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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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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31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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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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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합체와 분리

DUMMY

뒤로 물러선 혈마와 달마와 달리, 왕중양과 장삼풍은 한 발씩 앞으로 나섰다.


"우리 귀걸이 보이지?"


왕중양의 오른쪽 귀에 청(靑)자가 새겨진 귀걸이가 있고 장삼풍 왼쪽 귀에 홍(紅)자가 새겨진 귀걸이가 있었다.


"설마."

"그래. 무당은 청교 계열이지만, 장삼풍은 홍교 계열인 화룡진인의 제자다. 그리고 우린 각자 청교와 홍교의 진산지보(鎭山之寶)의 계승자이지."


기업에선 주식 보유량에 따라 발언권이 다르다. 진산지보의 주인은 51% 이상의 발언권을 가졌다. 왕중양이나 장삼풍이나 도교에서 무당과 종남 이상의 영향력을 가졌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저 둘이 힘을 합치기라도 하면? 아는 사람이 적지만, 실질적으로 도가의 힘은 불가를 압도한다. 그런 힘이 하나로 뭉치면 어마어마할 텐데.


- 힘 합치는 게 아니라, 합체할 거 같다.

- 합체?

- 청실홍실 몰라?


설마, 저 둘이? 갑자기 왜 장르가 BL로 바뀌는 건데? 아무리 요즘 BL이 핫하다고 해도, 이 글은 무료잖아.


장삼풍과 왕중양이 마보 자세를 취하더니 양손을 투항하듯 번쩍 치켜들었다. 그 상태에서 왼쪽에 선 왕중양은 왼쪽으로, 오른쪽에 선 장삼풍은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마치 누가 보이지 않는 밧줄로 당기듯 바깥 방향으로 몸을 최대한 기울이던 둘은, 갑자기 자석의 남극과 북극이 되듯 허리를 반대 방향으로 휘며 높이 치켜든 두 손을 마주했다.


유일하게 뽑은 둘째손가락끼리 정확히 맞닿았다.


찌릿찌릿.


둘의 귀걸이에서 스파크가 일더니, 왕중양의 파란 귀걸이에서 파란 실이, 장삼풍의 붉은 귀걸이에서 붉은 실이 나왔다.

청실홍실이 마구 뒤엉키더니 푸르고 붉은 줄이 되었다.


줄이 점점 굵어지면, 장삼풍과 왕중양도 조금씩 가까워졌다.


- 진짜 합체였어?


육체의 결합 뭐 이런 게 아니라, 둘의 몸이 겹치기 시작했다. 남녀의 입술이 겹쳤다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몸이 하나로 합쳤다.


신호 안 좋은 브라운관 TV처럼, 하나로 합친 몸이 흐릿하게 보인다. 얼굴은 장삼풍이 보이다가 왕중양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완전히 다른 얼굴이 되기도 했다.


"내 이름은."


합체인의 입술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장삼풍과 왕중양이 발언권을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는 듯하다.

그렇게 한참 싸우다가 입술이 얌전해졌다. 누가 이겼는지는 알 수 없었다.


"군중이다."


- 완벽하게 합체했군. 새로운 이름 나온 거 보면.

- 근데 왜 하필 군중?

- 장군보와 왕중부. 둘의 본명이야.

- 장삼풍이 앞에 있으니 왕중양이 진 거 아니야?


미처 대답을 듣기 전에, 뒤로 물러섰던 달마가 앞으로 한 발 나왔다.


"군중 진인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나도 변신에 성공했소. 감사드리오."


응? 변신? 처음 보던 그대론데?


- 초사이언으로 변신했다. 머리카락이 없어서 티가 안 나.


잠깐. 손오공이나 베지터는 변신하고 머리가 길어졌는데. 정녕 대머리는 초사이언 변신으로도 어찌할 수 없단 말씀입니까.


-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신도 어려운 일이지.


확인사살 하지 마. 무림 최고의 악당아.


"어떠시오? 초사이언으로 변신한 달마와 음양태극을 이룬 군중 진인이라면 천마 그대의 상대가 되겠소?"


파큐유는 흰 수건을 던지고 떠났고 밀덕 스님 역시 아미타불을 외우며 조용히 사라졌다. 공공칠은 절 세 번 올리고 동쪽으로 달렸다.


공공칠 이 자식. 죽은 사람한테 올리는 절을 왜 천마한테.


"사형, 이 막살자 사형과 마지막 숨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럴 때 도망치는 건 간지가 아니지."


"고맙다. 잠깐만 시간을 벌어 줘."


천마의 말에 막살자가 나섰다.


"인생 뭐 있어? 백 년도 짧은데 뭐 그리 바삐 사시나."


"나태신공이다. 다들 조심해."


막살자의 나태신공. 마음에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게으름 피우게 하는 희대의 신공. 약점이라면 적아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다.


바닥에 드러누운 막살자는 눈을 감고 코를 드렁드렁 골았다. 그에 따라 무림맹과 마교 그리고 황실 연합군의 99.9%가 땅에 몸을 뉘었다.


막살자의 나태신공에 저항한 사람은 불과 백 명도 되지 않았다. 어차피 하수는 큰 역할을 발휘할 수 없는 싸움이긴 하지만, 막살자 홀로 10만 명을 잡아두다니.


"꽃을 가리는 나비는 진정한 꿀벌이 아니지."


왕간지가 몸에서 수십 떨기 꽃을 뽑아서 손에 쥐었다. 옷자락을 펄럭이며 기세를 피워올리더니, 수십 개 꽃을 동시에 양쪽 중이혈에 꽂았다.


십이간지가 동시에 강림했다. 하나씩 강림할 땐 머리와 피부색, 눈동자와 옷 색깔만 바뀌었는데, 이젠 얼굴과 몸도 바뀌었다.


허벅지는 말벅지가 되었다. 눈은 호랑이, 코는 개, 귀는 토끼. 양의 것으로 예상되는 뿔이 머리에 자랐고 닭처럼 볏이 생겼다.

뱀의 것인지 용의 것인지 모를 비늘이 몸을 덮었고 쥐의 것과 같은 수염이 자랐다.


- 아무것도 하지 마.


갑자기 천마가 당부한다. 그리고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감각이 단절되는 거야 가끔 겪었던 일이어서 괜찮지만, 사고까지 정지되었다.


덕분에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잠에 곪아 떨어졌다가 맑은 정신으로 깬 것처럼, 시간이 삭제되었다.


- 성공이다.


눈앞에 마치 TNT 수백 톤을 터뜨린 것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 어떻게 된 거야?

- 왕간지가 간지작살 쓰다가 폭주했어. 그래서 간지폭발이 일어났고.

- 왕간지는 죽었어?

- 토간지를 남긴 덕분에 안전하게 토꼈어.


안심하기도 전에 난 또 놀라야 했다.


- 저 여자는 누구야?

- 분리했어. 저들이 합체했다면, 난 둘이 되었지.


천마보다 눈썹이 조금 가늘고 눈 끝이 살짝 올라갔다. 코는 거의 똑같고, 입술은 조금 얇은 것 같다.

허리가 더 잘록하고 가슴이 부풀었으며 골반이 훨씬 굴곡지다.


- 너희 둘이 없어서 천마신공 수련은 못 했지만, 망나니가 사라진 덕에 동자공 수련 효과가 엄청나게 좋아졌다. 다행히 이틀 전에 자웅동체를 이뤘다.


- 설마 망나니 말이 진짜야? 네가 다른 인격들을 죽였다는 거?


사실 믿지 않았다. 그래서 힘을 키워 난순이를 이기려 했던 거고. 내가 더 강해지면 난순이가 날 거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무력 외에는 난순이를 이길 방법이 전혀 없다고 여겼었다.


그러나 지금 자웅동체를 이룬 마당에 자웅을 분리한 걸 보고 확신이 섰다. 망나니는 무공 위력만으론 모범생보다 더 강하다. 그러니 분리하는 식으로 쫓아낸 거다.

이제 다시 동자공을 익혀 자웅동체가 되면 등신도 코앞일 테니.


- 나도 죽일 거야? 차라리 나도 함께 쫓아내지 그랬어.

- 헛소리 마. 자세한 건 싸움 끝나고 얘기할게.


여자의 몸으로 분리된 망나니가 군중을 상대하고 천마가 달마를 상대했다.


막 분리된 몸이어서 감각이 혼란했고, 내 머리도 혼잡했다. 그래서 이들이 어떻게 싸우는지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 가만히 있어. 네가 자꾸 생각하니까 나도 집중이 어렵잖아.


내가 가마니야? 근데 예전보다 내 영향을 훨씬 받는 거 같다. 차라리 몸 빼앗아 볼까?


- 그럼 둘 다 죽어. 그러고 싶어?


생각을 멈췄다. 생사의 고비여서 빨리 탈출구를 찾아야 하지만, 난 한계에 부딪혔다. 더 생각하다간 머리가 빠개질 것 같다.


퍽, 퍽, 퍽퍽.


군중과 망나니가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서서 주먹을 주고받았다. 서로 피하지 않고 상대가 때리는 대로 맞으면서 타격에만 신경을 썼다.


- 무슨 고수의 싸움이 저래.

- 반박귀진 몰라? 우리 수준에선 효율 높은 놈이 이기는 거야. 내공은 끝이 없지만, 육체의 힘은 무한하지 않아. 적은 힘으로 큰 타격을 줘서 끝까지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지. 괜히 초식 쓰고 환이나 변을 섞어 힘을 낭비하는 놈이 지는 거야.


그러고 보니 달마와 천마 역시 가까이 서서 서로 때리기만 하고 있다. 내가 저쪽에 더 신경 쓴 건, 달마와 천마의 주먹 소리가 저쪽보다 약했기 때문이었다.


- 왜 안 피하지?

- 우린 지금 피하는 것보다 맞아주는 게 더 나은 정도의 공격만 하고 있어. 상대가 피하면 공격한 사람이 더 빨리 지치니까. 강한 공격을 많이 하는 사람이 지는 거야.


그러니까 이기기 위해서 강하게 때리지 못하고, 이기려고 피하지 않는 거다.


고수는 계획이 다 있구나. 무공을 믿고 무턱대고 싸움에 임했던 내가 부끄럽다.


"천마야."


갑자기 망나니가 입을 열었다.


"망마야. 싸움에 집중해."


뭐라고 부를지 애매했는데, 나도 망마로 부르자.


"궁금한 거 있는데, 장삼풍이랑 왕중양 누가 더세?"


오호, 망마가 머리 썼네. 내부 분열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 천 리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고 했지.


"왕중양이 더 세지 않을까?"


천마도 망마의 의도를 알아채고 맞장구쳤다.


"군중 진인, 흔들리지 마시오."


"아니다. 장삼풍이 더 센 거 같아. 왕중양이면 달마 말에 콧봥귀를 뀌었을 텐데. 장삼풍이니까 찍소리도 못하는 거잖아. 한 번 꼬봉은 영원한 꼬봉이라지."


군중의 몸이 합체할 때처럼 흐릿해졌다.


작가의말

달마 지못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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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9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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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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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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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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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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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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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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