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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41,908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작성
20.0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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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자충수

DUMMY

비록 내가 사는 곳이 독거노인이 대부분인 동네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동네에 할아버지 할머니만 산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연히 젊은 사람도 있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SNS에 올릴 줄 아는 사람도 있다.


- 대박. 지금 조폭끼리 패싸움함. 인상 더러운 조폭 혼자서 백 명 상대하는 중.

- 와씨. 영상 올리는 중 사시미로 세 명 눕힘.

- 다음 영상은 좀 길게 올리겠음. 재촉하지 마셈.


두 번째 영상의 끝에는 피 흘리며 누운 조폭이 서른 가까이 늘었다.


- 영화 홍보?

- 영화 홍보에 손모가지 건다. 편집한 티가 너무 나. 근데 인상 더러운 조폭이 주인공이야? 그럼 누가 봐?


그리고 세 번째 영상이 올라왔다.


- 사시미가 부러졌어. 저럴 수 있는 거야? 어떻게 사람 찌르는데 칼이 부러져? 살이 쇠보다 더 단단해?

- 영화라고 하기엔 너무 잔인한데? 그리고 무슨 영화가 격투씬 5분씩 해?


네 번째 영상이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점점 영화 홍보가 아닌 실화라는 데 마음이 기울었다. 그리고 일 대 백의 전투에 황당해하면서도 열광했다.


그리고 나도 황당하다.


'이거 뭐지? 내가 신이라도 된 듯한 느낌은?'


내 몸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한없이 뜨겁게 움직이지만, 내 마음은 가을 호수처럼 맑고 겨울 호수처럼 차갑다. 그리고 몰래 숨어서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사람이 느껴지고, 핸드폰 SNS에 올라온 글들도 느껴진다.


눈으로 본 게 아니고 누가 읽어준 게 아니니, 느끼는 게 맞다.


'내가 이렇게 잘 느끼는 남자였나?'


아까 회칼 손잡이를 적신 피 때문에 살짝 미끄러졌다. 칼끝이 조금 삐뚤며 동맥을 노리는 바람에 내가 회칼을 부러뜨렸다.

그 사이 각목 하나랑 쇠파이프 세 개 맞았지만, 트럭에 치이고도 곧 멀쩡한 나이기에 약간의 어지러움만 감수했다.


어지러움이 사라진 후부터 주변 모든 게 감지됐다. 그러나 그것도 짧은 순간이었다. 바로 쓸모없는 정보는 지워졌고, 지금은 나랑 상대하는 조폭들 그리고 몰래 영상을 촬영하여 SNS에 올리는 백수로 추정하는 청년만 감지된다.


'이게 천마신공인가? 법술과 무공의 완벽한 결합, 인간이 익힐 수 없는 무공!'


그 어려운 걸 난 완벽하게 익혔다. 내가 남긴 깨달음으로 모범생이랑 망나니가 힘을 합쳐 겨우 익혔고, 그것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여 고작 날뛰지 못하게 제어하는 게 최선이었다.


갑자기 가쁘던 숨이 가다듬어진다. 각목에 쓸리고 쇠파이프에 맞고 회칼에 베이면서 여기저기 뜨겁던 몸에 청량한 기운이 흐른다.

피를 잔뜩 본 싸움에 신나 살기로 뜨겁던 내 눈도 차분하게 변한다.


내가 하는 일이지만, 남의 싸움을 구경하듯이 날 관조한다.


품에서 검사증을 꺼냈다. 빼앗은 쇠파이프를 힘껏 휘둘러 겁 없이 덤비는 조폭들을 잠시 떼어냈다.

저들도 귀신이 씐 사람처럼 무작정 나한테 덤볐다. 이미 칠십 가까이 쓰러져서 바닥이 피로 낭자한데도 말이다.


조폭들이 주춤하는 틈을 타서 검사증을 힘껏 던졌다. 촬영하던 놈이 화들짝 놀라 바닥에 납죽 엎드린다.

그러나 곧 호기심을 못 이겨 내 검사증을 확인한다. 그러고 동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다.


- 대박. 검사 혼자서 조폭 80명 눕힘.


뻥 잘 치시네. 눕힌 건 73명인데, 열 명 정도가 회복해서 다시 싸움에 투입됐다. 체력이 떨어져 힘 조절이 어려운 관계로 초반처럼 추풍낙엽으로 쓰러뜨리지 못했다.


- 이거 영화 촬영 아니면 큰일이잖아?

- 누구 경찰에 신고한 사람?

- 누가 했겠지.

- 나라도 하자. 누군가 했겠지 하다가 사람 죽을지도 몰라.

- 내가 이미 했음.


제길, 지친다. 사무관은 평소 빠릿빠릿한데 오늘은 왤케 느려 터졌어?


설마!


퇴근 시간이어서 차 막힌 건가? 괜히 광수대 부르라고 했다. 주변 경찰서엔 손 썼을 게 뻔해서 그쪽이 더 확실하다고 여겼는데, 오판인 거 같다.


"야, 이제부터 사람 죽을지도 몰라."


조폭들이 무표정하게 내 말을 듣는다.


"나 체력 바닥이야. 이제부터 힘 조절 어렵다. 진짜 목숨 걸고 덤벼라."


심호흡을 못 하고 짧게 짧게 끊어서 쉰다. 심호흡하다가 상대가 불시에 공격하면 호흡을 빼앗긴다. 그렇게 되면 혼자인 내가 불리하다.

지금까진 기세로 누르고 리듬을 바꿔가며 저들을 어지럽게 하는 거로 우위를 점했는데, 이젠 그런 식으로 체력을 소모할 여력이 없다.


단순하게 덤비면 때리고 덤비면 때리고. 속도로 압도하는 거다. 동시에 여럿과 일대일로 싸운다고 생각해야 한다.


'제길. 천마랑 달마랑 싸우는 걸 눈으로 봐놓고도 이제야 생각나다니.'


가만히 서서 주먹으로 서로 때리기만 하던 싸움이 이제야 떠오른다.

고수의 대결뿐 아니라 하수의 싸움에서도 단순한 게 최고다. 괜히 여럿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타격 순서랑 동선까지 고민하느라 정신력과 체력이 과 소모됐다.


'일대일 백 번 한다고 생각했어야지. 그랬다면 지금쯤 이미 끝났을 텐데.'


토막 세상에서도 서른 정도 눕힌 다음 체력이 떨어지며 반응이 느려졌다. 그래서 피하지 못하고 남자의 요해를 얻어맞고 놈들에게 생포되었지.


"씨발. 끝까지 간다. 검사고 뭐고, 오늘 저놈 못 담그면 우리 모두 좃된다."


또 하나. 난 조폭들에게 물러설 길을 주지 않았다. 얕보는 마음도 있었고, 백 명 상대로 이겨보고 싶은 호승심도 컸다.


'천마답지 않은 미성숙한 생각과 행동. 아무리 타고나도 가혹한 환경의 단련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구나.'


왼발을 내디디며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목을 맞은 조폭이 비명도 못 지르고 풀썩 쓰러진다. 그대로 왼발을 거둔 다음, 가장 먼저 날 공격할 것 같은 놈을 향해 몸을 돌렸다.

허리를 트는 동시에 발도 움직이며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수비는 전혀 안 하고 무작정 덤비던 놈은 쇠파이프에 이마가 깨졌다.


굵은 핏줄기를 흘리며 쓰러지는 놈 옆으로 몸을 피했다. 쓰러지는 놈이 막아준 덕분에 둘의 공격을 무시할 수 있게 됐다.


왼팔을 들어 쇠파이프를 막고 오른손 쇠파이프로 회칼을 때렸다. 안 놓치려고 손수건으로 자루와 손을 꽁꽁 묶었는데, 내가 때리는 힘이 강해서 손이 꽤 아팠을 거다.

그러나 미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오른쪽 팔꿈치로 턱을 부쉈다.


놈은 쓰러지면서도 내 다리를 향해 회칼을 휘둘렀다. 그러나 난 피하지 않고 쇠파이프로 다시 날 노리는 놈 안면에 박치기를 날려야 했다.

콧등이 깨진 놈은 커헉 거리며 쓰러졌다. 코피가 코를 꽉 채워서 숨이 꼬인 거다.


다행히 휘두르는 힘이 약해서 바지가 찢어지지 않았고 살이 긁히기만 했다. 그래도 꽤 아린 느낌이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데 손이 허전하다. 앞선 놈 이마를 때리며 오는 반탄력을 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 급히 휘두르다 보니 그만 놓쳐버린 거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회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두 놈을 향해 웃어줬다. 의외의 반응에 놈들이 조건반사로 아주 잠깐 멈칫했다.


결과, 나를 찌르고 때리던 회칼과 쇠파이프에 실린 힘이 아주 조금 약해졌다.


오른손으로 회칼을 잡고 왼손으로 파이프를 막았다. 그리고 원앙퇴로 둘의 가랑이를 연속 걷어찼다.


쿵 소리와 함께 셋이 함께 쓰러졌다. 미처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누운 채, 급하게 잡은 쇠파이프로 다가오는 놈들을 견제했다. 오른손은 피가 철철 흐르는데 감각이 별로 없다.


제발 신경이 끊어진 게 아니어야 하는데. 내 짧은 의학 지식으로도 신경세포는 재생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천마신공이라면 예외일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불확실성에 기대는 것보단 확실한 게 낫다.


궁지에 몰린 맹수는 위험하다. 그러나 하룻강아지는 범 무서운 줄 모른다.


그나마 주먹질 좀 해본 놈들은 섣불리 덤비지 못하는데, 여드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애송이 하나가 겁 없이 발을 내디딘다.


허리를 튕겨 상체를 살짝 들어올리며 왼손을 휘둘렀다. 쇠파이프가 정확히 애송이의 무릎을 때렸다.

어중간하게 때린 게 아니라 정확히 파이프 끝으로 무릎이 튀어나온 부분을 때린 거여서 무지 아플 거다.


손으로 무릎을 감싸고 깨금발로 동동거리는 놈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쌤통이야."


물리적 힘이 아닌 게 분명한 신비한 힘이 내 몸을 일으켰다. 치료는 멈춘 지 오래다. 천마신공도 치료보다는 적을 쓰러뜨리는 데 힘을 분배해야 함을 명확히 아는 거다.


"야, 어서 덤벼. 다음엔 총 들고 오는 걸 잊지 말고. 뭐, 총에 맞는다고 꼭 죽는 것도 아니지만."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조폭들은 하나도 도망치지 않았다. 나도 힘 조절을 포기하고 편하게 파이프를 휘둘렀다.


백 명이 넘은 조폭과 반 시간 싸웠다. 초반에 약 30명 정도는 5분도 안 되어 쓰러뜨린 거 같은데, 그 뒤로는 영 지지부진했다.


쇠파이프를 버리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부장님. 당장 기자회견을 열겠습니다. 기자들 불러주십시오. SNS 일대백 사건이라고 말하면 다 알 겁니다. 그리고 CM 그룹 용의자들 출국 금지 걸어주십시오."


작가의말

CM 그룹의 자충수.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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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2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1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5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8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7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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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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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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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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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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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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