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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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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78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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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마교와 전쟁

DUMMY

"교주. 상황이 위급한데 경공으로 달리심이 어떻습니까."


"의전을 지켜라."


장거리용으로 만든 마차는 튼튼함과 속도에 치중하여 안락감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난 의전에 따라 마차로 이동할 것을 고집했다.


경공 모르니까.


"이걸로 꼬투리 잡지 않을까요?"


"맹탕이 맹주할 땐 변방 시찰도 한 적이 없다며. 게다가 황궁이랑 마교 돈 받고 일부러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종전선언과 FTA 아니면 나도 변방에 갈 생각 없었어. 괜히 눈먼 화살에 맞아 죽으면 천마만 손해거든. 이 얼굴로 총각 귀신이 된다니.


나라면 썩어 백골이 되어도 눈을 못 감겠다. 원통해서.


"우리가 늦어서 먼저 출발한 부대들이 피해를 보면 그걸 빌미로 또 트집을 잡을 겁니다."


고수 대부분은 말보다 느리지만, 마차보다 느린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무림맹 무력 부대에 들어올 정도라면 당연히 마차보다 빠르다.

변경과 이틀거리를 둔 지금, 함께 출발한 부대는 이미 변경에 도착해 마교와 대치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럼 여론에 밀려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거야. 마교도 무림맹도 바라지 않는 일이지."


###


"막 대주. 지금 상황을 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봐."


거칠어진 호흡을 꾹 누르고 잇새로 말을 뱉어냈다.


"황궁이 20만 대군을 변경으로 움직였다는 정보에 급히 그쪽으로 지원 보냈습니다."


제길. 당했다.


황궁과 마교가 동시에 공격했을 때, 황궁을 막는 게 급선무다. 마교는 점령보단 약탈이 목적일 가능성이 크니까.


그래서 황궁이 군대를 움직인 지금, 맹주인 날 버리고 모두 황궁을 상대하러 떠났다고 해도 꼬투리 잡을 명분이 없다.


단. 지금 날 상대하는 게 주작대 대주 막주작이라는 게 문제다. 이놈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마차를 돌려라. 위급한 곳부터 살펴야겠다."


그때, 수천 명의 남루한 옷차림에 꾀죄죄한 몰골을 한 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무릎을 꿇는다.


"맹주. 저희를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너희 다 무공 고수야? 확성기 들고 고함 지른 것도 아닌데 내가 돌아가려는 걸 어찌 알고 버리라 말라야?

그리고 숯검정이 얼굴에 묻힌 거 너무 작위적인 거 알아? 어떻게 남녀노소 모두 얼굴에 숯검정 묻혔어? 마을에 집이 삼백 채도 안 되고 지금 밥때도 아닌데.


"맹주. 외통숩니다."


전쟁광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소곤거렸다. 나도 아니까 확인 사살 하지 마.


"변경의 백성들한테 며칠 집을 비우라고 해라. 괜히 주변을 알짱대다가 목숨 잃는 일 없도록."


보는 눈을 줄여야 위기 상황에 안 들키고 도망치기도 쉽지.


"그럼 속하는 백성을 소산하는 일을 맡겠습니다."


막주작이 얼씨구나 내 지시를 핑계로 사라졌다.


"좋은 생각이 있으면 얘기해 봐라."


"황궁 무인 백 명 모이면 다섯 가지 무공이 있고 무림맹 무인 백 명 모이면 스무 가지 무공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황궁은 엄선한 무공만 가르친다. 무림맹은 문파가 많아 무공도 다양하다.


"마교 무인 백 명 모이면 백스무 가지 무공이 있다고 하죠."


마교는 사부와 제자가 다른 무공을 익히는 경우도 허다하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곳이어서 누구나 남들 모르게 무공 한두 개 감춘다.


"미리 대비하기도 힘들거니와, 대비하여도 숨긴 무공을 꺼내면 허를 찔릴 수 있습니다. 임기응변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전쟁광은 마교를 고작 열두 명으로 상대해야 하는데도 전혀 걱정이 없어 보인다. 천마랑 함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겠지. 그런데 어쩌나. 난 천마가 아닌데.


"하하하. 천마. 오랜만이구나."


국순이 아버지 국 장로. 노인네가 정력도 좋아. 나이가 여든이 넘었는데 국순이는 아직 묘령이다. 그러니까, 환갑이 지나서 국순이를 얻었다는 말이지.


"잡것이."


밀덕이 손가락 하나 빼 들고 일양지를 날렸다. 슉 소리와 함께 국 장로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진다.


"아이피 위장술."


아이피(芽異皮).

싹 아에 다를 이에 껍질 피.

싹수가 노랗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작물은 싹만 봐도 자라서 뭐가 될지 분별할 수 있다. 아이피 위장술은 싹에 다른 껍질을 씌워 정체를 속이는 방식으로, 주작대 대주 막주작도 익혔다고 한다.


국 장로의 환영이 사라진 자리엔 대가 부러진 깃발 하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깃발엔 국 장로의 이름인 정원(定遠) 두 글자가 수 놓여 있다.


"맹주. 빨리 해결하고 돌아가야 합니다."

"짚이는 거라도 있어?"

"국 장로와 막 대주가 손잡은 것 같습니다."


"목적은?"


"아마 여기로 파견되었다던 부대는 해체했을 겁니다. 여기선 국 장로의 대글 부대가 맹주의 실수로 부대가 전멸했다고 조작할 겁니다. 낙양에선 막주작이 거기에 호응하여 거짓 소문을 만들겠죠."


끝까지 들을 필요 있나. 이걸 빌미로 최고 회의가 소집되겠지.


최고 회의는 맹주가 진행해야 한다고 규정되었다. 그러나 황궁과 마교가 동시에 무림맹을 공격하는 위기 상황이고 맹주가 자리를 비웠기에 원로원이 그 권한을 잠시 대행할 수 있다.


최고 회의는 장로와 무력 부대 대주들만 참가할 수 있다. 거기에서 맹주 탄핵을 결정하면 뒤집을 방법이 없다.


이번 맹주 선출에 출마했기에 다음 맹주 선출엔 출마할 수도 없고.


"상황 파악은 끝났으니 누구든 해결책을 제시해라."


"당문에 도움을 청하는 게 어떻습니까?"


"속하가 다녀오겠습니다."


공공칠이 바로 경공을 펼쳐 사라졌다.


"천마는 오줌싸개래요."

"천마는 밤에 엄마 가슴 잡고 잔대요."

"천마는 열여섯인데도 여자 목욕탕 다닌대요."


국 장로의 대글(代契) 부대가 공격을 시작했다. 아플 신공이라고, 몸은 몰라도 마음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게 하는 협동 법술이다.


"고소 신공 익힌 사람 없어?"


아플 신공에 유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고소 신공. 안타깝게도 이런 유의 법술을 익힌 사람은 적다.


천마가 공공칠이 법술과 무공을 결합한 걸 크게 칭찬했던 데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무공보다 살상력이 부족한 법술은 익히는 사람이 드물다.

석호필이나 왕간지처럼 법술로 어마어마한 효과를 내는 건 타고난 자들만 가능하니까.


"피하면 그만이긴 한데, 그러면 맹주가 도망쳤다고 난리일 테니."


아플 신공의 약점은, 상대가 외면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법술을 세팅하는 데 돈이 많이 들어서 당하는 사람이 자리를 떠나면 오히려 공격 측이 손해다.


"제가 나서보겠습니다."


왕간지가 초롱꽃과 닮은 작은 꽃을 뽑아 들고 나섰다.


'소경불알.'


오른쪽 중이혈에 소경불알을 꽂은 왕간지가 누레졌다. 옷과 머리카락과 피부뿐 아니라 눈동자도 어두운 누런색이 되었다.


"누렁이는 누룽지를 좋아한대요."


누렇게 변한 왕간지는 몸을 돌려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뒷걸음질로 한참 걷더니 씩 웃는다.


"잡았다 요놈. 쥐 잡는 덴 소 뒷걸음이지."


자리에 멈춘 왕간지는 왼팔을 곧게 들어 검지로 하늘을 가리켰다. 오른팔은 축 늘어뜨려 검지로 땅을 가리켰다.


"천지조화(天地造化).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처언마아느은요. 바암마다 지이도 그으리인대애요."


천마를 조롱하던 대글 부대의 소리가 느려졌다. 어차피 난 천마가 아니기에 전혀 타격감이 없었지만, 그래도 귀를 더럽히던 소리가 느려지니 기분이 훨씬 상쾌하다.


"자, 이젠 모두 나한테 집중해. 소귀에 경 읽기."


대글 부대의 소리가 사라졌다. 왕간지는 어디선가 효자손을 꺼내 등을 긁으며 편한 얼굴로 새김질을 했다.


희끄무레한 기운들이 왕간지 귀를 지속하여 공격하고는 있지만, 귀 주변에 쳐진 투명한 방어벽을 아예 넘지 못했다.


체감으로 10분 정도 지나자 대글 부대의 공격이 멈췄다. 공격이 끝난 걸 감지한 왕간지가 천천히 소경불알을 귀에서 뽑았다.


"맹주. 당분간 짐이 될 것 같습니다."


어느새 미소년으로 돌아온 왕간지가 풀 죽은 얼굴로 말한다. 꽃과 간지신공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중에 왼쪽 중이혈을 다쳤는데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오른쪽 중이혈에만 의존하기에 연속 작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왕 공자. 대단한 일 하셨습니다. 방금 동원한 대글 부대의 규모를 보면 국 장로가 어마어마한 지출을 했을 겁니다."


전쟁광이 왕간지를 위로한다.


"마교 내분 말하는 거지?"


"마교는 돈이 있어도 쓸 데가 없어서 쌓아둔 재물이 많습니다. 그러나 마교 자체가 척박한 땅에 살기에 많다고 해봤자 무림맹이나 황궁 입장에선 우스운 액수죠. 장로회는 파벌이 열 개 이상이라고 들었습니다. 효과도 못 보고 낭비한 금액 때문에 다툼이 생길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럴 땐 단순하게 가자.


"포지로 총단에 소식을 전해라. 대승했다고. 그리고 무당파에도 소식을 보내 장삼풍을 이리 오라고 해라."


작가의말

사실 간지신공은 주인공급 무공입니다. 하지만, 12간지 중 일부의 설정이 어려워서 최종 탈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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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200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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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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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 마교와 전쟁 19.12.24 143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80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2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3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6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2 7 9쪽
42 공약 +3 19.12.12 220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2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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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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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9 8 9쪽
35 공청석유 +4 19.12.05 259 5 9쪽
34 십색기 +2 19.12.04 233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1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7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40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3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9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3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8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2 12 9쪽
15 말종의 사신 +2 19.11.15 444 14 9쪽
14 엄친아 할아비 +3 19.11.14 467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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