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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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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12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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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간타자

DUMMY

"흐음···"


교무주임 김촌지가 네 개 파일을 뒤적이며 연신 신음만 낸다.


"다시 묻겠다. 정말 쟤가 너희 셋을 팼어?"


"그렇다니깐요.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어요."


기절에서 겨우 깨어난 여드름은 맞은 부위가 부어서 말을 못 한다. 아혈을 찍은 건 아니고, 소리를 낼 때마다 맞은 부위가 아파서 말을 아끼는 거다.


조건반사적으로 나한테 덤비던 두 똘마니도 한 대씩 맞고 너부러졌었다. 다행히 내가 의도적으로 힘을 빼서 둘은 기절을 면했다.


'천마 이 말도 안 되는 천재 놈.'


2년의 기간에 내 머리로 전교 10등에 드는 성적을 낸 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개세를 10성에 가깝게 익혔고 경지도 집유가 되었다.


'집유는 마음에 없는 일 하기 어렵고 마음이 움직이는 일은 참기 어렵다고 했는데.'


다행인 점은 천마처럼 꽉 찬 집유가 아니라 초입이어서 강제성이 강하진 않다. 천마처럼 흥칫뿡 했다고 눈이 뒤집히진 않는다.


"그리고 협박도 했어요."


"응? 아깐 그런 말이 없었잖아."


내가 협박을?


"'미안, 내가 지금 집유라서 어쩔 수 없어.'라고 협박했어요."


저건 진심인데. 집유라서 주먹이 절로 나간 거야. 똘마니 너희 둘은 내가 특별히 힘도 빼줬잖아.


교무주임 낯빛이 확 변하더니 바로 전화기 버튼을 누른다. 대화를 들으니 아는 경찰한테 전화한 것 같다.


"이 새끼들 봐라. 감히 선생님한테 거짓말이나 하고. 저런 모범생이 너희 셋을 때렸다고? 분명히 너희가 삥 뜯으려다가 들키니까 덤터기 씌우는 거지?"


통화를 마친 김촌지가 회초리를 휘두르며 세 양아치를 압박한다.


맞았다는 쪽은 셋. 옷차림만 봐도 불량 학생이다. 때렸다는 쪽은 하나. 딱 봐도 호구처럼 생겼다.


생활기록을 살피니 셋은 말썽꾸러기에 성적도 형편없다. 중학교 시절에만 경고 처분을 몇 번이나 받은 기록이 있다.


하나는 전교 10등에 안착하여 명문고도 갈 성적이었고 생활기록엔 지면이 모자랄 정도로 칭찬이 빼곡하다.

교장 선생이 직접 집까지 찾아가서 학비 면제로 학부모를 설득해 모셔온 귀한 학생.


"방금 경찰에 전화해서 확인했어. 집행유예는 무슨. 파출소에 드나든 기록조차 없는 훌륭한 학생이야."


김촌지의 동생 김청탁은 학교 인근 경찰서에 근무한다.


"동출 학생은 어서 교실로 가. 이 셋은 내가 정신 교육 똑바로 해서 돌려보낼게."


"감사합니다. 선생님."


###


모든 고등학교가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 학교엔 우등 반이 있다. 난 당연히 우등 반에 배정받았고 여드름 같은 불량 학생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우등 반은 교사 사무실 바로 곁이니까. 불량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얼씬하지 않는다.


그러나 늘 예외는 있는 법. 개학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에 소위 일진들이 날 찾아왔다.


"야, 조용히 따라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막 떠들며 따라가는 애도 있어?"


"이 새끼가 진짜."


매일 새벽 4시면 눈이 자동으로 떠진다. 그러면 뒷산으로 가서 수련한다. 그냥 산 오르고 철봉에 매달리는 거면 나도 굳이 수련이 아닌 운동 혹은 단련이라는 어휘를 선택했겠지.


난 내공과 외공을 수련한다. 아직 감각이 부족해 많은 물은 못 움직이지만, 내공은 물탱크 하나 움직일 만큼 된다.

외공은 주먹으로 바위를 때려도 조금 아픈 정도다. 아쉽게도 현재는 팔꿈치 밑과 무릎 아래만 단련이 된 상태다. 다른 부위는 살짝 꼬집어도 무지 아프다.


그러니 난 지금 코밑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이 양아치들이 우습기만 하다.


양아치들에게 포위된 채 창고 쪽으로 가니 허름한 나무 사다리가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담을 넘어 5분 정도 걸으니 18살짜리 양아치들이 보인다.


눈을 찌푸리고 담배를 뽁뽁 빨아들이는 품새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 냄새가 밸까 봐 아직 추운 날씬데도 교복 상의는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어놨고, 담배는 이빨로 꽉 물고 있었다.

연기가 바로 하늘로 올라가게 고개를 잔뜩 젖혔는데, 그래서 담뱃재가 가끔 턱에 떨어진다.


"으, 으음."


고릴라 닮은 2학년이 담배를 물고 의미 모를 소리를 낸다. 그러자 1학년으로 보이는 하얀 얼굴이 잽싸게 달려가 공손하게 두 손으로 담배를 잡는다.


"네가 피워."

"감사합니다. 선배님."


딱 봐도 거의 다 태운 담배를 선심 쓰듯 후배한테 주고, 그걸 받는 놈은 또 구십 도로 허리를 꺾는다.

손으로 안 잡고 이빨로만 물고 있어서 꽁초에 침이 가득하다. 담배를 받은 놈은 손으로 침을 쓱 닦은 다음 입에 물고 깊이 한 모금 빤 다음, 의기양양한 눈으로 같은 1학년들을 둘러본다.


뭐, 눈치로 보아하니 저놈이 1학년 짱으로 점지받은 모양새다.


"천동출? 이 건방진 새끼가."


2학년 짱으로 추정하는 고릴라가 건들거리며 내게 걸어온다. 교복을 벗어서 이름이 뭔지 알 수 없다.


"개학하고 일주일이나 되는데 선배한테 인사하러 안 와?"


고릴라가 바지 주머니에서 뺀 오른손을 휘둘러 내 태양혈을 치려고 한다. 뭐 딴에는 감히 못 피할 거로 예상했는지 속도도 느리고 궤적도 뻔하다.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숙이는 동시에 목도 움츠렸다. 회피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어느 한 부위에 과하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릎을 너무 구부리거나 허리를 너무 숙이면 후속 반응이 느려질 가능성이 크다.


"억."


헛손질을 한 고릴라 배에 주먹 하나 먹였다. 정확히 간 부위를 때렸다. 자연 치유가 가능한 동시에 제대로 때리면 확실히 무력화되는, 내가 아는 요해 중에서 가장 안전한 부위다.


옆구리를 잘못 때리면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고, 얼굴이나 목 역시 조금만 빗나가도 큰 상해로 이어질 수 있다. 힘 조절이 미숙한 나로선 간 부위가 그나마 실수할 가능성이 가장 작다.


"시발, 뭐야."


2학년 대부분과 1학년 몇 명이 나한테 덤벼든다.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얼굴은 부모 죽인 원수를 보는 표정인데, 걸음걸이는 하나같이 느리다.


기다리지 않고 앞으로 달렸다. 재수 없이 몽둥이나 돌에 머리를 맞아 기절하면 큰일이다. 밧줄로 꽁꽁 묶은 후 아직 단련이 덜 된 곳을 때리면 나도 버틸 방법이 없다.


"우씨."


아직 꽤 거리가 있는데 2학년이 겁에 질려 발길질을 한다. 모델 다리여도 저기서 발길질하면 나한테 절대 안 닿는다.

어떻게든 닿아보겠다고 발을 끝까지 뻗은 2학년은 균형을 잃고 몸을 휘청였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가 간을 때렸다.


간을 맞고 다리가 풀린 2학년 멱살을 잡은 후 오른손을 배에 댔다. 동시에 힘을 주면서 살짝 미니 왼쪽으로 몸이 날아간다. 날아간 2학년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오른쪽으로 달렸다.


이번 2학년은 수비적인 성격이었다. 팔을 교차하여 얼굴과 목 부위를 막았고 한쪽 무릎을 세워서 하체를 수비하는 동시에 반격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빠름 앞에선 어떤 견고한 수비도 소용없다. 나는 깨금발을 한 바람에 기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2학년의 간을 때렸다.


협공하는 둘의 간을 동시에 때리고, 뒤에서 기습하는 놈의 간을 뒷발질로 때리고, 돌멩이 던지는 놈 쫓아가 간을 때리고, 몽둥이로 후리는 걸 왼팔로 막고 오른손으로 간을 때리고, 도망치는 놈 잡아 간을 때리고, 간 안 맞으려고 바닥에 엎드려 버티는 놈 뒤집어서 간 때리고.


열 명 정도 쓰러졌을 때 낌새를 채고 미리 무릎을 꿇은 1학년 몇몇을 빼고 모두 간을 맞고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검은 흙으로 더럽혀진 옷을 세탁하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하다가 그만뒀다. 내줄 마음도 없지만, 그럴 돈도 없다.


"봤지? 나 이렇게 간 때리는 놈이야."


"죄송합니다."


눈치 빨라서 간을 안 맞은 1학년들이 고개도 못 쳐들고 죄송합니다만 반복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끔 호구들이 갑자기 힘을 얻어 일진이나 악당을 이긴 후 손을 떨면서 감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난 지금 무척이나 담담하다. 전혀 안 기쁜 건 아닌데, 겨우 어머니 간장 심부름을 하고 거스름돈 2백 원 챙겼을 때랑 비슷한 느낌이다.


"애들 장난에 끼어들 생각이 없으니까 더 귀찮게 하지 마라. 그리고 같은 학교 학생을 구타하고 삥 뜯고 셔틀 시키는 거 금지다. 2학년도 마찬가지고."


3학년은 알아서 자중한다. 수능 준비하는 쪽은 그런대로 바쁘고, 아닌 쪽은 김촌지 때문에 조용히 지낸다. 1, 2 학년은 그나마 봐주지만, 수능을 준비하는 3학년에서 사고가 나면 김촌지 전화기의 단축키 3번이 눌리고, 가까운 경찰서에서 김청탁이 사이렌 울리며 달려온다.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이 새끼들 미리 군대 갔다 왔나? 어떻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억양마저 똑같지?


그날 해가 저물기도 전에 난 '간 때리는 놈'을 줄여 간타자(肝打者)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작가의말

오늘 연재분의 깽판들은 내일 세 번째 화에서 이유가 밝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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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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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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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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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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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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