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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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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41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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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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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인재 영입

DUMMY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어젯밤 불현듯 떠올린 곳을 찾았다. 교주전 반대편에 있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싼 건물은 딱 봐도 범상치 않다.


"교주. 오셨습니까."


건장한 몸에 짧게 깎은 머리. 온몸에 문신이 가득한 남자가 고개를 깍듯이 숙였다.


"죄수 중 쓸 만한 놈 좀 있는가? 석 원주."


금감원(禁監院). 마교는 물론 무림 전체로 따져봐도 가장 삼엄한 감옥이다. 여기엔 죄질이 흉악한 자들이나 재주가 뛰어난 자들만 감금한다.


무공은커녕 개세로 물방울 하나 튕기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더운밥 찬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 감옥에서 쓸 만한 놈을 찾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억울하게 갇힌 유능한 죄수 있어야 하는데.


"무림맹 때문에 찾으시는 겁니까?"

"그렇게 볼 수 있지. 대호법과 이호법이 아직 기별이 없으니."

"무력이 출중하면서도 선을 지키는 자는 한 명밖에 없습니다. 바로 용답답입니다."


용답답(龍龖龘).

이름에 용 자만 여섯 개 들어간 남자. 천마지체에 버금가는 천룡지체를 타고 난 고수다.

원래 무림에선 천룡지체를 최고로 쳐줬는데 천마가 천마신공을 익혀낸 이후 천마지체가 생겨서 일등 먹고 천룡지체는 이등이 되었다.


"용답답이 여기 갇혔어?"


용답답은 황궁 최고수이며 패도시위(佩刀侍衛)다. 칼을 차고 황제에게 접근을 허락받은 유일한 호위.

말종이 반란을 일으켜 황위를 빼앗은 다음 사라졌는데 금감원에 갇힌 줄은 몰랐다.


"사실 용답답과 저는 감옥 동깁니다. 함께 황궁 감옥에 갇힌 적 있고 그때 친분을 두텁게 쌓았습니다. 2년 전 갑자기 찾아와서 몸 숨길 데가 필요하다고 사정하여 감옥에 넣었습니다. 지금 3층 감옥의 독방에 있습니다."


"야. 호필아. 그럼 진즉에 나한테 말했어야지."

허수아비가 섭섭하다는 듯이 석 원주를 원망했다.


"마교엔 무림맹이나 황궁 끄나풀이 적지 않다. 넌 입이 싸서 중요한 일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었다."


석 원주는 황궁과 무림맹에 있는 모든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한 전설의 죄수. 일부러 적당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들어간 후 탈출하는 게 취미다.

수많은 감옥을 탈출한 경험을 모아 금감원을 설계했고 직접 원주가 되었다.


"그놈 되게 답답한 성격이라고 하던데."


허수아비가 내 눈치를 보며 험담한다. 허 장로완 달리 속마음을 숨길 줄 모르는 단순한 성격이다.


"호위를 오래 맡아서 그런지 사람이 고지식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설득만 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호필이가 목숨 걸고 장담하겠습니다."

석 원주 역시 허수아비의 수작을 알고 나를 향해 고개까지 숙이며 보증을 섰다.


허수아비 얼굴이 좋지 않다. 마교 교주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최강자가 앉는다. 여러 세력을 오가며 정치를 잘해야 하는 무림맹주나 피로 이어지는 황제 자리완 다르다. 그런 연유로 호위대 대주는 예전부터 실력보다는 인맥이었다.


허나, 허수아비의 인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용답답 정도의 인물이 요구하면 대주 자리를 내놔야 한다.


"나만 가겠다."

호위대를 밖에 둔 나는 인마를 안고 감옥 안으로 걸었다. 어젯밤 애써 지도를 외워둔 덕분에 얼마 헤매지 않고 3층 감옥에 도착했다.


"용 호위. 오랜만이다."

용답답이 황급히 무릎을 꿇는다.


"패도시위 용답답이 공자를 뵙습니다. 공자의 부친을 지키지 못한 죄 목숨으로 갚겠습니다."


용답답은 황제가 외출할 때마다 근접에서 경호했기에 천마와도 구면이다.


"네가 죽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차라리 그 목숨을 남겨 나를 위해 쓰는 건 어떠냐?"


용답답 눈에서 맑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말종도 황실의 피가 흐르니까 차마 죽이진 못해서 여기 숨어 지내는 거지?"

"그렇습니다. 정통은 아니라지만, 폐하의 피를 물려받은 건 사실이니깐요."

"네게 기회를 주겠다. 이 아이를 봐라."


용답답은 그제야 숙였던 고개를 들고 인마를 찬찬히 살폈다.


"어떻게. 저와 같은 천룡지체(天龍之體)를 타고났군요. 동시대에 천룡지체가 둘 있을 순 없는데."

"잘못 봤다. 이 아이는 만룡지체(卍龍之體)다."

천마가 알려준 거니 틀림없겠지.

"같은 계열인 제가 이 아이를 가르치길 바라는 겁니까?"


"이 아이 이름은 천덕. 황태자의 혈육이다."


용답답은 황급히 머리를 숙이고 인마에게 절을 올렸다. 천마와 달리 인마는 정통이다.


"네가 할 일은 이 아이를 지키는 것이다."


난 지금 천마다. 그러니 나까지 지켜달라고 할 순 없다. 그래서 인마를 핑계로 용답답을 곁에 두려는 거다. 하드웨어가 바뀌니까 나도 엄청 똑똑해진 느낌.


"공자 곁에 있는데 누가 감히 털끝이라도 건드리겠습니까?"

"나한테서 보호하라는 뜻이다. 내가 이성을 잃으면 막을 사람이 없다. 너라고 해도 날 온전히 막는 건 불가능하니 이 아이만이라도 어떻게든 지켜라."


"따르겠습니다."


용답답을 곁에 두면 장로회도 함부로 못 하겠지. 그럼 이제부턴 시름 푹 놓고 난순이랑 물장구나 쳐볼까?


꽉 막혔던 숨통이 조금 트이는 느낌이다.


###


허수아비가 싱글벙글 웃으며 용답답에게 음식을 연신 권한다. 용답답이 인마의 개인 호위가 되었다는 말에 자리를 보전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용 호위. 기초 무공은 네가 가르쳐라."

"공자께서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공자(公子)는 도련님이라는 뜻이다. 천마가 서출이기에 용답답이는 저하로 부르지 않는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꽉 막힌 답답한 놈이다. 세 세력 중 가장 강직하다는 마교 놈들도 천세천세천천세 부르는 마당에.


"난 모든 무공을 홀로 쉽게 깨우쳤기에 가르치는 건 잘 못 한다."

필요에 따라 천마의 기억이 떠오르긴 하지만, 전부 내 것으로 만들진 못했다. 질문을 받을 땐 대충 얼버무릴 수 있지만, 가르치는 건 자신 없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그때 처음 보는 자가 연기처럼 흐느적거리며 다가와서 보고했다.


"교주. 무림맹 주작대가 도발합니다."

"알았다."


식사를 중단하고 교주전으로 갔다. 용답답이 어느새 갑옷을 차려입고 허리에 칼을 찬 채 뒤를 따랐다.


"교주. 제가 나서겠습니다."


밀덕 스님이 청을 올렸다.


"얼마 전에 큰 힘을 썼는데 괜찮은가?"


너무 덥석 받으면 모양 빠진다.


"주작대는 진법을 이용해 허장성세하고 있습니다. 왕 호법이 나서도 충분히 물리칠 수 있지만, 저라면 주작대가 만든 허상을 간파하고 진실만 찾아내 타격하는 게 가능합니다."

"그럼 오늘도 삼호법에게 맡기지."


"천룡 신승. 교주께 인사 올려라."


이번 스님은 달우랑 비슷한 차림이다. 밀덕만 이상한 거였어.


"천룡사에서 신승이라는 허명을 듣는 세돌입니다."


세돌(勢突) 스님이 합장한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강한 무공의 소유자 같지 않다.


"저는 무공이 아닌 법술을 익혔습니다. 우연히 상대의 허실을 파악하는 특별한 법술을 창안했고 이젠 어느 정도 실전도 가능하게 연마했습니다."


"사제. 어서 운용해라."


"알파고(謁破告)."


아뢸 알에 깨뜨릴 파에 알릴 고. 상대의 허실을 물어 틈을 찾아내 알려주는 법술. 세돌 스님이 법술을 펼치자 밀덕 스님이 바로 연막공으로 연기를 뿜어낸다.

저번처럼 눈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었다. 연기가 뭉쳐서 주작대가 친 주작진을 똑같이 재현했다.


세돌 스님 손에서 파란 새와 빨간 새가 날아가 연기로 만든 지도에 꽂혔다. 체감상 몇 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세돌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빨간 새는 거짓을 뜻하는 주작이고 파란 새는 진실을 의미하는 파랑샙니다."


"사제. 다음 법술을 펼쳐라."


"정밀유도(精密誘導)."


주작들은 날개를 접고 축 처졌고 파랑새들은 활기차게 파닥거렸다. 그러더니 서로 연결되었다. 조금 시간이 흘러 가까운 파랑새끼리 모두 이어져 푸른 망을 형성했다.


밀덕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정밀타격(精密打擊)."


밀덕이 수백 개 동그란 구슬을 파랑새에게 던졌다. 파랑새는 구슬을 물고 하늘을 날았다. 파랑새가 날아오름에 따라 푸른 망이 점점 커졌다. 실제와 같은 크기가 된 후 망이 부서졌다.


파랑새들이 일제히 목표로 쏘아졌다. 주작진에 도착했을 땐 파랑새가 사라지고 쇠 구슬만 남았다.

목표물을 타격한 쇠 구슬이 연이어 터졌다. 구슬에 폭열공을 심어 원거리에서 발동하는 원폭(遠爆 - 원거리 폭파) 기술이었다.


진실이 사라지고 주작만 남은 주작진은 바로 무너졌다. 주작대 대원들은 들통난 걸 알자마자 도망쳤다.


"삼호법 밀덕. 주작을 성공적으로 물리쳤습니다."

"그래, 이번엔 뭘 원하는가?"


"폭풍 진호 장군의 단추 주판을 주십시오."

"폭풍 진호 장군의 단추 주판을 주십시오."


"허락한다."


'그런데 밀덕 스님은 왜 똑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지?'


작가의말

단추(key) 주판(board).


한문이 잘 안 보이는 분들을 위해 용답답 이름 크게 씁니다.

龍龖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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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사필귀정 20.01.06 269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9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5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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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9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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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6 12 9쪽
» 인재 영입 +3 19.11.12 546 1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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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8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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