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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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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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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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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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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천동출

DUMMY

난 비범하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평범하게 보내고 중학교에 입학한 후, 중2에 폭발했다. 중간에 조금 못 미치던 내 성적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전교 10위권에 안착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고등학교 3년 내내 모든 과목 백 점에 체육 성적도 백 점. 학생회장도 지냈다. 소문으로만 떠돌지만, 일진들을 교화하고 셔틀과 왕따 문화를 없앴으며 조폭도 평정했다고 한다.


수능 만점으로 서울법대 입학, 재학 중 사법고시에 합격, 연수원을 수석으로 나왔으며 현재 검사 3년 차.


얼굴은 그대로다. 성형 상담을 수십 번 받으며 현대 의학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세계적인 성형외과 권위자들한테서 백기 투항을 받아내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어머, 천 검사님. 팬이에요. 사진 한 장만 같이 찍어도 될까요?"


이젠 수련을 멈췄다. 육체 단련이 더는 도움 안 되는 경지에 이르렀다. 대신, 달리면서 내공을 수련하면 약 3% 정도 더 쌓인다는 걸 확인하고 매일 새벽 2시간씩 조깅한다.


그리고 가끔 이렇게 알은체하는 열성 팬이 나타난다.


'역시 남자는 능력이다.'


내 얼굴은 변화가 없지만, 스타 검사 천동출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다. 매일은 아니지만, 이런 일은 꽤 자주 있다.


그래서 대충 이후 전개도 예상 가능하고.


"CM 그룹 경호팀입니다. 저기 가서 잠깐 얘기 나누시죠."


내게 말을 건 괜찮은 얼굴과 괜찮은 몸매의 여자는 경호팀에 끌려가 조사받을 거다. 그리고 내일부턴 조깅 코스를 새로 짜야겠고.


이미 내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대부분 사람은 나랑 알은체도 하지 않는다. 괜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버리기 일쑤다.


그렇게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조깅을 마쳤다. 빠르게 씻고 아침을 챙겨 먹은 후 경호원이 운전하는 차로 출근했다.


"천검. 제발 부탁이야. 우리 회사 좀 털어주게."

"누구시죠?"

"나 SS 그룹 전략실 실장이야. 자네 아버지랑 국민학교 때 옆 반이었네."


"조사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리 놓으시죠."


경호팀은 내 안전 말고 정조를 지킨다. 그래서 바짓단을 잡고 버티는 남자를 그냥 보고만 있었다.


"안 놓으면 조사도 안 할 겁니다."


내 으름장에 대한민국 1위 기업인 SS 그룹의 전략실 실장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물러난다. 전략실 실장이면 전무는 몰라도 상무급은 될 텐데. 저런 양반이 직접 나설 정도로 그룹 상황이 급박한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정문으로 들어갔다. 내 사무실은 3층이다.


"검사님. 기업들 비리 자료입니다."


정확히 300kg. 내 사무실에 쌓인 비리 자료의 무게다. 문제는 이게 내 하루 분량이라는 거다. 내일이면 또 이만치 자료가 들어온다.


"다들 당분간 고생해 주세요. 다음 타깃 잡으면 편할 겁니다."


조사관과 국세청 파견 직원들이 알겠다고 대답하며 자료를 빠르게 훑었다. 나 역시 눈 피로를 풀어주는 안경을 쓰고 자료를 살폈다.


그냥 자료만 검토하는 게 아니라 안 들키게 손 안 대고 페이지 넘기면서 수련도 겸했다.


띠링. 문자가 도착했다.


[도시락 도착. 경호팀.]


"자, 도시락 왔습니다. 식사하고 일하세요."


직원들이 환호한다. 저들에게 유일한 낙이라면 도시락 먹는 시간일 거다. 경호팀이 들고 온 도시락을 나눠준 후, 가장 큰 가방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부장검사님, 어서 수라상을 꺼내십시오."


벌써 식당에선 부서 선배들이 자리를 잡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 자꾸 그러다가 부장검사님한테 혼납니다."


"후배님이 혼내시면 달게 받아야죠. 그나저나 오늘 도시락은?"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도시락 가방을 열었다. 안에 열 개가 넘은 도시락이 어서 꺼내 달라고 조른다.


군법무관 3년을 합쳐서 경력 12년 정도면 부부장검사 자격을 갖춘다. 부부장검사는 실제 있는 직책이 아니고, 차기 부장검사로 낙점된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다.

부부장검사는 부장검사가 없는 자리에선 보통 부장검사라고 불러준다. 전 부장검사가 옷을 벗고 변호사 개업한 후, 부부장검사가 부장검사가 되었다. 그러나 부장검사 되고 반년이 지났는데도 부부장검사를 지목하지 않고 있어서 다들 쉬쉬하는 판국이다.


난 아직 별다른 시그널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뭔가 냄새를 맡았는지 날 부장검사님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역시 갓동출."


성게, 전복, 굴, 비빔 회, 떡갈비, 불고기. 온갖 귀한 음식이 가득한 도시락에 선배들이 침을 흘린다. 이들이 점심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내 도시락 때문이다.


시간에 맞춰 배달한 거여서 회는 싱싱하고 떡갈비나 불고기 역시 김이 모락모락.


"어서 드시죠."


나는 소식한다. 많이 먹으면 수련에 방해되니까.


현재 개세 수련을 끝내고 기천을 시작했다. 개세는 내공을 모으는 것보단 감각을 익히는 게 우선이고, 기천부터 본격적으로 몸에 내공을 쌓는다.

일반 내공 수련과 달리 기천은 단전으로 가공한 내공을 몸 곳곳에 널리 퍼뜨린다. 그래서 초반엔 단전에 내공을 뭉쳐두는 무인보다 약하지만, 경지가 오르면서 도약적으로 강해진다.


기천 수련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지금은 개세 12성 때보다 훨씬 약하다. 그래도 웬만한 냉병기는 두렵지 않다. 총은 안 맞아봐서 잘 모르겠다.


"너 전생에 지구를 몇 번 구한 거야."

"제수씨 주변에 참한 여자 없어? 소개해주면 평생 형으로 모실게."

"이거 진짜 제수씨가 직접 만든 거야? 이쁘고 집안도 좋은 데다가 음식 솜씨까지. 동출이 너 정말 복 받았구나."


집에서 굶기는 게 아닌지 싶을 정도로 선배들 젓가락질엔 여유가 없었다. 도박판엔 부자지간이 없다더니, 난순이가 만든 도시락 앞에선 선후배가 없다. 서로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고 치열하게 입과 젓가락을 놀린다.


"근데 동출아.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올해 벌써 세 건이잖아."

"제가 뭘 열심히 해요. 기업에서 잘 협조해준 덕분이죠."


"그래. 우리 막내가 참 대단하긴 하지."


현재 몸담은 곳은 중앙지검 특수부. 난 기업 비리 전담이다. 엘리트 검사의 출세 코스인 특별수사본부.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고, 새로 누군가가 와도 나보다 선배다. 그래서 3년 차인데도 막내 딱지를 못 뗐다.


"제수씨도 대단하지. 막내가 처음으로 턴 게 CM 그룹이잖아."


난순이는 천마 재단 이사장이다. 회장의 외동아들의 외동딸로 미래의 CM 그룹 총수다. 그리고 내가 검사로 임관하자마자 CM의 비리 자료를 넘겨서 털라고 지시했다.


"처음에야 주가 폭락하고 난리 났지만, 불과 1년 뒤에 반등을 보이고 지금은 오히려 기업 서열이 몇 개 올랐잖아. 그 뒤로도 막내가 만져준 기업 모두 잠깐의 시련 뒤에 바로 반등했고."

"내가 아는 재벌 3세가 있는데, 동출이한테 부탁해 자기네 회사 좀 털어달라고 하더라."

"하긴. 올해 동출이가 턴 기업 셋 모두 주가가 올랐지."


반등을 기대하고 비리로 털린 기업의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조사관을 보내면 기다렸다는 듯이 잘 정리한 비리 자료를 넘기기까지 했다.

물론 그 과정에 콩밥 먹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감옥에 갇히는 놈들 모두 싱글벙글. 회사에선 아주 귀인 대접을 받았단다.


"검사님. 몇 건 건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매실차로 입을 가시며 실없는 농을 주고받는데 조사관이 와서 보고했다. 매일 익명으로 300kg 정도 자료가 오고, 처음엔 밤늦게까지 고생했다.

그러나 국세청 직원 몇 명 지원받은 후로는 점심이 끝나기 전에 검토가 대부분 끝난다.


"부장검사님, 떡고물 좀. 헤헤."


어느새 도시락을 깨끗이 비운 선배들이 손을 비빈다. 기업 하나 터는 데 빨라도 반년이다. 충분한 자료가 있어야 하고 증거 사진이나 녹취 파일도 확보해야 하고, 내부 고발자도 필수다. 그걸 모두 구비하는 데 반년도 빠른 거다.


그러나 난 여름이 오기도 전에 벌써 세 건이나 끝냈다.


"검토하고 방으로 보내드릴게요."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내가 직접 조사한다. 잘못 처리하면 기업이 망하고 수천에서 수만의 사람이 실직자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미 심정지 판정인 기업은 선배들한테 넘겨서 실적을 챙기게 한다. 차라리 사라지는 게 낫다 싶은 회사가 한둘이 아닌데, 대부분은 건설과 제조 관련 회사들이다.


오후 내내 직원들이 뽑은 자료를 검토했다. 내가 나설 만한 건은 없었다.


자료를 잘 정리하여 선배들에게 나눠 준 뒤 정시에 퇴근했다.


"여보, 퇴근이야?"


공교롭게도 난순이와 차고에서 마주쳤다. 천마 재단은 하는 일이 많고 지방 행사도 많다. 나 역시 퇴근 시간이 들쑥날쑥해서 정확히 퇴근 시간에 집에서 보는 일이 드물다.


"어. 오늘 강원도 간다고 하지 않았어?"

"취소야. 봄비에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대."


작가의말

로맨스 도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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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9 4 9쪽
» 검사 천동출 20.01.01 155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8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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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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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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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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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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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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