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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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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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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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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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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성화신의 정체

DUMMY

"좋았어."


망마가 공격 속도를 3배로 올렸다. 장삼풍도 왕중양도 천마와 망마의 말장난에 흔들렸다는 건 알지만, 아는 건 아는 거고. 안다고 쉽게 고치면 그게 사람이야?


아마 둘은 엎어지면서 얼굴에 점점 가까워져 오는 개똥을 보는 마음일 거다. 마음을 하나로 합쳐야 함을 분명히 알지만, 그게 안 되니까.


"골육상잔(骨肉相殘)."


원래 의미는 가족끼리 피 보는 거 일컫는 사자성어다. 그러나 지금 합체가 살짝 풀린 군중을 상대로는 다르게 작용했다.

장삼풍의 뼈가 왕중양의 살을 찌르고, 왕중양의 뼈가 장삼풍의 살을 때린다.


"군중. 백년해로(百年偕老) 법술을 펼치시게."


백년해로를 사용하면 합체한 상태로 최소 수십 년을 살아야 한다. 왕중양에게도 장삼풍에게도 끔찍한 일이다.


"흥. 동상이몽(同床異夢)."


망마는 일부러 적이 강해지길 기다리는 취미가 없는 듯하다. 백년해로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동상이몽으로 미리 차단했다.


그래. 너희 둘은 운명이 아닌 거야.


흐릿하던 군중의 얼굴이 둘이 되다가 하나 되고, 그러다가 셋도 되고. 그 와중에 망마는 공격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환영처럼 흐릿해서 못 때릴 줄 알았는데, 타격음이 굉장히 상쾌하다.


공에서 바람 새는 피식 소리와 함께 군중은 장삼풍과 왕중양으로 분리되었다.


"십구금(十九禁)."


십단금의 절초 십구금으로 자신을 보호하며 합체된 몸에서 튕긴 장삼풍은 뒤도 안 보고 줄행랑을 놓았다.

천마나 망마는 아직 17세에 불과하여 십구금 법술에 대항하지 못했다.


"열양천(熱陽天)."


왕중양 역시 열양천 법술로 전장을 뜨겁게 달구고 도망쳤다. 차라리 처음부터 합체 안 하고 싸웠으면 더 버텼을 텐데. 합체가 풀리며 원래보다 많이 약해졌기에 더는 싸울 엄두를 못 내고 둘 다 삽십육계를 선택했다.


합체인을 해치운 망마가 천마를 도와 달마를 공격했다.


"에헴. 둘이서 하나 때리는 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오."


금강조(金剛罩) 덕분에 타격을 아무리 받아도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달마는 천마와 망마의 소나기 같은 주먹질에도 태연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우린 둘이자 하나야. 장삼풍과 왕중양이 합체했을 때 우리도 별말 안 했잖아."


"이대로 싸우면 며칠 걸릴 것이오. 내가 진 걸 비밀로 해주면 조용히 물러나고 다신 황성에 발길을 하지 않겠소."


나의 패배를 알리지 마라?


"그래. 약속 안 지키면 소림사 찾아가 스님들에게 머리카락 자라는 약 바를 거야."


천마는 점잖은 말투로 협박하며 주먹질을 멈췄다. 달마는 반장으로 천마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훌쩍 몸을 날려 사라졌다.


"천마, 너 뭐 하는 짓이야? 나랑 상의도 없이 혼자 결정하고."


망마는 달마를 쉽게 놓아준 게 마음에 안 드는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천마를 책망했다.


"진정한 적을 상대하려면 힘을 조금이라도 아껴야지."


"진정한 적?"

- 진정한 적?


찌찌뽕.


"저기 온다."


짧은 바지와 몸에 찰싹 붙은 상의. 옷엔 동그라미 다섯 개가 부분적으로 겹친 익숙한 도안. 그리고 손에 횃불 하나 들었다.


- 태식이 아니야?


잊고 있던 태식이가 갑자기 나타났다.


"성화봉송(聖火奉送) 법술이다."


"그럼 저 횃불에 성화신이 있단 말이야?"


망마의 질문에 천마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내가 빙의하고 돌아올 때마다 인격이 한둘 혹은 몇씩 사라졌어. 난 지배력이 높아져서 그런 줄 알았지. 사실은 내가 빙의한 동안 성화신이 죽인 거였어."

"난 널 의심했는데."

"아무리 인격끼리 남남이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해도, 나랑 육체로 연결되었는데 어떻게 함부로 죽일 수 있어."


대화하는 사이에 태식이 횃불을 들고 우리 앞에 도착했다. 미안함과 후련함이 섞인, 미묘하면서 복잡한 얼굴로 태식이는 천마를 한참 바라봤다.


"적분. 성화신."


횃불 끝에서 꼼질대던 불이 갑자기 크게 번지며 사람 모습이 되었다. 남자라고 보면 남자고 여자라고 보면 여자인, 그런데도 위화감이 전혀 안 느껴지는 모습의 사람이 나타났다.


"동방삭?"

"동방불패?"

- 임청하?


"불패청하라고 불러라. 동방신기의 먼 조상이다."


"적분. 규화보전."


허공에 책 한 권이 생겼다. 표지에 커다란 태양과 태양을 등진 해바라기가 그려진, 딱 봐도 귀한 책.


적분으로 규화보전을 복원한 태식이가 서글픈 웃음을 지으며 희미하게 사라졌다.


"사실 복수한답시고 불 지르고 함께 죽은 놈이다. 미적분 법술을 이만큼 펼치는 놈이 없어서 내가 임시로 살려냈지. 규화보전을 미분으로 분해해서 갖고 다니다가, 내가 원할 때 돌려달라고."


"내가 규화보전을 익혔으면 했던 거겠지?"


"이제 와서 뭘 속이랴. 네가 규화보전을 익히면 일이 훨씬 쉬워지니까."


"내 몸이 목적인 거고?"


"그래. 사실 내가 등신에 실패한 건 규화보전 때문이 아니었다. 내 자질이 부족한 거였어. 난 불패지체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실패하고 나서야 천마지체라는 훨씬 대단한 체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마교를 만든 건가?"


"그래. 천마는 운명적으로 마교로 오게 되었으니까."


"그럼 이젠 어쩔 건데? 난 둘이 되었는데."


성화신, 그러니까 불패청하는 소매에서 귀걸이를 꺼냈다.


"장삼풍과 왕중양의 귀걸이가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돼."


그때, 망마가 갑자기 법술을 펼쳤다.


"소환, 일일구(一一九)."


똑같은 옷에 똑같은 투구를 쓴 세 남자가 나타났다. 한 명은 호스를 들었고 한 명은 소화기, 그리고 한 명은 부채?


"소태형, 방상원, 차원관. 소환에 응했습니다."


"소환, 구일일(九一一)."


쿵 소리와 함께 소환된 세 남자가 사라졌다. 망마가 소환한 자들을 처리한 건 흰옷을 입고 머리에도 흰 두건을 두른 백인 남자였다.


땅에서 솟아난 건 아니고, 하늘에서 떨어졌다.


"알러호 아크바르."

"인샬라."


불패청하와 천축어로 대화한 구레나룻의 남자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난 반신의 몸에 신의 힘을 갖췄다. 네가 천마신공을 대성하더라도 지위에 밀려 나한테 대항하지 못했을 거다."


"그럼 우리 몸은 왜 노리는데?"


망마가 신경질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질문했다.


"더 높이 가려고. 내 힘에 걸맞지 않은 이 몸을 버리고 진정한 신이 되려고."


###


아무 저항도 못 하고 천마와 망마는 성화신에게 멱살을 잡혔다.


"네가 사형 혹은 무기의 경지에만 이르렀어도 이토록 쉽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그래. 실컷 조롱해라.


"규화보전, 강제 습득."


천마와 망마가 똑같은 동작을 하며 규화보전을 익혔다.


"대단하군. 과연 천마지체야. 내가 30년을 익힌 규화보전을 불과 3각에 배워 내다니."


혀를 차며 감탄하는 성화신의 몸에서 팔 두 개 자라났다. 두 팔은 천마와 망마의 왼쪽 귀와 오른쪽 귀에 청교의 보물이라는 합체 귀걸이를 달았다.


"합체하고 너희 둘만 쫓아내면 끝이구나. 내 천년의 기다림이 오늘 드디어 열매를 맺는구나."


훨씬 많은 팔을 뽑은 성화신은 아까 장삼풍과 왕중양이 했던 동작대로 천마와 망마를 강제로 움직였다.


천마와 망마의 검지가 서로 맞닿자 귀걸이에서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청실홍실이 뽑혀 나와 두 몸을 합쳤다. 원래부터 하나였던 몸이어선지 장삼풍과 왕중양과 달리 합체 과정이 무척이나 짧았다.


"아니, 이게 뭐야!"


이게? 성화신 양반,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절세미남 천마와 경국지색 망마가 합체하여 천동출이 되었다.


"가져가. 이 몸 가지라고. 어서 네 몸과 내 몸 바꾸자."


내 광기에 찬 외침에 불패청하가 주춤했다.


"뭐야? 네가 원하던 신이 될 완벽한 몸. 어서 뺏지 않고."


"거, 거."


거 뭐?


"거저 줘도 안 가져."


"야. 천년이야. 천년의 세월을 기다렸는데 여기서 물러선다고? 빨리 몸 서로 바꾸자. 윈윈, 넌 신이니까 윈윈이 무슨 뜻인지 알잖아. 그렇지?"


"싫어. 이게 아니야. 이런 게 아니라고."


"빨리 날 네 몸에 넣고 고정해. 그래야 네가 이 몸을 차지해도 방해할 수 없잖아. 어서, 어서 네가 천년이나 꾸민 계획대로 진행해. 난 반항 안 할게. 주저하지 말고 어서 날 덮쳐."


"흑, 흑."


갑자기 성화신이 울음을 터뜨린다. 뭐지? 너님도 지금 상황이 당혹스럽겠지만, 나도 만만치 않거든요.


"성공의 문턱이야. 이 문턱만 넘으면 넌 신이 된다고. 반신 말고 신. 어서 넘어."


"문턱이 너무 높아."


"칼산이 네 발을 잡아도, 불바다가 네 고개를 돌려도. 주저하지 말고 겁 없이 전진, 그리고 전진해. 칼산과 불바다 너머에 피안이 있다. 넌 부처가 되고 신이 되고 악마도 될 수 있다. 여기서 멈추지 마."


"그 얼굴로 수십 년 살다가 죽는다면 나도 참을 수 있어. 그러나 그 얼굴로 영원히 산다고 생각해 봐. 너라면 살 자신 있어?"


자신 있다고 외치고 싶지만, 내 양심은 아직 털 날 정도가 아니다.


작가의말

반성합니다. 말장난 줄이고 느린 호흡으로 갔으면 훨씬 재밌는 글이 되었을 텐데요. 소재는 꽤 괜찮았는데 제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쓰며 제가 꽤 큰 변화를 얻었습니다. 제 생각엔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걸 이후의 글들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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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9 독찾
    작성일
    20.01.03 00:44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20.01.03 08:53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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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에 빙의하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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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2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8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7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5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8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0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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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재 영입 +3 19.11.12 545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5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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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무림맹 +6 19.11.08 808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7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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