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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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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76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20.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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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견제

DUMMY

"죄송합니다. 방송 출연을 자제하라는 상부 지시가 있습니다."


일대백이라는 예능에서 섭외 요청이 하루에 열 번도 더 들어온다. 천동출 연관 검색어에 '초임 검사'와 '조폭' 그리고 '일대백'이 있으니까.

내가 출연하기만 하면 시청률 50%는 우습다는 소문이 있다.


그러나 상부에선 내가 또 생방송 때처럼 사고 칠까 봐 방송 나가면 중징계를 내린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생중계에서 약을 열심히 판 결과, CM 그룹은 내가 원하는 대로 조사가 끝났다. 고난순의 할아버지인 고 회장, 아버지인 고 사장 모두 감옥에 들어갔고, 회사 임직원 70여 명이 호적에 빨간 줄을 그었다.

전직 현직 국회의원 12명이 법정에서 판결을 받았고 검찰과 경찰 합쳐서 백여 명이 옷을 벗거나 징계를 받았다.


재판부도, 검찰도, 국회도 전혀 반대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첫 단추는 내 예상보다 훨씬 잘 뀄다.


하지만, 역시 수십 년 굳은 똥은 쇠보다 단단하다.


차선호 부장은 지검장으로 승진해 지방으로 갔다. 마침 지검장 하나가 옷을 벗고 대형 로펌으로 들어가며 자리가 났고, 적임자는 차 부장밖에 없었다.


"천검. 일 참 잘하는데? 이러다 곧 부장 달겠어."


부장이 취임하면서 딸려온 딸랑이. 족히 수십 근은 될 수사기록을 카트에 실어 오면서 내게 비아냥거린다. 대부분은 일 년 이상 묵힌 미제사건이겠지.


조사관을 시켜도 되는 일인데, 굳이 직접 끌고 와서는 내 비위를 긁는다.


'불쌍한 새끼.'


새로 취임한 김 부장이 내가 어느 그룹을 조사하는지 알아 오라고 맨날 닦달하겠지. 그러나 저들의 예상과 달리 난 CM 그룹을 마무리한 후 잔챙이만 손봤다.

토막 세상에서 선배들한테 양보했던, 기사회생이 불가능하여 사라져야 할 놈들을 신나게 족쳤다.


"야, 혼자 다 해 먹지 말고 좀 나누자."


이제야 입질 오는구나. 신임 부장은 그간 우리 부서 70%의 일을 내게 몰아줬다. 미래의 검찰총장감이어서 실적을 챙겨준다는데, 누가 봐도 다른 재벌을 수사하지 못하게 견제하는 거다.


난 검찰청에서 밤을 새우며 사건을 해결했다. 그 와중에 짬을 내서 한 달에 중소기업 한두 개씩 털었고.

그리고 김 부장이 데려온 박 검사를 빼고 남은 선배들한테 조사한 자료를 넘겨 실적을 챙기게 했다.


현재 부서 실적 60% 정도를 내가 차지하고, 남은 37% 정도를 다른 검사들이 차지했다. 박 검사는 기여도 3%로 엄청 후달리는 상황.


"미제사건도 얼마 안 남았나 봅니다. 선배."


김 부장은 업무량을 몰아주는 거로 나한테 시그널을 보냈다. 제발 좀 조용히 지내라고.


어차피 SS 그룹의 조사는 대선 직전으로 정했다. 그러니 조용히 지내며 저들이 원하는 대로 얌전한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


하지만. 차 부장이라는 기댈 수 있는 큰 산이 사라졌기에 SS 그룹의 조사는 쉽지 않다. CM 그룹을 조사할 때처럼 같은 부서 검사들이 사건을 나눠 받고 난 한 사건에만 매달려야 한다.


조사 기간이 오래면 증인이 사라질 수도 있고 증거가 오염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맡긴 일을 제때 해결하면서 악질 중소기업을 터는 거로 반항했다. 그 와중에 박 검사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 실적도 챙겨줬고. 나랑 김 부장의 은밀한 힘겨루기에 박 검사 빼고 모두 이득을 본 셈이다.


그렇게 서서히 김 부장과 박 검사를 뺀 남은 사람들을 내 편으로 끌어당겼다.


이제 남은 건 박 검사와 김 부장. 김 부장은 가망이 없다. 워낙 흙탕물에 발을 담근 지 오래되어서 발뿐이 아니라 심장까지 시커먼 사람이다.


그래서 김 부장의 눈과 귀인 박 검사한테 작업할 생각이다.


박 검사는 능력이 부족하고 인맥도 없다. 그래서 김 부장의 손과 발 말고 눈과 귀가 된 거다. 김 부장은 기수가 높은 편이어서 몇 년 안에 옷 벗고 SS 그룹 법무팀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선배. 김 부장이 내년에 SS 그룹 법무팀에 간답니다."


박 검사가 코를 찡긋거린다.


만약 출세할 생각 없이 얌전히 검사 일만 한다면 박 검사도 합격점은 넘을 거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욕심에 비해서지, 멍청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래서 네 밑으로 갈아타라고?"

"같은 배에 타자는 말입니다. 몸은 원래 배에 두시고 마음만 오면 됩니다."

"김 부장 눈치 빠른 사람이야. 바로 들통날걸?"


"평소랑 똑같이 하시고. 필요할 때 내가 원하는 정보를 김 부장한테 흘리면 됩니다. 참 쉽죠?"

"그럼 내가 얻는 게 뭔데?"

"사건 자료 넘겨줄게요."

"그럼 바로 눈치 깐다니까."


낚싯바늘이 미끼를 문 박 검사 코를 제대로 뀄다.


"부서 회의에서 조사 자료를 공개할 겁니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내놓는다고 할 겁니다. 그때 선배가 나서세요."


지금까지는 몰래 조사 자료를 다른 검사들한테 넘겼다. 아무리 김 부장이어도 전혀 간섭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회의에서 자료를 오픈하면 김 부장이 자기 입맛에 따라 사건을 배정할 수 있다. 당연히 실적 꼴찌인 자기 쫄따구를 챙길 거다.


박 검사는 실적 올려서 좋고, 김 부장은 박 검사한테 생색내서 좋고. 난 대놓고 박 검사를 밀어주면서도 김 부장 의심을 안 받아서 좋고.


###


SS 그룹의 조사는 CM 그룹보다 몇 배는 어려웠다. CM은 토막 세상에서 조사하며 잘못된 자료를 폐기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했기에 처음부터 증거 수집이 쉬웠다.

그러나 SS 그룹은 자료만 모으고 수사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CM 때처럼 수집한 증거를 신뢰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증거는 상대가 찌를 틈이 있고, 그런 증거는 오히려 없는 것만 못하다.


"오늘은 이만 끝내죠.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SS 그룹에 원한이 있는 조사관, 경찰 은퇴한 김청탁 경위, 정년퇴직한 김촌지 선생님. 나까지 넷이서 SS 그룹을 조사했다.


"자료 복사는 제게 맡기시고 쉬세요."


지친 세 사람은 쉬게 하고 자료를 복사했다. 나 하나, 김촌지 선생님 하나, 김청탁 경위 하나.


자료를 숨긴 곳은 서로에게도 비밀로 했다.


"나 먼저 간다."


김촌지 선생님이 자료를 가방에 넣어 먼저 떠났다. 김촌지 선생님이 떠나고 반 시간 뒤에 김청탁 경위가 반대 방향으로 떠났다.

조사관까지 떠난 후 나 역시 자료를 들고 산을 탔다. 운전으로 온 셋과 달리 난 험한 산길만 고집한다.


비닐로 잘 감싼 자료를 땅에 묻은 다음 강으로 갔다. 헤엄쳐서 강을 건너 숨긴 옷을 꺼내 갈아입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새벽이다.


꿈이다.


눕자마자 꿈나라에 들어갔다. 갓 카드 안에 돈 다 털리고 알바하던 때다. 아직 따블 받기 전, 하루 일당이 10만 원도 안 되던 때.


"천 씨. 덕분에 일찍 끝났는데 맥주 한 잔 안 해?"

"아닙니다. 낮에 일이 있어서 바로 들어가야 됩니다."


우리 사장은 괜찮은 사람이다. 다른 팀보다 작업량이 월등한 우리 팀을 한 시간 일 더 시키면 본인에게 이득인 걸 모르진 않을 텐데, 할당한 작업량이 끝나니 칼 같이 보내준다.


날 빼고 남은 사람들은 술 마시러 갔다. 맥주로 속을 시원히 풀고 서로 으쌰으쌰 격려도 하고. 그래야 용기를 잃지 않고 내일도 일하러 나올 수 있다. 웬만한 몸과 의지로는 택배 상하차 알바를 오래 할 수 없다.


지금 팀은 다들 성격이 유순하여 잡음이 전혀 없다. 다들 팀이 마음에 드는지 깨질까 봐 조심조심하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


"어, 천 대리. 여기서 보네?"


최 과장이 거슴츠레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비웃는다.


"야, 내가 왜 대리야? 회사 그만둔 게 언젠데."


내 대응에 살짝 쫄았던 최 과장이 금세 기세를 회복한다. 여자 허리를 잡은 왼손에 힘주면서 내게 과시하려 한다.


"자기야. 저긴 천동출. 알지? 자기 조카가 처음에 자기를 저 사람한테 소개하려 했다지 뭐야."


뇌가 1만 RPM으로 돌아갔다. 조카와 소개 두 단어를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하나밖에 없다.


그리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사실이 내 뇌에서 조합되었다.


박 사원은 아마 이모한테 들켰을 거다. 같이 갈 생각이 아니니 미리 표를 줬을 거고, 같이 가느니 마느니 하는 과정에 들통났겠지.

아마 이모 닦달을 못 이겨 내 사진을 보여줬겠지. 난 당연히 퇴짜를 맞았을 테고, 알맹이는 몰라도 겉은 반지르르한 저 최 과장이 당첨됐겠지.


그래도 박 사원은 순수한 편이어서 내 문자를 보고 좋아라고 답장을 하진 않은 거다.


"저 그날 야구장 안 갔거든요. 혹시 기다리셨다면 죄송해요."


화가 난다. 몸매가 좋고 얼굴도 이쁜데 착하기까지. 집유의 경지여서 참기 어렵다.


"저도 안 갔습니다. 못 나간다고 전날 저녁 문자를 보냈는데 전달이 제대로 안 됐나 봅니다."


꿈인데도 화가 난다. 사촌이 땅을 샀는데 재개발 들어간다는 소식보다 더 배 아프다.


내가 못 가져서가 아니라, 최 과장과 이어진 게 분통하다.


작가의말

말장난을 치더라도 스토리는 진지하게 짤 걸 그랬습니다.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부족함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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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 견제 20.01.05 172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3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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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1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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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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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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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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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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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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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0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0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4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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