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886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25 18:00
조회
153
추천
6
글자
9쪽

어마어마한 지원군

DUMMY

일단 국 장로와 막 대주의 여론전에 재를 뿌리긴 했는데, 도망칠 틈을 못 찾겠다. 석호필이 있다면 내비개이선 법술로 안 들키고 튈 텐데, 지금 인원 중 도망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없다.


"맹주. 어마어마한 지원군을 찾았습니다."


공공칠은 천마랑 또래의 소년을 데리고 복귀했다. 강한지는 모르겠고 얼굴은 왕간지 수준이다.


"누구지?"


"탄이라고 불러주십시오. 마교의 악적들이 무림맹의 변경을 침범했다는 소문을 듣고 지원하러 달려오다가 여기 협객을 만나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먼 길에 고생 많았으니 안에서 쉬어라."


탄이라고 소개한 소년을 치우고 공공칠이 모은 정보를 확인했다.


"꽤 오래전부터 준비한 함정인 것 같습니다. 당문은 물론 가까운 무당파도 전부 황궁 세력권으로 갔습니다. 예전부터 원한이 너무 깊어지는 걸 대비하여 이쪽 무사들이 황궁과 싸우고 황궁과 가까운 무사들이 마교와 싸웠기에 당연한 조치로 알고 의심 없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준비를 오래 했다고 하니 내가 마교를 해결하더라도 또 새로운 함정이 기다리겠지? 천마가 어서 돌아와야 하는데.


"근데 저 탄이라는 자는 무슨 내력인가?"


공공칠이 대답하기도 전에 밀덕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맹주. 마교가 접근하오."


마교에 있을 땐 천마가 교주이고 밀덕은 호법이었기에 꼬박꼬박 존대했다. 호법을 그만두고 천룡사 주지 신분을 회복한 후부턴 반존대로 일관한다.


"누가 왔지?"


"혈마가 변경을 지킬 때 데리고 있던 직속 수하들로 보이오. 무공 경지는 높지 않지만, 실전으로 단련되어 하나같이 용맹한 자들이오."


밖으로 나가니 수천 명 규모의 마교 무사가 줄을 맞춰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정규군의 엄정한 기세는 안 보이지만, 어느 정도 절제된 살기가 넘실거리는 걸 보니 오합지졸은 절대 아니다.


"맹주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막아보겠습니다."


탄이라는 소년이 나섰다.


"맹주. 맡겨보시지요. 천축에서 엄청 유명한 고수입니다."


공공칠의 귀띔에 저으려던 고개를 멈췄다.


"맡겨보마."


탄은 소매에서 작은 병을 꺼낸 다음 뚜껑을 열고 안에 액체를 손에 쏟았다. 액체를 머리와 얼굴에 바르니 사람이 훨씬 빛나 보인다.

탄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팔다리와 몸에도 액체를 발랐다.


"저기, 부싯돌 있나요? 불 좀."


태식이가 품에서 부싯돌을 꺼내 탄에게 건넸다. 부싯돌을 몇 번 비비니 불꽃이 확 튄다.


"뭐야. 분신자살이야?"


시위도 평화 시위만 지지하는 전쟁광이 놀라 소리 지른다.


"흐아."


탄의 몸에 바른 액체가 순식간에 발화하여 어마어마한 불길을 피워냈다.


"불타오르네."


말을 마친 탄이 팔을 허우적대며 앞으로 나갔다. 절도 있는 동작과 달리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마교 부대 한가운데로 뚫고 들어갔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읊어주지."


"크다고 꼭 좋은 게 아니야. 달릴 때 불편하거든."

"길면 긴 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행복은 크기순이 아니야."

"자괴감을 버려. 목욕탕에서 날 마주쳐도 당당하게 치켜들어."


"저 새끼 죽여."


오합지졸이 아니라던 말 취소. 탄의 시 낭송에 감동한 마교 무사들이 이성을 잃고 발광한다. 분명히 손에 든 칼이나 도끼로 때릴 수도 있는데, 손은 그냥 놀려두고 발로 탄의 그곳을 집요하게 밟는다.


구하러 가야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처참하게 당할 때, 맞기만 하던 탄이 갑자기 크게 외친다.


"아미(峨嵋) 소환(召喚)."


갑자기 수천 명 무사가 전장에 나타났다. 하나같이 근육이 빵빵하여 헬스 동호회 모임으로 오해할 뻔.


"탄이. 우리 탄이를 감히!"


마교 무사의 다굴로 데굴데굴 구르는 탄이를 본 근육들이 분기탱천하여 달려갔다.


"뭐지?"


"아미파입니다. 아미산은 코만도라는 호수섬에 있습니다. 코만도를 둘러싼 호수는 물의 성질이 특이하여 배도 못 뜨고 헤엄으로 건널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소환술과 귀환술로만 나들이 할 수 있습니다."


저 탄이라는 소년이 아미파의 나들이를 돕는 소환사인 듯하다. 늘 섬에 갇혀있는 게 답답하니까 밖으로 불러줄 소환사의 존재가 소중하겠지.


그때. 팔뚝이 내 허리보다 더 굵은 헬스보이가 다가와서 밀덕에게 포권한다. 와, 손을 맞잡을 수 있구나. 팔이 너무 굵어 안 될 줄 알았는데.


"밀덕 스님. 지휘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알았네. 아놀드."


밀덕 스님이 수박 껍질을 머리에 쓰고 허리에서 무전기처럼 생긴 검은 물체를 꺼낸다.


"아미는 지휘에 따라 오와 열을 맞춘다."


밀덕의 말이 손에 든 검은 물체를 통해 새소리로 바뀐다. 새소리가 전장에 널리 퍼지자 마구잡이로 뛰어다니던 아미파 무사들이 진을 짜기 시작했다.


"아미파가 왜 천룡사 주지의 지휘를 따르지?"


"맹주. 천룡사 주지여서가 아니라 람보의 제자이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왕간지의 대답과 함께 정보가 떠오른다.


람보는 아미파의 장문 아놀드의 사부와 친분이 깊다. 굳이 따지자면 사형제 비슷한 관계다.


"그런데 무림에 '아'라는 성씨가 있나?"


외교관을 꿈꾸며 다양한 인문 지식을 섭렵한 전쟁광이 질문을 던졌다.


"저들은 무림인이 아니니깐요. 머슬족이라고 무림 변경에 사는 소수민족입니다. 아미산도 아미파도 머슬족의 조상인 아미의 이름에서 딴 겁니다."


왕간지는 아는 글자가 적은데 얻어들은 건 참 많다.


"아미파 현 장문인 아놀드는 아미의 후손입니다. 람보의 사조가 아미파 출신이어서 굳이 따지면 저들은 한집안입니다. 폭열공과 탄지신통은 아미파 무공이거든요. 일양지만 천룡사의 무공입니다."


"폭열공이 아미파 무공이라고?"


"오래전부터 수련이 금지됐습니다. 가장 우수한 자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전부 열폭으로 죽으니깐요. 폭열공은 이제 람보와 밀덕만 익히고 있습니다."


밀덕의 개입으로 아미가 순식간에 우위를 차지했다. 이래서 훌륭한 지휘관이 전장에서 중요한 거구나. 밀덕이 내린 지시는 온갖 새소리로 바뀌어 아미의 수천 무사를 손발처럼 움직였다.


밀덕의 지휘와 아미의 분전에 힘입어 혈마 직속부대는 패퇴했다. 구함을 받은 탄이의 가랑이는 지저분하다 못해 처참했다.


"탄, 소환력이 소진됐으니 당분간 숨어 지내라."

"알았어요. 아미 여러분, 사랑해요."


근육이 과자의 질소보다 더 빵빵한 근육맨들이 감동으로 눈물을 흘린다. 탄 역시 눈물을 훔치며 경공으로 사라졌다.


"귀환술을 펼친다."


전투를 승리로 끝낸 아미가 귀환술로 돌아갔다. 모든 무사가 돌아간 걸 점검한 아놀드가 마지막으로 떠났다.


"밀덕 스님. 전장에서 어깨 나란히 하는 그날을 언제나 기대합니다."

"나도 마찬가지네."


귀환술을 펼친 아놀드가 땅으로 천천히 꺼진다.


"전 돌아올 겁니다."


높이 추켜든 엄지손가락을 끝으로 아놀드 역시 사라졌다.


###


"맹주. 지금 유일한 방법은 정면돌파입니다."


무당과 당문의 무사는 이미 황궁 세력권과 맞닿은 변경으로 갔다. 원래 이리로 와야 할 무사들은 내 적대 세력의 수작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 그 방법밖에 없겠지. 모두 여기서 날 기다려라. 내가 직접 가서 혈마랑 담판 짓고 오겠다."


왜 무공도 못 펼치는 주제에 혼자 움직이냐고? 적당한 틈을 타서 토끼려고.


모양 빠지게 다리로 뛸 순 없기에 말을 타고 출발했다. 일행은 재가 된 내 속도 모르고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벌써 두 달 넘도록 경공을 안 펼쳤는데 의심도 안 하냐?'


저들은 경지가 오르고 있어 무공을 자제하는 줄로 오해하고 있다. 천마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깊으면 내가 줄곧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저리 믿어줄까?


- 야, 기생충.

- 망서출?

- 그래, 나야. 범서출이 수작을 부려서 이제야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출발할 때보단 마음이 훨씬 편하다.


- 몸을 내게 양보해. 지금 이대로면 혈마한테 죽어.

- 넌 무림에서 나오면 안 되잖아.


나랑 박순녀가 살던 세상은 괜찮지만, 무림은 기가 너무 풍부하여 망나니가 몸을 차지하면 큰일난다.


예전에 흥칫뿡과 뿌잉뿌잉을 연습하다가 광명정이 사라질 뻔한 적이 있다. 그게 천마가 뭔가 한 게 아니라, 망나니가 밖으로 나오려고 시도한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 괜찮아. 그간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이 성장했어.


너한테 몸 줄 거면 차라리 사자 앞다리를 베고 자지.


- 혈마한테 가면 마교 손에 죽고. 도망치면 왕중양 손에 죽어. 저들은 널 천마로 알고 진짜 천마도 피하기 어려운 공격을 할 거야. 너 따위는 감지도 못 하고 그냥 죽겠지. 고통없이 죽는 거니까 호상이긴 한데, 나랑 범서출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몸을 너한테 맡길 거면 차라리 애를 물가에 내놓는 게 맘 편하겠다.


- 진짜 허튼짓 안 할 거지?


작가의말

머슬족 : 코만도에 사는 소수 부족.

아놀드 : 머슬족 족장. 늘 컴백을 꿈꾸는 사나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26 09:50
    No. 1

    미치겠당.
    Army가 峨嵋波가 되다니? 아氏.코만島.
    작가 양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에 빙의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2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68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2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2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3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1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4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8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8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1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7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1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5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8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0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0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4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3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4 12 9쪽
12 인재 영입 +3 19.11.12 544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3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1 13 9쪽
9 내가 천마라니 +3 19.11.09 717 18 9쪽
8 무림맹 +6 19.11.08 807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6 25 9쪽
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50 22 9쪽
5 스카이 캐슬 +3 19.11.05 1,450 27 9쪽
4 제자 돌보기 +2 19.11.04 1,809 32 9쪽
3 별호 짓기 대회 +6 19.11.03 3,098 40 9쪽
2 천마의 신분 +3 19.11.02 5,089 56 9쪽
1 그린 라이트 +10 19.11.01 7,973 7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