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16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20.01.06 18:00
조회
182
추천
5
글자
10쪽

저승사자의 손짓

DUMMY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청와대 도움으로 차선호 지검장이 중앙지검으로 발령 났고 부장 검사도 차선호 지검장이 아끼는 후배로 교체됐다.

그간 날카롭게 갈아온 이빨과 발톱에 날개까지 달아준 셈이다.


SS 그룹 수사는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회장 빼고 모두 소환 조사를 마쳤다.

회장님이야 당연히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으로 VIP 병실에 누워 계시고.


회장만 병실에서 끌어내면 SS 그룹도 CM처럼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전문 경영인 체제가 왜 재벌한테 큰 타격일까?

예를 들어 재벌이 물산의 51% 주식을 보유했다고 치자. 그리고 물산은 건설의 주식 30%를 보유했다.

건설에선 대주주인 물산의 입김이 가장 강하다. 그리고 물산은 51% 주식을 소유한 재벌의 결정이 곧 회사 결정이 된다.


그러니까 재벌은 물산의 51% 주식으로 건설까지 자기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거다.


전문 경영인으로 바뀐다고 이런 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진 않는다. 재벌은 여전히 자기 손에 주식보다 훨씬 큰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 미국처럼 회사가 더 합리적으로 변하고, 정치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든다.


나 천동출의 목표는 대한민국 모든 기업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바뀌는 것. 아무리 사람을 갈아치워도 시스템이 똑같으면 큰 변화를 도모하는 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평검사인 나한테 전화해 주말에 보자고 했다. 회장을 불러낼 묘안이 있다는 말에 밤잠을 설치며 날이 밝기만 기다렸다. 날이 밝자 득달같이 첫 버스를 타고 약속 지점에 갔다.


거기서 수백 명 조폭과 군인이 날 반겼다.


총 세 발 맞았다. 20발 쐈는데, 내가 17발을 피했다. 총 처음 맞아본 것치곤 대단한 성과 아닌가?

그러나 성과를 자축할 힘도 안 남았다. 집유의 경지를 벗으면서 부쩍 는 천마기는 몸에 뚫린 세 구멍의 출혈을 최소화해야 한다.


"천 검사님. 아까 들은 제안 아직 유효합니다."


전기 충격기로 마비된 사이 내 손에 수갑을 채웠고 발 역시 미리 준비한 쇠사슬로 묶었다. 그리고 마취제가 분명한 주사도 내게 놓았다.


왜 마취제라고 판단했냐면, 주사액이 혈관에 들어왔을 때 천마기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목숨에 위협이 되는 약물이라면 천마기가 지혈이 꽤 된 총구멍보단 약물에 반응했을 거다.


"수천만인오왕의(雖千萬人吾往矣)."


"이 새끼 뭐라는 거야?"


천 명 만 명이 막아도 난 내 길을 간다. 집유의 경지는 벗어났지만, 투항하는 척도 천마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집유의 경지에선 굽힐 수 없어 안 굽히는 거지만, 지금은 내 의지로 꺾일 각오를 머금은 거다.


"회장님. 거절입니다."

"처리해. 최대한 고통스럽게."


날 죽여도 SS 그룹이 이미 입은 손실은 만회할 수 없다. 회장은 살아남아도 수백 명이 감옥으로 간다. 최악을 면할 뿐이지 나의 죽음이 해결책이 못 된다.


그래선지 회장은 내가 고통스럽게 죽는 걸 원했다.


"공구리 쳐야겠어. 회장님 주문이다."


이렇게 죽는구나. 아버지 어머니, 미안합니다. 두 분을 생각하면 비굴하게라도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전 두 분의 아들인 천동출인 동시에 천마이기도 합니다.

하늘의 총애를 가득 받고 세상에 태어난 제가 이 세상으로 온 건 우연이면서도 필연입니다. 두 분과 하늘이 준 제 고귀한 삶에 어울리는 값진 죽음으로 작별하겠습니다.


입은 흰 손수건으로 틀어막혔고 굵은 밧줄로 온몸이 칭칭 감겼다.


"지혈도 해. 과다 출혈이 아닌 익사로 죽어야 하니까."


놈들은 친절하게 내 총상도 치료했다. 물론,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라 응급처치 수준이다.


짐짝처럼 차 트렁크에 실려 한 시간 정도 달렸다.


폐공장이다. 예전에 발전에 급급하여 바닷가에 지은 공장. 바다에 버린 오염 물질의 위해가 밝혀지고 나서도 공장 폐쇄는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전부 폐쇄되었다. 일부는 예산 문제로 여전히 철거하지 않고 흉물스럽게 남아있지만.


밧줄에 매달린 나를 드럼통에 넣는다. 그리고 안으로 시멘트를 부었다. 정확히 무릎 위까지 시멘트를 부은 후 담배를 피우며 굳기를 기다렸다.


요즘 시멘트 좋구나. 십 분도 안 되어 단단하게 굳네? 그냥 중국산 쓰지 돈 아깝게 이런 비싼 시멘트 쓰고 그래?


덩치 셋이 낑낑거리며 날 수레에 실었다. 굴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로 낡은 수레로, 수레바퀴에 보이는 나사나 볼트 모두 녹이 형편없이 슬었다.


눈짓으로 할 말이 있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놈들은 무시했다.


삐꺽대는 바퀴 굴러가는 소리는 저승사자가 부르는 초혼가 같다.


'천마의 혼을 너희가 감당할 수 있을까? 어서 썩 꺼져.'


"야, 수레도 함께 버려. 언제 저걸 들어서 던져."


중앙지검 특수부 에이스 천동출이 물건 취급당하는 구나. 죽은 후 저승으로 안 가고 누군가한테 빙의해서라도 꼭 복수하고 말 테다. 잘생긴 놈으로다가 한 놈 빙의해야지.


첨벙 소리와 함께 바다에 빠졌다. 시멘트 때문에 나는 약 30미터 깊이의 바닥을 향해 신나게 다이빙했고, 수레는 그래도 나무라고 조금 버텼다.

그러나 썩은 나무가 바닷물을 급히 빨아들이며 곧장 내 뒤를 따랐다.


'가는 길에 친구가 있어 외롭진 않구나.'


가늘고 고운 모래가 두껍게 쌓인 바닥은 나와 접촉하자마자 모래 먼지를 자욱하게 일으켰다. 겨우 먼지가 가라앉아 시야를 확보할까 했는데 이번엔 수레가 내 옆에 처박히며 물을 흐렸다.


잠시 후, 모래가 가라앉으며 시야를 회복했다. 난 지금 바다 바닥에 곱게 누워 있다. 시멘트의 무게로 곧게 서지 않을까 추측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근육 비율이 높은 내 몸도 무게가 만만치 않은 거겠지.


'일어서자.'


허벅지와 허리 그리고 목에 힘주면서 펄떡거렸다. 이미 주변 환경은 뇌에 새겼기에 시야가 가려져도 상관없다.


'무릎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참 쉬울 텐데.'


알고 그런 건 아니겠지만, 놈들이 무릎까지 시멘트로 덮는 바람에 몸 일으키는 게 너무 힘들다.


정신이 혼미하다. 차가운 바다 30미터 수심에 처박혔는데 이마와 목덜미에서 식은땀이 돋는다.


'모랫바닥이다. 땅이 아니라.'


뒤늦게 깨달은 나는 일어서려고 펄떡대는 걸 멈추고 뒹굴었다. 좌우로 뒹굴면서 시멘트가 있는 부분의 바닥을 파이게 했다.


그렇게 발 부분이 모래 속으로 파고든 다음 몸을 펄떡였다. 발 위치가 아까보다 낮아져서 그런지 점점 희망이 보인다.


'좋았어.'


약 7분 정도 발악해서 끝내 몸을 일으켰다.


'일단 안 쓰러지게 고정부터 하자.'


몸을 좌우로 비틀며 바닥을 파고들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지만, 숨 안 쉬고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아직 모른다. 그러니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시간과 힘도 아껴야 할 판이다.


'상어는 없는 것 같고.'


10분이 되었는데도 상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없는 거다. 상처는 지혈됐지만, 조폭과 군인들과 싸우며 옷에 묻은 피는 이미 바닷속에서 엄청난 피 냄새를 풍기고 있을 거다.


'예전에 군대 있을 때 많이 들었던 말 있지.'


너 돌대가리냐고.


'돌이 시멘트보다 단단할 거야.'


심호흡을 상상으로 한 다음, 허리를 빠르게 굽히며 머리를 시멘트에 박았다. 물속이어서 그런지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내가 상상했던 과자 부서지는 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비싼 값 하는구나. 그래도 내 머리가 더 단단해.'


다시 이마로 시멘트를 때렸다. 물의 저항으로 임팩트 타이밍을 맞추기 어려워서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다. 난 생물체이기에 신진대사를 통해 내구도를 회복한다. 그러나 시멘트는 무생물이다. 충격을 누적하면 결국 내가 이긴다.


콩. 분명히 나는 최대치의 힘으로 시멘트에 박치기했는데 소리가 너무 겸손하다. 그러나 겸손한 소리에 불평을 품을 새도 없다.


다른 위기가 날 덮쳤다. 걱정했던 상어는 아니고, 쥐다. 다리에 쥐가 올라왔다.


혀를 최대한 빼물어 코끝을 적시려 했다. 그러나 내 혀는 짧았다.


대부분 사람의 혀가 코끝에 안 닿는 건 안다. 그런데 내가 하필 왜 대부분의 범주에 속하느냐고. 영혼이 천마인데 몸도 특별한 부분 하나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쥐는 허벅지까지 올라와서 숨이 멈춰질 정도로 날 괴롭히고 사라졌다. 여기서 살아남으면 다리에 고양이 문신이라도 하나 하자.


신중을 기하여 조금 쉬었다. 그리고 다시 박치기를 시작한 다음에도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밤이 되었다. 바닷물에 12시간 정도 절여졌다. 이젠 초절임 끝났으니 빨리 꺼내. 양념 바르고 김치 냉장고에 넣어야지.


'잘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이런 생각도 떠올렸다. 그때 샐러드 접시만 한 게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다가왔다.


'와서 시멘트 깨줘. 그럼 나 평생 간장게장이랑 꽃게탕 안 먹는다.'


게가 집게를 쩍쩍 벌린다. 설마 나한테 V 사인 보내는 건가?


승리의 사인을 보낸 게는 내 텔레파시를 무시하고 수레 잔해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좋아, 결심했어. 나가서 첫 끼는 꽃게탕에 밥 말아서 간장게장이랑 먹어야겠어.


작가의말

저승사자의 손짓이 어서 오라는 손짓일까요 제발 오지 말라는 손짓이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에 빙의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2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68 6 9쪽
»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8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5 7 9쪽
37 탄핵 +2 19.12.07 202 10 9쪽
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8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0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13 이호법 +4 19.11.13 486 12 9쪽
12 인재 영입 +3 19.11.12 545 18 9쪽
11 삼호법 +5 19.11.11 575 14 9쪽
10 간 보기 +2 19.11.10 612 13 9쪽
9 내가 천마라니 +3 19.11.09 718 18 9쪽
8 무림맹 +6 19.11.08 808 20 9쪽
7 정치란 말이야 +4 19.11.07 848 25 9쪽
6 보름달이 뜨다 +3 19.11.06 1,051 22 9쪽
5 스카이 캐슬 +3 19.11.05 1,451 27 9쪽
4 제자 돌보기 +2 19.11.04 1,810 32 9쪽
3 별호 짓기 대회 +6 19.11.03 3,099 40 9쪽
2 천마의 신분 +3 19.11.02 5,090 56 9쪽
1 그린 라이트 +10 19.11.01 7,974 7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