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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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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60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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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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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뒷수습

DUMMY

장로회 각 파벌 대표와 지낭들이 천마와 은밀히 만났다.


- 네가 싼 똥 치우는 거야.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잘못한 건 알지만, 뭘 잘못했는지 모르니까.


"이제쯤 장로회도 인마의 정체를 알아차렸겠지?"


"그렇소. 교주께서 왜 갑자기 변하셨나 했더니 어마어마한 패를 손에 넣었던 거였군."


제발. 좀 알아듣게 얘기해.


- 도대체 뭔 말을 하는 거야?

- 이후 똑같은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르니 너도 아는 게 좋겠다. 사정은 이래.


천마가 돌아온 날 나눴던 대화에서 언급했듯이, 싸우다 이성을 잃은 천마는 무림맹과 마교의 수천 명 고수를 죽였다. 사망자 명단에는 천마의 사부인 전대 마교 교주도 포함되었다.


단순 무력만 따지면 세 세력 중 마교가 최강이다. 마교의 문제라면 경제력이 약해 장기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래 싸우면 교도들과 세력권 백성의 삶이 피폐해져 아예 망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무림맹의 장점은 끈질김이다. 큰 위기가 닥칠 때마다 깊은 산속에 은거하던 고수가 나타나 사태를 수습하곤 한다. 마교가 순식간에 타오르고 꺼지는 불이라면, 무림맹은 세차진 않지만,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다.


황궁의 장점은 경제력과 탄탄한 기반에 있다. 웬만한 피해에 꿈쩍도 안 하기에 소모전을 하면 마교와 무림맹이 힘을 합쳐도 힘들다.

단, 소모전을 하면 황궁 역시 망할 가능성이 크기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면 선택하지 않을 악수다.


- 그런데 무림맹과 마교가 순식간에 수천 명 고수를 잃은 거야. 황궁엔 마교와 무림맹 세력권을 완전히 수복할 좋은 기회였지.


다급해진 무림맹이 마교 장로회와 협상했다. 둘이 손잡고 황궁에 대항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합쳐서 수천 명 사망자를 낸 싸움을 갓 벌인 후여서 연수는 어렵다.

머리로는 힘을 합쳐야 한다지만, 그 정도로 이성적인 사람은 양쪽 진영을 통틀어 열 명도 되지 않는다.


결국, 무림맹이 자금을 대고 장로회가 그 돈으로 마교 중진을 회유했다. 황실 혈통이자 홀로 수천 명 고수를 도륙한 천마를 마교 교주 자리에 앉히는 거로 황궁이 경거망동하지 못하게 억제했다.


그렇다. 천마를 교주로 만든 킹메이커는 놀랍게도 무림맹과 장로회다.


천마가 교주 된 덕분에 마교는 예전보다 살림이 나아졌다. 황제가 은밀히 도움을 줘서 소금이나 쌀 팔러 마교 세력권으로 오는 상인이 늘었다.

말종이 황제가 된 후에도 둘밖에 없는 황실 혈통에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 교역량은 지속하여 증가했다.


무림맹 역시 빠르게 고수를 보충했고 절치부심하여 세력을 원래 수준으로 키워냈다.


그래서 토사구팽 조진궁장 얘기가 나온 거다. 무림맹은 원래 수준으로 회복했고 마교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슬슬 천마가 껄끄럽고 부담되겠지.


"부임 초기에 내가 교주 자리에 미련이 없다고 말했지. 지금도 여전하다."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교주가 한 말이오."


도대체 그 말이 어때서? 그냥 드라마 보다가 외운 건데. 출처도 뜻도 몰라.


"내 뜻을 곡해한 것 같군."


"그때 우린 다툼을 벌인 두 교도를 데리고 교주를 찾았소. 자세히 보아야 이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우니 화해하란 말 아니었소? 지금 당장은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겠지만,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정이 들 거란 뜻이잖소. 교주 자리에도 미련이 없다던 양반이 갑자기 황궁과 무림맹까지 품겠다고 선언했는데 우리보고 곡해라고?"


제길. 어느 시인이 자기 시를 해석하는 시험을 봤는데 낙제 점수를 받았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네? 대충 시간 끌려고 둘러댄 말에 저렇게 깊은 뜻이?


"황궁이라면 쌍방으로 판결했을 거고 무림맹이라면 먼저 때린 자를 가해자로 판결했겠지. 마교라면 많이 맞은 사람이 피해자고 덜 맞은 사람이 가해자라고 했을 거고."


천마의 말에 장로들이 흠흠거린다. 그래도 부끄러운 줄은 아나 보네.


"황궁이나 무림맹 방식을 고르면 교도들을 선동해 날 압박했을 거고, 마교를 선택하면 온갖 수단으로 날 견제했겠지. 먼저 싸움을 걸어온 건 당신들이야."


"깨달음을 나눠주며 세력을 취합하려 한 건 교주였소."


대충 느낌이 왔다.


장로회는 천마가 세력을 취합해 마교를 장악할까 봐 걱정인 거다. 천마가 세력도 없이 교주 자리만 차지하다가 황제가 되어 무림맹을 해체하는 게 저들이 원하는 바겠지.


천마 제자가 황위 정통 계승자임이 밝혀지고, 내 실수로 천마가 야심이 크다고 오해받은 바람에 장로회는 지금 똥줄이 탄 거고.


- 설마 그날 깨달음 나눠달라고 한 놈, 일부러 떠본 거야?

- 응. 장로회 사람이어서 떠본 건지 장로회에 불만 있어서 떠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제길. 방귀도 조심해서 뀌어야 하는 세상이네. 여기에 비하면 회사 생활은 유치원 어린이들의 소꿉놀이 수준이다.


"장로회의 걱정은 알겠다. 그럼 이렇게 하지."


###


- 왜 그렇게까지 양보하는 거야?

- 가엾어서.

- 누가? 장로들이?

- 여기 백성과 교도들 말이야. 나와 장로회가 서로 견제하면 저들의 삶이 예전으로 돌아갈 거야. 이제 겨우 사람 사는 수준이 되었는데.


처음엔 그냥 무공만 강한 무식한 놈인 줄 알았는데. 생긴 것도 딱 차도남이고.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고 심성이 고운 놈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그래서 미련도 없는 교주 자리에 계속 있는 거야?

- 응. 내가 없어도 잘살 수 있다면 벌써 떠났을 거야.


원해서 앉은 교주 자리가 아니지만, 마교 세력권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 미안. 사정도 모르고 나대서.

- 네 탓이 아니야.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어.


그때 귀에 전음이 들려왔다.


[교주. 지하 연무장의 알이 부화했습니다.]


천마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순식간에 지하 연무장 입구로 이동했다.


"답답이를 지하 연무장으로 안내해."


지시를 받은 호위대 대원이 쏜살같이 달려간다.


- 달걀 부화했는데 왜 이리 난리야?

- 그냥 달걀 아니야. 신조의 알이야.

- 신조가 낳은 거야?

- 아니. 신조는 수컷이야.


정보가 떠오른다.


신조는 수컷 비둘기다.


번식기가 된 신조는 발정이 나자 자신이 좋아하는 암컷 꿩을 찾았다. 그런데 신조가 사랑했던 암컷 꿩은 죽고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신조는 암탉을 덮쳤다. 발정이 가라앉은 신조는 무책임하게 떠났다. 이튿날 아침 암탉은 구슬픈 울음소리와 함께 달걀 하나 낳았다.


어미가 석 달이나 품었는데도 알은 부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천마가 직접 가져다가 부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 뭐가 나올지 몰라. 종의 한계를 벗은 아비를 뒀으니까. 알에서 강아지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천마는 바로 연무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용답답을 기다렸다. 호위대 배치를 점검하던 허수아비가 달려와 보고를 올린다.


"지하 연무장에서 굉음이 들려 조사차 사람을 보냈더니 깨어진 알껍데기만 발견했습니다."

"벌써 빠져나가진 않았겠지?"

"그렇진 않습니다. 외부 진법을 점검했는데 신분 불명의 생명체가 드나든 흔적은 없었습니다."


천마는 용답답이 도착한 후 함께 연무장으로 내려갔다.


"넌 인마와 출구를 함께 지켜. 난 알에서 나온 놈 잡는다."


"사부. 저기, 저깄어."


지푸라기 사이에 숨어서 오돌오돌 떠는 새가 보였다. 털이 아직 축축한 걸 보니 알에서 나온 새끼가 틀림없다.

그런데 달걀에서 나왔다고 여기기엔 너무 컸다. 다 자란 비둘기와 비슷한 덩치다.


새를 들어 올린 천마는 이마를 찌푸렸다.


"살이 너무 쪄서 날지 못하겠는데? 말할 순 있어?"

"말한다."


"사부. 이 새는 내가 기를게."

인마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아기 새를 바라봤다.

"위험할 것 같진 않구나. 이름은 뭐라 할 거냐?"


"닭둘기. 닭과 비둘기의 자식이니까."

"그것보단 아비가 신조니까 아비 신조 어때?"


천마의 조언에 따라 비둘기 아빠와 닭 엄마를 둔 새의 이름은 '아비 신조'로 정해졌다.


###


새까만 공간에 갑자기 별이 하나둘 생긴다. 미처 셀 틈도 없이 빠르게 증식한 별들이 가까이 뭉친다.


꾸물꾸물 합쳐진 별들이 환한 빛을 낸다. 눈이 부시진 않지만, 새까만 공간이 빛으로 가득 채워져 하얀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하얀 공간에 검은 선이 하나 그어진다.


선이 셋이 된다.


빛이 사라지고 새까만 공간이 되었지만, 검은 선은 여전하다.


세 선이 툭툭 끊어지더니 온갖 모양과 색으로 변한다. 순식간에 세상이 알록달록해진다. 그러더니 어딘가에 구멍이 생기고 빛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어, 이거 뭐야. 나 몸이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환한 구멍에서 어마어마한 흡력이 발생하더니 사정없이 끌려갔다.


설마 나 쫓겨나는 거야?


작가의말

다음 글로 뭘 쓸지 고민입니다. 원래는 현대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선협이 당기네요. 현대물 세 개 소재 중에서 고민하던 중인데 선협이 불쑥 끼어들어 참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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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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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200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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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3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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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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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7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3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6 12 9쪽
12 인재 영입 +3 19.11.12 546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5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2 13 9쪽
9 내가 천마라니 +3 19.11.09 719 18 9쪽
8 무림맹 +6 19.11.08 809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8 25 9쪽
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51 2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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