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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2,041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26 18:00
조회
144
추천
8
글자
9쪽

망나니 강림

DUMMY

구름이 흩어진다. 바람이 도망간다. 산이 움츠리고 강이 흐느낀다.


"오랜만에 몸을 움직이는구나. 동자공 때문에 그간 꼼짝도 못 했는데."


- 동자공 때문에?


"난 여성체거든."


헐. 망나니 천마는 정체성이 여자였어? 그래서 박순녀한테 빙의했을 때 그렇게 자연스러웠던 거구나.


"결핍이 염원을 낳고, 염원은 날 강하게 하지. 그런데 범생이 자꾸 동자공으로 자기를 보충하여 내 결핍을 채워주는 바람에 날 가둔 자아의 감옥에서 자의로 나올 수 없었어."


- 동자공으로 자기를 보충하면 여성체인 네가 더 강해지는 거 아니었어?


"경지가 높아지는 거지 강해지는 게 아니야. 난 망나니여서 경지가 낮을수록 파괴력이 강하거든."


경지가 높아지면 철들어서 망나니짓 함부로 못 하고 그런 건가?


- 그냥 생각으로 말하면 안 될까? 네가 입으로 말하니까 전달이 느리잖아.


"오랜만에 하는 나들이니까 네가 이해 해. 근데 기생충 너."


- 왜?


"언제든 나한테서 몸을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 아니. 그렇게 생각한 적 절대 없는데.


"범생이 돌아오기 전에 이 몸은 내 차지야. 그렇다고 네 발악이 전혀 효과 없는 건 아니야. 내가 살인하거나 할 때 네가 함부로 끼어들면 힘 조절이 실패해서 더 많이 죽일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명심하고 얌전히 있어."


제길. 역시 망나니 놈을 믿는 게 아니었어. 참, 놈 아니고 년이지.


예전에 망나니의 강림을 막았던 것처럼 비집고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망나니 말처럼 아무리 비집어도 육체 통제권을 되찾을 수 없었다.


"너 자신을 화학 시간에 배운 촉매라고 생각해. 그저 돕는 역할일 뿐, 화학 반응엔 전혀 참여하지 않지. 모범생이 돌아오면 몰라도, 넌 통제권을 앗아갈 수 없어. 천마는 너지만, 넌 천마가 아니니까."


###


천마 주변으로 돌풍이 몇 개 생겨서 바닥의 낙엽을 하늘로 띄웠다. 발로 밟는 곳마다 땅이 마르고 갈라졌고, 숲을 지나기라도 하면 나무들이 얼어 터진 것처럼 쪼개지고 부서졌다.


- 왜 굳이 숲을 파괴하지?


"파괴하는 게 아니야. 난 존재 자체가 세상에 민폐야."


본인도 민폐라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군.


"무림은 기가 풍부해. 그리고 난 기와 합이 무척 좋거든. 친화도를 측정하는 확실한 기관이 없어서 권위적인 통계는 없지만, 아마 난 친화도가 100%일 거야. 모범생은 대략 97% 정도로 추정하고 있어."


- 달마랑 장삼풍 그리고 왕중양은?


"달마는 88%, 왕중양은 89%, 장삼풍은 80%."


- 왜 그리 확신하지?


"오랜 기간 축적한 데이터로 분석한 거야. 범생은 고작 16세고 난 14세여서 누적된 데이터가 부족하거든. 친화도라는 게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기도 하는 거여서 우린 추정할 뿐이야."


모범생과 달리 망나니는 무척 친절하다. 모범생은 묻는 것만 알려줬는데.


"왜 내가 두 살 어린지 궁금하지? 난 세 살 때 태어났거든."


세 살이면 천마가 술로 허송세월하던 흑역사 시기구나.


여러분. 음주가 이렇게 위험해요. 그러니 다들 술 줄이세요.


"내가 먼저 태어났으면 지금쯤 무림은 물론 천하를 통일했을 텐데. 한심하게 말종 따위한테 황좌를 뺏기지 않았을 거야."


- 지금도 늦지 않았어. 말종 해치워.


그간 오다가다 얻어들은 것만으로도 말종은 백번 죽어 마땅한 놈이다. 후궁이 삼백 명이나 된다지.


"말종 죽이면 인마가 황제 되는데? 인마가 황제 되는 순간, 어떤 일이 있어도 난 황제가 될 수 없어."


- 지금 벌써 계승권을 잃었는데 뭘.


"지금은 그나마 예외 조항을 적용해 황제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어. 그런데 인마가 황제 되면 삼촌뻘인 나로선 다신 황제가 될 수 없어. 너희 나라 검찰도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선배들이 옷 벗고 변호사 되고 그러잖아."


조카한테서 왕 자리를 빼앗은 분도 계시는데. 이정재라고. 왕이 될 상이고 몸에 구멍이 몇 개 있어.


- 너 황제 되는 게 목표야?


"황제 사생아라면 당연히 황제 되는 걸 목표로 삼아야지. 안 그러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 모범생은 아니잖아.


"그놈은 그릇이 너무 커서 그래. 천마신공이 날뛰지 못하게 누르느라고 나 같은 하찮은 망나니한테 틈을 보여서 그렇지. 그게 아니면 나도 다른 놈들처럼 평생 떠오르지 못했을 거야."


천마가 3% 실력만 보여준다던 말이 생각난다. 일부러 숨기려고 했던 게 아니라 97%의 힘은 천마신공을 누르느라고 못 쓰는 거였구나.


"게다가 자기를 누르고 육체 통제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 날 동자공으로 계속 키워주잖아. 나라면 절대 동웅공을 익혀 경쟁자를 돕지 않을 거야."


모범생은 여러모로 그릇이 큰 놈이다.


- 그럼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내가 방향치라서.


한국에 있을 때는 동서남북 정확히 구분했는데, 무림에 오니 방향이 늘 헷갈린다.


"마교 가서 애들 군기 좀 잡고. 다음엔 무림맹 돌아가서 눈에 거슬리는 놈들 혼 좀 내주고."


- 또 수천 명 죽이려고?


솔직히 그걸 지켜볼 자신이 없다. 살인과 약탈로 살아가는 사막 마적이나 서민의 고혈을 짜 먹는 유치원 사내들의 죽음은 당시에 별 느낌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가끔 생각날 때마다 마음이 괴롭다.


"아니야. 마교와 무림맹의 동맹을 맺어주려고."


이 시원한 겨울에 웬 더위 먹은 소리지?


"마교와 무림맹이 힘을 합쳐야 황궁이 위험해. 황궁도 이젠 망조가 들어서 절대 대처할 수 없거든. 유일한 해결책이 날 모셔가서 황제로 만드는 거야."


###


산 아래서 광명정을 올려다보니 감회가 새롭다. 천마는 탄핵당해 광명정을 떠날 때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아서 나로선 지금 뷰가 처음이다.


"빨랑 기어 나와.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 뭐야. 광명정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살았어?


약 2천 명 정도 사는 거로 알았는데, 5만이 넘은 사람이 쏟아져 나온다.


"무림맹주께서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어인 일이시오?"


혈마가 깐죽댄다.


"실수로 같은 편 죽일까 봐 혼자 왔지."


그간 언론 통제를 엄하게 했기에 마교와 무림맹의 수천 명 학살 사건은 많이 희석되었다. 일부 천마가 혼자서 수천 명을 죽였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교와 무림맹이 며칠 동안 싸우면서 발생한 사상자로 알고 있다.


전대 교주가 천마 손에 죽은 사실도 루머 취급을 받았다. 모범생이 교주의 수많은 음해에도 제자의 예를 깍듯이 차린 덕분이었다.


그래서 망나니의 협박에도 마교 무사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마교와 무림맹이 상잔으로 약해진 틈을 타 황실 혈통 덕분에 교주 자리를 차지했던 애송이가 천지 분간 못 하고 날뛰는구나."


행색이 남루한 사내가 천마를 도발했다. 처음 보는 놈인데 누구지?


천마 역시 누군지 모르는 눈치다. 도발에 반응하지 않고 상대의 강함을 감지하는 데 집중했다.


"대단하군. 대호법이랑 비슷하거나 더 강해."


솔직히 공공칠이 강한 줄 모르겠다. 숨긴 재주가 더 있다곤 하는데, 내 눈엔 밀덕이나 왕간지가 훨씬 세 보인다.


"설마. 날 모르는 건가?"


몇 달 안 씻은 몰골에 해진 옷을 여러 색의 천 쪼가리로 대충 기워 입은 사내. 개방 소속은 절대 아니다.


"내가 알아야 할 정도로 대단한 놈인가?"


네 입으로 방금 대단하다고 했잖아. 아무리 망나니라지만, 일관성은 좀 챙기자.


"하하. 이 루시파 체면이 말이 아니군."


- 루시파는 마교 소속이 아니라면서?

- 혈마랑 의형제를 맺djT다는 소문이 있어.


루시파가 쩔뚝거리며 광명정을 내려온다. 환골탈태로도 고쳐지지 않는 타고난 천형이라고 한다.


"시파야."


천마가 턱을 살짝 올렸다.


"살려는 드릴게."


천마 주변을 맴돌던 돌풍들이 사라진다. 매서운 북풍이 살갗을 에는 추운 겨울, 천마 주변은 바람 한 점 없이 절대적 고요를 이뤘다.


"영역통제(嶺域統制)?"


자신만만하게 쩔뚝거리며 다가오던 루시파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사탄(死呑)이라. 죽음을 삼킨다는 뜻도 되지만, 죽음에 삼켜진다는 뜻도 될 수 있지. 죽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면 사탄이라는 별명은 버려라."


"조금 놀란 것뿐이야. 영역통제 계열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는 나 말고 처음 보는 거여서."


시파야. 쫀 게 다 보여. 그러니까 억지로 버티지 말고 어서 무릎을 꿇어. 이놈은 망나니라서 안 죽인다는 약속 안 지킬지도 몰라.


"광명익(光明翼)."


천마의 영역 가까운 곳에 멈춘 루시파가 무공인지 법술인지 모를 것을 펼쳤다. 등에 하얀 날개 넉 장 생기는 걸 보면 법술인 것 같지만, 무공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암흑익(暗黑翼)."


이번엔 블랙홀처럼 새까만 날개 넉 장이 펼쳐졌다. 왼쪽 넉 장은 빛나는 날개, 오른쪽 넉 장은 어두운 날개.


"소환, 아비수(鴉悲修)."


작가의말

비축분에서 완결 냈습니다. 빨리 연재 끝내고 다음 글 준비에 열중할지, 지금처럼 하루에 한 편씩 연재하면서 준비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한다는 건 두 선택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거겠죠. 그래서 댓글 의견에 따를 생각입니다. 소중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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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26 18:42
    No. 1

    어차피 다음 글 연재하실 시간은 변함 없으실듯 하네요?
    현재 글이 피드백에 영향 받는 글 아니니 일찍 올리시고 좀 쉬시는 것이 나을듯 싶은데,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고 작가님 뜻대로 하소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고라니
    작성일
    19.12.26 18:44
    No. 2

    장편으로 갑시다. 기수도 데려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카감
    작성일
    19.12.27 06:39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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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에 빙의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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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2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70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1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4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1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201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5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4 7 9쪽
70 전학생 19.12.31 190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30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8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3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9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9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50 6 9쪽
» 망나니 강림 +3 19.12.26 145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5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3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2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80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2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6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4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9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8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1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8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2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9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61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4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2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1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3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90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4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10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2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2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7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3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3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8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3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5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7 12 9쪽
12 인재 영입 +3 19.11.12 547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6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4 13 9쪽
9 내가 천마라니 +3 19.11.09 721 18 9쪽
8 무림맹 +6 19.11.08 810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9 25 9쪽
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53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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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자 돌보기 +2 19.11.04 1,814 32 9쪽
3 별호 짓기 대회 +6 19.11.03 3,103 40 9쪽
2 천마의 신분 +3 19.11.02 5,098 56 9쪽
1 그린 라이트 +10 19.11.01 7,986 7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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