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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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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73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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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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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후원금

DUMMY

"무림맹 인재 목록입니다. 주로 인맥이 부족하여 가진바 재주를 펼치지 못한 사람으로 추렸습니다."


마교 및 황궁을 모아놓고 종전 협상 비슷한 걸 해야 한다. 그리고 FTA 비슷한 것도 추진해야 하고.

그래서 경제와 법률 그리고 외교 쪽 인재가 필요하다. 정보는 공공칠과 정보통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고.


"추천 부탁한다."


정보통이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이름 하나 짚었다.


"무법자?"


법률 전문가 무법자(武法者).

홍당 무씨 11대손. 윤활유와 마찬가지로 사법고시에 합격했으나 황궁의 부름을 받지 못한 자.


"원리원칙을 너무 따져서 황궁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윤활유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낸 인잽니다."


"불러들여."


정보통의 손가락이 움직여 다른 이름을 짚었다.


경제 전문가 파산(破産).

절인 파씨 8대손. 자는 락호(落戶).


"분식회계도 할 줄 아는 어마어마한 인잽니다."


분식회계 그거 대기업 회계팀 기본 스펙이잖아. 무림에선 귀한 스킬인가?


"불러들여."


정보통 손가락이 천천히 움직여 세 번째 사람을 찍었다.


외교 전문가 전쟁광(戰爭狂).

자세한 인적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가족 관계란도 깨끗이 비어 있다.


"약 10년 전에 무림맹 외교관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영토를 아주 조금 양보하는 거로 반년이나 되는 평화를 이룩했습니다. 영토를 양보한 걸 빌미로 외교관 자리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사실상 다른 변방에서 영토를 크게 확장하여 오히려 무림맹에 큰 이득이었습니다."


이놈이었군. 세가 연합이 꼭 외교관으로 임명해 달라던 사람.


전쟁광이 마교와 황실에 땅 조금 떼주는 거로 반년의 평화를 얻어냈다. 그 기간 세가들이 무림맹 주력부대의 도움으로 영토 확장을 꾀했다.

덕분에 세가 연합의 힘이 부쩍 늘었고, 그걸 경계한 무림맹 수뇌부가 전쟁광을 사퇴시켰다.


"좋아. 이 셋을 중심으로 협상단을 꾸린다."


###


마교 교주와 마찬가지로 무림맹주 역시 오전만 업무를 본다. 오후는 개인 시간이다.


맹주 거처는 무림맹 본부 뒷산의 장원이다. 무림맹 본부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훌륭한 위치다.


"천마님의 맹주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늦었지만, 소소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용답답이 선물함을 열었다. 어른 주먹보다 큰 황금 두꺼비가 창연한 자태를 자랑한다. 귀는 비취로 빚었고 눈알엔 붉은 보석을 박았다. 두꺼비 등의 돌기는 검은 진주와 푸른 보석 수십을 박아 표현했다.


등에 박은 깨알만 한 검은 진주 한 알이 두꺼비를 빚은 황금보다 더 비싸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지?"


석유보단 못하지만, 무림맹 세력권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부자다.


"구구절절 구차하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정치 후원금을 드릴 테니 상속세를 없애주십시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당신 혼자 생각은 아니지?"


"제가 대표로 왔습니다. 상속세를 없애주시면 천마님은 백 명이 넘은 후원단을 단번에 얻게 됩니다."


뭔가 찝찝하다. 수많은 뉴스를 보며 단련된 내 감각이 경고를 보낸다.


"무법자."


"맹주께 아룁니다. 무림맹과 마교 그리고 황실이 삼분천하하고 있지만, 명목상으로 무림맹과 마교의 땅 모두 황실 것입니다. 무림맹이나 마교나 자체로 법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빼고 황궁법을 따릅니다."


"제가 보충하겠습니다."

외교관 전쟁광이 끼어들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전쟁이 마교와 무림맹 사이에서 일어난 것은, 무림맹은 물론 마교까지 황궁이 무림의 주인이라는 명분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궁 역시 무림맹과 마교가 힘을 합쳐 자신을 상대할까 봐 대규모 전쟁을 자제했습니다."


빙고. 느낌이 왔다.


"만약 무림맹이 황궁법으로 정한 상속세를 부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교에 달렸습니다. 마교가 우리와 함께 황실을 부정하면 대규모 전쟁이 일어납니다. 이때 마교는 우리와 힘을 합쳐 황궁에 대항하거나, 지금까지 황궁이 해왔던 것처럼 쌀 튀김을 먹으며 구경만 할 수도 있습니다."


"마교가 황궁과 힘을 합쳐 협공하면 무림맹은 절대 못 버티겠군."


"어느 상황이든 분명한 맹주 탄핵 사유가 됩니다."


상속세를 없애 달라고 청탁했던 노인이 겁에 질려 무릎을 풀썩 꿇는다.


"아닙니다. 전 정말 몰랐습니다. 주변에서 자꾸 상속세를 없애면 좋다고 해서 나선 겁니다. 저는 멍청해서 이런 거 잘 모릅니다."


알아. 당신은 그냥 평범한 재벌 3세일 뿐이잖아. 원래는 무림맹 최고 부자였는데 당신이 가주 되면서 3위로 떨어졌고.


귀가 얇고 사람들이 추어주는 걸 좋아해서 사자 아가린 줄도 모르고 머리를 들이밀었겠지. 게다가 이번 거래로 무림맹주이자 황태손의 사부인 천마와 안면을 틀 생각에 들뜨기만 했을 테고.


"사형. 어떻게 처리할까요?"


"상속세를 없애줄 테니 후원금을 먼저 주면 안 될까?"


무릎을 꿇은 노인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반면 우리 편은 머리 굴리기에 급급하다. 지금까지 봐온 천마라면 절대 안 할 결정이니까.


"돌아가서 상의해 보겠습니다."


"일단, 후원자 명단을 전부 적어. 이번 일에 가담한 자들이 누군지 알고 싶다."


결국, 멍청한 게 죄인 노인은 백 명이 넘은 자들의 이름을 세 번이나 적어낸 후에야 장원을 떠났다.


"맹주, 무슨 이유로 상속세를 없애주겠다고 한 겁니까?"


"언제까지라고 말하진 않았어. 내가 올린 예산안이 전부 부결(否決)되어 협상단을 꾸릴 자금이 부족하다. 협상을 어디에서 열든 모든 자금은 내가 대야 하니까 우선 후원금이라도 받아야겠다."


그때, 골몰히 생각에 잠겼던 막살자가 갑자기 손뼉을 치며 풀쩍 뛰었다.


"사형. 설마 집유의 경지를 드디어 벗은 겁니까?"


천마는 조금 특별하다. 자웅동체공의 동자공을 익히고 있기에 굳이 경지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형의 경지를 대비하여 벌써 자신의 원칙을 만드느라 집유의 경지에 머물러 있지만, 자웅동체만 이루면 순식간에 경지가 무기로 뛴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막살자는 무력에 비해 아쉬운 천마의 경지가 늘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아이돌이 모든 면에서 완벽하길 바라는 극성팬의 마음 같달까.


막살자는 내가 천마라면 절대 안 할 짓을 하자 집착을 전부 버리고 집유 다음 경지인 실형에 이른 거로 오해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채워야 비울 수 있다. 집착하지 않으면 어찌 집착을 버릴 수 있고, 집착을 버리는 데 집착하면 어이 집착을 벗어날 수 있겠느냐."


"수도거성, 도과죽해!"


수도거성(水到渠成)은 물이 오면 도랑이 만들어진다는 뜻으로, 아주 당연함을 이르는 말이다. 도과죽해(刀過竹解) 역시 칼이 지나는 대로 대나무가 쪼개지는, 아주 당연한 일을 강조하는 말이다.


개세 수련에 절절매는 나한테 천마가 해준 말이다. 지금껏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 막살자가 뱉은 사자성어 둘로 머리가 시원해졌다.


"경지는 인간이 나눈 것이다. 수많은 무인을 천편일률적으로 하나의 기준으로 나누는 건 합당치 않다. 경지에 집착하지 말고 자신을 갈고닦아라."


이 역시 천마가 해준 말이다. 막살자와 인마의 존경심 가득한 눈빛을 받으며 멋지게 몸을 돌려 침실로 돌아갔다.


세숫대야에 물 떠 놓고 몰래 개세를 수련할 시간. 오늘도 열심히 해서 어서 경지를 높여야지.


###


"맹주께선 우리가 못 미더운 것이오?"


세가 연합의 총수이자 당문 전대 가주 당대표. 제갈몽청은 천마랑 대화하기엔 급이 좀 부족하다. 그래서 세가 연합의 대화 창구는 당대표로 바뀌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세가 연합의 재물은 마교 전체보다 많소. 그러니 굳이 따로 후원금을 받을 필요가 없소."


내가 벌써 세가 연합을 견제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난 그저 세가 연합한테 대놓고 돈 달라고 하기 부끄러웠던 차에 돈 준다는 놈 생겨서 덥석 받은 것뿐인데.


"세가 연합은 무림맹 다른 세력과 싸울 작정이오?"


막살자가 끼어들었다. 천마가 빙의로 떠나고부터 난 실수할까 봐 말하기 전에 무조건 5초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막살자나 공공칠 그리고 왕간지가 날 대신해서 나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손 몇 개를 거쳐서 후원금을 전달하면 트집 잡힐 일 없소."


세가 연합은 돈세탁도 잘하나 보다. 그리고 차명 계좌로 후원금을 쏴 주겠다고? 불법 여부를 떠나 그런다고 안 들킬 거 같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엔 실수가 없을 수 없다.


"이번에 평화 협정이 체결되면 무림맹 세력권에선 세가 연합만 이득을 본다. 당연히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테니 내게 주려던 후원금은 그걸 대비하는 데 사용하는 게 좋겠다."


천마야, 빨리 돌아와. 내가 더 큰 사고를 치기 전에.


작가의말

선협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주 신중하여 힘줘서 쓸 생각입니다. 길게 쓸 생각이기도 하고요. 캐릭터 스토리 모두 신중하게 할 생각이기에 지금 글이 끝난 후 다른 글 하나 더 쓰고 시작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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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2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70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200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5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4 7 9쪽
70 전학생 19.12.31 190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3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9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 후원금 +5 19.12.20 172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3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3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7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3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3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8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2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6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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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52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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