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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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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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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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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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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차별에 관하여

DUMMY

"은자 백 냥. 은자 백 냥. 더 없슈? 없으면 저분이 이대로 집 가져가유."

"은자 열 냥 더."

"더 높은 가격 나왔슈. 은자 백열 냥. 다들 뭐하슈. 집 얼마 안 남았다니깐유. 이대로 포기할 거유?"


며칠 뒤면 무림맹 대변인이 새로운 맹주 선출 일정을 발표한다. 발표하는 즉시 부동산 거래에 낀 거품이 깡그리 사라진다.


이렇게 보면 끝물인 것 같지만, 마지막 며칠 부동산 시세가 매일 최소 2배로 뛰는 걸 고려하면 오히려 투기의 최적기다.


"근데 왜 3평짜리 집만 계속 나오는 거지?"


천마도 모르는 게 있구나.


"쪼개기 수법입니다. 30평짜리 집을 10개로 쪼개서 파는 거죠. 건축물로 인정받으려면 측간이 반드시 있어야 하기에 3평으로 자른 겁니다. 측간이 없어도 된다면 2평으로 쪼갰을 겁니다."


마교를 떠난 후, 무식한 연기를 끝낸 공공칠은 우리의 브레인이 되었다. 머리야 당연히 천마가 더 낫지만, 정보량은 공공칠이 최고다. 황실과 무림맹과 마교는 물론 고려의 정보까지 꽉 잡고 있으니까.


- 차라리 변방에 가서 집을 구매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여긴 작은 집밖에 없어.

- 투표 영역을 어디까지 정할지 모르니까. 무림맹 총단에서 너무 멀면 투표 자격을 못 얻을 수 있다.


황실과 마교와 싸우면서 무림맹 영역은 늘 변화한다. 그래서 투표권을 어디까지 줄지는 그때그때 정한다. 무림맹의 고충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실망이다.


재산으로 차별하고 지역으로 차별하고. 차라리 가난한 마교에 차별이 덜했던 거 같다.


- 제갈몽청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건 어때?

- 내가 맹주 못 되면 제갈몽청은 무림맹에서 나와야 해. 그런 부담을 안고 날 도울 거 같아? 게다가 제갈몽청도 이번 맹주 선출에 출마할 거야.


"사형. 붙은 집을 사서 하나로 합치려면 자금이 부족합니다."


천마는 맹주 후보자로 출마할 예정이기에 집이 커야 한다.


"그럼 알박기에 당할 겁니다. 쪼갠 집 중에 가장 가운데 집은 일부러 마지막 날까지 남겨둡니다. 운 좋게 백 배 이상의 가격을 받을지도 모르니깐요."


아는 게 힘이다. 공공칠이 아니었으면 알박기에 당해 출마 자격을 못 얻을 뻔했다.


"사형. 차라리 땅을 사서 집을 짓는 게 낫겠습니다."


막살자의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집 지을 시간은 넉넉한데. 땅은 어디 가서 찾지?"


요즘은 누구도 땅을 취급하지 않는다. 모든 거래는 오로지 집에 집중됐다.


- 잠깐. 땅도 부동산이잖아.

- 아니야. 땅은 옮길 수 있어.


여기 무림이었지. 주먹질 몇 번에 산이 평지로 변할 수도 있는 스펙타클한 곳.


- 집도 옮길 수 있잖아.

- 집은 관청에 주소지 등록해야 인정받으니까. 함부로 옮기면 법적 효력이 없어.


난 아는 게 없으니 그냥 가만히 구경이나 해야겠다.


###


"여, 보통이 오랜만이다."


미운 정씨 9대손 보통. 무림맹 세력권에선 모르는 게 없다는 정보 상인인 동시에 대규모 거래를 이어주는 중개 상인이다.


"오랜만입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공공칠은 금의위 신분패를 탁자에 휙 던졌다. 황금으로 만든 금의위 신분패가 촛불에 반짝인다.


동통과 포도청과 더불어 황실 삼대 권력 기관인 금의위. 황금색이면 웬만한 자는 이유 없이 죽여도 되는 높은 신분이다.


"땅 좀 사려고 하는데 말이지."

"집 지으려고요?"

"그래. 붙어있는 땅으로 최대한 크게."


보통이로 불린 사내가 신분패를 소매로 깨끗이 닦은 후 두 손으로 공손히 돌려준다.


"황실에서 이미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관계로 땅을 안 팔 겁니다."


- 무슨 말이야?

- 무림맹이 마교랑 황실에 파는 땅을 적절히 통제한다는 뜻이지. 내부의 돈은 아무리 벌어봤자 총생산량 수치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경제 성장은 없다. 왼쪽 주머니의 돈을 오른쪽 주머니로 돌린 셈이지.


무림맹은 외화를 벌 목적으로 마교와 황실에 부동산을 판매했지만, 너무 팔면 무림맹이 무너질 수 있기에 감시 및 통제하고 있다. 황실이 보유한 부동산이 무림맹에 위협적이기에 공공칠이 나서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럼 이걸로 하자."


금의위 황금 신분패를 품에 넣은 공공칠은 소매에서 마교 대호법 신분패를 꺼냈다. 검과 방패가 그려지고 발가락 여섯 개짜리 용이 새겨진 화려한 금의위 신분패와 달리 마교의 신분패는 까만 배경에 타오르는 불길 하나만 있었다.


마교 서열에선 호위대 대주보다 밑이지만, 무력만 따지면 아마존과 비슷하다고 소문 난 대호법 우분.


"대호법이 천마랑 함께 마교에서 쫓겨난 소문이 무림 전역에 퍼졌습니다."


역시. 소문이 자자한 정보 상인답게 마교 대호법의 신분패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을 보여줬다.


"그럼 이건?"


"아니. 제임수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공공칠이 무림맹 암영대의 신분패를 꺼내자 보통이의 평정이 끝내 무너졌다.


무림맹에서 가장 신비로운 조직인 암영대. 소문으론 무림맹 고위층을 사찰하고 불순분자를 몰래 제거하는 어마어마한 조직이라고 한다.


"이거면 땅 알아봐 줄 수 있어?"


"아니요. 무림맹 공직자의 부동산 거래는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심사 기일은 최소 28일이라고 맹규에 똑똑히 적혀있습니다. 맹주 선출을 위한 거라면 소용없습니다."


제길. 이혼도 아니고 뭔 4주씩이나 심사해?


암영대 신분패를 넣은 공공칠은 한숨을 푹 쉬더니 주머니에서 다른 신분패를 꺼냈다.


"나 고려 귀족인데."


보통이가 무릎을 꿇었다.


###


우린 가마를 타고 땅 보러 가고 있다.


"헤헤. 제임수 경. 곧 도착할 겁니다. 심심하시면 제가 노래라도 불러드릴까요?"


고려 귀족 신분패를 보여주고 나서 보통이 허리가 30도 이상으로 펴진 적 없는 것 같다.


- 이거 뭐지? 금의위도 대호법도 암영대도 안 된다더니.

- 외국인이잖아. 게다가 귀족.

- 그럼 파큐유는?


일행 중 유일하게 파큐유만 가마에 못 타고 경공으로 뛰는 중이다.


- 백인이니까. 곤륜노보다 더 밑으로 쳐주는 열등한 백인.


정보가 떠오른다.


무림에선 당연히 황색 인종이 최고 대우를 받는다. 다음으론 피부가 까만 곤륜노. 곤륜노 다음엔 아랍계 백인이고 가장 밑엔 유럽계 백인이다.


아랍계 백인과 유럽계 백인은 쌍꺼풀과 곱슬머리로 구분한다. 둘 다 있으면 아랍계로 쳐준다.


- 인종차별은 나쁜 건데.

- 그럼에도 사라지진 않지. 생산력 문제를 해결하고 의식 수준을 끌어올려도 어쩔 수 없는 거야. 진화를 위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경쟁 위치에 있는 종을 적대하고 이기려 들어. 적극적인 방식은 싸움 혹은 전쟁이고, 소극적인 방식은 자기 종의 우월함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거지. 가장 쉬운 표현 형태가 차별이고.


경공 고수 넷이 멘 가마는 체감상 80km 시속으로 이동했다. 게다가 안락하기까지 하여 목적지까지 정말 편했다.


"돌과 바위가 많고 땅이 고르지 않습니다. 더구나 요즘 시기엔 땅 사는 사람이 없어서 평소보다 가격이 3할 정도 하락했습니다."


보통이가 연신 굽신거린다. 공공칠은 뒷짐을 진 채 땅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땅은 내 이름으로 사더라도 집은 다른 사람 명의로 할 수 있지?"

"당연합니다. 안 되더라도 되게 해야죠. 헤헤."

"건축 허가도 받아줄 수 있지?"

"그건 힘듭니다. 토목청 책임자가 근래에 바뀌었는데 제가 아직 뚫지 못했습니다."


"보통이 네가 뚫지 못한 거 보면 보통은 아닌 놈이겠네?"

"고려에서 온 외국인이어서 콧대가 좀 높습니다. 해결책이 돈밖에 없어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돈에는 독이 있어서 한꺼번에 먹이면 주는 놈이나 먹는 놈이나 탈 나기 마련이거든요."

"그럼 나랑 함께 가서 뚫어보자. 같은 고려인이니 말이 통할 거야."


땅을 사는 건 순조로웠다. 농지로도 못 쓰고 집 짓기에도 부적합하여 애물단지인 땅인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오자 땅 주인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팔아치웠다.


땅 명의자인 공공칠과 집 명의자가 될 천마 그리고 보통이까지 셋이서 가마를 타고 무림맹 토목청으로 갔다. 남은 사람은 집 짓는 데 필요한 목재를 구하기로 했다.


"어, 당신은?"


토목청 새로운 책임자가 천마를 보고 굳어버렸다.


이렇게 다시 보니 반갑다. 납땜이.


"어, 어떻게 오, 오셨습니까?"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납땜이가 말을 더듬었다.


"가마 타고."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분위기에 꽂힌다. 숨통이 끊긴 분위기가 차갑게 식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입은 뇌보다 빠르다.


"크큭. 크크큭."


보통이가 천마의 개그에 빵 터졌다.


"저기 보통이. 웃지 마. 저분이 그분이야."

"납 청장님. 웃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젊은 친구가 말 참 재밌게 하네요."

"광명정의 주인이시다."


보통이 무릎이 다시 바닥을 찍었다.


작가의말

공공칠은 무림맹 세력권에선 ‘갓양남’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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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자충수 20.01.04 15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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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1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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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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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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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6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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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2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1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76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7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1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67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6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4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6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5 6 9쪽
»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8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7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2 7 9쪽
37 탄핵 +2 19.12.07 201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6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7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1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5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39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1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49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5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0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5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298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3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58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3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09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1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3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18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2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5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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