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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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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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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5
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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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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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애송이들아

DUMMY

독점금지법과 단합금지법은 순조롭게 통과됐다. 대공자인 매춘이 무림맹 세력권의 노른자를 먹어 45%의 점유율을 갖기로 했다. 남은 55% 중 45%는 남은 다섯 형제가 9%씩 나누고, 10%는 중소기업에 양보하기로 했다.


물론, 그 중소기업의 배후엔 대기업의 매씨 가문이 있는 거고.


대신 매춘은 황궁 세력권 우선 진출 권리를 얻었다. 무림맹 수뇌부의 견제를 이겨내려고 이미 황궁 유력인사들에게 뇌물을 충분히 먹였고, 언제든 대규모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 닦아놓은 상태기에 사실상 매춘은 대기업을 통째로 물려받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자유무역협정만 체결되면 대기업은 순식간에 50%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낸다. 이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매국노로선 생전에 어마어마한 위업을 이루고 가는 셈이니 반대의 소리를 내는 목을 모조리 비틀어버렸다.


황궁 세력권으로 진출한 매춘이 독점금지법이 정한 50% 선을 어떻게 지키는지가 관건인데, 요즘 신규 시장을 개척할 시 초기 3년은 독점금지법에 적용하지 말아 달라고 열심히 로비하는 중이다.


"맹주, 큰일입니다. 마교가 변경에 군대를 집결했습니다."


대기업은 무림맹 세력권에서 돈이 가장 많은 단체가 아니다. 그러나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여 세수에 가장 큰 공헌을 하는 단체다. 그런 단체와 내가 가깝게 지내자 일을 진행하기 무척 편해졌다.


덕분에 훨씬 홀가분한 기분으로 차를 마시며 웰빙 라이프를 즐기는데 갑자기 전령이 들이닥쳤다.


"자세히 말해라."


"마교 군대가 변경에 집결한 징후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방금 들어온 소식에 따르면 마교 교주 혈마가 주변 13국에 기름을 공짜로 제공하는 것으로 반년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제길. 천마가 그러라고 기름 사업권 지분을 마교한테 줬어? 마교 세력권 백성의 삶을 조금이라도 윤택하게 만들라고 준 거지.


'아니다. 천마가 그 정도도 예상 못 했을까?'


분명히 미리 대비책이 준비되어 있을 거다. 그걸 찾아내야 하는데, 나로선 무리겠지?


"맹주전에 장로와 무력 부대 대주들이 이미 모였습니다. 맹주께서도 어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마부의 채찍질에 마차를 끄는 말들이 신나게 발굽으로 땅을 두드린다. 거기에 바퀴가 돌면서 내는 미세한 마찰음이 내 심장에 채찍질했다.


"전쟁광.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나도 너처럼 비폭력주의야.


"외람된 말씀이오나, 황궁 및 무림맹 수뇌부와 마교 사이에 뭔가 대화가 오간 것 같습니다. 시위를 당기기 전에야 말릴 가망이라도 있겠지만, 지금은 만궁으로 당겨진 상황인 듯싶습니다."


전쟁을 혐오하는 전쟁광도 멈출 방법이 없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심각한 상황인 듯하다.


마차는 활짝 열린 정문을 그대로 통과하여 맹주전 앞 광장까지 최고 속도로 달렸다. 마부의 채찍질에 말들이 조금씩 방향을 바꾸어 S자로 달리면서 맹주전 계단 앞에 정확히 멈췄다.


"새디, 고마워."


천축 출신의 마부 새디는 중원 말을 거의 못 한다. 그러나 고맙다는 말은 알기에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나를 향해 웃어준다.

무공을 익힌 적도 없는데 채찍 솜씨가 정말 뛰어나다. 이유도 없이 마교에 두고 온 신조, 아니, 마조랑 정말 합이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맹주. 대화로 해결해야 합니다."


누가 뭐래? 아직 한마디도 안 했는데 왜 책상을 치고 난리야? 그 부릅뜬 눈 살포시 감지 못할까?


회의 시작을 알리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책상을 두드리며 발언한 장로는 주변 눈총을 못 이기고 자리에 앉았다. 보나 마나 대사 하나 받았다고 흥분해서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중뿔나게 나선 게 틀림없다. 누군가가 당장 무력부대를 움직이자고 하면 반대하고 나서는 역할을 맡은 거겠지.


"통상적인 훈련일지도 모르지. 확실한 정보가 오기 전까지 대응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난 평범한 사람이다. 인서울 했고 안정적인 직장도 있으니 평범한 것보다는 조금 낫지 않냐고 여길 수 있는데. 그럼 왜 34살까지 총각이냐고.


잠깐. 화 좀 누르고.


그렇게 평범한 내가 무림에선 특별하다. 지식을 일부 계층이 독점하다시피 했기에 나 정도면 뛰어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은 무림맹 최고회의를 여는 맹주전 회의실. 지식은 나보다 적을진 몰라도 하나같이 뱃속에 구렁이 몇 마리 키우는 노강호들이다. 내가 머리를 써서 저들을 압도할 방법이 없으니,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수를 내야 한다.


마치 말종의 꾀주머니인 강철두처럼.


"매, 맹주. 진심이시오?"


무림맹 장로들의 치아 상태는 양호하다. 다들 고수여서 그런지 충치는커녕 치석조차 안 보인다. 혀에 백태도 없군. 노인네들이 보양식 잘 챙겨 먹은 모양이야.


내 눈길을 받은 장로들이 추태를 알아차리고 황급히 커다랗게 벌린 입을 닫는다.


"마교에서 선전포고했는가?"

"아니오."

"마교 군대가 변경선을 넘었는가?"

"아니오."


"그럼 먼저 대화부터 해야지. 단순한 훈련 상황일지도 모르잖아. 특히 혈마처럼 혈기가 왕성한 놈이 갓 교주가 됐는데 뭔가, 음."


액션을 취한다고 하면 못 알아듣겠지?


"맹주 말씀대로 확실히 혈마는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초반에 교주의 위신을 올려야 이후 뭘 하든 쉬울 겁니다."


"그게 무림맹을 침공해서 전과를 올리는 게 아니겠소?"


"실패하면? 그럼 혈마는 장로회의 장기 말이 되는데?"


그간 요령이 좀 늘었다. 뭔가 구체적인 걸 꺼내서 상대를 설득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같은 편 상대로도 벅찬데, 하물며 적대적인 장로들을 설득하는 건 내게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무 제안도 않고 상대 의견에 반박만 하기로 노선을 정했다.


"그럼 맹주는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오?"

"방금 말했잖아. 싸우자는 건지 그냥 변경에서 훈련하는 건지 확인부터 하자고."


부패 검사나 뇌물 판사처럼, 계속 증거를 요구한다.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다가 증거 인멸 및 증인 매수가 끝났을 때 법정에 세워 무죄로 풀어주거나 아예 기소를 안 한다.


"인접 국가들과 반년 평화 협정을 체결했고, 군대가 변경에 모였소. 이보다 더 확실한 게 어디 있다고 그러시오. 똥인지 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하오?"


후후. 걸려들었어.


"그럼 변경으로 어떤 부대가 이동했지?"

"뭔 소리요. 지금 어떤 부대를 보낼지 상의하려고 회의실에 모인 거잖소."


"똥인지 장인지 안 먹어봐도 되는 상황이라며? 그런 긴급 상황에선 무력 부대 대주들이 자체 판단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그런데 무력 부대 지휘자들이 전부 여기 모여 있네? 이는 아직 전투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거 아니야?"


무림맹 장로들은 권한이 어마어마하지만, 마교와 달리 무공보단 정치력으로 장로를 뽑기에 팔다리 역할을 해줄 무력부대가 필수다.


장로들이 계속 긴급 상황이라고 우기면 무력 부대 지휘관 중 최소 절반은 직무 유기로 옷을 벗어야 한다. 지휘관이 바뀐다는 건 팔다리 주인이 바뀐다는 뜻이니, 무림맹 권력 구조에 예기치 못한 지각변동이 발생한다.


해임권은 장로들에게 있지만, 임명권은 맹주한테 있다. 새로운 지휘관 인선을 두고 내가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버리면 장로들에겐 마교 침공보다 더 치명적인 일이 된다.


###


"맹주. 마교가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제길. 회의가 끝나고 두 시진도 안 됐는데?


"맹주께 아룁니다. 이 일은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지. 파산 너 계속 말해봐.


"이번 일에 가장 큰 걸 건 사람은 혈마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맹주께서 직접 변경에 가서 마교를 물리치면 혈마가 교주 자리를 못 지키거나, 허수아비 교주가 될 겁니다."


알아. 그런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문제야. 내가 천마지만, 천마는 내가 아니야. 나 지금 개세기천마신공의 첫 단계인 개세에서도 초입에 불과해. 인마마저 반년이면 개세를 마스터한다고 했는데.


"그럼 경제적으로 생각하자. 황궁이나 맹의 장로들 역시 혈마랑 비슷한 걸 걸었을 거야. 그걸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주면 셋의 동맹은 자연히 깨질 거고."


"그건 아닙니다. 얻는 게 많은 놈이 당연히 많이 걸어야죠. 누가 가장 맹주를 쫓아내고 싶은지 고민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벼락이 뇌리를 스친다.


"혈마는 오히려 가장 적게 건 놈이야."


마교가 지면 혈마의 위신이 흔들린다. 실패의 대가를 뻔히 알면서도 무림맹과 황궁과 공조한 건, 둘이 어마어마한 대가를 제시했기 때문이 틀림없다.


마교를 막아내기만 하면 무림맹이나 황궁에 큰 타격이 간다. 그만큼 단단히 준비했겠지만, 이번만 잘 막아내면 천마가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야.


작가의말

마조와 새디는 천생배필이죠.


말장난으로 50화 정도 생각하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중간에 생각이 바뀌어 수정하며 길어졌습니다. 여유롭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을 통해 저는 많은 걸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덕분에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컴컴한 밤 손으로 바닥을 만지며 강을 건너던 상황에 별빛이라도 들어온 느낌입니다.


처음 글 시작했던 2년 전엔 확신에 차서 연재하던 것과 달리 점점 자신감이 쪼그라들고 있었는데, 이 글로 안정을 얻었습니다. 만유기나 꿈나비보다 성적이 저조한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게 우습기도 하네요.

글 10개 이상 완결 냈고, 3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부담감이 없잖아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쓰자고 이 글을 골랐고요.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마무리는 말이 되게 잘 맺고, 다음에 쓸 글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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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40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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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처형식 19.12.30 125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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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 애송이들아 +2 19.12.23 157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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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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