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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쇠의 서재입니다.

천마에 빙의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19.11.01 10:16
최근연재일 :
2020.01.06 18:00
연재수 :
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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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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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6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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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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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천마의 신분

DUMMY

어제 겪은 일이 전부 꿈이고, 오늘이 토요일이길 바랐다.


내가 드물게 취해서 꿈에 박 사원이랑 알콩달콩 대화했고 차 사고로 피를 본 거는 올해 과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길몽이길 바랐다.


그러나, 새벽에 눈이 떠졌을 때 붉은 천장이 날 반겼다. 뭔 지랄인지 커다란 침실 천장을 온통 붉은 비단으로 치장했다.


- 울고 싶다.

- 나잇값 좀 해.


내 나이가 어때서. 눈물 흘리기 딱 좋은 나인데.


내 기분에 아랑곳하지 않고 천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순식간에 장소가 바뀌었다.


- 여긴 어디야?

- 교주 전용 지하 연무장.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내가 안 죽었고 지금 겪고 있는 모든 게 꿈이 아니라면 언젠간 돌아갈지도 모른다. 황실과 무림맹과 더불어 무림 삼 대 세력인 마교. 여기 수장인 천마의 무공을 일초반식이라도 훔쳐내면 UFC 나가서 유명인 될지도 모른다.


그럼 예능도 나가고 아이돌이랑 사귈지도.

'아니야. 난 여배우 사귈 거야. 탑급으로.'


- 야, 뭐해?

- 예의가 없군. 무공을 수련할 땐 조용히 해. 나니까 괜찮은 거지 아마존 수준이면 주화입마로 미쳐버렸을 거야.

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니 네가 이해 해.

- 이게 뭔 수련이라고.


천마는 검 끝에 달걀 하나 올려놓고 가만히 있었다.


- 내 기로 부화하는 거야. 죽이기만 하는 무공으론 끝을 볼 수 없어.


천마는 에디슨과 비슷한 아이였다. 그래도 에디슨은 본 게 있어서 직접 달걀을 품으려 했는데. 천마는 못 배워먹은 놈이 틀림없다.


약 2시간 흐르고 나서 천마는 달걀을 짚더미에 내려놨다.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또 장소가 바뀌었다.


여긴 누가 봐도 식당이다.


- 너 이거 순간이동이야?

- 부동성왕(不動聖王)이라고 성화신이 가르쳐 준 경공이다.


천마가 모습을 드러내기 바쁘게 아침 식사가 올라왔다. 상상했던 진수성찬이 아니었다.


- 고기 안 먹어?

채소만 여덟 가지 있었다.

- 내공을 쌓는 데 방해가 돼. 동자공 대성해야 고기를 먹을 수 있어.

- 동자공? 그건 뭔데?


동자공(同雌功)은 남자들이 익히는 특별한 무공이다. 여자들이 익히는 건 동웅공(同雄功).


- 자웅동체가 목표라고?

- 신은 완전한 인간을 자와 웅으로 나눴다. 무공의 최고 경지는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자웅동체를 이루기 위해선 남자는 동자공, 여자는 동웅공을 익혀야 한다.


풀네임 자웅동체공. 남자는 웅기가 강해서 동자공을 익히고 여자는 자기가 강해서 동웅공을 익힌다. 자웅이 비슷해지면 그땐 남자도 동웅공을 익혀 음양의 절대적 조화를 이루는 게 목표다.


- 성공한 사람은 있어?

- 성공한 사람은 없어.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동방삭이라고, 마지막 단계에 실패해서 3천 갑자밖에 못 살아. 그래도 정신력은 무척 강한 놈이야. 그렇게 큰 좌절을 겪고도 자결하지 않고 멀쩡하게 지내는 걸 보면.


잠깐. 3천 갑자면 1만8천 년이잖아. 그 정도 살면 대단한 거 아닌가?


채소로만 아침을 때운 천마는 대청으로 갔다. 천마가 의자에 앉자 대청에 줄을 선 사내들이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천세천세천천세."


푸하하. 천마니까 천세인 거야? 그럼 맨날 혈세 낭비하여 혈세혈세혈혈세인 정부는 그럼 혈마야? 그럼 달마는 달세달세달달세겠네. 백마는 백세백세백백세고 십마는 십세십세십십세.


- 말종이 내 형이야. 내 이름은 천서출.


새로운 정보가 떠올랐다. 천마는 황제가 외출했다가 천한 여자를 건드려 낳은 자식으로서 서출(庶出)이라고 불리다가 결국 이름이 되었다.


황족이어서 천세라고 부르는 거였구나. 오해해서 미안.


- 그래서 말종이 널 죽이려는 거야?

- 나만 죽이면 유일한 황족이어서 대신들도 어쩔 수 없이 말종을 인정해야 해.


- 말종이 죽으면 네가 황제잖아.

- 무림맹이 죽기 살기로 지키고 있지. 내가 황제 되면 무림맹을 박살 낼까 봐.


"교주께 아룁니다. 무림맹 군사가 대화를 요청했습니다."

"안건은?"

"중대한 안건이라고 합니다."

"시간과 장소는?"


###


"반갑다. 제갈멍청."

"제갈몽청."


제갈몽청(諸葛夢淸).

꿈속에서조차 맑음을 유지하라는 좋은 이름이다.


"미안. 제갈몽정."

"몽정 말고 몽청."

"그래. 멍청."

"멍청 말고 몽청."

"알았어. 몽정."

"몽정 말고 몽청."


"알았어. 제갈몽청."

"몽청 아니고 몽정이라니까."


둘이 꽤 친하게 보였다.


"무슨 일인데?"

천마의 질문에 제갈몽청이 머뭇거렸다.


"여기까지 와서 뭔 고민이야? 내가 말했지. 네가 대가리 반 바퀴만 덜 굴리면 무림맹주 됐을 거라고."


"하도 중요한 정보라서. 너 진짜 황제 자리에 관심이 전혀 없는 거 맞지?"

"그래. 내가 사대 호법 데리고 황궁에 쳐들어갔으면 너희가 막아냈을 거 같아? 장삼풍이랑 달마 그리고 왕중양까지 다 불러도 못 막아."


왕중양은 몰라도 달마랑 장삼풍은 안다. 장삼풍은 별 감흥이 없는데 달마는 실물 보고 싶다. 집에 붙인 달마도랑 닮았는지.


"우리 무림맹에 천하제일 명의가 있잖아."

"오남용이?"

"그래. 오남용이 말종 병을 봐줬어."


아마존과 달리 정보가 안 떠오른다.


"오남용은 병 하나 치료하면 새 병 하나 얻게 하잖아."

"그래. 말종이 치질에 걸렸는데 오남용이 치료했어. 그런데 새 병이 발견되지 않은 거야."


그제야 정보가 떠오른다.


오남용은 천하제일 명의로 음양균형설을 따르는 음양문의 문도다. 하나의 병을 치료하는 대가로 새로운 병을 얻어야 한다는 게 오남용의 지론인데 새로 어떤 병이 생길지는 본인조차 모른다.

진짜 어려운 병은 오남용에게 보이고 새로운 병은 다른 의원에게 보이는 게 일반 치료법이다.


"겨우 치질을 굳이 오남용한테?"

"입에 생겼거든."

"말종답네."


제갈몽청이 짐짓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갈몽청이나 천마 정도 고수면 수백 미터 안의 기척을 다 느낄 텐데.


"말종 불임병에 걸렸어."

"번식 못 하는 병에 걸렸다고?"

"정확히는 사정병이야."


제갈몽청이 자세히 설명했다.


"사정(死精)병은 정자가 죽는 병이야. 정사(情事)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고 사정(射精)도 잘돼. 그러나 죽은 정자라서 임신은 절대 안 되는 병이지."


그래도 부럽다. 결과는 최악이어도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으니까. 난 남녀 간의 일은 결과보다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멍청이, 자꾸 돌리지 말고 본론이나 말해. 말종이 주둥이에 치질 걸리든 정자가 썩든 내가 알 바는 아니잖아."

"황태자 아들이 우리 손에 있다. 지금 세 살이야. 십 년 정도만 기다려서 말종을 몰아내고 정통을 세워야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네가 키우면 안 될까? 무림맹엔 말종 끄나풀이 하도 많아서 말이지. 게다가 넌 삼촌이니까 부양권도 주장할 수 있잖아. 이후 말종이 정통성을 부인하려고 해도 방법이 없을걸?"


제갈몽청의 달콤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내가 너보다 멍청한 거 같아?"

"대신 내가 열심히 도울게. 무림맹 군사인 내가 널 돕는다고. 내가 알 수 없는 비밀작전 빼고 모두 너한테 정보를 줄 수 있어."


마교와 무림맹은 전쟁 중이다. 고위층이야 가끔 만나서 술도 마시고 대화도 하지만, 말단들은 상대가 눈에 띄기만 하면 칼부터 뽑는다.

황실은 마교와 무림맹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그런데 황태자 아들이 천마 손에 있다는 정보가 새 나가면 황실도 무림맹과 함께 마교를 공격할 소지가 다분하다.


"야, 동기 좋다는 게 뭐야.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 네 조카가 황제 돼서 중재하면 수십 년 끌어온 전쟁도 끝낼 수 있지 않겠어? 우리 힘 합쳐서 무림에 다시 평화를 가져오는 거야."


- 뭐야? 쟤랑 너랑 동기라고? 수십 년 전쟁했다며?

- 우리 명문고 명문대 동기야. 대부분 대기업에 들어가고 저 멍청이는 무림맹에 갔지. 난 마교에 납치당했는데 천마신공을 깨우쳐 천마가 된 거고.


정보가 떠오른다.


명문(名門)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두 개의 산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엄청 높아서 명문고(名門高)라고 하고 하나는 높지 않은 대신 엄청 커서 명문대(名門大)라고 한다.


명문고에선 무림 최고의 토납법을 가르친다. 무림에서 유일하게 출신을 가리지 않고 토납법을 가르치는 곳이어서 해마다 수천 명이 몰려온다.


명문고에서 일정 수준에 이르면 명문대로 간다. 명문대는 각자 체질에 맞게 심화한 내공 심법을 가르친다.


명문대에서 일정 성취에 이르면 대기업(貸氣業)으로 간다. 대기업은 무공을 수련하는 자들에게 기를 빌려주는 사업체다. 가끔 자질이 조금 부족하여 단전을 못 만들거나 경지를 못 올리는 자들이 있는데 대기업에서 기를 빌려줘서 성취를 돕는다.


"좋아. 내 조카 이름은 뭐지?"

"천덕이다."


천덕꾸러기가 마교로 왔다.


작가의말

현실감 너무 쩔어서 일반 소설로 오해할까 봐 단단히 말씀드립니다. 이 글은 환상 문학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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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나는 모를 이야기 +9 20.01.06 742 12 11쪽
88 사필귀정 20.01.06 268 6 9쪽
87 저승사자의 손짓 20.01.06 183 5 10쪽
86 경지 상승 20.01.05 163 5 9쪽
85 견제 20.01.05 173 5 9쪽
84 생방송 20.01.05 172 5 9쪽
83 자충수 20.01.04 154 6 9쪽
82 민중의 칼 20.01.04 156 4 9쪽
81 지뢰밭길 20.01.04 140 4 9쪽
80 가시밭길 20.01.03 142 8 9쪽
79 천동출 20.01.03 152 4 9쪽
78 진상 20.01.03 139 5 9쪽
77 성화신의 정체 +2 20.01.02 162 7 9쪽
76 합체와 분리 20.01.02 139 5 9쪽
75 전쟁 20.01.02 153 5 9쪽
74 저지르고 보자 20.01.01 176 4 9쪽
73 정조를 지켜라 20.01.01 198 4 9쪽
72 검사 천동출 20.01.01 154 4 9쪽
71 청천벽력 +2 19.12.31 163 7 9쪽
70 전학생 19.12.31 189 4 9쪽
69 세상이 너무 쉬워 19.12.31 129 6 9쪽
68 생김에 관한 고찰 19.12.30 152 7 9쪽
67 나는 강하다 19.12.30 127 6 9쪽
66 처형식 19.12.30 124 6 9쪽
65 양아치 19.12.29 122 6 9쪽
64 간타자 +1 19.12.29 138 6 9쪽
63 내가 내게? 19.12.29 137 5 9쪽
62 의욕 잃은 망나니 19.12.28 152 8 9쪽
61 말종의 반격 19.12.28 125 6 9쪽
60 동맹주 19.12.28 124 5 9쪽
59 무마동맹 19.12.27 141 4 9쪽
58 천마신공 19.12.27 143 4 9쪽
57 아비수의 마왕들 19.12.27 149 6 9쪽
56 망나니 강림 +3 19.12.26 144 8 9쪽
55 어마어마한 지원군 +1 19.12.25 154 6 9쪽
54 마교와 전쟁 19.12.24 142 7 9쪽
53 애송이들아 +2 19.12.23 156 8 9쪽
52 대기업 회유 +2 19.12.22 181 7 9쪽
51 독점금지법 +2 19.12.21 179 5 9쪽
50 후원금 +5 19.12.20 171 6 9쪽
49 난 진실만 말한다 +2 19.12.19 174 6 9쪽
48 청문회 +2 19.12.18 172 5 9쪽
47 무림맹의 저력 +2 19.12.17 165 7 9쪽
46 비무 대회 +2 19.12.16 187 7 9쪽
45 천마의 대응 +4 19.12.15 187 7 9쪽
44 후보자 토론회 +2 19.12.14 176 7 9쪽
43 영혼 분리 +2 19.12.13 181 7 9쪽
42 공약 +3 19.12.12 219 6 9쪽
41 출마 선언 +2 19.12.11 187 6 9쪽
40 차별에 관하여 +2 19.12.10 219 7 9쪽
39 빙의가 준 계시 +2 19.12.09 268 7 9쪽
38 세 번째 빙의 +2 19.12.08 21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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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십색기 +2 19.12.04 232 9 9쪽
33 문신 법술 +3 19.12.03 226 5 9쪽
32 천마 감옥에 갇히다 +2 19.12.02 240 5 9쪽
31 범인 검거 +2 19.12.01 213 7 9쪽
30 두 번째 빙의 +3 19.11.30 250 6 9쪽
29 대호법의 활약 +3 19.11.29 252 5 9쪽
28 상거지 만수로 +2 19.11.28 286 8 9쪽
27 첩자 이야기 +2 19.11.27 282 8 9쪽
26 유치원 삼법 +2 19.11.26 339 7 9쪽
25 민폐 천마 +2 19.11.25 282 6 9쪽
24 망나니 천마 +2 19.11.24 308 9 9쪽
23 최악의 16팀 +3 19.11.23 301 9 9쪽
22 노력하는 천마 +2 19.11.22 384 7 9쪽
21 무림맹의 재도발 +5 19.11.21 361 8 9쪽
20 배움은 끝이 없다 +2 19.11.20 375 8 9쪽
19 영혼과 육신 +1 19.11.19 412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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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상에 이런 일이? +2 19.11.17 417 13 9쪽
16 뒷수습 +4 19.11.16 421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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