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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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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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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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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비무 대회

DUMMY

천덕의 짝은 백리세가의 여아 백리아담(百里雅潭)으로 정해졌다.


- 세가 연합이 너한테 줄 수 있는 표는 15%밖에 안 되는데. 남은 15%는 어떻게 할 거야?

- 다른 후보들의 표랑 중도 표를 최대한 모아야지. 관건은 내 표가 아니야. 삼대문파가 표를 고르게 받게 해야 해.


선거라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자기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무조건 표를 많이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경쟁자들의 표를 적절히 제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 무슨 방법으로?

- 비무 대회가 유일한 기회다.


###


공식적으로 맹주 선출 과정에 진행하는 비무 대회는 투표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강한 영도자를 원하는 사람이 소수가 아니기에 비무 대회의 성적도 무척 중요하다.


"기호 1번 황실종과 기호 2번 마교편이 기권했습니다."


다불(茶弗) 유씨 9대손 대변. 무림맹 대변인인 동시에 비무 대회 진행자이기도 하다.


세가 연합은 자신들이 보유한 표를 천마에게 몰아주는 외에 남은 세 후보한테 표가 고르게 가도록 수작을 부려야 한다.

그래서 황실종과 마교편처럼 기권하지 않았다.


"이번 비무 대회는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후보는 직접 출전할 수 없고 승부는 삼세판이 아니라 단판으로 냅니다."


"한 사람만 비무에 참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 승자는 다음 비무에서 비무자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기면 다음 상대와 비무할 때 다른 사람을 내보내도 된다. 얼핏 공평한 것 같지만, 천마한테 매우 불리하다.


공공칠은 고려인의 신분으로 땅을 사들였다. 외국인 신분이어서 비무에 나설 수 없다. 그건 파큐유 역시 마찬가지다.

밀덕은 폭열공의 위력을 작은 범위에 집중하는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다수를 상대할 땐 무척이나 위력적이지만, 일대일 비무에는 취약하다.


태식의 미적분 역시 사람 상대로 펼칠 수 없다. 남은 건 왕간지와 용답답. 재수 없으면 총 세 번 싸워야 하기에 사람 하나 부족하다.


왕간지나 용답답 모두 강호에 유명한 고수라지만, 삼대문파나 세가 연합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에 2번 출전하는 건 절대 무리다.


특히 왕간지는 왼쪽 중이혈이 완치되지 않아 간지신공을 한 번만 펼칠 수 있다.


"제안 하나 하겠다. 비무자가 다섯이니 한 명을 제비뽑기로 부전승하려는 거 같은데. 차라리 제비뽑기로 한 명을 제외하는 건 어떤가?"


천마의 제안대로라면 두 번만 싸우면 된다.


달마와 장삼풍 그리고 왕중양 사이에 은밀한 눈길이 오간다.


- 야. 저 셋이 힘을 합쳐 널 떨구려는 거 같은데?


"남은 후보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동의하오."


장삼풍을 시작으로 달마와 왕중양 역시 동의했다. 제갈몽청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제비뽑기 순서는 어떤 방식으로 정할 거요?"


장삼풍의 질문에 유대변이 고민에 잠겼다. 다섯 번째 뽑는 사람이 탈락할 게 뻔하기에 뒷말이 안 나오게 최대한 공평한 방법으로 순서를 정해야 한다.


"길게 고민할 게 뭐 있소. 후보들이 직접 솜씨를 겨루면 될 일 아니오."


장삼풍이 허공을 천천히 걸어서 비무대 위에 안착했다. 빠르게 나는 것보다 천천히 움직이는 게 훨씬 어려운 걸 아는 구경꾼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저게 바로 허공답보 계열에서 2위인 제운종이다. 1위는 나관종의 나관종.


달마가 코를 씰룩이더니 소매에서 갈대 하나 꺼냈다. 갈대가 달마를 태우고 비무대로 향했다.

일위도강(一葦渡江)을 직접 보게 되다니. 비록 갈대를 타고 강을 건넌 건 아니지만, 달마도를 살 때 준 작은 책자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대목이어서 감개가 무량하다.


왕중양 몸이 둥실 뜨더니 너울 타듯 둥실둥실 날아서 비무대로 갔다. 음조지부의 구유음풍을 소환해 타고 움직인 것으로 무공이 아닌 법술 계열이다.


제갈몽청이 한숨을 푹 쉬더니 발을 탕 굴렀다.


와. 내 수준에선 제갈몽청이 최고다. 제갈몽청의 움직임에 따라 환영이 생겼다. 제갈몽청이 비무대에 오른 이후에도 실제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생생한 환영이 이동 경로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 성진변(星辰變). 제갈공명이 창안한 경공이다.


천문학에 통달했던 제갈공명이 별의 움직임을 보고 만든 환 계열의 경공. 무공에 조예가 얕은 구경꾼들이 열심히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우와.


나직한 경탄이 비무장을 휩쓸었다. 천마는 뭘 보여줄지 기대하고 눈길을 돌리던 사람들은 어느새 비무대에 나타난 천마의 모습에 놀란 소리를 참지 못했다.


"사내답게 시원하게 갑시다.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헐.


- 이건 비긴 거야?


다섯 모두 손을 내밀지 않았다.


- 가장 먼저 내는 사람이 지게 돼 있어. 남은 넷은 이기는 걸 낼 테니까.


누군가가 0.01초라도 먼저 내길 바라며 모두 기다렸다. 결과, 다섯 모두 뒤에 감춘 손을 내밀지 않았다.


- 마지막 순간에 바꾸면 되잖아.

- 소용없어. 다른 사람도 똑같이 바꿀 거니까.

- 그럼 종목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니야?

- 정신력이 가장 먼저 바닥나는 사람이 지는 거야. 끝까지 버텨야지.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여전히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제갈몽청도 세가 연합이 맹주 후보로 내세울 정도 고수니 제비뽑기 순서 정하는 것만으로 사흘 정도는 걸리겠는데?


그때, 뱃멀미가 올 때처럼 메스껍고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 큰일이다. 빙의야.

- 빙의하면 이쪽은 어떻게 되지?

- 예전엔 이쪽 시간이 멈췄다. 강아지한테 빙의했을 땐 네가 내 몸을 움직였고. 그다음에 너랑 같이 빙의할 땐 시간이 멈췄다.


휴. 다행이다.


- 그런데 이번엔 나만 갈 것 같아.

- 왜?

- 나도 몰라. 그러니 절대 손 내밀지 말고 꾹 참아. 내가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지?


장담은 못 하겠다. 난 네가 날 믿는 반의반 정도도 자신을 못 믿어.


시각과 청각은 수십 배로, 후각을 비롯한 다른 감각은 몇 배로 선명해졌다. 천마 혼자 빙의하러 가고 내가 천마가 되었다.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아씨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먹이 나갔고 남은 넷이 보자기를 냈다.


눈알을 굴렸다. 제갈몽청이 멍청한 얼굴로 날 뚫어지게 본다. 그러다 얼굴에 구멍 날라.


시야를 조금 오른쪽으로 이동하니 장삼풍 얼굴이 보인다. 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랑 눈을 마주치자 억지로 입꼬리를 올린다.


왕중양 이 양반은 모르겠다. 장삼풍의 단일화도 싫다고 하고, 정말 천마를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라고 여기기엔 내세운 공약이 또 너무 강렬하다.


설마. 혼자 힘으로 맹주가 되어 소림뿐 아니라 무당까지 밟아버리려는 건 아닐 테지?


"아미타불. 역시 넌 불심이 깊은 아이다. 그때 나를 따라 불문에 들어왔으면 지금은 나와 비슷한 경지가 되었을 텐데."


집유의 경지라고 얕보는 건가? 동자공을 대성해 동웅공만 익히면 경지가 순식간에 무기로 갈 거라고 천마가 장담했거든. 그리고 자웅동체가 되면 완전한 인간이 되어 사형의 경지도 순식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대로 끝내면 천마가 얕보이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뭐라고 멋진 말을 하고 퇴장해야 하는데.


"남자는 주먹이지."


"천마야. 제비뽑기는 하고 떠나야지."


몸을 돌려 비무대를 떠나려는 나를 제갈몽청이 불러세웠다.


제길. 이게 뭔 개망신이야.


난 꾸어 온 보릿자루처럼 멀뚱히 서 있었다. 넷이 먼저 뽑은 후 당연하게도 탈락을 뽑고 사다리를 타고 비무대를 내려갔다.


[사형. 천마는 왜 걸어서 돌아가는 겁니까?]


천마한테 빙의했을 때보다 청각이 수십 배로 예민해졌다. 달우가 달마한테 전음으로 하는 질문이 귀에 똑똑히 들린다.


[깨달음을 얻은 게 분명하다. 이기고 짐의 구분이 덧없음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천마가 갑자기 빙의로 차출된 바람에 내가 실수한 건데 뭔 놈의 깨달음이야.


천마는 뭔가 계획이 있었던 거 같은데 내가 다 망친 건 아니겠지? 예전에도 천마가 없을 때 나도 모르는 이상한 소리를 해서 오해를 샀는데. 이번 역시 천마한테 방해만 되는구나.


"1번을 뽑은 무당과 2번을 뽑은 소림의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소림 대표로는 몸 가눌 힘도 없어 보이는 작고 야윈 노스님이 나왔다.


"나랑 땅 쓸래 죽을래. 나랑 청소할래 죽을래."


"저, 스님. 자기소개부터 하시죠."


"소지승(掃地僧)이다."


무당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달마의 결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림 72절기를 만든 게 달마라지만, 사실 달마조차 전부 익히진 못했다.

그런데 그걸 전부 익힌 천재가 나타났으니, 바로 소림에서 땅을 쓸던 소지승이었다.


'오, 재밌어.'


가위바위보에서 지며 생긴 마음의 그림자가 어느새 걷혔다.


작가의말

소지승은 김용 무협 천룡팔부의 최강자입니다.

다음 화에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소오강호 인물이 등장할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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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1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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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20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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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3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80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2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3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 비무 대회 +2 19.12.16 188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9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60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3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3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8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3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9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6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3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3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8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2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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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별호 짓기 대회 +6 19.11.03 3,102 40 9쪽
2 천마의 신분 +3 19.11.02 5,094 5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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