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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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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45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19.1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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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출마 선언

DUMMY

납땜이 설계도를 그리고 파큐유와 공공칠이 목재를 날랐다. 밀덕은 폭열공으로 바위를 깨서 다듬고 왕간지는 쥐간지를 펼쳤다.


"내 이름은 쥐간쥐. 거꾸로 해도 쥐간쥐."


왕간지 몸에서 두더지가 분명한 생명체들이 가득 튀어나왔다.


"두더쥐 군단. 설계도에 따라 하수도를 뚫는다. 실시."


구멍을 뚫고 들어간 두더지들은 가끔 머리만 내밀어 햇볕을 쬐며 게으름을 피웠다. 왕간지와 인마가 나무망치를 들고 노라리 하는 두더지를 응징했다. 덕분에 하수도 작업이 빠르게 끝났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천마가 나섰다.


"천마군림보 - 깨금발."


한 발을 들고 펼친 천마군림보는 울퉁불퉁한 돌밭을 아우토반보다 더 반듯하게 바꿨다.


"육룡이 나르샤."


용답답이 소환한 여섯 용이 기둥 하나씩 잡았다. 여섯 기둥에 대들보가 얹어지고 지붕이 씌더니 벽이 세워졌다. 천마가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개세로 이 어려운 과정을 순식간에 완성했다.


"내구 강화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헤헤."


구조 연결이 느슨한 곳을 납땜이 강화했다. 반나절도 안 되어 면적이 3천 평 되는 커다란 집이 지어졌다.


"태식이, 마무리해."


"미적분."


순식간에 사라졌던 집이 서서히 생겨났다. 미분으로 해체되었다가 적분으로 재조립되는 과정에 수학적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사라지거나 다듬어졌다.


"내구 확인한다."


파큐유가 벙어리 장갑을 끼고 잡으로 벽과 기둥을 툭툭 쳤다.


###


주소 등록까지 마친 천마는 바로 후보로 등록하러 갔다.


"출생지, 거주지, 이름, 나이, 가족 관계."


장난삼아 맹주 후보로 등록하는 사람이 매일 수천이다. 그래선지 무림맹 서기는 고개를 숙인 채 후보 등록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출생지 황실. 거주지 3번 야산. 이름 천서출. 나이 16세. 가족 관계 무."


어머니는 병으로 죽고 아버지는 말종 손에 죽었다. 설사 아버지가 살았다고 해도 가족 관계에 포함되진 않는다. 천마는 서출이니까.


"거주지 불합격. 돌아가."


"부동산 등록 문서다. 다시 검토해."


하루 만에 건축 허가를 받아내고 집을 지은 후 부동산 등록까지 마쳤다. 아마 서기 손에 있는 정보대로면 3번 야산은 여전히 불모지일 것이다. 그래서 부동산 증명 문서를 떼서 천마가 직접 들고 왔다.


심드렁하게 문서를 받아 대충 훑던 서기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하루 만에 3천 평짜리 집을 지었다고? 설마 당신이 바로 그 유명한 심시터?"


심시터(沈市攄). 며칠이면 마을 하나 만들고 몇 달이면 도시도 만든다는 전설의 건축가.


"이름이 천서출이라고 했을 텐데."


"미, 미안하오. 잠시 기다리시오. 야, 가서 황성 인구 대장 가져와."


인구 대장에서 천마의 정보를 확인한 서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출생지, 거주지, 이름, 나이, 가족관계 모두 확인했소. 그럼 출마 선언을 적으시오."


붓에 먹을 듬뿍 찍은 천마는 바로 쓰지 않고 하늘만 쳐다봤다. 이러다 먹이 다 마르는 게 아닌지 걱정될 즈음 붓이 움직였다.


천마강림(天魔降臨) 달마앙복(達磨仰伏) 풍비박산(豊飛雹散) 중양오운(重陽烏雲).


천마가 강림하니 달마가 엎드리고 장삼풍이 날려나고 왕중양에게 먹구름이 낀다.


###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다른 후보들은 어떻게 하나 살펴보자."


후보 등록을 마친 천마는 바로 다른 후보의 선거 현장을 염탐하러 갔다.


"우와, 대박."

"맹주 선출 해마다 했음 좋겠다."


가장 가까운 선거 현장에서 여덟 여고수가 나풀나풀한 옷을 입고 경공을 펼쳐 허공을 날았다. 미리 묶은 얇은 천을 밟고 달리는 여고수들은 바구니의 꽃잎을 사방으로 뿌렸다. 여러 색의 꽃잎이 허공을 아름답게 수 놓았다.


땅에선 수십 명 고수가 떨어지는 꽃잎을 회수해 색깔별로 바구니에 담아 위로 전달했다.


"여러분. 맹주 후보 황실종입니다. 제가 만약 맹주가 된다면."


사자후가 경지에 이르렀는지 소리가 큰데도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황실로부터 해마다 최소 은자 십만 냥의 지원을 끌어오겠습니다."


"우와아. 황실종, 황실종."


음공 고수 수십 명이 소리 질렀다. 고작 수십인데 실제론 수천 명이 외치는 듯한 효과를 냈다. 분위기에 휩쓸린 구경꾼들도 함께 황실종 이름을 외쳤다.


- 선거에 돈 많이 들겠다.


경공 고수와 음공 고수 외에도 수백 명 사람을 고용했다. 이들은 몰려온 구경꾼들에게 술을 권하고 황실종 이름이 적힌 그릇이나 수건 따위도 나눠줬다.


황실종의 선거 운동을 한참 지켜본 천마는 다음 현장으로 이동했다.


- 이쪽은 여심 공략인가?

- 황실 세력권에 여성 문파인 이화궁이 있어. 황실종은 그쪽 지원을 받은 거고.


웃통을 벗은 근육맨 수십 명이 기합 소리에 맞춰 무공을 시연했다. 남자가 대부분인 황실종의 선거 현장과 달리 이쪽은 여자가 절반 정도고 남자도 아이가 많았다.


"여러분. 저 마교편이 맹주가 된다면, 반드시, 기필코, 마교와 무림맹 사이에 비무장지대를 만들겠습니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무림맹과 황궁 세력권의 접경지대는 평화로운 편이다. 특히 맹탕이 맹주가 된 후 양보로 일관하면서 싸움이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마교와 무림맹의 접경 지역은 안 싸우는 날을 손으로 꼽을 정도다. 공명심에 눈이 먼 무림맹 무사는 물론, 식량 축내는 입을 줄여야 하는 마교 역시 싸움을 반겼다.


천마가 교주로 취임한 후 많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피가 마르지 않는 나날이 언제 다시 올지 몰라 사람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마교편 후보께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내공이 실려 중기가 충만한 목소리만으로도 고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무기술이 발달한 우리 무림맹과 달리 척박한 땅에 사는 마교는 권각술에 능합니다. 비무장지대를 만들어 무장을 해제하면 마교에 유리한 거 아닙니까?"


"소협. 내 뜻은 다툼을 줄이자는 거요. 내 손가락이 못났다고 트집 잡지 말고 밤을 밝게 비추는 달을 보시오."


"회복력은 무림맹이 마교보다 더 강합니다. 서로 소모하면 우리가 이득인데 왜 다툼을 줄이자는 겁니까?"


"마교가 막무가내로 우리 무림맹에 총공격을 벌이면 어떻게 될 것 같소?"


"천마와 사대호법이 없는 마교 따위가 두려울 게 뭐 있습니까?"


- 황실종 때는 트집 거는 사람이 없었는데.

- 황실에서 돈 받아오겠다는 얘기만 했으니까. 트집 잡을 게 없잖아.

- 공약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구나.


정치인들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함부로 거는 걸 보며 한심하다고만 여겼는데, 나름대로 고심해서 만든 거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럼 천마는 뭐가 두려워서 사대호법을 데리고 마교에서 도망쳤겠소?"


트집을 걸던 젊은 고수가 입을 다물고 물러났다. 마교편이 공약을 걸면서 걸어올 트집에 미리 대비한 게 틀림없다.


- 아니야. 둘이 같은 편이다. 누구라도 떠올릴 법한 트집을 걸고 반박당하는 거로 반대 목소리를 미리 눌러버린 거지.


그때. 구레나룻이 무성한 고수가 경공으로 달려와 마교편 귀에 대고 쑥덕였다.


"마 장로. 소림과 무당 그리고 종남에서도 후보를 낸답니다."


마교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왜? 무림맹의 균형을 지킨다고 삼대 문파는 맹주 선출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잖아."

"이유는 아직 모릅니다."

"빨리 알아내. 공약을 다른 거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니까."


구레나룻의 사내는 고개를 작게 숙여 인사하고 바로 떠났다. 그리고 5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다.


"마 장로. 소림에선 달마가 후보로 나섰습니다."

"달마 대사께서 직접? 왜?"

"무당에선 장삼풍이 후보로."

"삼풍 진인이? 왜?"

"종남에선."

"제발 중양 진인이라고 말하지 마."

"네. 중양 진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 뭐야? 혹시 네가 후보로 나선 것 때문에?

- 응. 아무래도 그게 맞는 거 같아.

- 그런데 네가 후보로 나선 건 반 시간도 안 되잖아.


- 포지라는 기술이 있어.


포지(刨地)는 땅을 파서 쇠말뚝을 박은 다음, 쇠말뚝을 때리는 거로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다.


이쪽 쇠말뚝을 때려 진동을 멀리 있는 쇠말뚝에 전달한다. 소식을 받는 쪽에선 쇠말뚝의 진동을 읽어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알아낸다.


- 마교엔 없는 거 같던데.

- 지맥을 통해 진동을 전달하는 거여서 지형의 제한을 많이 받는다. 마교의 땅은 지맥이 이어지지 못하고 툭툭 끊겼기에 포지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


- 마교는 여러모로 힘든 곳이구나.

- 그래서 오지에 적합한 오지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 포지보다 좀 더 대단한 기술이지.


마교편의 선거 활동을 구경하고 다음 후보의 선거 현장에 갔을 때, 그쪽은 이미 선거를 멈춘 상태였다.


"제길. 천마에 달마에 장삼풍에 왕중양까지. 출마 취소다."


작가의말

무림맹과 황궁은 포지(4G) 기술을 사용하고 마교는 오지(5G)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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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12 04:17
    No. 1

    휴스턴도 두들겨서 전달했죠.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8 글쇠
    작성일
    19.12.12 09:29
    No. 2

    일부는 주산이 컴퓨터의 원시 형태라고 하죠.
    그래서 저는 자명고가 포지 기술의 원형이라고 주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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