그런지, 둘의 전음이 들린다. 마교가 소림과 손잡을 거라던 망나니의 예측과 달리, 혈마는 어떻게든 왕자와 손잡으려 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동맹주를 뽑자는 제안도 혈마가 꺼냈다. 왕자를 지지하기 전에 장삼풍과 혈마가 전음을 나눴던 거로 봐선, 이 모든 게 혈마의 생각이다.


"원하는 바를 말씀하시죠. 크게 무리가 가는 것만 아니면 다 들어주겠습니다."


"마교에 밀교의 절세무공 황금신공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왕자의 말에 혈마가 이마를 찌푸린다.


"전대 교주가 황금신공을 얻어내긴 했는데 죽으면서 유품이 대제자인 천마한테로 갔습니다. 천마가 천마비고라는 곳에 숨겼다고 하는데 그게 어딘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황금신공을 가져오면 두 분이 원하는 걸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달마 대사한테도 똑같은 제안을 했으니 여기서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죠."


장삼풍과 혈마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 단숨에 찻물을 삼키고 자리를 박찼다. 나 역시 밀실을 나와 천마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렸다.


"황금신공이라. 넌 내게 뭘 줄 건데?"


천마 몸에 들어갔을 땐 이미 대화가 꽤 진행된 상황이었다.


"원하는 거 있으면 말해라. 웬만한 건 다 들어주지."


달마가 이를 악물고 천마를 노려봤다.


작가의말

선협은 준비 기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자꾸 어려운 구상을 해서 쉽게 풀려고 노력 중입니다.

준비 기간에 가볍게 연재할 소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에 빙의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1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65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2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1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3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3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78 진상 20.01.03 137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1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2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3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7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3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2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4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8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48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5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2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1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4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5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0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0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6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2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1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76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7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1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67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6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4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6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5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8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7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2 7 9쪽
37 탄핵 +2 19.12.07 201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6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7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1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5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39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1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49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5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0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5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298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3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58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3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09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1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3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18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2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5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4 12 9쪽
12 인재 영입 +3 19.11.12 544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3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1 13 9쪽
9 내가 천마라니 +3 19.11.09 716 18 9쪽
8 무림맹 +6 19.11.08 806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4 25 9쪽
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47 22 9쪽
5 스카이 캐슬 +3 19.11.05 1,449 27 9쪽
4 제자 돌보기 +2 19.11.04 1,805 32 9쪽
3 별호 짓기 대회 +6 19.11.03 3,091 40 9쪽
2 천마의 신분 +3 19.11.02 5,082 56 9쪽
1 그린 라이트 +10 19.11.01 7,961 7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