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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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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49
추천수 :
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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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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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전쟁

DUMMY

- 왜 이제야 돌아온 거야?


- 시발, 뭐야!

- 범생이 너 죽을래!


내가 난순이를 소파에 쓰러뜨리고, 난순이가 미는 척 날 힘껏 끌어당길 때. 내가 입을 흉악하게 벌리고 난순이 입술을 노릴 때.

난순이가 불화수(拂花手)로 원피스 등에 지퍼를 신속하게 내릴 때.


우린 무림으로 돌아왔다.


결론만 말하자면, 난 여전히 총각이다. 유부남 주제에.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고, 유부남 망신은 천동출이 독점.


- 무림 전쟁이 터졌다. 마교랑 무림맹이 힘을 합쳐서 황성까지 쳐들어왔다.


정보가 홍수처럼 덮쳐온다. 마치 고1의 나한테 빙의했을 때처럼. 그때와 달리 경지가 훨씬 높아진 나는 누락 없이 정보를 수습했다.


- 너 진짜 대단하다.


나는 나한테 빙의하여 십수 년을 보냈지만, 무림은 고작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천마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쌓았다.


우선 포도청의 기소권을 박탈하여 금의위에 줬다. 그리고 기한을 50년으로 했다. 50년 뒤면 포도청은 다시 기소권을 보유할 수 있다.


사건 인지부터 시작하여 범인의 체포·신문·기소·판결을 모두 포도청에서 했는데, 그 권력을 약화하려고 기소권을 금의위에, 판결은 동통에 맡겼다.

범인 체포와 증거 수집, 증인 및 증언 확보만 하고 형량과 기소 및 판결은 다른 기관에 넘겼기에, 포도청은 순식간에 힘을 잃었다.


그뿐이 아니다. 판결권을 동통에 준 천마는, 입법 권리를 대신들에게 넘기고 법안 수정 및 폐기 권리는 황제한테 줬다. 법안 작성부터 승인 및 배포까지 책임졌던 동통 역시 판결권을 얻은 대신 힘을 대부분 잃었다.


그러면 금의위만 너무 강해진 게 아니냐고?


그래서 천마는 공수3처를 설립했다. 마교 고위층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래, 무림맹 고위층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거, 황궁 고위층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


명분으로만 마교와 무림맹이 황실 밑이기에 공수래 공수거는 유명무실하다. 그러나, 황실에서 제정한 법안이 마교 및 무림맹에 크게 작게 영향을 미치는 거로 유추한다면, 언젠간 공수래와 공수거가 힘을 얻어 마교 및 무림맹 숨통을 조일 거다.


- 그래서 마교와 무림맹이 쳐들어온 거야?

내 질문에 모범생은 책망으로 답했다.


- 너희 두 모자란 연놈이 마교랑 무림맹 연합을 끌어내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 없었어.


- 상황 뻔히 알면서 공수3처를 만든 넌 뭐야?


- 하긴, 너희 둘을 무시했던 내 잘못이 크다. 그러나 너희 책임이 더 커. 내가 집유의 경지여서 하려고 마음먹은 일은 꼭 해야 한다는 걸 명심했어야지.


- 그럼 미리 알려주던가.


- 말로 뱉으면 당장 해야 하니까. 미리 말할 수 없었어.


그때, 공공칠이 날렵하게 날아서 부복한다.


"대형. 황실도 칼끝을 돌렸습니다."


결국, 황실도 마교랑 무림맹과 같은 편에 서기로 했다. 천마 참 대단해. 과정이 어떻고 결과가 어떻든 간에 삼대세력의 연합을 끌어냈으니.


- 공수3처가 뭐라고 그래. 그게 꼭 필요해?

- 단단한 돌을 깨려면 더 단단한 망치가 필요하지. 당장 황실 구조를 깨려면 양날의 검인 걸 알면서도 손에 잡아야 했다. 언젠간 나를 향해 찔러오리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예상 못 했다.


- 그냥 지켜보며 수련이나 할 거지. 너만 남았으니 천마신공 익히는 데 위험이 없잖아.

- 아니야. 진짜 위험할 땐 망나니가 나와서 수습해야 해. 수습 과정에 천재지변이 좀 있겠지만, 완전히 폭주하는 것보단 나아. 둘 다 없으니 아예 수련할 수 없었어.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조정을 농락한 천마는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아라."


든던 목소린데? 누구지?


"왕중양, 끝내 본색을 드러내기로 한 건가?"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어느새 밖이었다. 뒤엔 황궁이 있고 앞엔 마교와 무림맹 및 황실 무사 십만 명이 있다.


왕중양 곁엔 달마와 장삼풍 그리고 혈마가 있었다. 왕중양 뒤엔 말종과 인마 그리고 용답답이 보인다. 호날두도 아마 근처에 있는 거겠지?


서로 말없이 노려볼 때 뒤에서 기척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다. 나 역시 집유의 끝에 이르렀기에 시각이나 청각을 비롯한 일반 감각은 물론 기감까지 공유받았다.


공공칠, 왕간지, 파큐유와 밀덕 스님. 그리고 막살자까지.


이들은 끝까지 천마와 함께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아무리 동료가 천마여도 천하 무림과 적대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닐 텐데.


"막 장로. 천마와 적대하기 싫으면 중립을 지키시게. 자네의 잘못된 선택으로 막가파가 사라지면 몹시 슬프지 않겠는가."


장삼풍이 막살자를 은근히 협박한다.


"우리가 하수처럼 진흙탕 개싸움을 할 건 아니잖습니까. 그럼 먼저 입으로 싸워봅시다."


막살자가 좋아하며 나선다. 장삼풍은 왜 이 혓바닥이 석 자나 되는 놈을 건드렸을까.


"우선 그대들이 내세운 명분부터 말해보죠. 황천(黃天)이 위에서 보고 있고 후토(厚土)가 증명합니다. 천마 사형은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든 적도 없고 조정을 농락한 적도 없습니다. 거기에 이 막살자의 하찮은 목숨을 걸겠습니다. 하찮은 놈이 장 진인의 귀한 몸과 비할 바 아니니, 장 진인께선 왼손 손모가지만 거십시오."


막살자가 막 나가자 장삼풍은 대꾸할 말을 미처 찾지 못했다.


"왜, 후달려요? 후달리면 뒤지시든가. 판을 깔았을 땐 바지까지 벗어서 판돈으로 올릴 각오를 하셨어야지. 천하의 삼봉이가 쫄았나?"


"막 장로. 잡은 패가 시원찮은지 혓바닥이 부지런하시오."


보다 못한 혈마가 나섰다. 혈마 역시 부교주가 되어서도 변방만 돌면서 거칠게 지냈기에 막살자가 부리는 난장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럼 지금부터 서로 잡은 패를 까 봅시다."


막살자가 혈마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혈마는 눈알만 살짝 굴려 막살자와 눈 마주치는 걸 피했다.


막살자와 혈마는 비슷한 경지와 무위다. 막살자도 혈마를 어찌할 수 없고, 혈마도 막살자를 딱히 이길 묘수가 없다.

그러나, 혈마는 현재 마교 교주다. 마교 장로도 그만두고 막가파 문주 직도 내놓아 야인이나 다름없는 막살자와 비슷하게 싸우면 장로회 다른 파벌에게 무력 부족이란 약점을 잡힌다.


"우선 혈마 당신부터."

막살자가 어느새 소매에서 부채를 꺼내 펼치며 팔자걸음을 걷는다.


"무혈지체. 몸 전체가 단전이나 다름없어 내공의 양에 한계가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상을 입지 않으며, 어떤 무공도 최고의 경지까지 익히는 데 최대 하루면 되는 몸."

"그러나 천룡지체나 천마지체보다 밑으로 치는 이유는 위력 때문이지. 술병에 술을 아무리 많이 담으면 뭐 해. 병목이 좁으면 한꺼번에 쏟을 수 있는 내공에 한계가 있는데. 게다가 특별한 체질만 익힐 수 있는 무공은 못 익히지. 용답답의 육룡신공이라든가, 천마신공이라든가, 간지신공이라든가."


"천마 사형과 붙으면 일 합에 목숨을 잃겠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 끌어올 내공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혈마가 이마에 깊은 주름을 지으며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다음은 달마."


막살자가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며 멋 부렸다.


"달마가 마교 출신이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이 몇 없지."


모여있던 사람들이 크게 웅성거린다.


"뭐, 마교는 사실 성화교와 밀종의 결합체라는 건 비밀이니까. 소림이 달마를 영입한 건, 마교와 손잡고 세력을 키우기 위함이었지."


"난 마교에 정식으로 소속한 적이 없다."


"그럼. 달마께선 그저 밀종의 한 갈래인 선종의 후계자였을 뿐이지. 밀종과 성화교가 힘과 교리를 합쳐 마교가 될 때, 소림으로 갔지. 마교는 종남을 위수로 하는 무림 세력과 싸우다가도 소림만 출전하면 패배하며 물러났다. 덕분에 소림이 빠르게 무림의 거두가 된 거고. 그러니까 정확히는 마교의 뿌리가 되는 밀종의 사람이라고 해야지."


- 너도 몰랐어?

- 응. 관심 없었으니까.


"내가 뭐 달마 대사께 유감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고. 소림의 72절기 모두 밀종에 뿌리를 뒀다는 것, 그리고 밀종이 마교의 뿌리라는 걸 말씀드리려는 거요. 소림의 무공으론 천마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요."


달마 역시 이마를 찌푸리며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다음은 왕중양. 구월 구일 중양절(重陽節)에 태어나서 왕중양으로 불리지. 구월(九月)의 구음진경과 구일(九日)의 구양진경을 보유했고."

"만약 두 무공을 모두 익혔다면 나도 천마 사형의 승리를 장담하진 못했을 거요. 필경 당신에겐 십만에 달하는 고수가 있으니까. 당신이 끊임없이 틈을 만들고 십만 명이 목숨을 던져가며 노린다면 그 결과는 정말 예측이 어렵소. 심정적으로야 사형한테 손들어 주고 싶지만 말이지."


"내가 구음진경만 익혀서 천마 적수가 아니라는 뜻이야?"


"그렇소. 그리고 구양진경만 익힌 장삼풍 역시 마찬가지요."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마."


작가의말

천동출한테 슬슬 미안해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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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사필귀정 20.01.06 265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2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1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3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3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1 4 9쪽
78 진상 20.01.03 137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1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3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7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3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2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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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48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5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2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1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4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5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0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0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6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2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1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76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7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1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68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6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5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6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6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8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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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프리즌 브레이크 +4 19.12.06 216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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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십색기 +2 19.12.04 231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5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2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5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0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5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298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3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58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3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09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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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뒷수습 +4 19.11.16 418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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