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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76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09 18:00
조회
268
추천
7
글자
9쪽

빙의가 준 계시

DUMMY

"허거승 감독님이다."


불청객은 놀랍게도 만유의 허거승 감독이었다.


구단주가 주유소 사장인 이 팀은 선수들에게 기름을 공짜로 준다. 그래서 이 팀 선수들은 늘 기름을 만땅으로 채웠다. 팬들이 정식 팀 이름보다 만유(滿油)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렀고, 결국엔 서포터즈 건의로 팀 이름을 만유로 바꿨다.


"범근이 오랜만이다."

"오랜만입니다. 건강하십니까."

"그래. 예전에 너 하나 못 막아서 졌던 경기로 울화통이 터졌는데 이젠 괜찮다."


범근 선배가 멋쩍게 웃는다.


"감독님께서 어인 일로."

"저 아이한테 볼일 좀 있는데. 괜찮겠나?"

"그럼요. 감독님"


지금은 야구부 감독이지만, 호우 감독은 예전에 허거승 감독 밑에서 몇 년 축구선수로 뛴 적이 있다.


"아까 네가 경기 뛰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우리 팀 13번 유니폼에 주인이 없는데, 네 생각은 어때?"


- 얼른 대답해. 이거 진짜 대단한 기회야. 이 싸가지 성격으로 봐선 왜 초면에 반말이냐며 따졌겠지.


"불러만 주신다면 열심히 뛰겠습니다."

"뭘 더 열심히 뛰어. 그저 오늘만큼만 해. 돌아가는 대로 계약 담당 직원을 보내겠다."


볼일을 마친 허거승 감독은 사이영 감독과 호우 감독과 악수하고 떠나려 했다.


"감독님. 저한테도 기회 한 번 주십시오."


다른 애들은 허거승 감독의 기에 눌려 입도 못 떼는데 성용이는 용감하게 발걸음을 잡았다.


"질문 하나 하지. 넌 SNS를 뭐라고 생각하니?"

"인생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나랑 생각이 다르구나. 난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고 여기는데."


뻥진 얼굴의 성용이를 뒤로하고 허거승 감독이 떠났다.


허거승 감독이 강당을 벗어나자 성용이는 핸드폰을 꺼내 SNS에 접속해 글을 적었다.


'허거승 감독은 리더의 자격이 부족한 거 같다.'


###


- 빙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네?


반나절도 안 되어 빙의가 끝났다.


- 이상해. 빙의가 확실히 끝났는데 성화신을 못 만났어.


괜스레 다 내 탓인 거 같다.


"사형. 어서 식사해요."


멀리서 막살자의 외침이 들려온다. 천마의 위치를 정확히 감지했다면 전음으로 했겠지만, 전혀 감추려고 시도하지 않았는데도 천마의 기척은 쉽게 감지되지 않았다.


아비 신조 덕분에 바비큐에 맛을 들인 인마는 노릇노릇 구운 새 한 마리를 손으로 잡고 와구와구 뜯었다. 다른 사람도 각자 입맛에 맞는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사제. 무림맹 주작대 대주 막주작이랑 친하지?"

"명절마다 얼굴 보고 술잔도 나누는 사입니다."

"가서 맹탕을 어떻게 처분했는지 알아 와."


막살자가 멧돼지 뒷다리 하나 들고 경공을 펼쳐 사라졌다.


"공공칠."

"네, 대형."

"가서 무림맹 최신 정보를 확인해 보고해라. 맹주직에 관한 정보면 더 좋고."


공공칠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어느새 사라졌다.


"대형, 무슨 일입니까?"


왕간지가 궁금한 얼굴로 질문했다.


"맹탕을 쫓아내면 맹주 자리가 공석이 된다."


"아미타불. 천마께선 맹주 선거에 후보로 나설 생각이시오?"


밀덕 스님이 놀란 나머지 머리에 쓴 수박껍질을 벗었다. 대머리가 눈부시다. 진짜 스님 맞았구나.


"그렇다."


- 미쳤어? 네 손에 죽은 무림맹 사람이 수천 명이라면서.

- 성화신의 계시다.

- 못 만났다며?

- 야구부가 축구부로 가고 축구부가 야구부에 갔다. 당연히 나보고 소속을 바꾸라는 계시 아니야?


너무 억진데?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 황궁에 가라는 뜻일지도 모르잖아.

- 난 계승권을 잃었다. 누구 밑에 있는 건 성격에 안 맞으니 당연히 무림맹으로 가서 맹주 선출에 나가라는 뜻이다.


파큐유나 용답답 그리고 태식은 아무 관심도 없는 모습이다. 밀덕 스님은 천마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분위기고. 왕간지는 조금 흥분했다.


"대형은 황실 출신으로 혈연에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명문고 명문대를 나왔으니 학연 역시 아무 문제도 없고요. 황실 세력권에서 태어나 무림맹 세력권에서 성장했으며 마교 세력권에서 무공을 완성했으니 지연도 훌륭합니다. 마교 교주로 거대 세력을 이끈 경험도 있으니 큰 꼬투리만 안 잡히면 당선에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선거 자금만 해결하면 됩니다."


왕간지 말을 듣고 보니 왠지 그럴듯하다. 왕간지가 무식하다고 했던 거 취소다. 얘는 아는 글자가 적은 거지 무식한 게 아니다.


반나절이 지나고 막살자가 먼저 돌아왔다.


"사형. 맹주 맹탕은 이미 자택에 갇혔습니다. 공식 발표는 아직 안 했지만, 무림맹에 소속한 문파들이 하나같이 새로운 맹주 선출을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답니다."


막살자보다 조금 늦게 공공칠이 도착했다.


"무림맹 총단 근처에 있는 금의위 거점 셋을 방문했습니다. 아주 확실한 건 아니지만, 새로운 맹주 선출을 사흘 뒤에 발표할 거고 정식 투표는 40일 뒤로 예상합니다."


"그럼 발표하기 전에 빨리 집부터 구매해야겠군."


"사형. 설마 무림 맹주 선출에 나가려고요?"


무림맹 맹주가 되려면 반드시 세력권에 부동산을 소유해야 한다. 맹주 선출을 발표하기 전에 구매한 부동산만 유효하기에 서둘러야 한다.


- 근데 굳이 막살자랑 공공칠한테 정보를 수집하라고 한 건 무슨 이유야?

- 진짜로 맹주 선출을 하는지 확실히 해야 해서. 무림맹이 맹주 선출로 장난을 자주 치거든.


맹주 선출 전엔 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무림맹 수뇌부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친인척 명의로 집을 사두고 적당한 때에 새 맹주를 선출한다고 헛소문을 퍼뜨린다. 술자리나 사모임에서 뉘앙스만 풍겨도 돈 냄새에 민감한 놈들이 알아서 낚인다.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 역시 무림맹 세력권에 부동산을 보유한 자로 제한한다. 황궁은 물론 마교 역시 입맛에 맞는 맹주를 뽑으려고 무림맹 세력권에 꽤 많은 부동산을 보유했다.


황궁이나 마교는 헛소문인지 아닌지 잘 구분한다. 그러나 대부분 개미(介楣)는 거짓 소문에 속아 부동산을 사들인다. 맹주 선출을 정식으로 발표하기 전까지는 집값이 지속해서 상승한다는 기대감에.


중개 개에 처마 미. 집을 사도 살지 않고 처마 밑에만 머문다는 뜻으로, 부동산에 투기하는 사람을 일컫는 무림 용어다.


- 2년이나 3년에 한 번씩 털어먹는데도 늘 속는 사람이 있지. 진짜 무림 맹주 선출이 맞물리면 떼돈을 버니까.


###


"인마 제외하고 한 사람이 한 채씩 구매한다."


비록 청렴한 천마가 마교에서 축재를 하진 못했다지만, 황제의 사생아로서 받은 세뱃돈만 해도 집 몇 채는 전혀 문제 될 것 없다. 게다가 막살자 역시 가문도 본인도 부자고 세금을 안 내는 밀덕 스님 역시 부자다.


심지어 맨날 반바지 하나만 입고 다니는 파큐유 역시 어마어마한 부자다.


"집 좀 보겠다."


"집 판매는 경매로 해유. 지금은 매물이 없으니 아무 데나 앉아서 기다리슈."


추운 겨울이어서 그늘 밑엔 아무도 없었다. 우린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매물이 나오기만 기다렸다.


"매물 나왔슈. 주방은 없고 마당도 없는 세 평짜리 집. 시작 가격은 은자 스무 냥이유."


"돌집인지 나무집인지 흙집인지는 말해야 할 거 아니오."


백 명이 넘은 개미 중 하나가 항의했다.


"직접 가서 알아보슈. 청담동까지 두 시진이면 왕복할 수 있으니 얼른 출발하슈."


천마는 물론 일행 역시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 시간이 얼마 없다며? 얼른 사.

- 집 크기에 따라 투표권 권중이 달라진다. 그리고 후보는 최소 천 평 이상 부동산을 보유해야 한다.


헐. 3평짜리가 투표하면 3으로 계산된다. 100평짜리가 투표하면 100으로 계산된다. 그냥 부동산을 보유하면 되는 게 아니었다.


- 그럼 수천 평 수만 평 부동산을 보유한 자들은?

- 수만 평 부동산을 보유했다고 고작 수만으로 계산되는 게 아니야. 그 정도 부자면 같은 지역에 사는 자 대부분을 통제할 수 있으니까. 10만 평 부동산을 보유한 자는 약 200만 평의 효과를 지닌다고 보면 돼.


후보를 세우고 선거한다고 해서 황궁이나 마교보다 나은 줄 알았는데.


마교는 교주를 중진들이 선출한다. 일반 교도와 백성은 선출권이 없다. 황궁이야 피로 이어지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비록 부동산 보유라는 제한이 있지만, 그거야 다른 세력권 혹은 개방과 같은 단체가 난장을 피울 게 걱정되어서 내린 조치려니 이해하려 했다. 막말로 10만 개방 방도가 한 후보에게 몰표를 주면 맹주 선출이 엉망이 될 테니까.


그런데 집 평수로 차별한다는 말을 들으니 화가 치민다.


- 결국 형식만 다를 뿐 황궁이나 마교나 무림맹이나 본질은 다 똑같네?

- 네가 살던 세상도 여기랑 본질적으론 똑같을걸? 생산력 수준과 대중의 의식 수준이 달라서 표현되는 형태가 다를 뿐이지.


작가의말

무림맹주는 투표로 선출합니다. 단, 집을 보유한 사람만 투표 권한이 있죠. 그리고 집 면적에 따라 투표 점수가 달라집니다.

게다가 후보로 출마하려면 천 평이 넘은 집을 보유해야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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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09 18:18
    No. 1

    평수 만이 아니라 지역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요? 강남 24평 전세면 울 동네 32평 여러채 삽니다 .

    갈데까지 가보자!
    왜인지 강남스타일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 이번 화 였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2.10 08:21
    No. 2

    지역 관련해서는 오늘 분량에 언급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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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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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후원금 +5 19.12.20 172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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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청문회 +2 19.12.18 173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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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3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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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7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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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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