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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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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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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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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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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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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탄핵

DUMMY

마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상황 파악이 느린 나조차도 감지할 정돈데 천마는 묵묵히 일만 한다.


- 야. 너 진짜 이럴 거야?


- 마교 세력권에 사는 백성은 일 년에 목욕을 열 번도 못 한다. 물이 하도 귀해서. 그리고 하루에 두 끼 먹는 사람도 드물다. 대부분은 한 끼로 버티지. 이번 사업에 성공하면 백성의 생활이 한결 풍족해질 거다.


개방이나 아마존이나 천마나 전면에 나서긴 좀 그렇다. 그래서 사업체는 석유 이름을 따서 석유회사라고 지었다.


취두부는 기왕 죽은 사람이 된 김에 이름을 바꾸고 신분을 세탁했다.


개방이 가져가야 할 10% 지분은 취두부 앞으로 돌렸다. 취두부는 죽은 거로 알려져 더는 개방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개방 방규에 저촉되지 않는다. 수익은 취두부가 적선하는 형식으로 개방에 흘러 들어갈 예정이다.


다행히 석유의 약속을 잘 지키는 성격은 그대로여서 이미 두 곳에 시추신공을 펼쳤다. 뽑아낸 기름은 탱구라고 부르는 커다란 가죽공에 넣어서 운반했다. 힘이 세거나 내공 좀 있는 사람이면 무리 없이 굴릴 수 있는데, 천마가 명문고와 명문대 후배들을 불러다 운반 일꾼으로 취직시켰다.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자들도 꽤 많이 빼 왔다.


아마존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 배달을 영입했다. 벗우 기사 배달은 유치원에서 단순히 마차만 몰았던 게 아니었다. 어느 부대를 어디에 투입할지도 배달이 결정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데다가 인사(人事)에도 꽤 재능이 뛰어나 불과 두 달도 안 되어 물류 총책임자가 되었다.


그렇게 석유회사 일이 마무리되기 바쁘게,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교주 천마의 탄핵을 장로회에 제출합니다."


부교주 혈마가 나섰다. 나로선 처음 보는 얼굴이다.


혈마(穴魔). 무혈지체로 태어나 어떤 무공도 하루에 익히는 천재. 전대 교주의 견제로 변방만 돌면서 광명정에 얼씬도 못 했다.

잡다한 무공을 익혀서 위력만 따지면 아마존이나 막살자한테도 못 미친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무공으로 허를 찌르기에 실전에선 아마존이나 막살자한테 꿀리지 않는다.


절대 위력을 자랑하는 고수한테는 한주먹 거리밖에 안 되지만, 그런 고수는 무림 전체를 놓고 봐도 천마를 비롯해 다섯을 안 넘는다.


"탄핵 이유를 설명하시오."


장로회에 천마 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둘뿐이다. 대장로인 아마존과 그냥 장로인 막살자.


"탄핵 이유는 셋 있습니다. 우선은 측근 비리입니다."

"증거를 제출하시오."


"호위대 대주 허당. 당신은 지하 술 창고의 술을 마음대로 갖다 마셨소. 인정하시오?"

"인정합니다."


허수아비가 고개를 푹 숙인다.


"잠깐. 지하 술 창고의 술을 꺼내 먹는 건 대부분 장로도 하는 일이잖소."


밀덕 스님이 나섰다.


대호법은 백 글자도 모른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매우 유식하다. 그러나 갑자기 유식한 모습을 보여주면 첩자 신분이 들통날 수 있다. 천마가 직접 영입한 대호법이 무림맹 및 황궁 첩자라는 게 알려지면 탄핵이 아니라 척살 대상이 된다.


파큐유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여긴다. 천축은 법보다는 관습을 우선하는 야만의 땅이어서 지금처럼 법리와 증거를 따지는 일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왕간지는 뛰어난 외모와 더불어 평소에 멋진 말을 자주 써서 유식한 듯 보이지만, 알맹이가 전혀 없는 무식쟁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자기 허물을 덮을 수 없는 법. 같은 죄를 저질렀다면 조사해서 일일이 규칙대로 벌을 주면 될 일이오."


혈마의 반론엔 찌를 틈이 없다. 밀덕이 분한 얼굴로 물러난다.


"두 번째는 경제 파탄입니다."

"무슨 소리요. 교주께서 취임한 후 백성의 삶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소."


밀덕이 다시 나섰다. 천마가 취임한 짧은 기간에 마교 세력권에 사는 백성의 삶은 확실히 나아졌으니 혈마도 할 말이 없겠지?


"삼호법께 질문하겠소. 천마는 마교 교주 맞소?"

"당연한 걸 왜 질문하고 그러시오?"

"난 마교의 경제 파탄을 얘기하는 거요. 마교와는 전혀 상관없는 백성을 얘기하는 거 아니오."


제길. 허를 찔렸다.


천마는 마교만 잘 관리하면 되는 마교 교주다. 세력권의 백성은 이론적으로 마교와 상관이 없다.


교주는 조직에 충성해야 하는 자리인데 조직보다 백성을 더 돌봤다. 도덕적으로야 칭송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마교라는 조직의 입장에서 천마는 유능한 지도자가 아닌 셈이다.


"세 번째는 선거법 위반입니다. 교주 선출에 외부 압력 및 회유와 뇌물 공여가 있었다는 증거 및 증인이 있습니다."


제길. 무림맹 이 개잡놈들.


무림맹은 마교를 무식하고 단순한 놈들의 집합소로 여긴다. 상식적으로 황궁과 무림맹 상대로 수십 년 전쟁해온 마교가 멍청할 리 없는데 말이다.

가만히 있어도 천마가 교주 되어 무림맹 및 마교를 황궁의 발톱에서 구해줄 텐데, 지레 나서서 뇌물을 주고 협박해서 빌미를 남겼다.


아니지. 어쩌면 이런 상황을 대비해 일부러 개입했을지도 모른다.


"탄핵 대상자 천마. 이의가 있으면 제출하시오."

"이의 없다."


천마는 장로회가 자신을 탄핵하면 교주 자리를 내놓겠다고 약속했었다.


- 야, 탄핵은 교칙 위반 및 업무 집행 중 확실한 범법 행위에만 적용돼. 혈마가 말한 셋 모두 탄핵 사유랑 상관이 없잖아.


천마가 그런 약속을 한 건 전적으로 내 책임이었고.


- 내게 안 맞는 자리야. 사실 전부터 그만두고 싶었어. 이젠 네가 있으니 망나니가 수시로 나올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조용한 곳을 찾아서 마음껏 수련이나 해야겠다.


아놔. 꾀꼬리 목청 난순이랑 정이 꽤 들었고 매순이나 국순이 얼굴도 궁금한데.


- 네가 교주 그만두면 백성의 삶이 예전처럼 고통스럽게 변하지 않을까?


난순이를 더 보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가 평소보다 몇 배는 잘 돌아간다.


- 탄핵으로 날 쫓아냈는데 백성의 삶이 퍽퍽해지면 어떻게 될까? 원래 교주보다 못하다고 또 탄핵이 일어날 거야. 혈마는 멍청이가 아니니까 나보다 훨씬 백성한테 잘할 거야. 석유회사를 통해 고정 수익이 수십 배 늘었으니 예산 걱정도 없고.


제길.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 이건 마치 천마랑 혈마가 짜고 일을 벌인 느낌이다. 물론, 천마 몸에 빙의한 내 눈을 속이고 둘이 접선할 리는 없지만.


이런 게 이심전심이라는 건가? 그럼 혈마 저놈도 천마 못지않은 대단한 놈이라는 뜻인데.


"좋소. 그럼 이제부터 투표를 시작하겠소."


대장로인 아마존이 가장 먼저 투표했다. 아마존은 백 근 됨직한 쇠공을 한 손으로 가볍게 던졌다. 공은 50미터 밖에 있는 반대 구멍에 들어갔다.


그래. 대장로가 시작을 좋게 끊었으니 다른 장로들도 잘 따라오겠지?


###


참패.


반대 2표로 탄핵 의결안이 통과되었다. 천마는 개인 짐을 들고 광명정을 떠나야 했다.


"이 공칠은 영원히 교주를 따를 겁니다."

"이젠 교주가 아니다."

"허락하신다면 대형으로 부르겠습니다."


천마와 함께 떠난 건 사대호법에 용답답과 인마 그리고 태식뿐이다. 36동 동주와 72도 도주는 천마 직속이긴 하지만, 마교의 지방 관리와도 같은 직책이기에 그대로 남았다.

허수아비는 혈마의 호위대 대장으로 임명되었다. 술 꺼내 먹은 걸 순순히 인정할 때부터 예상한 일이긴 하지만, 조금 씁쓸하다.


잊고 말 안 했는데, 태식은 인마의 수학 선생이 되었다. 마교 소속도 아니기에 천마가 탄핵으로 교주 자리를 물러나자 자연스레 함께 떠났다.


"사혀엉~ 사형."


헐, 막살자 저놈 진짜 막사네.


"사형. 막가파 문주직과 마교 장로직을 사임했습니다. 이제부터 사형을 따라 천애해각 어디라도 갈 겁니다."


얘는 좀 피곤한데. 혓바닥이 길고 어려운 문장 자주 써서.


"네가 없으면 막가파가 어려울 텐데."

"대장로께서 문주 직을 넘겨받았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마교 대장로 아마존 말고 막가파 대장로를 말하는 거다. 항렬로는 막살자 할아버지 되는 막가파 최고 어르신이다.


"막둥이 어르신이? 세상사 귀찮다고 은거한 분을 용케 설득했구나."


막둥이가 은거를 깨고 문주가 되었다. 덕분에 막살자가 마교 장로직까지 버리고 천마를 추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형. 우리 천지인이 다시 뭉쳤으니 단체 하나 설립합시다. 천마신교 어때요?"

"균형을 깨고 싶지 않구나."

"그럼 셋 중 하나가 무너졌을 때 천마신교를 만들어 균형을 다시 이룬다고 나랑 약속해요."


황궁은 말종이 개판 5분 전으로 만들었고 무림맹 역시 전경련의 돈 때문에 썩을 대로 썩었다. 힘에 의존하는 마교도 몇 년 전에 수많은 고수가 죽으며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는다. 천마가 탄핵당해 마교를 떠났으니 언제 무너져도 이상치 않다.


"그래. 세상이 날 필요로 한다면."


작가의말

마교를 벗어난 천마의 행보는 어디로 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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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1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3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3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78 진상 20.01.03 137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1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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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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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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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76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7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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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청문회 +2 19.12.18 168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6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5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6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6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8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7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2 7 9쪽
»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6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7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1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5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2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5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0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5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298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3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58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3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09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1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3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18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2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5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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