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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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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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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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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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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생방송

DUMMY

내가 조폭들과 싸운 건 약 40분 정도. 동영상이 SNS 올라간 지 최소 30분이 지난 상황.


경찰도 출동하지 않았고 기자도 오지 않았다. 칼부림 현장이어서 무섭겠지만, 기자 중엔 안전보다 특종에 더 가치를 두는 별종이 많다.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틀어막고 있다는 뜻이다. CM 혼자의 힘으론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 다른 재벌가도 힘을 보탠 게 분명하다.


CM이 털리는 순간, 재벌의 위상은 바닥까지는 아니어도 꽤 추락한다. 임기 5년짜리로 폄하 받는 대통령보다 높게 쳐주는 재벌 회장이 이젠 검찰보다 낮은 사람으로 각인되는 거다.


"아씨. 계정 정지?"


동영상을 신나게 올리던 청년의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차 부장에게 기자회견 부탁했는데, 성사될까 싶기도 하다. 차라리 몇 놈 죽여서 덮지 못하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머리를 세게 털었다.


천마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생각. 부족한 육체와 낮은 능력의 영향으로 자꾸 바른길이 아닌 빠른 길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유혹을 애써 참으며 고민하고, 풀리지 않는 고민으로 절망이 점점 짙어질 때.


전화기가 울렸다.


"천동출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방송국 보냈습니다. 전국에 생중계할 거니까 뭘 말할지 정리해 두십시오."

"뭐, 지침 같은 거 있나요?"


전화기 반대편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최소 일곱 명.


"아니요. 검사님 소신대로 하십시오. 생방송에 구혼 광고 하셔도 저는 불만 없습니다."


통화를 끝내고 인터넷에 멘트를 검색했다.


싸움 한판 했습니다. 패싸움으로 끌려가도 좋습니다. 하지만 천동출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싸웠습니다. 제 주먹이 별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먹 뻗을 때마다 고민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때렸습니다. 제 주먹에 담긴 고뇌가 전해졌으면 기쁘겠습니다.


이건 좀 별로다. 좋아요 17만 개 받을지 의문이니 패스.


난···ㄱㅏ끔···주먹을 날린ㄷㅏ···ㄱㅏ끔은 분노를 참을 수 없는 ㄴH가 별루ㄷr···맘이 ㅇㅏㅍㅏㅅㅓ···소리치며···싸울 수 있ㄷㅏ는 건···좋은ㄱㅓㅇㅑ···ㅁㅓ···꼭 슬퍼ㅇㅑ만 싸우는 건 ㅇrㄴj잖ㅇㅏ···^^ 난···주먹질ㅇㅣ 좋다···아니···ㅁㅓ리가 ㅇㅏ닌···맘으로···싸우는 ㄴㅐㄱㅏ 좋다···


이건 꽤 괜찮은데, 말로 표현하기 너무 힘들다. 중간중간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 구간이 있는데, 나로선 무리다.


"씨, 이게 뭐야?"

"놀랄 시간에 일 하나라도 더 합니다. 빨리빨리 세팅합니다. 그리고 VJ들은 현장 빠짐없이 담습니다. 시간 없습니다. 조속히 움직입니다."


인상이 더러운 PD 혹은 더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양반이 소리 지르자 카메라와 조명 그리고 음향 장비를 든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저, KSM 안준혁 PD입니다. 혹시 해병대 나왔습니까?"

"아니, 육군입니다."


안 피디는 실망한 표정으로 물러나 조명과 음향 세팅을 지휘했다. 조폭 중 일부는 분명히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했지만, 기절한 척 누워있었다.


나였어도 쪽팔려 못 일어났을 거다.


전문가여서 그런지, 아니면 내 생방송 인터뷰에 그렇게 공들일 필요가 없는 건지, 10분도 안 되어 세팅이 끝났다.


"조명이랑 음향 마지막으로 체크하고 생방송 들어갑니다."

"조명 오케이."

"음향 오케이."


응? 이 아저씨는 '여덟 시 반 뉴스' 하는 분이잖아. 여덟 시 반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여기서 이래도 되는 건가?


"오늘,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의 모처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서울 최대 폭력조직의 구성원 백팔 명이 현직 검사인 천동출을 습격. 회칼, 각목, 철근 등으로 적수공권인 천 검사의 일신 안위를 해하려고 했습니다. 먼저 현장을 보시겠습니다."


손으로 마이크를 막은 뉴스 앵커 아저씨가 낮은 소리로 말한다.


"1분 정도 아까 찍은 장면 내보냅니다. 어떤 말씀을 할지 준비해 두셨나요?"

"아니, 그럴 형편이 아니라서."

"미리 생각해둔 게 있다면 맞춰서 질문드릴 생각이었습니다. 없다면 제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 주십시오."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국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는데, 정작 카메라 앞에 서니 머리가 하얗다.


'천마답게, 천마답게 대처하자.'


천마다운 게 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놀랍게도 천 검사는 적수공권으로 흉기를 든 조폭 백팔 명과 싸워 승리했습니다. 이제부터 질문드리겠습니다. 천 검사의 정확한 소속은 어떻게 됩니까?"

"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 초임 검사 천동출입니다."

"초임이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서른아홉입니다. 회사 다니다가 검사 지원했습니다."


방망이질하던 심장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경황이 없어서 당황했었지만, 천마의 높은 격은 생소한 상황에도 쉽게 적응했다.


적응이 끝났으니 이젠 지배할 시간이다.


"평범하게 살려고 했습니다. 비범함에는 늘 희생과 고통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평범하게 살지 말라고 저를 자극합니다. 바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띄어 마음을 괴롭힙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대 로스쿨을 지원했고, 졸업 후 검사가 되었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얘깁니다. 그러나 지금 TV를 시청하고 계신 분들이 듣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돌리지 않고 질문하겠습니다. 오늘의 사태가 발생한 이유에 관해 알고 계십니까?"


"검사가 되고 나서 재계 서열 5위권에 드는 모 기업을 조사했고, 비리와 횡령 및 온갖 범죄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뒷받침할 증인과 증언 및 증거들도 수집이 끝난 상태입니다."


난 넝마가 되다시피 한 양복을 벗었다. 피가 잔뜩 묻은 셔츠도 벗고, 내가 검사 되었다는 소식에 밤새 운 어머니가 새벽 일찍 백화점에 가서 문 열기를 기다려 산 내복도 벗었다.


"조사 과정에 일곱 번의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저는 차를 석 대 바꿔야 했습니다. 양복도 매번 새로 사야 했고요."

"그리고 오늘 조폭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멀쩡합니다. 긁힌 상처뿐입니다."


다치거나 지쳤을 때 빠르게 회복해주는 천마신공 덕분에 내 몸은 얼굴 따위와 다르게 무척이나 멋지다. 얼굴 이하로는 할리우드급이라는 말씀.


"그간 협박도 있고 회유도 있고, 살해 의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선호 부장검사의 지휘 아래 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추호의 물러섬도 없이 빠른 속도로 조사를 진행했고 곧 피의자 소환을 할 겁니다. 차선호 부장이 이미 주요 피의자의 출국 금지를 신청했습니다. 죄질이 악랄하고 증거가 충분하니 판사님이 거절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을 대한민국 검찰의 양심을 걸고 장담합니다."


조명팀과 음향팀에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두렵지 않았습니까?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검사가 되었는데 말입니다."


"두렵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전화 몇 통으로 그간의 노고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닌지 해서요. 사건이 터지고 이젠 한 시간이 되었죠? 경찰은 아직도 출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로 보이는 사람도 없습니다. 동영상 올리던 SNS 계정은 아마 정지를 먹었겠죠? 신고가 많아서 임시 정지한 거라고 내일 운영사에서 해명할 겁니다. 악은 너무나 거대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와주셨습니다. 비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산을 건너고 불바다를 헤치는 검찰이 있습니다. 검사동일체. 제가 비록 일개 초임 검사지만, 감히 검찰을 대표하여 여기서 장담 드립니다."


"불법을 저지른 자는 누구든지 지위 고하, 사회 기여 여부를 막론하고 벌 받을 겁니다. 국가 경제에 기여를 얼마나 했든지, 은행에 얼마나 많은 돈이 있든지, 대단한 친구가 얼마나 많든지. 절대 장애가 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천마신공이 꿈틀거린다. 내 말에 기운이 실린다. 사자후처럼 소리를 크게 하지도 않고, 멀리 뻗어 나가게 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진심 어린 말에 위엄을 실어줄 뿐.


"그 어떤 거악에도 굴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는 방패가 되고, 대한민국을 좀 먹는 벌레들을 소탕하는 날카로운 칼이 되겠습니다. 목숨이 위협당해도, 폭풍보다 세차게 흔드는 유혹을 받아도, 국민이 원한다면 가시밭길이라도 꿋꿋이, 웃으면서 가겠습니다."


그때, 기절했던 조폭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카메라가 보이고 방송국 로고가 보이자 무척 당황한다. 그리고 기절한 척 누워 있던 조폭들도 하나둘 몸을 일으킨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떠올릴 정도로 똑똑한 놈이라면 저 무리에 섞이지 않았겠지. 그럼 저 단순무식한 놈들이 떠올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무력.


그건 내가 용납할 수 없다.


"꿇어라."


친구한테 밥 먹었냐고 묻는 듯한 평이한 어조.


"너희는 죄인이다."


서로 눈치를 보며 깽판을 칠지 말지 고민하던 조폭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천마군림보.


무림의 천마보다 더 높은 경지의 천마군림보를 천동출이 펼쳐냈다.


작가의말

천마군림보는 발이 아닌 마음으로 펼치는 무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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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9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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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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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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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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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0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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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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