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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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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62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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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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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무림맹의 저력

DUMMY

무당파 대표는 이십 대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반듯하게 잘생긴 얼굴인데 왜 자꾸 고구마가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무당파 제자 장무기라고 합니다."


소지승은 반장을 하고 장무기는 포권으로 인사했다.


"가장 강한 무공으로 공격해라. 선배 된 도리로 첫 공격은 반격하지 않고 그냥 맞아줄게."


"후배 된 도리로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장무기 얼굴에 홍조가 스치더니 머리 위에 밝은 구가 아홉 개 생겼다. 일그러짐 없고 색이 균일한 구를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구양신공(九陽神功)!"


장무기가 장삼풍 손자라는 소문이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무림엔 장삼풍만 구양신공을 익힌 거로 소문이 났다.


"최선을 다하여 막아주기 바랍니다. 해구신 최종 오의, 자양강장."


해구신(解九神).

구양신공을 대성하면 소환할 수 있는 아홉 구를 해구신이라고 부른다.

자양강장(滋養强壯).

남자한테 무척 좋은 무공이라고만 알려졌다. 경지가 오를수록 길어진다는데, 무슨 말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


해구신이 하나로 뭉치더니 소지승을 향해 날아갔다. 비록 내가 아직도 개세 초입에 머무는 신세라곤 하지만, 천마의 몸을 차지한 덕분에 지금 공격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광명정 크기의 산봉우리 세 개를 평지로 만들 정도의 위력을 갖춘 공격이다.


"나보단 널 걱정해라. 내겐 호신강기(護身罡氣)가 있다."


소지승의 몸에서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투명한 막이 출렁인다. 자양강장의 강기(罡氣) 덩어리가 호신강기와 충돌한 것이다.

호신강기와 짧은 접촉을 끝낸 강기는 방향을 바꿔 장무기를 덮쳤다.


"저는 구양신공을 대성하여 금강불괴체(金剛不壞體)와 반탄강기(反彈罡氣)를 이뤘습니다."


자양강장의 강기가 장무기 몸을 두드린 후 방향을 180도 바꿔서 다시 소지승을 덮쳤다.


"내 호신강기는 내공 소모가 적어서 사흘 밤낮 펼쳐도 사라지지 않는다."


강기가 다시 방향을 바꿔 장무기를 덮쳤다.


"금강불괴체와 반탄강기는 일정 수준 이하의 공격엔 완전 면역입니다. 지금 이 공격처럼 말이죠."


장무기를 강하게 때린 강기는 오던 기세 그대로 다시 소지승에게 갔다.


"결국 정신력 싸움이구나. 난 백 년이 넘은 기간 불경을 읊으며 정신을 수양했다. 너 따위 애송이는 나한테 이길 수 없다."


강기는 처음 장무기 손에서 떠날 때와 비교해 전혀 소모되지 않고 소지승과 장무기 사이를 탁구공처럼 빠르게 왕복했다.


"저는 마누라가 둘입니다. 그리고 애인도 둘 있습니다."


"안 부러워. 하나도 안 부럽다니까."


안 부러우면 안 부러운 거지. 화는 왜 내는데?


"제 이름이 뭔지 혹시 아십니까?"


"장무기라며. 나 아직 치매 아니야."


"장무기(長武器)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대물이었는데 해구신을 이룬 후 자양강장을 수련하며 지속하여 성장했습니다."


소지승의 호신강기가 살짝 흔들렸다.


"별로 티는 안 나는데. 길기만 하고 엄청 얇은가 보네?"


"허리에 감았습니다. 다들 허리띠로 오해하더군요."


소지승의 호신강기가 심하게 출렁였다.


"아, 참고로 두 바퀴 감고 매듭까지 지었습니다."


"천수여래장(千手如來掌)."


소지승의 손이 천 개로 늘어서 자양강장의 강기를 마구 두드렸다. 마치 잘 빚은 찹쌀떡을 때리는 것처럼 강기가 마구 눌리고 늘어나더니 펑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강기를 어렵게 없앤 소지승이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렸다.


"스님. 서요?"


울컥 피를 토한 소지승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자양강장의 기운을 없애느라 무리하여 내공이 흔들리는 와중에 치명적인 공격을 받으며 내상을 입은 것이다.


"6번 후보께 질문합니다. 패배를 인정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비무를 이어가겠습니까?"


"패배를 인정하오."


유대변은 기호 5번의 승리를 선언했다. 장삼풍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장무기 어깨들 다독였고 달마는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이어서 3번 후보와 7번 후보의 비무를 진행하겠습니다."


평범한 외모와 체형을 한 도인이 비무대로 올라왔다.


"전진칠자(全眞七子)의 둘째 장춘자(長春子) 구처기(丘處機)요."


왕중양의 일곱 제자 중에서 유일하게 구음진경을 배운 자다. 외관으로만 봐서는 근골이 평범해 보이는데, 사실 엄청난 천재라고 한다.


"장춘진인의 명성은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영호세가의 소가주 영호충이 구더기 도인께 인사 올립니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인연이오. 난 구더기고 영호 소협은 벌레니까."


"동급으로 취급하면 제가 황송하죠. 저야 나무나 풀 잎사귀를 먹는 벌레고. 도인이야 더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구더긴데."


장무기와 소지승의 비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정도 고수들은 승부를 내기 어렵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려면 최소 사흘은 싸워야 한다.


그러나 장무기가 채 10분도 안 되어 소지승을 이겼기에 이들 역시 속전속결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이겨도 장무기보다 못하다고 평가받을 거니까.


이긴 자를 다음 비무에도 내보내지 않을 게 뻔하기에 어떻게든 상대를 흔들어 빠르고 깔끔하게 이겨야만 하는 두 사람이다.


"영호 소협은 독고 선배께서 독구구검을 전수하였다고 들었소. 오늘 이 구처기가 독고구검을 견식할 영광을 얻는 것이오?"


구처기는 영호충의 사부 격인 독고구패를 선배라고 호칭하면서 은근히 기수로 압박했다.


"독고 대형이 어린 동생을 귀엽게 여겨 측간에서 파리 쫓던 초식 몇 개 전수한 것뿐입니다. 무림의 고수들이 보면 귀엽다고 웃어줄 법한 검술인데, 구더기나 파리한텐 정말 효과가 좋습니다."


구처기 볼이 부들부들 떨린다.


어느 정도 고수가 되기까진 참을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육체를 완전히 통제한 후엔 솔직해지는 게 무공 수련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래선지 무림에 유명한 고수인 구처기는 물론, 장삼풍이나 달마도 감정을 애써 숨기지 않았다. 왕중양만 예외다.


"저보다 나이도 무척 많은 선배니 세 초식 양보해줄 수 있으시죠? 뭐, 안 양보해준다고 해도 속 좁다는 험담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후배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비무라면 당연히 열 초식이라도 양보해야겠지만, 오늘은 사문의 명예를 업고 나온 자리이니만큼 최선을 다하겠네. 검 끝이 매섭더라도 떨지 말고 잘 대처하길 바라네."


구처기의 검이 빛살과 같이 영호충 목을 찌른다. 천마는 몰라도 난 피할 자신이 없다. 쓸데없이 눈이 좋아서 검의 궤적이 똑똑히 보이는데, 오히려 그게 안 좋다. 검의 궤적을 보니 숨이 멈추고 몸도 굳어버렸다.


나무끼리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처기의 검이 튕겼다.


"독고구검(獨孤九劍)의 해검식(解劍式)입니다. 제가 아둔하여 일 할도 못 깨우쳤는데 진인이 상대여서 다행입니다."


일 할도 못 깨우쳤다는 말과 달리, 영호충은 구처기의 공격이 몸 근처에도 못 닿게 모조리 막아냈다.


깊은 호흡으로 화를 누른 구처기가 검지와 중지로 검 자루를 잡았다. 그러고는 검을 창처럼 썼다. 여전히 찌르기와 베기 위주로 공격하지만, 쓰임새가 검과 판연히 달랐다.


"참. 구더기 진인께선 깊은 산에서 수련만 하시느라 무림의 소문에 귀가 어두우신가 봅니다. 독구구검엔 해창식(解槍式)도 있습니다."


구처기는 검을 잡는 파지법을 바꾸는 거로 온갖 병장기의 효용을 다 끌어냈고, 영호충은 독고구검의 여러 식을 섞어서 모든 종류의 공격을 막아냈다.


수준이 높은 자들은 둘의 공방이 시시하고, 수준이 낮은 자들에겐 둘의 대결이 심심했다. 주로 심신미약이나 병신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 대결에 집중했고 남은 사람들은 지루함에 하품만 늘어놓았다.


유일한 예외는 용답답이었다. 용답답은 구처기의 기상천외한 검 사용법과 공격법 그리고 영호충의 물샐틈없는 수비에 깊이 매료되었다.


"화번위간(化繁爲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잡한 것을 간단하게 줄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고수는 화간위번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간단한 것은 복잡하게, 복잡한 것은 간단하게. 그런 과정을 통해 초식을 이해하고 초월할 수 있습니다."


"알아. 미적분의 원리가 바로 그거야. 무공이나 법술이나 표현 형태가 다를 뿐이지 본질은 같은 거야."


며칠 지나면 해가 바뀌어 4살이 된다. 게다가 여자친구도 있고. 정확히는 약혼녀라고 해야지. 수저를 따지면 천마의 대제자인 데다가 다음 황제 자리를 예약해 둔 귀한 몸이고.

차라리 천마보다 인마한테 빙의하지. 천마는 고기도 안 먹고 여자도 멀리하고. 중요한 시기에 날 버리고 훌쩍 떠나기도 하고.


천마의 몸은 둘의 대결이 시시하고 난 둘의 대결이 심심하다. 그래서 점점 잡생각만 는다.


"이번 비무는 영호세가의 소문주 영호충의 승리입니다."


작가의말

영호충만 캐릭터 살렸고 나머진 각색을 좀 심하게 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18 03:33
    No. 1

    구처기,영호충,소지ㅅ,장무기.
    전설적인 인물들의 박진감 넘치는 비무장면 감명깊게 봤습니다.
    는 무슨. 해구신. 자양강장만 기억나네요. 저에겐 전혀 필요없지만, 만약 익히면 배우자마자 십(10.절대 숫자외 다른 뜻 없습니다)성(性 한자 맞죠?) 일것 같지만... 네 그렇다구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2.18 09:34
    No. 2

    긴 댓글을 꼼꼼하게 읽고 훌륭한 분석에 감명 받았습니다는 무슨.
    '저에겐 전혀 필요없지만' 요 문구만 눈에 들어오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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