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21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20.01.03 18:00
조회
139
추천
5
글자
9쪽

진상

DUMMY

성화신에게 잡혀서 강제로 규화보전을 익힐 때.


- 끝이 보이는구나.

천마가 말했다.

- 무슨 꿍꿍이야?

망마가 질문했다.

- 난 어떻게 될까?

나도 중얼거렸다.


- 망마야. 네가 인지 능력을 갖췄을 때 무의식에 인격이 몇 있었지?

- 내가 감지한 건 839개. 나까지 840이야.

- 네가 정식으로 인격이 된 게 3살 무렵이니까. 그때까지 158개 인격이 죽은 거구나.


패닉에 빠진 날 무시한 채, 천마와 망마는 인격 살인을 토론했다.


- 아니지. 159개 인격이 죽은 거지. 그래야 너까지 합쳐서 천 개가 되잖아.

- 만약 내가 첫 인격이 아니라면?


난 이대로 돌아가는 건가? 그런데 트럭에 치인 천동출로 돌아갈까 스타 검사 천동출로 돌아갈까?


스타 검사 천동출로 돌아가면 평생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 그 세상을 떠나야 하는 운명이니까.

트럭에 치인 천동출로 돌아가면 귀신이 되는 건가? 이미 죽은 몸이니까.


그래도 돌아가는 게 낫지. 스타 검사로 살다가 총각 귀신이 되든, 트럭에 치여 죽은 총각 귀신이 되든 여기서 바로 죽는 것보단 나으니까.


- 사실 천동출이 천마야. 난 2번째 인격이고 넌 3번째 인격이야.


귀가 번쩍 뜨인다. 이 하찮은 몸이 천마라굽쇼?


- 난 태어나서 반년 동안의 기억이 없어. 왜 그럴까?

- 설마. 첫 인격이 사라지고 네가 부상한 거였어?

- 우리 비단 천씨는 탯줄이 끊긴 순간부터 세상을 인지하고 뇌에 정보를 저장해. 반년의 기억이 없다는 건 내가 첫 인격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지.


- 하지만, 천동출이 첫 인격이라고? 우리보다 우월한 면이 전혀 없는데.

- 너 고난순이 되었을 때 천마신공 익혔어?

- 아니. 머리로는 아는데 아무리 시도해도 안 되더라고.

- 그럼 천동출의 경지는 어땠지?

- 기천 초입. 개세도 내가 몰래 도운 덕분에 겨우 12성을 완성했지.


- 내가 천동출 몸에 들어가서 2년 동안 노력했는데 집유 초입에 개세를 9성 정도로 익혔어.

- 네 뜻은 그러니까. 육체의 제약으로 인격이 주눅 들었단 말이야?

- 200킬로미터 시속으로 달리는 데 습관 된 운전자에게 경운기 운전대를 쥐게 하면 어찌 될까? 평생 경운기를 운전한 사람보다 훨씬 느릴 거야. 어쩌면 아예 포기하고 멈춰버릴지도 모르지.


머리가 어지럽다.


- 그런데 첫 인격은 왜 천동출이 된 거야?

- 가장 우수한 인격이니까. 그런데 성화신이 몸을 빼앗으려고 했어. 천동출은 무의식에 천마신공을 비롯한 자기 깨달음을 새겨놓은 뒤 다른 세상으로 도망친 거야. 도망가기 전에 두 번째 인격인 날 밖으로 끌어냈고.

- 그래서 천마신공을 익힌 거구나.

- 개세기천마신공에서 천마신공을 깨달았다고 여겼는데, 최근에 와서야 사실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던 무공임을 알아차렸다.


- 동자공을 익힌 건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고.

- 그래. 내가 첫 인격이 아니기에 널 키워줘서 균형을 맞춰야만 천마신공을 감당할 수 있었다.

- 성화신이 널 꼬드겨 다른 세상에 빙의하게 한 건 천동출을 찾으려는 거였고?

- 나도 최근에 알아차린 거야. 몰래 여러 인격을 죽이다가, 첫 인격이 무의식에 숨은 게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도망쳤다는 걸 발견한 거지. 그래서 나더러 다른 세상에 빙의하게 했어. 여러 세상에 빙의했다고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시간대만 달랐을 뿐, 줄곧 천동출의 세상으로 빙의했어.

- 운명적으로 넌 첫 인격과 만날 수밖에 없겠구나. 성화신은 널 지켜보면서 진짜 천마를 찾으려고 했던 거고.


그러니까 난 원래 천마다. 태어나서 반년도 안 되어 천마신공을 익힌 천재. 그러나 성화신이 몸을 빼앗으려고 하자 모든 깨달음을 무의식에 새긴 후 도망쳤다.

모범생 천마에게 몸을 맡기고.


천마가 강아지한테 빙의하러 갔을 때, 누군가가 너 누구냐고 질문했지. 그거 망나니 천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성화신이었다. 천마를 빙의 보내서 날 찾게 하고, 천마가 없을 때 인격 살인을 하려고 했는데 내가 몸을 차지해서 물러난 거겠지.


- 그런데 성화신은 왜 천동출을 안 죽였을까?


나도 그게 궁금해.


- 너무 하찮으니까. 천마가 아니라고 의심한 거지. 내가 일부러 인격 하나 키워서 자길 속이려는 거 아닌지 계속 고민했을 거야. 괜히 죽였다간 자기 의도가 들통날까 봐.


범이 산을 떠나면 개가 업신여기고, 용이 얕은 개울에서 헤엄치면 새우가 비웃는다더니. 이 천동출이 깨달음을 아낌없이 주고 떠났더니 하위 인격들에게 하찮다는 평가를 받는구나.


- 그래서 내가 천동출을 좋아했던 거구나. 얼굴이 저런데도.


망마야. 넌 또 무슨 허언이냐? 내 얼굴이 어때서.


- 둘째랑 셋째야. 대책은 있어?


홧김에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 간단하지. 우리 셋이 합치는 거야. 네 깨달음은 천마랑 내가 나눴으니까. 그걸 얻고 네가 육체를 다시 차지하면 성화신을 이길 수 있어. 어디서 불패지체 따위가 천마지체한테 엉겨.


망마가 시크하게 말했다.


괜찮은 방법이다. 천동출의 삶을 버려야 하지만, 난 원래 자기 자리를 되찾은 셈이니까. 마음으로는 여전히 천마가 아닌 천동출이라고 여기지만, 내가 무의식에 두고 갔던 힘을 되찾으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 늦었어. 지금 규화보전 익히고 있잖아.

- 규화보전이 왜?

- 태양을 등진 해바라기. 첫 인격을 등진 다른 인격들.


성화신은 계획이 다 있구나.


- 그런데 너 되게 침착하다? 대책이 있는 거지.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다. 푹 가라앉았던 기분이 망마의 질문과 함께 하늘로 치솟는다.


- 당연하지. 천동출의 몸을 이 세상으로 불러오면 돼.


###


천마의 계획은 성공했다. 진짜 천마인 나마저도 포기하게 한 천동출의 육신을 본 성화신은 끅끅거리며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


"성화신, 내게 대책이 있는데."


먼저 억장을 무너뜨린 다음, 슬픔으로 약해진 틈을 희망이라는 잔인한 비수로 찌른다. 십중팔구는 심장을 향하는 비수를 그대로 보고만 있고, 남은 한둘은 적극적으로 가슴을 내밀어 비수에 찔린다.


"뭔데?"

"날 쫓아내는 거지."


성화신이 벌떡 일어나 뚜벅뚜벅 원을 그리며 걸었다. 두 손은 얼굴을 비비기도 하고 뒷짐을 지기도 하고 뒤통수에 붙이기도 하며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네가 사라지면 언젠간 천마지체가 또 나오겠지. 수천 년이 걸리겠지만, 마교가 망하지 않게 유지하면 돼. 6천 년이래 봤자 겨우 백 갑자잖아. 삼천갑자의 목숨 중에 아직도 이천 갑자 이상 남았으니까 낙심할 건 없어."


혼잣말로 중얼거린 성화신은 고개를 돌려 내 눈을 바라봤다. 그러나 내 얼굴을 오래 못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 얼굴에 똥 묻었니?


"꿍꿍이 있는 건 아니지?"

"반신이라며?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잖아."

"그래. 방법을 말해 봐."


"날 원래 세상으로 보내줘. 식물인간이라니까 어렵지 않게 깰 거야."

"그리고?"

"그리고 여기 있는 천마가 신이 되게 도와줘. 신이 된 다음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 거고, 막상 돌아온다고 쳐도 새로운 천마지체가 생겨나는 덴 전혀 지장이 없잖아."


성화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머리에서 나올 계획이 아니구나. 남은 둘도 동의했다는 거겠지?"

"최종 승인은 내가 했어."


성화신이 재수 없는 웃음을 짓는다. 그러나 어쩌겠어. 다시 천동출의 진짜 삶을 안겨줄 고마운 분인데. 참아야지.


"근데, 그딴 몸으로 살고 싶어?"

"네 말마따나 고작 수십 년이잖아. 게다가 이 몸이 죽으면 슬퍼할 사람도 있어. 나만 생각하면야 천마의 몸으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지. 그러나 그러면 그건 내가 아니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어휘 선택과 문장 구성에 어려움이 느껴진다. 간단하게 말하면, 난 천마보단 천동출로 살기로 결심을 내렸다.


"정신은 물질에 영향을 주고, 물질은 정신을 제약하지. 몸의 제약을 오래 받아서 네 정신도 약해졌구나."


"네 기준으로 날 판단하지 마. 나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이니까 존중해 주고."


"알았다. 사고 당일로 보내줄게. 트럭에 치인 순간이 될 거야."


세상이 불타오른다. 어느새 성화신은 불덩이가 되었고 나 역시 작은 빛 덩이가 되었다.


"지금부터 언약(言約)을 맺겠다. 계약자 천동출은 계약에 따라 30년 동안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다신 무림에 돌아오지 않을 것을 인정하는가?"


"어, 인정."


온갖 색의 불들이 너울너울 춤춘다. 일견 아름답기도 하지만, 주의해 살피려고 하니 두통이 몰려온다.


"그럼 지금부터 계약을 실행하겠다."


화염염 火炎焱

수추묘 水沝淼

목림삼 木林森

토규요 土圭垚

금금흠 金鍂鑫


성화신의 주문과 함께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작가의말

불 네 개, 물 네 개, 목 네 개, 토 네 개, 금 네 개.

모두 있는 글자입니다. 그러나 적을 수 없습니다. 龍 네 개도 있는데, 옛날에 적었더니 그 뒤 내용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셋으로 마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에 빙의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2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68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8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8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6 12 9쪽
12 인재 영입 +3 19.11.12 545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5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2 13 9쪽
9 내가 천마라니 +3 19.11.09 718 18 9쪽
8 무림맹 +6 19.11.08 808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8 25 9쪽
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51 22 9쪽
5 스카이 캐슬 +3 19.11.05 1,451 27 9쪽
4 제자 돌보기 +2 19.11.04 1,811 32 9쪽
3 별호 짓기 대회 +6 19.11.03 3,099 40 9쪽
2 천마의 신분 +3 19.11.02 5,091 56 9쪽
1 그린 라이트 +10 19.11.01 7,974 7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