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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44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1.26 18:00
조회
339
추천
7
글자
9쪽

유치원 삼법

DUMMY

"대호법, 잘 돌아왔다."


살짝 튀어나온 입에 쭉 째진 눈에 넓게 벌어진 콧마루.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바람도 없는데 사방으로 흩날린다.


"오랜만에 다녀오느라 복귀가 늦었습니다."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한 대호법이 들고 온 짐을 내려놓는다. 어림짐작으로 트럭 두 대 분량이다.


"제 고향 특산 교동법주를 교주께 바칩니다."


대호법의 등장으로 잠시 중단했던 회의가 재개됐다.


"교주. 황궁에 특검이 떠서 쉽게 못 움직이는 이때 무림맹을 공략해야 합니다."

은자 한 냥 반 도둑질한 자가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청렴의 수호자 부정과 부패 형제는 수사 범위를 창고 지키는 사람뿐 아니라 황궁 전체로 확대했다.

증거 인멸의 우려로 구속 수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아무도 황궁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


"좋은 생각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무림맹 자금줄은 전경련이고 전경련을 지배하는 건 유치원입니다. 유치원을 때리면 전경련이 흔들리고, 전경련이 흔들리면 무림맹이 분열합니다."


무력을 담당한 개방이나 전경련 조직을 운영하는 하오문보다는 직접 수금하러 다니는 흑도 연맹인 유치원의 위세가 훨씬 크다.


"유치원은 점조직이다. 황궁과 무림맹은 물론 우리 마교 세력권에도 있는 놈들을 어떻게 공격한다는 것이냐? 부하들이야 죽여도 죽여도 잡초처럼 사라지지 않고 우두머리들은 조금이라도 분위기가 이상하면 깊숙이 숨을 것이다."


"합법적으로 공격해야 합니다."


막살자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선다.


"유치원의 근간은 유치장에 있습니다. 유치장은 이들이 친분을 다지는 장소이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소입니다. 유치장에 갇힌 친우를 보러 온 자들끼리도 안면을 익힐 수 있으니 유치장이야말로 유치원의 접선 장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막살자가 소매에서 종이를 가득 꺼내 사방으로 뿌렸다.

"제가 고안한 유치원 삼법입니다."


"첫째. 범죄를 저지른 자는 호적이 등록된 지역 유치장에 이송하여 가둔다."


누군가가 큰소리로 첫 구절을 읽었다.


"유치원이 범 무림 조직이 된 데는 유치장의 역할이 큽니다. 원정으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유치장에서 지역 흑도와 안면을 트고 친분을 쌓습니다. 그런 식으로 무림의 흑도가 유치장으로 서로 연결됩니다. 마교 세력권에서 범죄를 저지른 황궁 세력권 범죄자를 호적 지역으로 이송하여 수감하면 이들의 연결을 최대한도로 끊을 수 있습니다."


"둘째. 유치장에 수감하는 기간 범죄자에게 재갈을 물린다."


"범죄자 대부분 무식하여 글자를 모릅니다. 입에 재갈을 물려버리면 대화할 수 없습니다. 대화를 못 하면 친분을 쌓을 수 없으니 같은 지역 흑도 끼리 친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셋째. 유치장 면회를 유료화한다."


"유치원의 결성 수단이 유치장이라면 결성 목적은 돈입니다. 돈이 유치원을 지탱하는 동아줄인 셈이죠. 세 번째 방법은 수단과 목적을 동시에 공략하는 절초와 같은 법입니다."


막살자의 조리 있는 설명에 박수가 터졌다.


"유치원 삼법이 통과되면 세상이 바뀝니다. 현재 무림 대부분 유치장이 사립입니다. 이들은 범죄자의 교화보다는 돈이 목적입니다. 당연히 자기 지역 출신 범죄자가 늘기를 바라죠. 이들은 지역 범죄를 장려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몰래 저지르던 지하 범죄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겁니다. 지하 범죄를 활성화하여 공정하게 경쟁케 함으로써 범죄 비용이 증가하게 만들어 궁극적으론 범죄를 줄이고 없앨 수 있습니다."


헛소리처럼 들리면서도 왠지 그럴듯하다.


- 마교는 머리 안 쓰는 줄로 알았는데.


그간 봐온 마교는 무식이 철철 넘쳤다.


- 막가파는 마교 소속 아니야. 막살자가 전대 교주 제자로 들어오면서 동맹 세력이 되었을 뿐이지.


"새로운 법은 황궁 소속 사법기관 동통에서 승인해야 한다. 방법이 있는가?"


"교주께서 직접 움직이셔야 합니다."

"내가?"

"말종은 지금까지 자식 하나 없습니다. 황궁의 늙은 여우들은 교주의 요청을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겁니다. 특히 자신과 큰 이해관계가 없는 일이라면 말입니다."

"나도 계승권을 잃었는데."

"교주 아들은 계승권이 있습니다."


핏줄로 이어지는 황제 자리다. 그러나 아비가 계승권을 박탈당했다고 자식한테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조금 모순적이지만, 동통에서 법을 그렇게 정했단다.


###


천마와 인마와 용답답 그리고 대호법과 사호법이 움직였다. 이호법은 서역인이어서 너무 눈에 띄고 삼호법은 차림새가 이상하여 쉽게 시선을 끈다.

낭인을 연상케 하는 대호법이나 귀공자 느낌의 사호법은 그나마 괜찮다.


- 인마랑 용답답은 그냥 광명정에 두는 게 낫지 않아?

- 나랑 함께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 더구나 저번 빙의에서 주화입마에 들지 않는 방법도 찾아냈고.

- 내가 끼어드는 거 말하는 거지?

- 응.


- 그런데 경공이 말보다 느린 거 맞지?

- 나는 말보다 빨라. 그러나 대부분은 느리지. 무공이랑 경공 모두 수준급으로 익혀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천마 똥은 왜 이리 굵을까.


보름 달려서 도착한 황궁은 호화로움의 극치였다. 기둥은 백두산에만 나는 미인송인데 겉에 황금을 두껍게 칠했다. 바닥엔 같은 무게의 은과 맞먹는 검은 대리석을 깔았고 계단은 하얀 옥을 다듬어 쌓았다.


지붕엔 푸른 비취를 기와 삼아 덮었다.


"여기서 날 기다려라."


일행에게 당부한 천마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 무슨 악취야?

- 사법기관 동통이다. 황궁에서도 가장 더러운 곳이지.


"누구냐?"

"천마다."


검은 안대로 눈 하나 가린 자가 황급히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고 외친다.

"천세천세천천세."


"넌 누구냐?"

"사법기관 동통의 통장 궁예올시다."

"내 부탁이 하나 있어서 찾아왔다."


무릎을 꿇고 있던 궁예가 벌떡 일어난다.

"뭐지? 황실 혈통에 마교 교주이기까지 한 천마께서 나 따위한테 뭔 부탁이 있지? 아, 궁금해. 궁금해 미치겠어."


"유치원 삼법이다. 통과해라."


천마가 건넨 종이의 내용을 다 읽은 궁예가 모자를 훌러덩 벗더니 빤질빤질한 머리를 박박 긁었다.


"궁금해 미치겠네. 이건 뭐지? 이 법안의 목적은 뭐지? 마교에 무슨 이득이 있고 천마님께 무슨 도움이 될까? 아, 궁금해."


"무림맹 자금줄인 전경련의 근간이 되는 유치원을 흔들려는 목적이다."


"궁금해. 유치원 흔들어서 뭐 하려고?"


천마는 이 법안의 필요성을 궁예한테 자세히 설명했다. 궁금증이 풀린 궁예는 바로 법안을 작성한 후 도장을 찍어 통과시켰다.


- 법 만드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어?

- 나도 이렇게 쉬운 줄은 몰랐다.


패스트푸드 트럭인 줄 알았다.


"미천한 자가 감히 천마께 청이 있소이다."

"말해 보아라."


"왕꿈틀이 한 봉지 사주시오."

"바로 다녀오지."


천마는 부동성왕의 경공으로 왕꿈틀이 파는 곳으로 가서 한 봉지 대충 골랐다.


- 유치원 삼법을 통과 시켜 주고 요구하는 대가가 겨우 왕꿈틀이 한 봉지 사달라? 혹시 돌아가면 황궁 고수들이 매복해서 널 덮치는 거 아닐까?

- 황궁은 숫자만 많고 절대고수는 부족한 곳이야. 위험할 게 하나도 없어.


###


왕꿈틀이를 받은 궁예가 감격으로 눈물을 흘린다.


"이번엔 기필코. 기필코."


궁예가 봉투에 손을 밀어 넣더니 하나밖에 없는 눈을 감아버렸다.


"앗싸."


봉지에서 꺼낸 궁예 손엔 커다란 왕꿈틀이가 있었다.


"으하하. 왕건이다. 왕건이. 수십 년 동안 왕꿈틀이를 사 먹었지만, 대왕꿈틀이는 처음이야. 과연, 천마님이 사주신 왕꿈틀이는 달라."


궁예는 어마어마하게 굵고 긴 대왕꿈틀이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수십 년 숙원이 해결되었소이다. 왕건이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게 평생소원이었는데.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소이다."


"유치원 삼법을 이른 시일 안에 무림 전역에 배포하기 바란다."

"염려 놓으시오. 분부하지 않으셔도 그리할 작정이었소."


부동성왕으로 이동하니 사호법의 조금 당황한 얼굴이 보인다.


"교주. 큰일입니다. 무림맹으로 추정하는 자들이 우릴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 무리가 위험할 일은 없다. 정치적 후폭풍이 걱정이지.

"내가 광명정을 떠난 게 알려졌다고 해도 어떻게 단번에 여길 찾아냈지?"

"우리 중에 첩자가 있는 게 아닐까요?"


사호법이 용답답을 곁눈질한다. 왕간지, 이번엔 네가 잘못 짚었다.


- 대호법 보고 쌀이라고 말하라고 시켜.


"대호법. 쌀 해봐."

"살."

"쌀 하라고."

"살."


- 싸울아비라는 놈이 왜 쌀을 살이라고 해? 교동법주도 경주 특산품으로 알고 있어.


"대호법. 네가 고려에 있을 때 직업이 뭐라고 했지?"

"사울아비."

"싸울아비겠지. 혹시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대호법이 한참 우물쭈물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리 집안은 대대로 첩자였습니다."


작가의말

문제 하나 나갑니다.

왕꿈틀이 한 봉지 가격은 얼마일까요?

답은 본문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1.27 00:20
    No. 1

    답. 한냥 반 은자

    뜬금없는 왕 꿈틀이.설마 했더니 역시.
    (왕건이 보기전에 알아차린 독자;; 여기 이상한 사람 1명 추가요)
    대호법 이름 안나오더라니.설마? 洩魔?...
    다른 후보는 黔察(두리번 두리번 눈치보는 시커먼 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1.27 10:29
    No. 2

    왕꿈틀이 한 봉지 사달라?

    정답은 4$입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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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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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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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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