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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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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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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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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독점금지법

DUMMY

공산주의는 어떻게 대중의 호응을 얻어냈을까?


잘 사는 놈은 나쁜 놈. 나쁜 놈을 패는 건 좋은 사람. 공산주의자들은 부유한 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줬다. 생산 수단의 공유화와 생산물의 자유 분배가 공산주의의 기본 논조니까.


공산당 중급 간부인 매위덕 덕분에 공산주의를 좀 공부한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는구나.


"무림맹 세력권에만 대기업에 빚을 진 무인 숫자가 10만이 넘습니다."


"계약직으로 착취당하다가 쫓겨난 사람도 해마다 천 명 가까이 됩니다. 과도한 업무로 단전이 굳어 무공을 상실한 자도 해마다 백 명 가까이 나옵니다. 계약직이어서 퇴직금도 없이 대기업에서 쫓겨났습니다."


대기업(貸氣業). 빌려줄 대에 내공 기에 사업 업.


단전의 형성은 빠를수록 좋다. 성장판이 닫히면 안 자라는 키와 달리 단전은 평생 성장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만들수록 단전이 유연하게 형성되어 성장에 유리하기에 누구라도 빨리 만들려 한다.


그리고 재능 부족으로 경지를 올리지 못하는 무인들이 있다. 비록 평생 노력해도 심신미약을 바라보기 힘든 자들이지만, 이류 무인만 되어도 호원무사나 호위무사로 취직할 길이 열리기에 몸 건강한 사내라면 공부보단 이쪽 길을 더 많이 걷는다.


단전을 만들어주며 돈 받고, 삼류를 이류로 만들어주며 돈 받고. 돈이 없는 사람에겐 고리를 적용한 빚을 지우고 최소 십 년 착취하는 게 대기업이 하는 일이다.


그렇게 모은 자본금으로 사업을 여러모로 확장해 이젠 보험을 비롯한 여타 사업도 삼키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무림맹 세력권뿐이 아니라 황궁 세력권에도 매우 탄탄한 기반을 다졌습니다. 섣불리 건들다간 우리 입지가 좁아질 겁니다."


나를 향해 열변을 토하는 무법자나 파산 그리고 막살자 등은 논외로 치고, 이젠 네 살이 된 인마마저 나보다 똑똑하다.


하지만, 난 너희가 없는 정보가 있다고. 이래서 집에만 있는 똑똑이보다 돌아다니는 머저리가 낫다고 한 거였어.


"독점금지법."


독점금지법(獨占禁止法).

한 기업이 모 사업영역에서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리는 법을 만들 작정이다.


내 설명을 들은 파산이 연신 감탄한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은 최소 셋으로 갈라야겠군요."


벌금은 차라리 독점을 안 하는 게 낫다 싶게 높이 때릴 작정이다. 그러니 셋으로 갈라져야 50% 이하로 점유율을 제어할 수 있다.


"단합금지법."


단합금지법(團合禁止法).

가격 단합뿐이 아니다. 시장을 지역별로 나눠 먹는 것도 금지하는 법안이다. 대기업이 셋 혹은 그 이상으로 갈라지더라도 지역별로 갈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셋으로 갈라진 이후에도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 중소기업이 뛰어드는 걸 방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중소기업을 만들어서 단합금지법의 어마어마한 벌금을 피하려고 알아서 노력할 거다.


"대기업이 명목상으로 분리하고 중소기업도 직접 만들어 조종하면 지금이랑 똑같은 거 아닙니까?"


"처음엔 그렇겠지. 그러나 갈라진 셋을 놓고 등수를 매기면 어떻게 될까? 셋 다 대기업에 뿌리를 뒀는데 나만 늘 3등이면 기분이 어떻겠어."


"법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무법자가 내게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기업이 순순히 당해줄까요?"

분쟁 해결엔 칼을 뽑는 것보다 찻잔을 권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 전쟁광이 태클을 걸었다.


"대기업이 요즘 승계 작업을 하지?"

"그렇습니다."

"내가 후계자 숫자를 최소 셋으로 늘려주겠다는데, 적어도 둘은 반길 거 아니야."


원래대로라면 한 놈이 다 먹고 남은 후계자는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 그러나 독점금지법이 통과되면 대기업이 최소 셋으로 찢어질 테니 승계권 가망이 적은 후계자한텐 오히려 좋은 일이다.


"그것만으로 부족할 거 같습니다."


"자유무역협정."

"그건 뭡니까?"


파산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질문한다.


"지금 무림맹과 마교 그리고 황실은 변경에 많은 군대를 주둔시켜 오가는 상단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 그걸 없애겠다는 거지."


파산이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분주히 계산한다.


"수공업이 발달한 황궁이 가장 큰 이득이겠네요. 팔 물건이 적은 마교가 가장 손해인 듯 보이지만, 쌓아두기만 하고 못 쓰던 돈으로 물건을 풍족히 사면 마교 세력권도 활력이 생길 겁니다. 대기업은 황궁 세력권과 마교 세력권으로 진출할 수 있어서 시장이 세 배로 커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고요."


"대기업을 쪼개는 거로 백성의 지지를 얻고, 자유무역협정을 빌미로 대기업을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종전협상에 동의하는 세력이 하나 느는 셈이지."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 뼈를 뽑아 내 몸에 심는 셈이다. 대기업이면 척수는 무리고, 대충 팔 하나 정도는 된다고 본다.


독점금지법과 단합금지법의 자세한 사항은 전쟁광과 파산이 주도하여 만들게 했다. 난 큰 줄기는 대충 아는데 잔뿌리까진 잘 몰라서 이만.


방에 들어가 개세를 수련하려는데 인마가 들어온다. 목엔 약혼녀가 선물한 홍옥 목걸이를 하고 있다. 여긴 커플링 개념이 없고 목걸이나 허리에 차는 패옥을 징표로 서로 주고받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


"사부. 요즘 행보를 보니 조금 걱정됩니다."


"왜?"


"예전의 사부는 늘 자신을 뽐내지 않고 균형을 중시했습니다. 마교에 있을 때도 장로회에 적당한 힘과 지혜만 보여주며 공존을 도모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행보를 보면 사부는 자신을 너무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 나댔다고 나무람 받는 상황인 거지?


얼음물을 끼얹은 듯 번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천마 행세를 하며 떠받들림을 받고, 무림맹주 선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며 너무 들떴구나.

천마 빨리 돌아와 이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은근히 즐기고 있었어. 그게 오늘의 독점금지법과 단합금지법으로 표출된 거고.


"사부가 걱정인 모양이구나.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넌 자신을 갈고닦는 데 집중하거라."


"사부. 날 두고 떠나지 마."


갑자기 인마가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겨 엉엉 운다.


"다 들었어. 사부 요즘 경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이러다 사형 되면 날 떠날 거잖아. 그래서 내가 황제 되는 길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급히 치우는 거고."


아니야. 천마는 여전히 집유고 난 병신은커녕 심신미약도 못 되는 쪼다야. 그러니 우리 착한 인마 울음 뚝.


###


천릿길도 한 걸음으로 시작한다.


파산은 우선 독점금지법을 의안으로 제출했다. 단합금지법까지 한꺼번에 폭로되면 대기업의 반발이 엄청 심할 거니까.


"지금 대기업이 무림맹 세수의 6할을 책임지고 있소. 잘하고 있는데 장려해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어서 되겠소?"


유 장로가 침을 튀기며 반발한다.


포도(葡萄) 유씨 8대손 흥.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 매국노(梅國露)의 대공자, 매춘(梅瑃)의 충실한 옹호자다.

몇 년 안에 매국노의 대기업을 매춘이 모두 이어받을 예정인데 갑자기 독점금지법을 반포하니 꽁지에 불붙은 소처럼 날뛸 수밖에.


뭐, 사외이사 자리라도 약속받아놨나?


"허허. 유 장로. 말을 마저 듣고 반발하시오. 아직 법령을 채 절반도 읽지 못했는데 너무 성급한 거 아니오?"


매국노의 둘째 아들 매질(梅蛭)의 지지자 파 장로.


"상풍아. 그새 많이 컸구나."


유 장로가 파 장로에게 면박을 준다. 무림맹 장로가 된 연차나 무림에서의 위상 등을 따지면 파 장로는 유 장로 앞에서 숨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


"내가 큰 게 아니라 유 장로가 나이 먹으며 많이 쪼그라들었소."


"발언 기회는 법안 낭독이 끝난 후에 드리겠습니다. 법안 낭독 중엔 모두 정숙을 요구합니다."


내가 맹주로 확정된 날 밤. 유대변이 찾아와 두 시간 동안 무릎을 꿇었다. 대화 한 마디 나누지 않았지만, 유대변은 행동으로 나한테 충성을 맹세했다.

딱히 무림맹 사정에 밝은 사람도 없고 해서 대변인 교체는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유대변은 내가 기회를 준 데 대한 보답이라는 듯이 모든 맹주의 이름을 건 공식 발표와 회의 진행에 정성을 기울였다. 파 장로는 몰라도 유 장로는 쉽게 건드리기 어려운 거물임에도 과감히 나서서 정리했다.


파산이 독점금지법을 모두 읽고 나니 장로들 입술이 하나같이 떨린다.


현대라면 핸드폰 반입 금지로 막을 수 있지만, 전음은 진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전파 교란과 같은 방법도 안 먹히니 전음을 막을 수단이 전혀 없다.


고요한 가운데 몇 분간 전음만 오갔다. 같은 편끼리 주고받은 것도 있고 다른 파벌끼리 협상하는 전음도 분명히 있겠지.


"자. 그럼 이제부터 찬성과 반대에 관한 발언을 시작하십시오."


작가의말

천마는 완벽합니다. 그래서 사고는 천동출이 치는 거로 했습니다. 천동출이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사고 치면 천마가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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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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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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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20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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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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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 독점금지법 +2 19.12.21 180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2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3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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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7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3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3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8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2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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