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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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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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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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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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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말종의 반격

DUMMY

- 무슨 꿍꿍이야?


천마는 달마와 장삼풍과 혈마 모두에게 구체적인 조건을 걸지 않았다. 그냥 알아서 제시하란 말로 쫓아냈다.


- 저들은 내 목적을 대충 알 거야. 그러나 다들 정확히 모르고 있어. 내가 조건을 걸면 저들은 내가 원하는 걸 알고 그걸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 할 거야.


망나니의 목적은 황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혈마나 달마 등은 천마가 무림맹과 마교의 힘을 합쳐 황궁을 친 다음 인마를 황제로 만들려는 줄로만 알고 있다.

전쟁을 통해 말종을 끌어내리는 과정에 황궁의 힘도 많이 소모될 것이고, 황궁과 직접 전쟁한 천마를 따르는 무리도 적을 테니 달마든 혈마든 인마가 황제가 된 이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나한테만 말해주면 안 될까?

- 우리 기생충은 왜 이리 멍청할까? 이미 말해 줬잖아. 저들이 겁에 질려 날 황제 자리에 앉히게 상황을 만들겠다고.


근데 말종이 네 생각대로 움직일까? 걔 곁에 쇠대가리 강철두가 있잖아.


- 게다가 난 부동성왕 경공을 펼칠 줄 몰라. 그건 성화신이 범생이한테 준 거야. 황금신공을 주고 거래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어.


###


- 아, 해법을 모르겠어.


망나니는 지금 위기 상황을 만들어 황실에서 자신을 황제로 옹립하게 할 작정이다. 내가 달마라면, 내가 혈마 혹은 장삼풍이라면, 내가 왕중양이라면. 이러한 가정을 세우고 어떻게 이 상황을 이용할지 머리 터지게 고민했는데 전혀 떠오르는 게 없다.


망나니의 계획은 완벽하다. 적어도 내게는.


마찬가지로, 회의 역시 지지부진했다. 누구도 천마한테 황금신공을 얻어내지 못했기에 왕자 스님과 손잡을 수 없었다.

거물들이 입을 다무니 잔챙이들이 종일 떠들어 봤자 의미 있는 진전이 없었다.


- 해법은 여기에 없어. 황궁 쪽에 있지. 곧 황실의 중신(重臣)들이 말종이 황제에 부적합하다는 선언을 내고 날 모셔갈 거야.


그러나 망나니의 예상은 형편없이 빗나갔다.


"성지(聖旨)가 왔다. 다들 무릎을 꿇어라."


무릎을 꿇는 사람은 반도 안 되었다. 천마나 혈마는 당연하고, 달마나 장삼풍 그리고 왕중양도 의자에 반듯이 앉아 황궁의 성지를 들고 온 환관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 외에도 무릎 꿇는 것을 거부한 장로가 수십 명이 되었다.


"봉천승운황제(奉天承運皇帝) 조왈(詔曰)."


환관도 미리 짐작했는지 따지지 않고 성지를 읽었다.


"짐이 황위에 등극한 이래 사해가 평안하고 백성의 칭송이 자자하나, 곧 불혹에 이를 나이에도 후(後 - 후손)가 없어서 과인은 물론 만조 문무백관과 천하 백성의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시름에 이마 주름이 걷히지 않던 차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으니, 불행히도 잔악한 화마에 천명을 다한 줄 알았던 전 황태자의 유자(遺子)가 나타났도다. 이에 전 황태자의 아들 천덕에게 황위를 양도하고 태상황(太上皇)으로 물러나려 하니, 정통 황위 계승자 천덕은 성지를 받들고 황성으로 바로 출발할 것을 명한다."


- 제길. 말종한테도 똑똑한 인격이 있었구나.

망나니가 화났다.

- 위기 상황에 훌륭한 자아가 나서서 상황을 해결한다는 게 이런 뜻이었어?


"인간 십구 년 삼월 초나흘, 말종 직인."


왕중양과 장삼풍 그리고 달마가 황급히 무릎을 꿇는다. 셋이 무릎을 꿇자 꼿꼿이 서 있던 장로들 무릎도 순식간에 바닥에 닿았다.


혈마 저 새끼 궁둥이 쳐드는 거 좀 봐라.


"오황(吾皇) 만세만세만만세."


내공을 듬뿍 담은 달마 등의 목소리가 무림맹 건물을 흔들었다.


- 시발. 완패다.


###


천마는 무림맹주를 사임했다. 파큐유와 밀덕은 작별을 고하고 떠났다. 막살자 역시 황궁으로 가는 게 싫다며 막가파로 돌아갔다.

천마와 공공칠 그리고 왕간지. 거기에 태식과 용답답까지 다섯이서 인마를 지키기로 했다.


- 말종이 날 떼려고 자기 팔다리를 자를 줄은 몰랐다.


황제가 되려고 부모·형제를 죽인 말종이 이렇게 쉽게 황위를 포기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또 아주 의외인 것도 아니다.


- 태상황이 되면 그 전의 모든 죄를 묻지 못한다며?

- 내가 황제가 되고 싶은 열망을 생각하면 말종이 황제 자리를 순순히 내놓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충격으로 망나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


- 혈마가 말했잖아. 경쟁하는 두 인격은 서로 반대라고.

- 나랑 모범생을 생각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


올해로 네 살이 된 인마가 손바닥으로 턱을 괴고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무림맹으로 오는 길에 쉬는 시간마다 흙장난 물장난으로 즐겁게 뛰놀던 해맑은 아이가 아니었다.

곧 황제가 되어 천하를 호령할 걱정에, 말종이 숨긴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차기 대권 주자의 풍모였다.


- 네 생각만 하지 말고 인마를 보살필 궁리나 해.

- 그래야겠지? 인마한테 문제라도 생기면 범생이 날 쫓아낼지도 모르니까.

- 쫓아내? 범생이 그럴 능력이 있어?

- 그럼. 이미 쫓겨난 인격이 수백인데.


비단 천씨는 참 뭐가 복잡하구나.


"오늘 여기서 쉬기로 했습니다. 먼저 씻을까요? 아니면 바로 식사부터 하실까요?"


행궁(行宮). 황제나 황족이 출타할 때 잠깐 묵어가는 용도로 지은 궁전이다. 아직 명분으론 황실이 무림의 통치자이기에 무림맹 영역에 있는 행궁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식사부터 한다."


용답답의 대답에 환관이 허리를 깊이 숙인 채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천덕을 호위하는 금의위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천덕이 행궁 안으로 들어가기만 기다렸다.

금의위 모두 금속 갑옷을 입었고 무기를 들지 않았다. 그래선지 허리에 칼을 찬 용답답이 무척이나 돋보인다.


- 무림맹이나 마교가 오늘 저녁 공격하지 않을까?

- 그러지는 않을 거야. 실패하면 말종이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 말종 싫어하는 놈이 공격할 수도 있잖아.

- 진실을 영원히 감추는 건 어림 없는 일이야. 들키면 구족을 멸할 죄인데 누가 감히 그런 모험을 해.


천마 말대로 황성까지 가는 길은 평온하기만 했다. 은근히 숨 막히는 추격전을 바랐던 나로선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네가 천덕이구나. 잘 왔다. 우리 막내도 오랜만에 보는구나. 이제 어른이 됐으니 형이랑 술이나 한잔하자꾸나."


눈썹이 조금 더 진했으면 좋았을 텐데. 곧은 코도 조금만 넓었으면 대인의 풍모가 가득할 것 같다. 얇은 입술 역시 말종의 인상을 강퍅하게 만든다.


그러나. 선하게 웃는 눈 때문에 모든 게 바뀌었다. 옅은 눈썹도 좁은 코도 얇은 입술도 얄밉지 않다. 살구씨를 닮은 눈에서 지혜롭게 빛나는 눈동자. 그 눈동자에 서린 선의만으로 말종이 착해 보인다.


"주 인격은 언제 기어 나오지?"

"계속 위기 상황을 만들어. 내가 완전히 이 몸을 차지할 때까지."


###


"황위 계승 의식을 진행합니다."


말종과 인마가 역대 황제의 영패(靈牌)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영패는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제사상 위에 순서대로 놓였다. 천마의 아버지인 전대 황제 파종의 영패가 가장 오른쪽에 있다.


"피를 냅니다."


술을 반쯤 부은 커다란 대접. 말종과 인마는 왼손을 대접 위에 갖다 대고 오른손에 든 칼로 손바닥을 벴다.

검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 대접의 술에 떨어진다.


- 야. 조폭 두목들이 의형제 맺냐? 황의 승계식이라며?

- 피가 섞이는지 보는 거야. 비단 천씨의 피는 다른 피와 절대 안 섞여.

- 전대 황제가 죽으면?

- 황태자 책봉할 때 미리 피섞임 의식을 끝냈지. 이번엔 특별한 상황이니까 승계의식에서 피섞임 검증을 하는 거야.


말종과 천덕의 피가 섞여서 둥그런 붉은 구를 이룬 채 대접 안에 뭉쳐있었다. 술에도 섞이지 않는 모습에 환관이 황금종을 울렸다.

소리가 밖으로 퍼지자 대전 밖에서 종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순식간에 황성의 모든 궁전과 절간의 종이 소리를 냈다.


- 진실의 종이 울렸다. 이제부터 인마가 황제고 말종은 태상황이야.


"태상황께서는 황포를 탈의하겠습니다."


말종이 머리에 쓴 면류관을 벗어 붉은 나무로 만든 작은 상에 올렸다. 환관 둘이 와서 상을 들고 사라졌다.

말종은 곤룡포 역시 벗은 후 정성스럽게 개어 상에 올렸다. 역시 환관 둘이 상을 치웠다.

푸른 비단으로 만든 신발까지 벗은 말종은 인마에게 손을 모아 국궁(鞠躬)의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


인마의 체형에 맞춰 만든 비단 신발과 곤룡포 그리고 면류관을 환관들이 연이어 올렸다. 인마는 환관들의 도움으로 황제의 옷을 갖춰 입었다.


"이제부터 연호를 통일(統一)로 하고 날 인종(仁宗)으로 불러라."


"오황 만세만세만만세."


수백 명 대신이 머리를 조아리며 목청껏 외쳤다.


"용답답의 호위대 대장 직위를 회복한다. 천서출은 황궁 악사로 임명한다."


"만세만세만만세."


작가의말

말종도 빙다리 핫바지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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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3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40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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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8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 말종의 반격 19.12.28 126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2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4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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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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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3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18 첫 경험 +6 19.11.18 522 13 9쪽
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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